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22화 (322/477)

제322화 자, 돈들 쓰세요. 돈(12)

미국 의회.

미국 의회를 방송하는 C-SPAN의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팜봇이 백신 접종하는 것도 안 된다. ‘티처’를 도입해서 국민이 지식을 쌓는 것도 안 된다. 도대체 되는 게 뭡니까?”

도날드가 단상에 올라 의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쳤다.

“도날드 당신 제정신입니까? 여기가 어디라고 큰소립니까?”

“여기가 어디긴 미국의 자존심 의회지. 어디 소리 지른 김에 말해 봐요. 왜 ‘티처’ 도입을 반대하는지. 말도 안 되는 평등이니 인권이니 하는 말 말고 솔직하게 말해 봐요.”

큰소리친 의원이 손사래를 치며 앉자 다른 편에 있던 의원이 일어서서 소리쳤다.

“어떻게 교육을 로봇에게 맡긴단 말입니까?”

“똑바로 말해요. 로봇이 아니라 인공지능이야.”

“여긴 의회입니다. 예의 갖춰서 말씀하시죠.”

“그냥 하던 말이나 계속해.”

“거, 같이 상종을 못 하겠네. 대통령이란 사람이 어째 저 모양인지.”

“당신보단 나아. 어디 말해 보라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교육시키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해 보란 말야.”

이번에도 싸우던 의원이 앉자 뒤편에서 한 의원이 일어났다.

“교육이란 인간의 감정과 사회성을 배우는 겁니다. 로봇에게 지식만 전달받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요.”

“그래서 일 년에 8천 건이나 되는 범죄가 학교에서 벌어지는 건가요? 그중에 성추행 범죄만 2백 건이 넘어요. 이게 무슨 사회성을 배우는 거야? ‘티처’라면 이런 일 전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사회성은 무슨 사회성. 자신의 처지가 어느 계층에 속해 있나 알게 되는 사회성? 지금 학교는 사회성을 알려주지 못해요. 차라리 지식의 습득이 미국에게 이익이란 말입니다.”

“그래, 전부 헬멧을 뒤집어쓰고 있는 학교를 생각해 보란 말입니다. 교사가 왜 필요합니까?”

“이제 교사는 더 나은 학교 환경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면 되잖아요. 아이들 가정환경도 좀 더 챙기고. 아이들 간의 불화가 없나 확인도 하고. 가르치는 거 말고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무조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보이지 않는 겁니다.”

“중독 현상이 심각하다고 하잖아요. 그러다 가상 현실 게임이라도 나오면 전부 그쪽으로 몰릴 거 아닙니까?”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가상 현실 게임이 나온 지 언젠데 지금 와서 딴소리하는 겁니까?”

“내가 말하는 게임이 그 게임이 아니잖아요. 진짜 현실을 구분 못 하는 게임이 나오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어라, 그럼 그런 게임이 나오면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할 겁니까? 최소한 1조 달러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텐데.”

“뭐요?”

“판매를 못 하게 할 거냐고요?”

“그건…….”

의원이 말을 하다 말고 카메라를 봤다.

이건 말 한 번 잘못했다가는 게임 업계와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된통 얻어맞을 형국이었다.

도날드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중독이란 게 이제는 나쁜 게 아닙니다. 현대는 약물 중독만 아니라면 어느 한 분야에 빠져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걸 오히려 권장해야 하는 시대 아닙니까? U튜브를 보세요.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미국에 달러를 벌어다 주고 있는 겁니다. 그런 일에 가장 적합한 것이 ‘티처’ 아닙니까? 반도체에 빠져야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는 겁니다. 양자역학에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혁신적인 반도체를 만드냔 말입니다. 말들 해 보세요.”

후후후.

의원 하나가 일어섰다.

그 움직임이 느릿하지만,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도날드, 그래서 당신은 임재준에 중독된 겁니까?”

“뭐요?”

“국정 운영을 임재준과 상의한다는 정보가 있던데, 사실입니까?”

“그게 뭐 어때서요? 누구보다 판단이 좋은 사람이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닙니까? 임재준보다 좋은 파트너가 어디 있다고. 그게 시빗거리가 되는 겁니까?”

“도날드, 임재준이 좋은 파트너라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1급 비밀을 보여주는 건 국가 대통령직 권한을 남용하여 국가안보와 헌법에 위협을 가한 행위입니다.”

“내가 언제 1급 비밀을 임재준과 공유했다는 겁니까? 증거 있습니까?”

“그럼 이건 무엇입니까?”

의원은 사진 한 장을 꺼내 높이 쳐들었다.

사진에는 1급 비밀문서를 들고나오는 도날드와 서형길이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봐요. 대통령 권한 중 비밀문서를 재평가해 비밀분류에서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저 문서는 비밀이 해제된 비밀문선데 왜요. 그게 문제가 됩니까?”

“그걸 우리가 조사해 보겠다는 겁니다. 진짜 비밀이 해제되는 문서인지 아닌지. 만약 임재준을 위해 비밀을 해제한 거라면 자치 및 사법 질서와 지극히 공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한 겁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소추와 탄핵심리, 직위 박탈, 또한 미국 내에서 공직의 영예와 신임, 이득을 향유할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뭐요?”

이것들이.

“지금 ‘티처’ 도입을 위한 의회 회의에서 갑자기 내 탄핵문제가 왜 불거지는 겁니까?”

하지만 이미 의원들의 고성에 도날드의 목소리는 묻혀 버렸다.

-당장 내려오세요.

-당신의 판단은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

-탄핵소추를 진행합시다.

이거 제대로 당한 거 같은데.

도날드는 단산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왔다.

뚜벅, 뚜벅, 뚜벅.

의회 밖으로 걸어갔다.

“아이고, 저놈들 미리 단단히 준비한 것 같아.”

어느새 서형길이 따라붙었다.

“그러게, 일단 내 사생활을 도촬한 거는 소송을 걸어야겠지.”

“이미 변호사가 움직이고 있어. 그리고 이거.”

서형길은 복면 하나를 건넸다.

시뻘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블러드 패니의 복면이었다.

“그래, 나도 막가는 거야.”

의회 밖으로 나오자 함성이 쏟아졌다.

와아아아아아아.

도날드, 도날드, 도날드.

어느새 방송을 보고 몰려온 시민들로 의회 광장은 꽉 찼다.

뚜벅, 뚜벅, 뚜벅.

턱.

도날드가 시민들 앞에 멈췄다.

“여러분, 오늘 저는 죽었습니다. 오직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해 양심을 저를 저격했습니다. 바로 블러드 패니처럼.”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복면을 썼다.

오! 블러드 패니.

블러드 패니, 블러드 패니, 블러드 패니,

도널드, 도널드, 도널드.

“다시 한번 미국을 위해 죽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

중난하이.

“뭐라고? 백도어 칩?”

시앙핑은 딩쉐이의 보고를 받으며 의자에 등을 밀어 넣었다.

“네, 팜봇도 ‘티처’도 백도어 칩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설계 자체에서 삽입된 거라 제거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인민들 정보가 투마로우 인공지능에 쌓인단 말이지.”

“네, 팜봇에 의해 이미 상당량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하.

시앙핑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이제 관성이 될 법도 한데 아직도 놀랄 일이 계속 생겼다.

“그럼, ‘티처’ 도입을 할 수 없는 거야?”

“웨이보를 타고 인민에게 전부 퍼졌습니다.”

“뭐라는데?”

“절대 안 된다고 합니다.”

환장하겠네.

“지껄이는 놈들이 뭘 알기나 알고 지껄이는 거야?”

“투마로우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단체들이 꽤 많습니다. 이번 기회에 전부 들고 일어선 것 같습니다.”

톡톡톡톡.

시앙핑이 탁자를 중지로 한참을 두드렸다.

“딩쉐이, 어느 게 이득일까? 인민의 입을 닫아 버리고 ‘티처’로 인민을 교육시키는 게 이득일까? 아니면 인민의 뜻에 따라 ‘티처’는 없던 일로 하고 민심을 얻는 게 이득일까?”

“지금 미국도 그 문제로 대통령 탄핵까지 소추되었습니다. 우리도 잠시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거참.

미국이나 중국이나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네.

“그럼 팜봇은 어떻게 처리하지?”

“그건 명분이 있습니다. 팜봇의 치료에 개인 신상은 필수적입니다. 이는 인민들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샤삐(병신).”

“…….”

시앙핑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팜봇의 신상 정보는 유전자 정보에 가족사, 지역 환경 정보까지 털어가는데, 괜찮다고? 하하하. 샤삐. 샤삐. 샤삐. 팜봇이 없으면 불편하니까 괜찮다는 거네. 하하하.”

“원래 그런 거 아닙니까?”

그래, 그런 거지.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은 어때? 자율주행 도로는 잘 깔리고 있어?”

“헤이룽장성은 산업용 물류 도로를 자율주행도로로 만들어 운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로 이용료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전부 자율도로로 물류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지린성은?”

“지린성은 아직 공사 중입니다.”

“단둥시는?”

“공사 중입니다.”

“아프리카 자원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투마로우 벨트는?”

“거긴.”

시앙핑이 굳게 입을 다문 딩쉐이를 봤다.

말 안 해도 알겠다.

“이미 투마로우가 하는 일에 전혀 저항이 없는 곳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쩌면 가장 살기 좋은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

이번에도 딩쉐이는 뜸을 들였다.

“정치가 없으니까요.”

“그래?”

“그래도 곧 생겨나겠지.”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왜?”

“믿어야 할 신도, 지켜야 한 이념도 없으니까요. 이미 겪을 대로 겪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임재준은 그런 곳을 만들려는 것인가?

인류가 탄생하고 자연을 두려워하고 신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먼 조상의 이야기다.

지금은 과학이 발달해서 자연을 두려워할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연구할 대상일 뿐이다.

신을 모시는 신관을 인간이 떠받들자 신관은 정치를 시작했다.

신이 있다고 믿었기에 인간들은 정치인을 무서워했다.

지금은 과학이 발달해서 신이 없다는 것도 알고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며 그들의 비리를 고발하기 바쁘다.

아무도 정치인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의 권력을 쥐고 있는 자연과 정치는 인간에게 겁을 주고 억압하며 겁먹은 개처럼 짖어대고 있다.

제발 무서워하라고.

“딩쉐이, ‘티처’ 도입은 없던 일로 해.”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 국민이 똑똑해져서 좋을 건 없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몇 개 얻을 수 있을까?”

“임재준에게 부탁해 보겠습니다. ‘티처’는 원래 인공지능이 지정된 사람 이외에는 작동을 하지 않을뿐더러 지역을 이탈하면 자동 삭제되어 버립니다.”

“참나, 훔쳐 가지도 못하게 만들었단 말이지. 하하하. 임재준 정말, 일 하나는 잘해. 인정한다. 인정해.”

***

투마로우 벨트.

“아이, 참, 누가 자꾸 내 얘기를 하는 거야?”

재준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여긴 법정이다.

살인 사건을 심리하는 자리였다.

용의자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다.

“저는 절대 아내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 보니 아내가 죽어 있었습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팜봇이 용의자를 스캔했다.

그리고 판사석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오른쪽 뇌의 앞부분이 두드러지게 반응했습니다. 이는 사전에 가장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생각해 두거나 의심받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곳입니다. 흉기를 땅에 파묻었습니까?”

“네? 갑자기 흉기는 왜? 아니요?”

“두렵거나 불안해서 긴장한 상태일 때 반응하는 부위인 두정엽이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신경호르몬 카테콜아민이 분비되고 있습니다. 코가 간지럽지 않나요?”

“아니요.”

“두정엽이 다시 활동합니다.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칼로 찔렀습니까?”

“뭐?”

용의자가 판사석을 보면서 코를 실룩거렸다.

거짓말을 할 때 분비되는 카테콜아민은 콧속의 신경세포가 붓고 코를 간지럽게 만들었다.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 사키스가 죽인 거라고 내가 봤어. 내가 봤다고.”

“당신의 손에 혈청이 남아 있습니다.”

순간 주위가 어두워지고 팜봇이 푸른 빛을 뿜었다.

용의자의 손에 남아 있는 핏자국.

“아니야. 내가 아니라, 맞아. 아내가 발을 헛디뎌서 죽은 거야. 내가 아니라니까. 진짜야. 진짜라고.”

재준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빙글 웃었다.

이걸 만든다는 거였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