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20화 (320/477)

제320화 자, 돈들 쓰세요. 돈(10)

“코로나 백신하고 치료제가 나왔으니 이제 팜봇이 남아돌잖아요.”

“그렇겠죠.”

“그럼, 인간은 수술을 맡고 나머지 초진부터 회진 등 의사의 불필요한 진료행위를 모두 팜봇이 하는 병원을 만드는 거예요. 그럼 의사가 수술과 연구에 더 많이 공을 들이지 않을까요?”

“오? 괜찮은데요?”

“그렇죠?”

엘론은 새로운 먹잇감을 찾은 맹수처럼 눈이 반짝였다.

찬물을 끼얹기엔 뭐 하지만.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어요.”

“당연하겠죠. 팜봇에게 의사 면허증을 발급해야 하는데 이걸 인정할 국가는 없을 겁니다. 아니 국가가 아니라 의사들이겠지만. 아프리카라 진료비 문제도 있고. 혹시 선진국에서 특허 소송도 있을 거고.”

뭐 이렇게 잘 알아?

“우린 이 난관을 극복해 봅시다.”

“오케이. 삶의 의욕이 불끈 솟는데요?”

음, 신기하게도 엘론이 의욕적으로 일을 하면 의욕적으로 아기도 태어났다.

재준이 아는 엘론의 자식은 8남 2녀.

쌍둥이를 두 번 세쌍둥이를 한 번.

자신의 말처럼 인구 증가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다.

재준과 엘론의 대화를 진과 콰미가 가만히 듣고 있었다.

“팜봇을 이용해 병원을 세우려는 거예요?”

재준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수술은 의사가 나머지는 팜봇이 한다고 들었는데 맞아요?”

“그렇지. 어때 완벽하지 않냐?”

“엘론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럼, 좋은 사업인데, 왜?”

진과 콰미가 정말 한심한 어른이 둘이나 있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콰미, 넌 어떻게 생각해.”

“멍청한 계획?”

“뭐? 너희들, 내 계획이 멍청하다는 거냐?”

“어휴, 어른들이란.”

“왜?”

진이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프리카 의사들이 수술을 할 수 있어요?”

“왜? 의사잖아.”

“아프리카에서 태어나서 영국 의과대학을 나왔어요. 그리고 대학 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수료하고 전문의를 땄어요. 이제 수술도 곧잘 하고 인정도 받았어요. 아빠 같으면 아프리카로 돌아가겠어요?”

어!

“아프리카에 있는 의사들이 수술을 잘하면 국경 없는 의사회가 왜 아프리카에 상주하겠어요?”

재준과 엘론이 서로 쳐다보고 다시 진을 봤다.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수술을 하려면 자그마치 10년이 걸리고 수술이 능숙해지려면 최소한 3년은 더 지나야 해요.”

“너 왜 나보다 더 잘 알아. 솔직히 말해. 너 6살 아니지.”

“솔직히 공부한 시간으로만 보면 아빠보다 제가 더 어른일 거예요.”

흠, 흠.

“공부가 다가 아니야. 사람은 경험이라는 게 있어. 경험.”

“꼰대.”

콰미가 어디서 ‘꼰대’라는 말을 배웠는지 진을 향해 말하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너, 너, 그 말 어디서 배웠어.”

“U튜브에서 재밌는 한국어 표현이라고 하던데요. 어른이 나이 어린 사람을 가르치려 할 때 ‘꼰대’라고 하면 당황할 거라 했는데, 진짜네요.”

“그렇구나.”

후.

말을 말자.

좀 더 나가면 X꼰대란 말도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수술용 로봇을 만들어야 하는 거야?”

“아니요, 자율적으로 수술을 할 수 있는 로봇은 상당히 까다로워요.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 대신에 수술용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드릴게요.”

“그건 뭐니?”

“아프리카 의사들은 경험이 많이 부족해요.”

“그렇지. 일단 의료 기기도 잘 못 다룰 것 같아.”

“그런 의사들을 위해 가상 현실에서 수술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실제 수술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면 간접 경험이라도 실제 수술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을 거예요. 단,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라 정교한 신체의 반응과 움직임을 표현하려면 기존 ‘티처’로는 힘들고 따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해요.”

“그럼, 조언해줄 의사가 필요하겠구나.”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저희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의사 한두 명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에요.”

“그래, 그럼 내가 도와줄 일은 없고?”

“네, 다 되면 연락 드릴게요.”

진은 재준와 엘론을 외면하고 콰미를 봤다.

“콰미, 애들한테 가자. 드디어 좀 어려운 일이 생겼다. 다들 좋아할 거야.”

“응.”

진과 콰미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보기에도 무척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재준은 멀어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엘론에게 말했다.

“나 무시당한 거죠?”

“술 한잔하실래요?”

***

아지트.

허.

도날드가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쯧쯧쯧.

서형길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뭐라 그랬어? 미국이 더 심하다고 했잖아. 이번에 몇 개 단체가 반대 성명을 낸 거야?”

“83개.”

도날드의 목소리는 다 죽어갔다.

“어이구, 많이도 냈네. 많이도 냈어.”

서형길이 창가로 가서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

후.

“나도 한 대 줘 봐.”

엥?

결국, 담배까지 손을 대네.

서형길이 담배 한 개비를 도날드에게 내밀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도날드의 행동에 서형길이 혀를 차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오늘이 처음이 아니지?”

“가슴이 허할 때는 담배가 최고더라고.”

“아이고, 이제 조금 있으면 시도 지을 것 같은데.”

“이미 쓰고 있어.”

“정말?”

놀라는 서형길의 눈길을 외면하며 도날드는 담배를 익숙하게 빨아들였다.

후.

분명 임재준이 해 준다고 했는데.

이제 ‘티처’만 들여오면 중국을 저 멀리 따돌릴 수 있는데.

미국에 이익이 되는 일을 왜 반대하냔 말야.

이놈의 보수주의자들.

아니지, 보수주의 탈을 쓴 위선자들.

자기들의 자리가 위태롭다 이거지?

국민이 똑똑해지는 것을 죽어도 못 본다 이거지?

심각하게 미간을 찌부러뜨린 도날드를 본 서형길이 흠칫 놀랐다.

“왜 이래? 그게 그렇게 심각한 일이야?”

“그게 아니고. 자존심이 확 상했어. 나를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

“얼레? 언제는 그놈들이 자네를 대통령으로 인정은 했고? 당선 전에야 힐러리보다 나아서 뽑았지만, 미국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너무 많이 했잖아.”

“무슨 소리야? 모든 게 애국심에서 나온 거라고.”

“음, 사실 하는 행동으로만 보면 애국자지. 애국자 맞아. 근데 이제 어떡할 거야? 도련님이 기껏 ‘티처’를 제공해 주겠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게 생겼잖아.”

“미룰 수 있으면 다행이지. 취소하게 생겼잖아.”

“차라리, 그때 취소하지 그랬어.”

맞다. 그때 모른 척하고 취소했다면 이 꼴은 안 당하지.

“이봐, 도날드. 그러지 말고 자네를 따르는 사람들을 규합하는 건 어때?”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에잉.”

쯧쯧쯧.

이러니 도련님의 발끝에도 못 미치지.

“블러드 패니 알지?”

“블러드 패니? 알지. 월가 시위대를 지휘했던 비운의 천재잖아. 진정한 미국 시민이지.”

“미국 시민은 개뿔. 도련님이 들으면 콧방귀를 뀌겠네.”

“무슨 소리야? 블러드 패니랑 임재준이랑 무슨 관계가 있어?”

아유, 확 말해 버릴 수도 없고.

“블러드 패니처럼 시위대를 규합해서 미국 의회를 규탄하라고. 국민을 위하지 않는 의회를 타도하란 말이야. 재선 준비를 해야지.”

“재선? 아 내년이 재선이지. 그래, 재선을 위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긴 해. 그렇다고 무작정 거리로 나가면 사람들이 모일까?”

짝.

서형길이 재준의 흉내를 내며 박수를 쳤다.

“그러니까 블러드 패니 분장을 하란 말이야. 사람들로부터 전설의 월가의 시위를 떠올리게.”

“분장?”

블러드 패니 분장?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기에는 이만한 게 없긴 한데.

사람들 이목?

“물론, 블러드 패니가 아닌 건 알지만 지금 국민들이 의회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란 말이야. 그들의 마음에 도련님, 아, 아니, 블러드 패니처럼 불을 확 지르란 말이야.”

오잉?

“방금 뭐라고 한 건가? 도련님이 블러드 패니라고 했지. 그럼 임재준이 블러드 패니였어?”

헉!

쉿!

조용히 해.

서형길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한숨을 길게 쉬었다.

후.

“맞아. 도련님이 블러드 패니였어. 이건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일이야. 절대 알려져선 안 돼.”

도날드는 미간을 찡그리고 서형길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다.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떻게…….”

“맞습니다.”

도날드가 뒤에서 다가오는 미키를 향해 돌아섰다.

“블러드 패니는 보스입니다.”

“아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저와 이사장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보스와 함께했습니다.”

“정말이야?”

“그래, 우리가 도련님 곁에 붙어 있었지. 어떻게 시위대를 지휘했는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우리가 다 지켜봤어.”

“이럴 수가…….”

도날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두 명을 번갈아 봤다.

“내가 옆에서 잘 코치해줄 테니. 미국을 살려 보라고.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 보수주의자들이 결집한 건 고약한 냄새가 난다니까.”

“아니, 그보다 진짜 블러드 패니가 임재준이야? 죽었잖아. 총을 맞고. TV에 생중계로 나왔는데. 그게 가짜였어?”

“알려고 하지 마. 알면 다쳐.”

도날드는 블러드 패니와 임재준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위대를 이끄는 건 좋은 계획이란 생각이 들었다.

“좋아, 뭐부터 해야 할지 이야기해 봐.”

“그럼, 일단 술이나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자고. 미키, 위스키 한 병. 잔 세 개. 너도 같이 머리를 맞대 보자.”

“네.”

도날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블러드 패니의 전설을 다시 쓴다.

바로 이 손으로.

***

중난하이.

하하하하.

퍽, 퍽.

시앙핑은 크게 웃으며 평소에 하지 않던 손바닥에 주먹을 치기까지 했다.

“아이고, 이러니 세상은 살 만한 거 아닌가. 딩쉐이.”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하긴 한국 승인도 무마시켰고 미국도 ‘티처’를 승인받으려면 한참 걸릴 것 같으니 안 좋을 리가 없지.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웃으시네.

“딩쉐이, 이런 날 한잔해야 하는 거 아냐?”

“한잔하시겠습니까?”

“그래, 우리 한잔하자.”

“준비하겠습니다.”

“여자도 데려와.”

여자까지?

“네.”

하하하하.

잠시 후.

주석 집무실 안에 거한 술상이 차려졌다.

그리고 TV에서 본 듯한 여자들이 시앙핑과 딩쉐이에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

자, 깐뻬이.

흥에 겨운 시앙핑은 오랜만에 요리를 음미하고 술도 음미하며 즐거운 시간을 즐겼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을까.

띠링.

한 통의 문자가 딩쉐이 핸드폰에 도착했다.

뭐야?

‘‘티처’ 동영상이 U튜브에 올라왔습니다.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핸드폰을 확인한 딩쉐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딩쉐이, 무슨 일이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통화 하나만 하고 오겠습니다.”

“웬만하면 그냥 넘겨. 흥 깨지 말고.”

“네.”

딩쉐이는 집무실을 나와 전화를 걸었다.

“무슨 소리야?”

-‘티처’에 백도어 칩이 있다고 합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건…….”

우리가 하는 거지.

-이게 고의로 심은 게 아니라 원래 설계에서 백도어 칩이 들어가게 설계된 겁니다.

“뭐? 원래 그렇게 설계된 거라고?”

-팜봇도 백도어 칩이 설계 단계에서 심어졌습니다.

“그건 의료 정보를 수집해야 하니까 그런 거잖아. 그건 됐어.”

-‘티처’는 어찌하실 겁니까?

가만, U튜브라고 했잖아.

“우리 U튜브 차단되어 있지.”

-소용없습니다. 조금 있으면 웨이보로 삽시간에 퍼질 것입니다.

이런 미친.

“당장 웨이보 차단해.”

-네?

“내 말 안 들려? 웨이보 자체를 지워 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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