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15화 (315/477)

제315화 이게 왜 중국에서 나와?(5)

진코퍼레이션.

“이게 뭐니?”

레이는 우리 안에 있는 쥐를 보고 기겁한 얼굴로 진에게 물었다.

“로봇 쥐요.”

“살아있는 쥐 같은데.”

맞다. 살아있는 쥐였다.

다만 머리에 몇 개의 침이 꽂혀 있었다.

“꼭 기계로 만들어야 로봇은 아니에요. 제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으면 로봇이 되는 거잖아요?”

“이런 징그러운 걸 왜 연구하는 거니?”

“로봇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아요. 하지만 이 녀석은 머리 위에 아주 작은 카메라 렌즈만 달면 무너진 건물 밑에 갇힌 생존자도 찾아내고, 폭탄 같은 것도 찾아낼 수 있어요. 사람이 들어가기 위험한 지하 터널이나 동굴을 탐사할 수도 있고요.”

“아하, 그렇구나. 근데 이 쥐를 진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

“여기 이거로 할 수 있어요.”

“이건 게임 할 때 쓰는 리모컨이잖아.”

“네, 전후좌우로 움직이면 쥐에 연결된 침에 전류가 흘러요. 그럼 전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거예요.”

“너무 잔인한 거 아니니?”

“잔인하다고요?”

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절대 아니에요. 도리어 이 쥐는 이걸 즐겨요.”

“즐긴다고?”

“네. 침에 전류가 흐르면 쥐는 쾌락을 느끼거든요. 제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뇌의 보상중추를 자극해서 거의 열반의 경지에 다다라요. 쥐는 행복한 거죠.”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불쌍한데.”

“아빠, 전혀 그렇지 않아요. 쥐는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아요. 쥐는 욕망이란 뉴런의 패턴으로 움직이는 거예요. 오히려 쥐가 아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화를 내면서 아빠를 물어 버릴걸요.”

“정말?”

“자신의 자유의지로 움직이는 데 왜 당신이 자신의 쾌락을 방해하냐고요.”

“하하하. 쥐가 정말 그럴까?”

히히히.

진이 레이를 따라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근데, 진. 이거 사람한테도 가능하니?”

진이 레이를 빤히 쳐다봤다.

“가능해요. 뇌의 감정을 일으키는 정확한 부분을 자극하면 복잡한 감정을 일으키거나 없앨 수도 있어요. 이미 미국 육군은 군인들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실험도 했어요.”

“진짜?”

“네.”

“그래도 뇌에 칩을 이식하는 건 좀 그러네.”

“그래서 전 이걸 사용해요.”

진은 옆에 있는 헬멧을 들어 보였다.

“이게 뭐야? 오토바이 헬멧같이 생겼네.”

“이걸 이렇게 쓰면.”

말을 하면서 진은 헬멧을 썼다.

“경두개 직류 자극기라는 거예요. 머리에 칩을 이식하거나 침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도 특정 부위에 자극을 줄 수 있어요.”

“그래?”

“한번 해 보실래요?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갸우뚱.

레이가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이자.

“자, 한번 해 보세요.”

라며 레이 머리에 헬멧을 씌웠다.

“자, 이것도.”

라며 헬멧 위에 있는 가상현실 안경을 내렸다.

그리고 이어폰을 끼고 양손에 총 두 자루를 쥐여 줬다.

“이게 다 뭐야?”

“기다려 보세요.”

그리고 스위치가 올라가자 ‘확’ 하고 레이의 눈앞에 슈팅 게임 같은 화면이 떴다.

레이는 혀가 따끔거리는 느낌에 이어 약간의 철분 맛을 느꼈다.

경두개가 자극을 받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작할게요. 현재 시간 7시 32분입니다.”

“그래, 뭐가 됐든 해 보자.”

시작!

진의 구령에 맞춰 레이 눈앞에 테러리스트 하나가 칼을 들고 다가오는 게 보였다.

탕.

레이는 긴장감 없이 차분하게 테러리스트를 향해 총을 쐈다.

머리에 정통으로 맞은 테러리스트의 피가 사방으로 튀며 쓰러졌다.

보통 때라면 잔인한 장면에 놀랐을 법한데 차분했다.

오히려 연이어 총을 겨누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동차 뒤에 하나.

골목 안에 하나.

이 층과 옥상에 하나씩

레이는 하나씩 목표물을 조준하고 빠르게 쏘기 시작했다.

총을 겨누고 있는 손이 차갑게 느껴졌다.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테러리스트들을 정확히 조준하여 사격했다.

흥! 어리석은 놈들.

이때.

픽, 화면이 꺼졌다.

어? 이거 왜 이래?

레이가 헬멧을 벗자 진이 싱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좀 더 하면 안 돼? 재밌는데. 몇 분하려고 헬멧을 쓰기는 좀 그렇잖아.”

“히히히, 아빠. 지금 1시간 동안 하신 거예요.”

“뭐? 정말?”

레이는 고개를 돌려 시계를 봤다.

8시 30분.

분명 진이 7시 32분에 시작한다고 했는데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거 굉장하다. 엄청 집중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 고작 몇 분 지난 것 같은데 벌써 한 시간이 지나 있다니…….”

레이는 헬멧을 쓰고 느꼈던 감정을 상기했다.

그랬다. 머릿속이 조용해지고 의심이 사라지며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복잡한 뇌가 고요해지는 경험.

이게 진이 말한 해탈의 경지인가?

쥐가 느꼈을 행복감.

모두가 쥐가 느끼는 보상이 짜릿한 쾌감일 거라 생각하지만 아니다.

쾌감보다 더 천상의 경험은 바로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이다.

인간이 단 1초라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지난 과거, 특히 흑역사는 눈만 감으면 귀신같이 튀어나와서 사정없이 몸서리를 치게 한다.

또한, 해야 할 일들, 했던 일들, 챙겨 줘야 할 사람들, 나에게 몹쓸 짓을 한 쓰레기들까지 수도 없이 머리는 복잡하게 인간을 괴롭힌다.

그러니 오직 목표만 생각한 경험이란 바로 해탈에 가까웠다.

“진, 이거 어디서 살 수 있는 거야?”

“이런 걸 시중에서 팔면 모두 다 똑똑해지게요?”

“하하, 그렇겠지.”

“제가 하나 만들어 드릴게요. 나중에 업무 보실 때 사용하면 엄청 편하실 거예요.”

“그래, 꼭 하나 만들어 줘.”

레이는 신기한 듯 헬멧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거참, 신기하네.

그 이후 한 시간 동안 레이는 진과 사업 이야기를 하고 셀레나의 부름을 받아 밖으로 나갔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진의 눈매가 차가워졌다.

웃고 있던 입가에 조소가 섞인 미소가 지어졌다.

진은 천천히 헬멧을 쓰고 로봇 쥐 우리의 입구를 개방했다.

“투마로우 시티의 쥐 새끼는 쥐 새끼로 잡아야지.”

진이 리모컨을 양손을 잡고 스위치를 올리자 로봇 쥐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을 하더니 밖으로 쏜살같이 나갔다.

***

상하이.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거의 다 왔다고 했습니다.”

시앙핑은 재준이 상하이에 방문한다는 소리에 안절부절못했다.

베이징의 중난하이는 이미 버린 지 오래되었다.

허베이성과 산둥성도 이미 폐쇄되었다.

원래 프라이온은 오염된 고기를 먹었을 때, 아니면 오염된 짐승의 타액이나 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것이지만, 이 변형 프라이온은 물을 타고 전염이 되었다.

일반 병원체는 포르말린이나 120도 이상 끓는 물 속에서 죽는데 프라이온은 생명체가 아니기에 죽지 않는다.

여전히 감염성을 가지고 그대로 존재했다.

시앙핑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분주히 움직이던 때.

똑똑.

노크 소리가 났다.

번쩍 시앙핑이 고개를 돌리자 딩쉐이가 문으로 달려가 벌컥 열었다.

임재준!

“깜짝이야. 문을 왜 이렇게 갑자기 열어요?”

“빨리 들어와요. 무슨 절차가 필요하다고.”

딩쉐이는 재준을 질질 끌어서 안으로 모셨다.

재준이 자리에 앉자마자 시앙핑이 말했다.

“자, 거두절미하고 팜봇을 빨리 주세요. 지금 베이징도 감염됐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 절반은 못 쓰는 땅이 됩니다.”

“알았으니까. 좀 진정하세요.”

재준은 핸드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보스.

“워서스틴,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된 컨테이너가 총 몇 개지?”

-현재 200대 있습니다.

“그럼 당장 10대만 선박에 싣고……”

선박?

아니, 아니.

배라니?

시앙핑과 딩쉐이가 양손을 가로 저었다.

“항공으로 옮겨야지요.”

“항공료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

“상관없습니다. 당장 비행기로 옮깁시다. 혹시 비행기가 없다면 우리가 군용기를 보내겠습니다.”

“알았어요. 기다려 보세요.”

재준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들었지. 비행기에 실어서 보내.”

-네, 보스.

후.

시앙핑과 딩쉐이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재준은 그런 둘을 보고 들리지 않게 혀를 찼다.

자,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 봐야지.

솔직히 사태가 왜 이렇게 엉망이 됐는지는 모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면 어느 정도 이용하려고 계획은 세웠다.

시앙핑은 제로 코로나에 환장한 인간이니 최우선으로 투마로우 백신을 공급해서 사업체 몇 개는 더 가져오려고 했다.

굳이 코로나바이러스에 투마로우 시티가 나서서 백신을 만들 필요도 없고, 백신이야 미국 제약 회사에서 훌륭하게 잘 만들 거니까.

반협박으로 제조 기술을 가져와 인도에서 왕창 만들어 내면 협상에 아주 유리한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백신으로 사업체 몇 개 가져오려면 밀고 당기기 정도는 각오했는데.

아니, 프라이온이라니.

그것도 변형?

밀고 당기는 게 아니라 중국은 그냥 밟으면 밟힐 정도로 쇠약해져 버렸다.

“근데 팜봇으로 뭐 할지 생각은 해 뒀어요?”

“그럼요. 그게, 그러니까……. 근데 뭐 하는 거죠?”

에휴, 이 인간도 맘이 급하니 머리가 돌아가지 않네.

하긴 전국이 좀비 소굴이 되어가고 있는데 제정신이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허베이성과 산둥성 경계 지역에 팜봇을 세우고 주변 정화를 시작할 거예요.”

“주변 정화?”

시앙핑은 정신이 하나도 없는 듯 자신이 말해놓고 놀랐다.

이러니 말하기 얼마나 편하겠는가.

“그리고 발병지 단둥시를 중심으로 전수 조사를 하면서 프라이온을 제거할게요.”

“제거요?”

“네. 제. 거. 박멸한다고요.”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지. 치료제가 있는데.

며칠이면 해결될걸.

하지만 영원히 제거 중일 거다.

어떻게 알겠어.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는데.

“가능은 한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동쪽 땅, 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 허베이성, 산둥성까지는 당분간 포기하세요.”

“포기합니다.”

뭐야? 냅다 포기해 버리네.

“아, 뭐, 베이징 수도로 쓰시려면 쓰시고요.”

“아니요. 안 씁니다. 이 기회에 물이 없는 시안시로 수도를 옮길까 생각 중입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물 많은 동쪽은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이죠.”

“맞습니다.”

“그리고 단둥시 PIM 공장 가동하면 다렌시에 팜봇 공장 지을게요. 아무래도 베네수엘라에서 가져오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운임도 많이 드니까요.”

“지으세요. 지어도 됩니다.”

시앙핑의 표정은 단호했다.

“제발, 그 위에 인간들 아래로 못 내려오게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안 돼요. 그래도 자국민인데. 팜봇이 스캔하면 프라이온 감염 여부가 판명돼요. 그 사람들 아래서 정착하게 도와주세요. 멀쩡한 사람인데 그대로 죽일 수는 없잖아요.”

이러면 중국의 북동쪽은 사람이 없는 공동구역이 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언론 통제해 주시고요.”

“그건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뭐 한다고 하고선 U튜브에 다 나오던데. 아예 인터넷을 끊으세요. 당분간.”

꼴깍.

딩쉐이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건 좀 무리가 있습니다. 진짜 폭동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당장 해외 기자들이 들쑤실 거고.”

“그런가? 아무튼 괜히 위로 올라와서 죽는 일 없게 신경 좀 써 주세요.”

“알겠습니다.”

예상보다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긴 하는데 어째 마음 한구석이 꺼림칙하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