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14화 (314/477)

제314화 이게 왜 중국에서 나와?(4)

카메룬.

[투마로우 블라디보스토크에 팜봇 우선 배치. 전 세계 팜봇을 도입하려고 아우성인 가운데 투마로우에 우호적인 지역에 우선 배치한다고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탁.

루바스는 37년간 카메룬의 독재자로 군림해 오던 폴 비야 대통령 앞에 신문 한 부를 놓았다.

“결정을 하셔야 할 것 같은데.”

루바스의 말에 폴 비야 대통령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정말, 유럽에 있는 재산을 모두 내놓아야 합니까?”

“목숨보다 귀한 건 없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들어가려고 더 많은 재산을 내놓은 대통령도 많습니다. 그나마 제가 나서니까 이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폴 비야, 부정선거를 통해 37년이나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이를 밝히려는 이들에게 불법 처형을 저지르고 자의적인 체포, 불법 구금,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인권침해를 자행했다.

투마로우 벨트가 아프리카 중앙으로 번질 때도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1인당 GDP가 3,700달러에 달할 정도로 아프리카에서는 나름 살 만한 국가였기에 유럽에 빼돌린 자산도 꽤 되었다.

그런데 프라이온 감염이 시작되자 카메룬의 국민들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주를 시작했다.

이 상태라면 경제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임금을 올려준다고 해도 국민은 콧방귀도 안 뀌었다.

목숨보다 그깟 임금 몇 푼이 더 중요할 리 없었다.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투마로우 벨트와 카메룬 국경선에는 메렛이 배치가 될 것입니다. 프라리온 감염이 시작되면 넘어오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거고요.”

“그래도 유럽 자산은…….”

“그렇게 하세요.”

루바스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돈이 목숨보다 중요하다는데. 전 바빠서 콩고 공화국으로 가보겠습니다.”

잠깐, 잠깐만.

폴 비야가 다급하게 루바스의 소매를 잡았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후.

“자, 여기 사인하세요.”

루바스는 미리 준비해 온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슥슥슥.

폴 비야의 사인이 끝나자 루바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루바스.

“다 끝났습니다. 프랑스 내에 있는 자산, 투마로우 사라크 방크로 흡수하세요.”

-알겠습니다.

툭.

다시 영국으로 통화를 해서 투마로우 클레이스에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통화를 마친 루바스가 풀 비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아, 정부 주요 인사 중에 돈을 지불하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갈 사람 있으면 잘 설득해 보세요. 투마로우 비행기는 삼 일 후에 떠납니다.”

음.

“알겠소.”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어차피 프라이온이 진정되면 다시 카메룬에 오실 거 아닙니까. 그때 다시 집권하면 되잖아요.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니까요.”

후.

폴 비야는 오만 인상을 찡그리며 한숨을 쉬었다.

삼 일 후에 카메룬에서 비행기 한 대가 100여 명의 정부 인사를 싣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고 투마로우 사라크와 투마로우 클레이스 자산에 900억 달러가 추가되었다.

루바스는 다음 나라인 콩고 공화국으로 향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22년간 대통령을 해 먹고 있는 응개소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

투마로우 시티 병원.

“이게 도대체 뭐지?”

닥터 폴리가 논문 하나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뭐가?”

어느새 들어왔는지 닥터 샤말란이 말했다.

“이번에 프라이온 치료제 논문이요.”

“넌 정형외과가 왜 뇌가 궁금한데?”

“신기해서요.”

“별게 다 궁금해.”

“설명 좀 해 줘요.”

샤말란은 피식 웃으며 논문 몇 장을 넘기고 손가락을 짚었다.

“여기 봐. 뉴런 끝에는 끝이 구부러진 모양이 있어. 이곳은 신경 세포체와 축삭으로 이뤄져 있고. 신경 세포체에서 발생한 전기적인 신호는 축삭을 통해 다른 뉴런으로 전달되는 거야.”

음.

폴리는 의대 시절에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 세포체와 촉산이 하는 일이야 나도 알지.

샤말란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는 지금까지 변형된 프라이온이 뉴런 전반에 걸쳐 분포해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이 논문엔 변형 프라이온이 신경 세포체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축삭 부위에서 뭉쳐진 형태로 존재한다고 나와 있어.”

“이걸 어떻게 발견했대. 그런데요?”

“변형 프라이온이 소낭에서 불리는 작은 주머니를 통해 신경 세포체에서 축삭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는데. 문제는 이동 과정에서 소낭끼리 서로 결합하며 덩치를 키우니까 축삭은 커져 버린 소낭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한다는 거야.”

“그래서 뉴런끼리 신호를 주고받지 못하는군요.”

“그렇지. 신경 세포체나 축삭은 모두 필요 없는 소낭을 분해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축삭은 신경 세포체에 비해 이 기능이 떨어질 뿐 아니라 크기가 큰 소낭은 분해하지 못해. 결국 축적된 변형 프리온은 축삭의 신호 전달 기능을 방해하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뉴런은 사멸하는 거지.”

“그런데 어떻게 치료를 했대요?”

“여기, 이 부분. 큰 소낭이 만들어지는 데 관여하는 4가지 단백질, 키네신, Arl8, Vps41, SKIP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했더니 어떻게 됐는지 봐. 축삭으로 이동하는 변형 프리온 소낭의 수가 확연히 줄고, 소낭끼리 결합하는 현상도 거의 발견되지 않았어. 뉴런 역시 사멸되지 않고 정상 뉴런처럼 작동한 거야.”

“음, 알면 간단한데. 이걸 발견한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단백질을 알고 있는 거예요? 키네신, Arl8, Vps41, SKIP 이런건 처음 들어 보는데. 누구예요?”

“몰라, 저자가 밝혀지지 않았어. 단지 진코퍼레이션 이름으로 논문이 게재된 거야.”

진코퍼레이션?

“설마 그 꼬맹이가 또 알아낸 거예요?”

“모르지. 진코퍼레이션에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전 세계에서 자료를 보내는지 아무도 모르니까. 한 달에도 수십 건씩 각 분야의 논문을 쏟아내고 있는 걸 보면 최소한 천 명 이상이지 않을까 싶어.”

“허, 신기하네.”

폴리는 논문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아, 임재준이 온다면서요?”

닥터 폴리는 한창 자료 준비 중인 닥터 샤말란에게 물었다.

“응, 당연히 치료제를 만들었는데 가만히 있을 인간이 아니지. 전용기 타고 온다니 금방 도착하겠네.”

“근데, 이 치료제 빨리 세상에 알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걸?”

스크린에 떠 있는 프라이온 감염에서 말끔히 치료된 뇌 영상을 가리켰다.

“그럼 뭐겠어요?”

“폴리, 순진한 거야? 아니면 무지한 거야?”

“왜 또요?”

“너, 투마로우 시티에 너무 빨리 익숙해진 것 같은데. 이거,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거야. 그런데 동물실험도 거치지 않은 치료법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후.

“또 그놈의 안전성이 문제예요? 그 꼴 보기 싫어서 투마로우 시티로 왔는데. 참나, 치료제를 만들어도 지랄이네요.”

“치료제가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야.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하긴 부작용이 거의 사람 죽는 거와 비슷하죠.”

“그리고 잘못하다가는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어.”

“그건 또 왜요?”

“지금 최소한 1억 명이 프라이온에 감염돼 있어. 근데 우리가 무슨 수로 1억 명을 치료해. 그게 가능은 해? 그러니 선택을 해야 하는데, 선택할 수는 있어? 누군 살리고 누군 죽이는 일인데? 만약 선택이 잘못된다면 북한에 핵을 쏘는 나라도 있을걸?”

“뭐가 이렇게 복잡해요?”

“그러니까 임재준이 직접 오는 거겠지.”

“빨리 치료제를 세상에 알렸으면 좋겠는데.”

“기다려. 어쩔 수 없는 경우야.”

“뭐,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네요. 선배도 고생이네요.”

폴리는 샤말란의 어깨를 툭툭 치며 생각했다.

미국에 치료법을 전달하면 더 빠르게 처리되지 않을까?

이때.

우르르.

다수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벌컥, 문이 열리고 재준이 들어왔다.

샤말란이 다가오자 재준은 손을 가로저었다.

“인사는 나중에 합시다. 치료 성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샤말란이 말했다.

“네, 여기 보시는 것과 같이 완전히 치료가 되었습니다. 이미 사멸한 뉴런을 되살리지는 못하지만, 진행은 차단했습니다. 감염된 지 일주일 전에 감염 사실을 알 수 있다면 정상적인 상태로 살릴 수 있습니다.”

“어쨌든 치료가 가능하단 말이죠.”

“네.”

재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했다.

“치료제 대량 생산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인간의 몸은 그리 간단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얼마가 걸리냐고요.”

“설비만 갖춰지면 바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럼 프라이온에 걸린 사람만 걸러 내면 되겠네요.”

“네.”

“좋아요.”

하지만, 샤말란은 미간을 찡그리며 재준을 바라보았다.

“다만, 정말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위장 장애인 복통, 설사, 메스꺼움, 구토는 기본이고 단백질의 역할이 제한되어 우울증 및 피로, 신장결석, 요로결석, 신부전, 고지혈증, 고혈당증, 체형 변화, 피부 및 눈 흰자위가 노란색으로 변하고, 신장 이상, 농뇨, 크레아틴 제거율 감소, 건강한 HIV 음성 남성의 내피세포 기능 저하, 동맥경화증을 가속화 등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고, 부작용 전혀 없게 만들 수 있어요?”

“그,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럼, 그냥 만들어요. 죽는 거보다는 나아. 5% 미만 치사율이면 부작용? 그딴 거 생각해 보겠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치사율 100%짜리 괴물이라고요. 알겠습니까?”

“아, 알겠습니다.”

“치료제 공장 세팅하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한 달 정도 걸릴 겁니다.”

“좋아요. 서두르세요.”

재준은 윌켄을 보고 말했다.

“팜봇 한 달 안에 판매 완료합시다.”

“네, 메렛 생산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그리고 팜봇 수입한다는 나라에 공장을 세우세요.”

“정부가 허락을 할까요?”

“싫다면 없던 일로 해야죠. 베네수엘라에서 만들어서 각 나라로 실어 나르는 것도 일인데.”

“알겠습니다.”

폴리는 메렛이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팜봇과 메렛이 같이 전 세계에 팔린다고?

공장도 세우고?

미친, 이거 완전 대박인데.

전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거 아냐?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프라이온 감염 치료제 논문을 바라보았다.

이건 미국으로 전송해야 해.

미국이 먼저 치료제를 뿌리면 임재준을 막을 수 있어.

폴리는 뒷걸음질을 치며 연구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리고 ‘쿵’ 누군가와 부딪혔다.

“어, 미안합니다.”

사과를 하고 뒤로 돌아서는데 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어, 진이구나. 미안. 어디 다친 데는 없니?”

진의 시선이 폴리의 얼굴에서 손으로 떨어졌다.

“그건 진코퍼레이션 논문인데. 프라이온 논문이 왜 정형외과 의사 손에 들려 있는 거죠?”

어?

“아, 이거.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지?”

“이리 주세요.”

“어, 여기.”

진이 폴리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