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12화 (312/477)

제312화 이게 왜 중국에서 나와?(2)

“그러니까 다른 산업도 다 당신들이 챙겨 먹는다는 말이네. 그러니까 지니계수가 0.61이나 나오잖아요.”

“그건 오해입니다. 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민 전체가 빈곤에 허덕인 겁니다. 위에 있는 몇몇이 착취해 간 게 아닙니다.”

“내전…….”

뭐, 그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이 나라는 정상적인 투표로 정권이 넘어간 경우가 없었다.

전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쿠데타에 의해 정권이 무너졌으니까.

“사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은 누가 지배하는 것에 신물이 났습니다. 차라리 투마로우 벨트에 편입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 광산도 저렴하게 팔려는 겁니다.”

“…….”

이건 또 무슨 전개야?

자진해서 나라를 버리겠다고?

하긴 다른 나라에 비해 시도 때도 없이 쿠데타가 일어나니 군대에 힘을 쓰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그저 병풍일 뿐이겠지.

“돌려 말하지 맙시다. 군대를 처리해 달라는 말이잖아요.”

“그게……. 맞습니다. 군대가 사라져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평화를 찾을 겁니다. 하지만 군대가 사라지면 주변국이 침범할 겁니다. 그러니 군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러자니 지금처럼 불행하고. 저희도 평범한 부족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정치에 욕심이 없다?”

“네,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이런 일도 다 있네.

이렇게 나라를 포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아프리카의 중앙은 투마로우 벨트가 되었다.

이제 위아래 국가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사람들이 몰려오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팜봇이다.

흔한 항생제가 없어서 죽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거기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환경이고.

지금은 부자가 된다거나 권력을 가지려는 사람은 없다.

그런 인간은 투마로우 벨트에 오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국가가 망할 때까지 버티는 게 나으니까.

왜 아프리카는 유럽의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더 망가진 것일까?

특별히 권력에 욕심이 있던 것일까, 아니면 욕심을 배운 것일까?

누누이 말하지만, 인간은 책임부터 배워야 한다니까.

***

단둥시.

SSSC 반도체 PIM 공장 진행은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반도체가 시급한 시앙핑은 토지 무상 대여와 세금 감면이라는 특혜를 주었고 SSSC는 단둥시 노동자를 대거 채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단둥시 주민들은 행복회로를 돌리기 바빴다.

시안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서 주변이 얼마나 발전했는가.

단둥시의 거리는 중국 내에서도 몇 안 되는 치안이 좋은 시였고 중국답지 않게 밤거리도 휘황찬란했다.

거기에 더해 SSSC 반도체 PIM 공장은 랴오닝성의 삶의 질이 더 좋아질 거란 기대감에 사람들은 들떴다.

재준은 SS전자 부회장과 함께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들 뒤로는 펠그리니와 진이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SS전자 부회장은 한 가지 의문을 재준에게 물었다.

“저기, 임재준 대표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네, 말씀해 보세요.”

“왜 하필 단둥시입니까? 저희 메모리 공장이 시안에 있는데 근처에 공장을 준공하면 물류비를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요.”

재준은 대답 대신 핸드폰에서 달력을 눌렀다.

폐렴 바이러스.

이놈이 나타날 때가 거의 다가왔다.

“좀 더 환경에 신경을 쓰는 게 좋을 겁니다.”

“환경이라니요?”

“중국이 워낙 위생에 둔감한 나라 아닙니까.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겠어요. 전염병이라도 나면 중국 내륙은 답이 없습니다.”

“전염병이요?”

“왜 그런 건 생각 안 해봤어요?”

“아, 네. 전혀요. 전염병이라니요. 하하.”

SS전자 부회장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믿을 수 있는 이야기는 분명했다.

하지만 말을 꺼낸 상대는 임재준.

미래를 본다고 했다.

말도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재준이 SS전자 부회장의 표정을 읽으며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농담으로 듣지 마세요.”

“아, 네. 그럼요.”

“단둥시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투마로우 시티가 나설 거니까 크게 걱정은 하지 말고요.”

“아, 네.”

뒤에서 듣고 있던 진이 피식 웃었다.

진을 바라보던 펠그리니가 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뭘 그렇게 생각해?”

“아니요. 그냥, 뭐 중국은 이제 한국에서 신발이나 수입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2000년에는 한국은 중국에 가구나 신발을 수출했다.

하지만 2020년이 되면 반도체와 관련된 장비를 수출하게 된다.

중국의 발전 속도가 예상의 범위를 넘어섰다.

“지금은 반도체 정밀 기기나 정밀 화학 기계를 수입한다면서?”

“이제 곧 최첨단 제품의 완성품을 요구하는 시대가 될 거예요.”

“그게 가능해?”

풋.

“한국은 중국의 완성품 시장의 20%를 장악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0%대로 급격하게 떨어졌잖아요. 이제 아무도 한국제를 사지 않아요. 이미 떨어진 완제품 시장을 투자로 끌어 올리는 건 무모한 일 아닐까요? 그건 바보 같은 짓이에요.”

이제 SS전자의 핸드폰이나 한국산 화장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국산 성능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산 성능이 좋아졌다.

그러니 더 뛰어난 성능과 품질을 위해 투자를 한다고 해도 투자 대비 이익을 실현하는 건 어렵게 되었다.

잠깐만.

진을 말을 들은 SS전자 부회장은 뒤에서 들리는 진의 말을 듣고 돌아서며 말했다.

“무슨 소리니?”

진이 SS전자 부회장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반도체 외 중국 공장 철수하세요.”

SS전자 부회장도 진을 알고 있었다.

천재라고 하기에는 그 격이 다른 아이였고 PIM에 들어간 특허도 몇 개 가지고 있는 아이.

임재준의 아들.

진의 말이 SS전자 부회장의 역린을 건드렸다.

“중국에 투자한 돈이 적지 않아.”

“그런다고 시장 점유율이 나아지지는 않아요. 그건 부회장님도 아실 건데. 애써 외면하려 하지 마세요. SS전자라면 버릴 건 망설임 없이 버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중국의 발전이 그렇게 빠르지 않아. 우리 시장팀의 분석도 그렇고.”

풋.

“설마 아랫사람의 보고를 믿는 건 아니죠?”

“뭐?”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예전에는 원료를 수입해서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에 팔았어요. 근데 요즘은 원료도 수입하고 중간재도 수입하지 않나요? 그렇다고 완제품이 중국에 팔리는 것도 아니고. 그럼 답은 뻔하네요. 앞으로 중국으로 팔 원료도 중간재도 완제품도 없겠네요. 이게 발전이 빠르지 않다고 보면 큰일 나는 거 아닌가요? PIM은 중간재예요. 이걸 중국에서 언제까지 사 줄 거라 생각하시나요?”

“그건…….”

“앞으로 길어야 5년도 안 될 거예요. 그렇다고 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도 없어요. 아마 3나도 공정도 버겁지 않은가요?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할 거 같은데요.”

“…….”

SS전자 부회장은 재준을 쳐다봤다.

재준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SS전자 부회장은 진을 쳐다봤다.

“너 올해 몇 살이냐?”

“알면서 물어보지 마세요.”

“그래, 미안, 그럼 우리가 중국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거네.”

“빠를수록 좋을 거예요.”

“어떻게 확신하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숫자…….”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한 SS전자 부회장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우리 식사나 하러 갑시다.”

재준의 말에 모두 긍정의 신호를 보냈다.

모두 앞서가는 와중에 진은 길고양이 하나와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길고양이가 진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목마르니?”

야~옹.

“자, 이거 먹어.”

진은 주머니에서 액체가 든 작은 병을 꺼내 손바닥에 따라서 고양이에게 주었다.

할딱할딱.

고양이가 진이 주는 액체를 받아 마셨다.

“아, 착하네.”

***

단둥시에 PIM 공장이 완공을 눈앞에 둔 때였다.

[속보입니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증상 환자가 급증한다고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딩쉐이, 저거 뭐야? 당장 발병 원인을 조사해.”

“네.”

코로나바이러스.

모양이 꼭 왕관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코로나다.

갑자기 등장한 바이러스는 아니고 예전부터 고양이, 돼지, 소, 박쥐 등에서 발견되어 알파, 베타라 불렸다.

조류에서 발견되어 감마로 불렸고.

이번에 인간에게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는 델타라 불렸다.

전염성은 강하지만 치사율은 높지 않았다.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었는데.

진짜 위험한 프라이온이 등장했다.

[중국 단둥시에서 소아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는 프라이온에 의한 감염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프라이온 감염은 10년 이상의 오랜 잠복기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나 이번 프라이온은 잠복기가 일주일도 안 되는 것으로…….]

“이건 또 뭐야?”

“알아보는 중입니다.”

“빨리빨리 움직여.”

[속보입니다. 단둥시 프라이온 감염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기존 프라이온의 감염 경로는 비말로 인한 전파였으나, 이번 프라이온은 기존과는 상이한 감염 경로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는······.]

“야, 죽고 싶어? 이게 뭐냔 말이야? 저, 저거 좀비 아냐?”

“아닙니다. 단지…….”

프라이온 감염자는 뇌 속 뉴런이 공격받으면서 신체의 기능이 거의 마비된다.

기억이 감퇴하는 건 물론이고, 자율 신경계가 무너지면서 침을 질질 흘리며 비틀비틀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사람을 물거나 공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길거리를 어슬렁거렸다.

“딩쉐이, 랴오닝성에서 한 사람도 나오지 못하게 막아.”

“그래도.”

“그냥 닫으라고.”

“네.”

[속보입니다. 단둥시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랴오닝성을 폐쇄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번 프라이온은 잠복기가 일주일로 치사율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모두 안전 수칙을…….]

[전염병으로 중국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그 자체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하나도 힘든 상황에 프라이온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해외로 달아나는 사람으로 공항은 북새통입니다]

[일본에서 프라이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입니다. 현재 엄격한 통제를 하고 있지만 이미 수십 명과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전역은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WHO는 중국 주변국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프라이온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안전 수칙만 되풀이하는…….]

[유럽에 감염자가 늘고 있습니다. 현재 엄청난 속도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나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각국은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미국에서 일일 사망자 수가 백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도날드 대통령은 WHO의 무능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당장 치료제 개발에 모든 제약 회사가 나설 것을 당부했습니다]

***

AAG 빌딩 66층.

재준은 뉴스를 보며 미간을 찌부러트렸다.

이게 왜 중국에서 나와?

듣도 보도 못한 프라이온?

코로나는 프라이온에 비하면 병도 아니었다.

CNN에서 실시간으로 방영되고 있는 상황은 그야말로 좀비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정신 줄을 놓고 비틀비틀 거리를 배회하는 좀비 같은 인간들.

그러나 좀비와는 아주 다르다.

죽지 않는 좀비와 다르게 프라이온 감염자는 빠르게 죽는다.

그리고 사람을 물거나 공격하지도 않는다.

그저 점점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 죽어갈 뿐이었다.

재준은 TV 화면을 뚫어져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스, 뭐 생각나시는 게 있어요?”

윌켄이 물었다.

자신은 아무 생각이 없다는 듯한 말투로.

재준이 고개를 돌려 윌켄을 바라보았다.

“좀 이상해요.”

“뭐가요?”

“저게 가능한가 말이죠.”

“네?”

“프라이온은 바이러스가 될 수 없는 단백질 덩어리라고 하던데. 저게 저렇게 빠르게 전염될 수가 있나?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지 않아요?”

“중국이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모르겠어요. 중국일 수도 있고, 다른 나라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일부러 만들기에는 프라이온은 너무 치명적인 질병이에요.”

인류를 저주하는 놈이 아니고서야 이런 걸 만든 이유가 뭘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