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11화 (311/477)

제311화 이게 왜 중국에서 나와?(1)

투마로우 시티 내 뱅가모바이오사이언스.

“소장님, 소장님. 큰일 났습니다.”

연구원 하나가 지구에 게이트라도 열린 듯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연구소장 기욤은 연구원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서 큰일 날 게 뭔데?”

헉, 헉, 헉.

연구원은 너무 격렬하게 뛰어 왔는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 저희, 헉, 자료가 사, 사라졌습니다.”

“자료가 사라져?”

“네, 자, 자료가 사라졌습니다.”

“무슨 소리야?”

기욤 소장은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연구 자료는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서버에 전부 보관되고 있었다.

깜빡깜빡 불빛을 내며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는 서버.

연구원은 기욤 소장을 향해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연구 자료 말고요. 우리 아이들 자료요.”

“아이들 자료?”

“아이들 자료가 전부 삭제되었어요.”

“뭐?”

뱅가모는 지금까지 유전자 수선이 성공한 아이들의 자료를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

어쩌면 현재 연구 자료보다 더 중요한 자료.

뭐야?

기욤 소장은 자료실로 달리기 시작했다.

연구원도 뒤를 따랐다.

벌컥.

자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안 전문가들이 해킹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투마로우 시티 전산망을 뚫고 들어 온 거야?”

“아닙니다. 해킹 흔적은 없습니다.”

보안 전문가의 음성은 단호했다.

기욤 소장의 미간이 찌그러졌다.

해킹이 아니라고?

“그럼, 어떻게 자료가 사라지지?”

“누가 전산실에 침입한 것 같습니다.”

“여길?”

“네.”

아, 이걸 몰랐네.

투마로우 시티는 모든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해킹 외에는 시티 안에서 굳이 보안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니,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누가 여길 들어와서 자료를 삭제했다?

그렇다면 시티 안에 있는 사람이란 뜻인데.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CCTV 확인했습니까?”

“네, 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기욤 소장은 연구원을 봤다.

“왜 저를 보십니까?”

“아니야.”

누구를 의심하기보다는 ‘블랙’의 도움을 받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기욤 소장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언제든 ‘블랙’과 직접 통화할 수 있는 번호로.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블랙, 우리 자료가 삭제되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진이 자료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진? 왜?”

【친구 보호입니다.】

“이건 우리에게도 귀중한 자료인데.”

【인적 사항 변경 후 다시 원상 복귀될 겁니다. 자료는 자료로서만 보관되어야 합니다.】

“아, 이런. 그런 문제가 있었구나. 일단 알겠어.”

툭.

기욤 소장은 통화를 마치고 보안 전문가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진이 자료 수정을 하고 있다는군요. 다들 모른 척해주세요. 밖으로 말이 나돌아 봐야 좋을 거 없으니까요.”

“네.”

다들 손을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소장님, 이거 좀 따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 진이 하는 말이 맞아. 우리가 너무 경솔했어.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 자료가 유출되면 아이들의 신상에 좋을 건 없어.”

“설마 누가 납치라도 하겠어요?”

“그건 모르는 소리야. 앨런 튜링이 왜 죽었는지 잊지 마.”

“아, 네.”

앨런 튜링. 세계 2차 대전을 성공으로 이끈 수학자이자 암호해독학, 컴퓨터 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인공지능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독일 암호를 푸는 데 사용되고 버려진 후 나중엔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를 죽음을 맞이했다.

세계대전의 종전을 2년이나 앞당기고, 1400만 명의 목숨을 구해내고, 컴퓨터의 개념을 창시한 젊은 천재의 배후에는 영국 정보부가 있었다.

그들은 타살이라면 살인자고 자살이라면 방관자다.

연구원이 나가고 기욤 소장 혼자 남았다.

진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왜 나한테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까?

왜 이런 위험한 행동을 했을까?

하지만 자조적인 웃음이 새어 나왔다.

풋.

아이큐가 500이 넘는 천재의 계산을 이해하는 것이 웃겼다.

나중에 물어보면 되지.

내가 굳이 추론을 할 필요가 있을까.

기욤 소장은 머리를 흔들고 연구실로 향했다.

***

진코퍼레이션.

“블랙, 아이들 중 곤란에 처해 있는 아이는?”

【곤란의 기준을 말씀해 주세요.】

“부모의 무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 못 하는 아이.”

【모두입니다.】

“알았어. 나중에 한 명 한 명 도움을 지시할게. 우선은 가변평면레이저현미경, 고감도 세포주기 검출 시스템, 자동 세포 분리기, 단백질 대량정제 시스템, 초고속 원심분리, 고속 실시간 유전자 증폭 정량장치, 고속 카이네틱 칼슘측정장치 구해 줘.”

【처리하겠습니다.】

진은 스크린에 펼쳐진 네이처지 논문을 보았다.

프라리온. RNA와 DNA 없이 단백질로만 구성된 병원체.

단백질로만 이루어져 유전물질이 없어도 전염이 가능하다.

프리온은 뇌 속으로 들어가 뉴런을 죽인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윤리 등의 문제로 인체 실험을 할 수 없어 오직 분자생물학적으로 접근했다.

현재 프리온을 연구하는 최첨단 연구소조차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간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병은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치매 환자 중 10만 명에 1명 정도 걸리는 병이다.

동물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병은 광우병.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만성 소모성 질병(Chronic wasting disease), 약칭 CWD, 일명 ‘좀비 사슴 병’.

쩝.

저건 DNA와 RNA가 나오기 전, DNA와 RNA의 기능을 대신한 RNA의 바로 이전 단계가 확실한 것 같은데.

바이러스가 아니면서 전염성을 가진 놈.

이놈이라면 내 뇌 속의 뉴런을 일정량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인체 실험을 할 수 없어.

인체 실험…….

***

남수단.

“이대로라면 아프리카에서 몇 나라 빼고는 국경선이 무의미해지겠어요.”

윌켄이 탁자에 놓은 지도를 보며 말했다.

“차라리 잘된 일이죠. 어설프게 국가를 이루는 것보다 다시 시작하는 게 나아요. 기존 정부들은 어때요? 혹시 도망간 놈들은 없나요?”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우리가 먼저 쳐들어가지 않으니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루바스가 움직일 때가 됐는데.”

“과연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을까요?”

“처음엔 고민하겠죠. 하지만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방법이 없을 겁니다.”

이때.

똑똑.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블랙워터 레이몬드가 문을 열고 들어서며 말했다.

테론과 카빌이 아직 베네수엘라에 있기에 레이몬드가 재준을 수행하고 있었다.

“누굽니까?”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장관 셋이 찾아왔습니다.”

“볼 일 없으니 꺼지라고 하세요.”

푸훗.

레이몬드가 웃었다.

어쩌면 이렇게 자신이 예상과 딱 맞아떨어질까.

“네.”

레이몬드가 문을 닫고 나갔다.

문 너머로 레이몬드와 장관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볼일 없으니 돌아가라십니다.

-제발, 만나게만 해 주세요. 다이아몬드 광산을 싸게 팔겠다는데 왜 그럽니까?

-그러니까 필요 없다니까 그러네. 다이아몬드 열심히 캐서 당신 배를 불리라니까.

-이러지 말고 얘기를 좀 들어 보세요.

남수단 서쪽으로 국경을 맞댄 나라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다.

다이아몬드 생산이 엄청난 곳이며 목재와 원유도 나오고 경작할 땅도 충분한 곳이다.

그런데 세계 최빈국이다.

지니계수가 무려 0.61이다.

지니계수는 빈부의 격차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0이면 격차가 없는 것이고 1이면 극악의 경우이다.

하지만 지니계수가 0.2 이하인 나라와 0.7 이상인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0.2~0.35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경우이고 0.35~0.4면 보통, 0.4~0.6 심각한 경우로서 콜롬비아와 브라질 정도에 해당하고, 0.6 이상이면 심각한 수준이다.

0.61이면 국가가 전복돼도 이해 가능한 수준이다.

쯧쯧쯧.

재준은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혀를 찼다.

“보스, 그냥 인수하죠.”

“조금 더 있다가요. 혹시 알아요? 사람이 없으면 자신들이 직접 파 보면서 깨닫게 되겠죠. 아, 그냥 버리려나.”

“그냥 주우려고요?”

“양도받아야죠. 그래야 그동안 개입했던 선진국들에게 할 말이 있으니까.”

중앙아프리카공화국뿐만 아니라 콩고 민주 공화국, 차드 등 주변국들 노동자들이 남수단으로 이주했다.

이들이 국가에서 받는 임금은 그 고된 노동의 대가로 하루 1달러에서 5달러 정도였다.

그동안은 무력을 동원하여 강압적으로 일한 면도 있고 먹고 살길이 이것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 사정도 매한가지이니 그냥 체념하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소문에 의하면 소말리아에서는 자원 개발 노동자들이 그동안 받았던 돈의 열 배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는다고 전해져 왔다.

곧이어 남수단도 개발에 들어간다고 했다.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

여전히 밖은 소란스러웠다.

“에이, 시끄러운 사람들. 들어오라고 하세요.”

윌켄이 움직여 문을 열고 외쳤다.

“레이몬드, 들여보내.”

“네?”

“보스가 시끄럽다고 그냥 들여보내래.”

“알겠습니다.”

쯧.

레이몬드가 혀를 차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장관들을 노려봤다.

“들어가세요.”

우르르.

장관 셋은 험, 험, 헛기침을 하며 발걸음을 빠르게 놀렸다.

재준은 그들을 못마땅하게 쳐다본 후 자리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장관 셋이 앉자마자 말을 꺼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재무부 장관…….”

“소개는 됐어요. 용건만 말하세요.”

“다이아몬드 광산을 저렴한 가격에 팔려고 합니다.”

재준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난 다이아몬드엔 별 관심이 없는데. 뭐 다른 건 없습니까?”

“네? 다이아몬드에 관심이 없다고요?”

“난 원래 광물을 돈 주고 사는 인간을 가장 한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왜 돈 주고 사는지 이해가 안 돼요. 생산성도 없는 돌 쪼가리를. 그건 됐고 생산성 있는 거 없습니까?”

“그럼 석유는 어떠십니까?”

“미국 셰일 기업은 거의 다 투마로우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굳이 여기서까지 석유를 파서 뭐하게요? 괜히 유가만 떨어져 손해만 날 텐데.”

“그러면 농장이 있습니다.”

“뭘 재배하는데요?”

“땅콩과 조입니다.”

“와, 이 사람들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네?”

“거기다 밀이나 옥수수를 심어야지 땅콩을 심어요? 그거 뭐 선진국에 수출하게?”

“네, 대부분 유럽이나 아시아에 수출합니다.”

“그리고 그 돈은 당신들이 가져가고 재배하느라 수고한 사람들은 대충 하루 두 끼 정도 먹을 돈만 주고? 얼마더라, 3달러였나?”

“그건 저희 나라 사정이 그렇습니다.”

“이야, 정말 그래요? 우리가 소말리아에서 광물을 캐고 있는데 하루 일당으로 50달러를 줘도 남더만. 도대체 땅콩을 얼마에 팔길래 마진이 그렇게 안 좋은 거예요? 그리고 그런 손해만 나는 농장을 나보고 사라고? 이거 완전히 사기꾼이네.”

“사기꾼…….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아니면 오늘부터 일당을 30달러를 줘 봐요. 그럼 내가 생각해 볼게.”

“그건 다른 산업과 균형이 맞지 않아서 힘듭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