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10화 (310/477)

제310화 내 패는 내가 만드는 거야(17)

한참을 통화한 후 전화를 끈 서형길이 도날드를 바라봤다.

도날드는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서형길의 표정이 몹시 두려웠다.

왜 저래? 진짜 임재준이 중국과 손을 잡은 건가?

“내 말이 맞지? 임재준과 중국이…….”

서형길이 손을 들었다.

잠시 기다리라는 듯.

“이봐, 도날드, 도련님이 그러는데. 아프리카를 다 접수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데? 아프리카를 다 접수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아프리카 접수?”

“그래.”

“뭐긴, 아프리카 전역에 은행을 세운다는 거지.”

“은행? 아, 은행. 그게 그 의미구나.”

“그래. 은행. 근데 뭐래? 중국과 손잡은 거 맞아? 아니야?”

자꾸 왜 이래.

도련님을 어떻게 보고.

“아니야. 아니라고. 분명히 아니라고 하셨어. 도련님이 왜 중국과 손잡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분명 도날드는 영원한 친구라고 했다고.”

“아니면 아니지 왜 화를 내고 그래? 뭐? 영원한 친구?”

영원한 친구. 영원한 친구?

괜찮네. 괜찮아.

이때,

삐.

내선이 울렸다.

-나바로 위원장 도착했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얼굴에 노기를 잔뜩 담은 나바로가 씩씩대며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중국이 보복 관세라도 매긴 겁니까?”

“그게 아니라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이 대통령님을 이 나라 저 나라 협박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렸다며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뭐? 일개 기업 회장이 나를 대놓고 비난을 해요?”

도날드는 쌍욕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으며 서형길을 쳐다봤다.

“왜?”

“어찌하면 좋겠어?”

“뭘 어째? 도련님이라면 화웨이를 이 땅에서 영원히 지웠을 거야. 떼놈들은 아주 버릇이 고약하다니까. 무조건 욕부터 하고 본다고. 버릇을 단단히 고쳐 줘야 해.”

“그렇겠지? 좋아. 나바로, 화웨이와 그 자회사를 제재 리스트에 추가하고 미국의 모든 기업과 거래를 끊어 버리세요.”

“알겠습니다.”

나바로의 얼굴에 근심이 싹 사라졌다.

이제 드디어 무역분쟁이 기술분쟁으로 불이 옮겨붙었다.

***

PCI 버스 표준을 제정하는 단체인 PCI-SIG에서 화웨이를 회원사에서 제외하고 문서와 접근 자격을 박탈했다.

SD카드 표준을 만드는 SD 협회에서 화웨이의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

5G 통신망을 구축할 때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업체들의 장비와 서비스를 배제하는 법안이 추진되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플래시 메모리를 공급하는 미국 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이 화웨이에 공급을 중단했다.

각종 메모리 반도체 표준을 포함한 반도체의 대부분 표준을 정의하는 JEDEC에서 화웨이가 자진 탈퇴했다.

무선랜 표준 규격 제품을 인증해 주는 Wi-Fi 협회에선 화웨이의 회원 자격이 제한되었다.

세계 표준을 정하는 각종 학회에서까지 화웨이를 배제하였다.

나바로는 또 한 번 거래 제한 계열사를 45곳 추가했다.

시앙핑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천 기술이 없는 중국은 13억 중국 국민을 선동해 미국 제품의 불매운동에 나섰다.

전 세계가 너도나도 이 싸움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NTT 도코모와 KDDI, 소프트뱅크 등 대형 통신사들이 화웨이의 스마트폰 발매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칩 설계 분야의 영국 기업 ARM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화웨이의 Kirin CPU가 ARM 설계 기반이라 타격은 불가피해 보였다.

화웨이가 홀로 현대적인 스마트폰(+컴퓨터) 기술을 전부 밑바닥부터 다시 개발해야 하는 그야말로 답이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 난리 통에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역사상 가장 큰일이 벌어졌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프리카가 어떻게 되든 세계는 지금 미국과 중국의 기술분쟁이 더 큰 관심사였다.

***

소말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부족들은 투마로우에 자신들이 30년 이상 점령하던 땅의 토지 사용권을 허락했다.

투마로우는 에티오피아 부족에게 팜봇 컨테이너와 거주용 컨테이너를 공급했다.

에티오피아 전국에서 국경지대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부족 단위로 모여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었다.

소말리아 북쪽과 에테오피아 동쪽은 사실상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다.

다합실은행은 소말리아 베르베라항을 에테오피아가 사용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카킬과 수에즈는 도로가 없는 곳에 도로를 깔면서 생산된 곡물을 실어 날랐다.

에티오피아 주요 도시를 제외한 소외되었던 북동쪽 경계선을 따라 긴 부족 사회가 형성되어 갔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이 지역을 ‘투마로우 벨트’라 불렀다.

투마로우 벨트가 지부티를 지나 에리트레아에 이르렀다.

수단의 부족들이 에리트레아 국경으로 몰려들었다.

항상 아프리카 빈국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에리트레아는 청년 노동력이 부족했는데 수단의 부족과 만나 서로의 문제를 해결했다.

소문을 듣고 남수단의 부족들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1인당 GDP 200달러대인 남수단 부족들이 살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수단과 남수단은 그놈의 개발하지도 못할 석유 때문에 20년간 내전으로 수백만 명이 죽고 수백만 명이 난민으로 떠돌았다.

남수단 부족이 움직인다는 소식에 중앙아프리카의 빈국이며 내전에 지친 콩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부족들이 대거 투마로우 벨트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투마로우 벨트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더는 착취 당하지 않고, 더는 두려움에 떨며 살지 않아도 된다고 믿었다.

드디어 중국의 자원 개발이 소말리아에서 시작되었다.

아직 환경은 열악했지만 정당한 임금이 지불되었고 베르베라항으로 수입된 생필품들이 투마로우 벨트에 공급되면서 시장이 형성되고 점점 삶이 더 나아졌다.

이때 투마로우와 아프리카 부족들에 결정적인 일이 벌어졌다.

남수단 정부군이 투마로우 벨트로 몰려가는 난민을 향해 총을 난사한 것이다.

2014년 소말리아를 제치고 세계 최악의 막장 국가의 명성을 다시 가지고 싶은 것을 알아차린 재준은 남수단을 향해 투마로우 벨트를 지키는 수천 기의 메렛을 움직였다.

싸움은 해보나 마나였다.

남수단 정부군은 반나절을 버티지 못하고 전부 항복했으며 정부 인사들은 모조리 해외로 망명했다.

남수단은 무정부 상태가 되었고 투마로우는 이곳을 투마로우 벨트로 선언했다.

남수단 국민은 환영했다.

‘블랙’이 모든 행정을 맡아 공무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현재 투마로우 벨트는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남수단으로 이어졌다.

***

아프리카인들은 남수단에서 일어난 일에 깜짝 놀랐다.

-남수단 소식 들었어?

-거기 이제 평화로운 동네가 되었다는데.

-주변국에서 부족 단위로 몰려가고 있다나 봐.

-그래도 언젠가는 무슨 통일 연합이네 전선이네 하면서 정부를 세우려는 놈들이 나타날 거야.

-아니야. 투마로우가 정부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했어. 실질적인 정부는 투마로우라니까.

-그럼, 그놈들이 독재자가 되는 거겠네.

-아니라니까. 투마로우가 어디 할 일이 없어서 남수단 같은 곳을 점령하겠어? 돈으로 따지면 아프리카 국가를 다 합쳐도 많을 텐데. 셰일 기업도 엄청 가지고 있어서 석유가 탐나는 것도 아닐 거고.

-근데 나라 통제를 어떻게 하려고?

-필요 없다는 거지.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어떻게 통제가 없는 나라가 있어.

-나라가 아니라니까. 지금 모든 업무는 인공지능이 대신 처리하고 있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인공지능?

-그래. 투마로우의 인공지능 ‘블랙’이라고 하던데.

-음. 인공지능이면 일단 부패는 없겠네. 인공지능이 돈 욕심은 없으니까. 그런데 주변국에서 쳐들어오지 않을까?

-말도 마. 남수단 정부군이 하루도 안 돼서 항복했어. 아프리카 모든 군대가 쳐들어와도 절대 못 이겨. 인간이 로봇을 어떻게 이겨?

-하긴 로봇에 덤비는 건 그야말로 개죽음이지.

-그럼, 알 카에다도 못 들어오겠네.

-처음에 들어오다가 아주 개 박살 났다고 하더라고. 그 이후에는 투마로우 벨트 근처에도 오지 않아. 그리고 사우디가 임재준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는 소문도 있고.

-나도 다 때려치우고 남수단으로 갈까?

-자네는 그래도 공무원이잖아.

-윗놈들 비리 챙겨 주는 말단 공무원이 뭐가 대단하다고. 차라리 농장에서 일하는 게 맘 편하고 좋지. 가족끼리 걱정 없이 사는 게 꿈인데.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이런 곳. 신물이 난다. 신물이 나.

점점 더 많은 아프리카 난민 행렬이 투마로우 벨트로 향했다.

***

사우디 아라비아 카스르 알후크 궁전.

“어서 오세요. 임재준.”

살만 국왕은 재준은 너무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유, 왜 나날이 젊어지십니다.”

“이게 다 투마로우 덕분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둘이 좋아 죽으며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살만 국왕이 입을 열었다.

“아프리카를 저렇게 만드는 진짜 이유가 뭡니까?”

음.

잠시 생각하는 척하고.

“없습니다. 진짜 이유 같은 건 원래 존재하지 않았어요.”

“존재하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뜻입니까?”

살만 국왕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뭔가 속으로 내뱉지 못하는 말이 입안에 맴돌았다.

재준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국왕님은 지금 석유 걱정하시는 거죠? 혹시나 아프리카 석유가 시장에 나오지 않을까.”

“하하하, 셰일 기업 상대하기도 벅찹니다. 좀 봐주세요.”

“걱정 마십시오. 아프리카 석유는 시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전부 아프리카 안에서 소비할 생각입니다.”

“정말입니까?”

“그럼요. 약속드립니다.”

“약속을 받았으니 원하는 게 있을 것 같은데.”

“있습니다. 당연히.”

“뭡니까?”

“이슬람 무장 세력들이 아프리카에 넘어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거참 어려운 조건이군요. 형제들이 하는 일에 일일이 참견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음.

재준은 살만 국왕을 똑바로 쳐다봤다.

“국왕님. 이미 형제들의 신상이 인공지능에 의해 파악이 되어 있습니다. 명령만 내리면 하루도 안 돼서 차가운 주검으로 만들 수 있고요. 저한테 꽤 똑똑한 드론들이 많거든요. 근데 왜 제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줄 아십니까?”

후후후.

살만 국왕은 작게 미소지었다.

왜 모르겠는가.

맘만 먹으면 사우디아라비아도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만들 수 있는 투마로우인데.

간단하게 셰일 기업이 석유 생산량을 늘려버리면 사우디는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현재 유가는 70달러.

여전히 위대한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채를 발행하면서 연명하는 신세였다.

“알고 싶군요.”

“국왕님 때문입니다. 서로 적이 될 순 없잖아요.”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살만 국왕이 살짝 장난기 어린 눈빛을 보냈다.

“자꾸 싸움을 벌이지 마십시오. 제 돈이 줄어듭니다.”

하하하하하하하.

“웃을 일이 아닙니다. 국왕님.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돈 줄어드는 거란 걸 아시면서.”

“천하의 투마로우 임재준이 돈 몇 푼 줄어든다고 투정을 부리는 겁니까? 하하하하.”

“돈은 아차 하는 순간에 순식간에 사라지는 겁니다.”

하하하하하하하.

“알겠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발을 빼겠습니다.”

이러면 이슬람 무장 세력은 아프리카를 떠난다.

아프리카는 이제 투마로우가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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