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09화 (309/477)

제309화 내 패는 내가 만드는 거야(16)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한에 머물던 올리가르히가 재준의 지시를 받고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을 찾았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올렉 시장은 미하일 프로로프의 손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이.

그리고 나머지 올리가르히인 블라디슬라프 도로, 빅토르 셀베르크, 알리셰르 우스마프와 차례로 악수를 했다.

모두 자리에 앉자 미하일이 먼저 입을 열었다.

“APEC 개최 이후 발전 속도가 남다르단 소문이 있던데, 도시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아이고 말도 마세요.”

올렉 시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부가 APEC 이전에 도시에 투자하겠다고 말만 장황하게 늘어놓고는 건물 대부분을 짓다 말았습니다.”

그리스 내전으로 인해 정부의 지원이 끊겼다.

세계 최장 사장교와 아이스하키 경기장, 오페라 하우스, 5성급 호텔,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리모델링, 마린스키 극장과 졸로토이 다리 주변의 고층 아파트.

전부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말로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은 제3의 수도로 육성해 준다고 해서 다들 들뜨게 해 놓고는. 아휴.”

“고민이 많으시겠네요.”

“그래도 그 덕에 시장 자리에 앉긴 했습니다. 하하.”

현재 블라디보스톡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은 공사 중단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공산당을 압도적 차이로 물리치고 의회 의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블라디보스토크에 투자를 좀 할까 해서 왔습니다.”

“투자요?”

“중단된 공사 저대로 두면 안 되지 않습니까? 지금 러시아 정부 상태를 보니 지원이 되려면 한참 시간이 필요한 것 같은데.”

“투자를 하신다면야 그보다 고마울 순 없지요.”

“그런데 정부가 승인을 하겠습니까?”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언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요? APEC이 개최된다니까 잠깐 관심을 주는 게 단데.”

“그러시군요.”

올리가르히들은 서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임재준 말대로구나.

블라디보스토크에 투자한다면 시장이 적극 도움을 줄 것이라 말했다.

이미 푸챠르의 승인도 났다고 했고.

원래는 이 지역 투자는 투마로우가 하기로 했는데 올리가르히가 적극 자신들이 하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자신들을 보호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근데 말입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올렉 시장이 올리가르히들의 표정을 죽 살피고 미하일에게 말했다.

“여기 자율주행 도시가 생긴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아, 자율주행 도시.”

“네, 정말입니까?”

“네, 제가 알기로는 임재준과 푸챠르가 서로 합의를 봤다고 알고 있습니다.”

헉!

꿀꺽.

올렉 시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진짜면 이거 대박인데.

자율주행 도시라면 투마로우 시티와 직접적인 연결이 될 테고, 그럼 임모탈의 생명 연장도 가능하겠지?

“근데 우린 반대하고 있습니다.”

블라디슬라프가 올렉 시장의 희망을 산산이 부쉈다.

“아니 왜요?”

“일단 기존 도로 옆에 자율주행 도로를 깔고 첨단 장비들을 배치해야 하는데, 여기가 보안이 그렇게 썩 좋진 않잖습니까? 저도 여기 있는 마피아에게 일을 맡긴 적이 있었는데.”

“무슨 말씀입니까? 이제 예전의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닙니다. 마피아라니요.”

“그럼 이제 마피아가 없습니까?”

“네? 그, 그건 아니지만…….”

음.

“역시 안 되겠어요.”

빅토르가 그의 수염을 쓸면서 쯧쯧쯧 혀를 찼다.

“아닙니다. 여기 경찰 인원을 늘려서 자율주행 도로를 철저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믿을 수가 있나요.”

“아니라니까요.”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미하일이 올렉 시장을 무섭게 쳐다봤다.

올렉 시장이 표정이 굳은 걸 보니 올리가르히의 계획이 제대로 먹힌 듯했다.

“자율주행 도로 주변에 저희 컨테이너를 일정한 거리에 설치하겠습니다.”

“컨테이너라면, 메렛을 말하는 겁니까?”

“맞습니다.”

“그거라면 좀…….”

어렵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자율주행 장비 하나라도 사라지는 날에는 시장님이 책임질 수 있습니까? 임재준에게 말로는 안되는 거 아시죠?”

“임재준.”

후.

왜 모르겠어.

나도 통쾌해서 읽고 또 읽은 기사가 몇 개인데.

그런데 이건 어쩌면 기회인지도 모르잖아.

지역 치안도 괜찮아질 것 같고.

자율주행 도로가 완성되면 시장 재선도 따놓은 단상일 텐데.

그래도 하나 걱정은 된다.

“메렛이 일반인을 죽이진 않겠죠?”

“자율주행 도로에 접근만 하지 않으면 메렛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자율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 로봇이니까요.”

무서우리만치 자신감 있는 어투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투자도 하고 자율주행 도로까지 건설한다는데 못할 일은 없습니다. 저희도 충분한 홍보를 하겠습니다.”

미하일과 올리가르히 셋은 서로를 보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러시아에 진출하는 기본적인 토대는 마련했다.

***

SS전자.

“단둥시에 PIM 공장을 건설해도 된다고요?”

SS전자 부회장은 재준의 말에 흠칫 놀랐지만, 곧 평온함을 되찾았다.

SS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에 8조 원을 쏟아부으며 제2 공장 준공에 착수했다.

2년 후 9조 원을 들여 공장 확대와 장비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고 향후 30조 원을 들일 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였다.

이게 미국 눈치를 안 보고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SS전자 매출의 60%가 중국 수출로 발생했다.

반도체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중국으로 수출하지 말라고 했지만 SS전자는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투마로우가 직접 단둥시에 PIM 공장을 세워도 된다니 좋으면서도 걱정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괜히 저희만 곤란해지는 거 아닙니까?”

“하하,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겁니까? 아니면 진짜 모르는 겁니까? SS전자가 모를 리는 없을 것 같은데. 공장을 짓는 회사는 SSSC입니다. 한국 기업이 아니잖아요.”

“아, 그렇게…….”

SS전자 부회장의 대답에서 긍정의 신호는 선명했다.

“그래도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걸고 넘어질 겁니다.”

“그럼 미국에도 공장을 지으세요.”

“미국에도요?”

“둘 다 지으면 아무 문제 없잖아요. SS전자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SC하이닉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긴 합니다.”

“그럼 시작하세요.”

“네.”

“그리고.”

재준은 SS전자 부회장을 바라봤다.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듯.

“지금은 반도체 후처리 공정에 많이 신경을 안 쓰고 있죠?”

“아, 네. 충분히 저희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말고 후처리 공정에도 힘쓰세요. 관련 기업에 투자도 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요.”

“아, 네.”

SS전자 부회장은 의아했다.

“저 근데 반도체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십니까?”

“하하, 내가 반도체를 어떻게 알아요. 은행 경영하는 사람인데.”

“근데 왜 후처리 공정에 관해 이야기하시는 겁니까?”

“반도체는 몰라도 경영은 아니까요.”

TSMC 뒤통수만 쳐다보며 달리는 게 그놈의 후처리 공정 때문이야.

“반도체는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뉘잖아요.”

“네.”

“지금까지 전공정에 집중했다면 언젠간 후공정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소자 미세화하는 방식에는 어차피 한계가 오겠죠. 아마 3나노가 한계일 것 같은데. 그때 전공정을 아무리 잘해도 양자 터널링 현상을 극복할 수는 없을 거예요.”

반도체는 양자 역학으로 구동된다.

그럼, 양자 터널링 현상을 설명하려면 양자 역학을 알아야 하는데 양자 역학에 대해 쓰기 시작하면 책 한 권도 모자라니까 패스.

다만 양자 터널링이란 반도체 안의 전류가 밖으로 새는 거로 알고 있으면 된다.

반도체에서 전류 유출은 치명적인 결함이다.

자, 그럼 쉽게 물을 팔고 싶다.

아주 깨끗한 물이다.

이 물을 한 방울의 손실도 없이 고객에게 전달하려면 포장 기술이 아주 뛰어나야 한다.

반도체도 똑같다.

3나노 1나노의 시대가 올수록 중요한 건 포장이다.

“잠시만요. 잠시만요.”

“왜요?”

“반도체에 대해 잘 알고 계시네요.”

“경영이라니까요. 모든 게 그런 거예요. 소외된 부분이 언젠가는 각광을 받는 날이 오죠. 그 시기를 잘 읽는 게 뛰어난 경영자의 자질이에요.”

재준의 말에 SS전자 부회장은 고민거리 하나가 해결된 듯했다.

***

백악관.

“왜 이렇게 돌아가는 겁니까?”

도날드는 비서실장의 보고를 질문으로 대신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이 자원 개발을 시작했다.

단둥시에 PIM 공장이 세워지고 있었다.

랴오닝성이 자치구로 변했다.

누가 봐도 투마로우와 중국이 손을 잡은 모양새였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그럼 속으로 숨겨진 상황은 어떤데요?”

“아프리카 자원 개발은 중국이 흑자로 전환하려면 시일이 꽤 걸릴 겁니다. 저희 계산으로는 3년 정도 후입니다.”

“뭘 개발하는데요?”

“우라늄입니다.”

“뭐?”

도날드는 벌떡 일어섰다.

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이 시대에 우라늄과 핵무기를 연관시키면 안 된다.

핵발전소가 더 타당하다.

“중국이 우라늄을 팔 것 같습니까? 핵발전소를 더 지을 거 아닙니까. 그럼 석유 수입량이 줄어들 거고. 결국, 석유 수출 금지한 우리만 병신 된 거 아닙니까.”

“발전소 짓는 데 들어가는 자금과 소말리아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 모두 회수하려면….”

“그게 아니라니까요.”

“네?”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을 엿 먹이는 거라고요, 엿. 그리고 PIM 공장이 중국에 왜 들어선 겁니까?”

“그건 아직….”

“이건 투마로우….”

똑똑.

노크 소리에 도날드가 말을 멈췄다.

보통 비서의 내선으로 누가 방문했다고 알린 후 노크를 하는 게 순서인데, 이렇게 대뜸 노크를 할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서형길, 들어와 봐.”

문이 열리고 서형길이 들어섰다.

도날드는 비서실장을 바라보며,

“이만 나가보세요.”

비서실장과 서형길이 서로 엇갈리며 지나쳤다.

“서형길, 앉아 봐.”

“왜 이렇게 사람이 급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아니, 글쎄. 임재준이 요즘 중국과 무슨 일을 꾸미는 거 같은데 그 속을 알 수가 없어.”

“뭔 소리야? 자세히 말해봐. 왜 도련님이 중국과 붙어먹어?”

“그러니까, 임재준이 아프리카 자원 개발권을 중국에게 줬단 말이지.”

“그거야, 그쪽은 무슬림이라서 미국은 어려우니까 그런 거 아냐?”

“그럼 중국 반도체 공장은?”

“한국 반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데 당연히 공장을 세우는 게 맞지.”

“임재준이 연관된 게 아니고?”

“연관이야 돼 있겠지. 하지만 도련님이 미국을 버리고 중국과 짝짜꿍이 될 리는 없잖아.”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지?”

“내가 여기 있잖아.”

“네가?”

“그래, 내가 도련님 최측근인데. 미국을 버렸으면 내가 제일 먼저 사라졌겠지. 하지만 봐. 내가 이렇게 자네 옆에 있잖아.”

“그러네.”

“가만있어 봐. 내가 도련님하고 통화를 좀 해 볼게.”

서형길은 핸드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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