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08화 (308/477)

제308화 내 패는 내가 만드는 거야(15)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시앙핑이 시원하게 승낙했다.

그러나 재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어요.”

“말씀하세요.”

“지금 투마로우가 아프리카 평화를 위해 욕을 먹어가며 애쓰는 거 아시죠.”

“네……에. 그런 것 같습니다.”

시앙핑의 억양에서 왠지 억지가 느껴졌다.

정말 평화를 위하는 건가?

욕을 먹는다고? 욕을 하는 거 같은데.

“그런데 아프리카 삶이 나아지질 않아요. 돈을 벌게 해 줘야 하는데 마땅한 게 없어요.”

“그래서 중국이 일대일로를 하는 거 아닙니까?”

시앙핑이 이때다 싶어 자랑을 했다.

“아, 그렇구나. 일대일로. 내가 주석님을 오해했네요.”

“오해라뇨?”

“돈만 벌려고 그러는 줄 알았죠.”

“하하, 아닙니다. 아프리카의 발전을 위한 겁니다.”

“이런, 이런. 내가 미안해지네요. 그런 깊은 뜻이 있었는데.”

“하하, 됐습니다. 이제라도 중국의 뜻을 알았다면.”

“그래서 말인데요. 하는 김에 아프리카의 번영에 좀 더 깊숙이 개입하시죠.”

“그게 무슨 말입니까?”

“소말리아 천연자원 개발.”

“천연자원이라면, 석유?”

“뭐, 석유도 있고 가스도 있고 우라늄도 있잖아요.”

“우라늄!”

시앙핑의 눈이 급하게 커지며 아주 작게나마 가지고 있던 재준에 대한 의심도 털어 내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개발할 만한 곳을 알려드릴 테니까, 한번 살펴보시고 가능성이 있다면 개발을 하면 됩니다.”

개발비는 중국이 부담하고.

“광물에 대한 분배는 어떻게 할 예정입니까?”

“50%는 개발지 소유 부족 복지에 사용될 거예요. 아프리카의 평화를 위해.”

“그렇죠. 아프리카의 평화.”

“그리고 나머지는 중국이 40%, 투마로우가 10%.”

“정말 10%밖에 안 가져갑니까?”

“그럼요. 진짜 순수한 마음이라니까요.”

“알겠습니다.”

개발비 제하고 나면 너도 10%밖에 안 돼.

그래도 이렇게 좋아하는데 어쩌라고.

“그리고 소말리아 정부는 중국이 맡아서 처리해 주세요.”

“아, 그건 걱정 마세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적당히 돈이나 쥐여 주면 조용히 하겠지.

“좀 더 세부적인 사항은 변호사들이 협의할 거니까. 저흰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짓는 거로 하시죠.”

“그럽시다.”

재준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하하하하하.

“반도체 공장 잊으시면 안 됩니다.”

“걱정 마세요. 한국 가자마자 바로 시작할 겁니다.”

하하하하하.

***

아프리카 전체가 들썩였다.

부족 사회를 만들자.

정부는 필요 없다.

아프리카에 하나의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투마로우가 1㎢당 팜봇 컨테이너 한 대를 토지 사용허가증과 거래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여부는 소말리아에서 확인이 되었다.

소말리아 정부가 유엔에 항의했지만 투마로우 법무팀이 소말리아 정부를 상대로 미국 법정에 소를 제기했으므로 유엔도 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소말리아 정부.

“이게 말이나 되는 짓거립니까?”

마하무드 대통령은 유독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장관들을 향해 고함을 쳤다.

소말리아 정부는 이슬람 반군과 과도 정부가 타협을 통해 만들어진 인사들로 채워져 있었다.

오른쪽은 자신을 지지하는 과도 정부, 왼쪽은 자신을 언제든 끌어 내리려는 이슬람 반군.

“유엔도 나서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뿐입니다.”

왼쪽에 있는 장관 하나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그렇다고 맘대로 소말리아의 천연자원을 깨는 건 아니지요.”

“그게 뭐요? 천연자원 개발해서 이익의 50%를 국민 복지에 쓰겠다는데.”

중국은 이슬람 반군 인사에게 꽌시를 사용했지만, 과도 정부 인사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이유야 많겠지만 과도 정부가 중국에 밉보인 것 중 제일은 미국이 과도 정부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대놓고 절반만 뒷돈을 줘야 서로 관계가 과격해질 테고 그 소란을 틈타 더 많은 개발을 할 수 있다.

이런 건 정말 중국이 잘한다.

“천연자원 개발 이익을 국민 복지에 쓴다는 걸 어떻게 믿습니까?”

“안 믿으면 어쩔 건데요. 오히려 잘된 일 아닙니까?”

“그게 왜 잘된 일입니까?”

“나갈 돈이 안 나가니 좋은 거죠. 알아서 살겠다는데 굳이 정부가 지원할 이유가 없잖아요. 남는 돈은 그냥 장관 활동비로 쓰면 딱 좋겠네.”

흠, 흠.

일제히 목구멍이 간질거리는지 헛기침을 해댔다.

장관 활동비가 늘어나게 생겼으니 머릿속으로는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관 중 하나 정도는 위험에 대비하는 인간은 있는 법이다.

“대통령님, 국가 제반 시설에 대해 강화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폭도들이 발전소나 통신 기관을 점령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폭도? 그럼, 군대를 부족들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아닙니다.”

대통령은 말을 꺼내려다 입을 닫았다.

군대를 파견해서 토지 사용을 허가한 부족을 압박하려 해도, 국제 사회에서도 이미 투마로우 점령을 인정한 상태였다.

지금 상황이 불법 점령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했다.

그리고 자칫 군대를 파견했다가 군대가 로봇에게 몰살이라도 당하면 그다음은 정말 답이 없었다.

지금 정부를 지켜주는 군대가 없다면 당장 국민들에 의해 끌려 내려오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굳이 부족들이 모였다고 해도 경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정착해서 잘살고 있어요.”

“장담할 수 있습니까?”

“당연하죠. 부족들은 당분간 자신들의 지역에서 떠나지 않을 겁니다. 투마로우가 케냐의 리보이 지역에 주거용 컨테이너를 만드는 공장을 짓고 부족에게 가족당 한 개씩 공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길거리 천막이 아니라 어엿한 집이 생겼는데. 그걸 포기할 리 있겠습니까?”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국민이 정부의 권한 밖에 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투마로우를 정부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언제는 우릴 정부로 생각했습니까?”

흠, 흠.

그나마 억압에 의한 지지도 서서히 옅어져 갔다.

세계 부패 지수 1위 국가 정부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데 국민이 믿고 따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니까.

“이러다 재정이 바닥나면 국가 자체가 붕괴하고 말 겁니다.”

대통령은 진심으로 걱정했다.

물론 그 대상은 국민이 아닌 세금이지만.

세금도 걷히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남부 해안 지역에서 재배되는 사탕수수나 바나나 같은 열대성 작물도 마가리따가 직접 수거해 가니 정부로 들어가는 세금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냥 알 카에다에 지원을 요청하자니까요.”

쯧쯧.

저 인간은 잘 나가다가 웬 지랄이야?

이슬람 반군 쪽에서도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그거 다 옛날이야기인 거 모르고 하는 겁니까? 그들은 이제 이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아요. 알 샤바브를 지원했다가 몇이나 죽은 줄 압니까?”

“그래도 사우디 쪽에 이야기를 해 보면….”

“그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니까요.”

사우디가 알 카에다의 든든한 뒷배였지만 지금은 예전의 사우디가 아니었다.

셰일 기업들과 유가 전쟁을 펼치면서 국채까지 발행해서 겨우겨우 국가를 유지했다.

유가가 최소한 80달러는 돼야 하는데 이제 70달러가 되었다.

예전처럼 매년 알 카에다에 600만 달러씩 지원하기는 힘들었다.

방금 무시당한 장관이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하자 또 다른 방안을 입에 올렸다.

“전기를 끊어 버리면 어떻습니까?”

전기? 정말 생각하는 꼬락서니하고는.

“그러다 케냐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면 어쩌려고요. 지금 케냐 몸바사에 중국이 화력발전소를 건설한 거 모르십니까? 거기서 전기 끌어오는 게 어려운 일인 줄 알아요? 그럼 정말 끝입니다. 그나마 하루에 8시간 공급하는 전기마저 끊기면 정부가 하는 일이 아예 없어져요.”

“식수를 장악하면 어떻습니까?”

이 인간이 미쳤나.

“식수?”

“그러다 진짜 폭동이 일어납니다. 지금도 식수가 없어 위태위태한 판에. 미쳤습니까?”

쯧쯧쯧.

도무지 국민을 위하는 척도 안 하는 정부였다.

***

투마로우 시티.

“이게 뭐냐?”

재준은 탁자에 놓여있는 원뿔형 물통을 바라봤다.

“해수를 담수로 만들어 주는 물병이에요.”

지구의 물 중 97%는 해수, 즉 바닷물이고 3%가 담수다.

하지만 3%의 담수도 인간이 이용 가능한 부분은 0.1%도 안 된다.

그러니 인간에게 식수는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게? 아무런 장치도 없는데?”

진은 물병의 윗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뚜껑이요. 낮에 바닷물을 담은 뒤 햇빛에 놔두면 뚜껑이 나트륨 이온을 빨아들여 식수로 바꿔 줘요.”

“그래?”

재준은 신기한 듯 물병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대략 물 2L를 담을 수 있는 용기였다.

“너무 작지 않나? 이건 인간 혼자 먹을 양인데.”

“20L까지 있어요. 이건 아빠 보여주려고 가져온 거고요. 지금 아프리카에서 제일 필요한 게 물이잖아요. 그래서 ‘블랙’의 도움을 받아서 특허 몇 개를 찾았어요. 그나마 이게 가장 빨리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만들었고요.”

“어느 나라 특허인데?”

“한국이요.”

“아, 한국, 맞아. 한국은 담수 장비 연구가 꽤 오래전부터 이어왔지.”

기특한 녀석.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은 다 알고 있네.

도움을 주려고 노력도 하고.

“이거 밤에는 전등도 돼요.”

“오, 그래?”

“물병 위에 태양광 패널이 전기를 충전해요. 이게 특허의 원천기술인 ‘해수 전지’예요. 4시간 동안 햇빛에 노출시키면 해수전지 충전과 담수화가 완료돼요. 담수화가 완료되면 LED 색이 변해서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진은 물병 윗부분을 돌려 뺐다.

그리고 손잡이를 천장에 고정되어 있는 고리에 걸었다.

스위치를 누르자 확 하고 불빛이 아래를 비췄다.

형광등만큼 밝지는 않았지만, 가족이 모여 얼굴을 보며 이야기할 정도는 되었다.

책을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고.

“오, 괜찮은데. 최소한 저녁에 어둠 속에서 지내지 않아도 되겠어.”

“그리고 태양전지를 이용해 해수를 담수로 만드는 대형 태양광 담수 장치 특허도 샀어요. 수도관 공사를 하면 소말리아 전역에 물 공급은 어렵지 않을 거예요.”

“공사비 만만치 않겠는데.”

“아빠, 아프리카에서 농사도 짓고 광물도 캘 거잖아요. 이 정도는 해 줘도 남을 것 같은데요.”

흠, 흠.

이놈은 모르는 게 없어.

“설마 소말리아 국민에게 대출을 안 해줄 건 아니죠? 그게 은행 고유의 일인데요.”

“그래서 이미 몇 개 대형 은행에 손을 써 놓았지.”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럼, 거기서 이자도 벌겠네요. 대형 태양광 담수 장치도 그냥 아빠가 무상으로 세워 주세요.”

“야, 내가 무슨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땅값도 오르잖아요. 그걸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너 왜 이렇게 잘 알아.”

“할아버지가 매일 전화하세요. 제가 물어보는 건 다 대답해 주세요.”

“아,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있었구나. 그래, 밖에서만 새지 않으면 되지 뭐. 그래, 잘하고 있어.”

이거 큰일인데.

뭘 감출 수가 없게 생겼잖아.

그렇다고 언론에 노출을 안 할 수도 없고.

워낙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라 언론의 도움을 안 받을 수는 없었다.

지금 가장 머리가 아픈 건 퀴니코와 블록이었다.

언론에서 사실 확인 없이 떠들어 대는 기사는 ‘블랙’이 걸러 주면 일일이 경고를 하거나 소송으로 대처했다.

반대로 지금 가장 한가한 사람은 박민수와 강호석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 인간들은 지금 뭐 하고 있지?

재준은 핸드폰을 꺼내 박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왜 전화한 겁니까?

“받자마자 대뜸 화를 내고 그래요?”

-바쁘니까 그렇죠.

“바쁘다고요? 할 일이 없을 텐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퀴니코와 블록 둘에게 언론을 통제하라고 말만 하면 다 되는 줄 아는 겁니까? 아무리 ‘블랙’이 도움을 준다고 해도 그렇지. 아니, 애당초 언론이 똑바로 된 기사를 싣는 거 봤어요? 전부 추측성 기사에 말도 안 되는 신화에나 나오는 이야기들.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여기 대다수 기사에 임재준 대표가 소말리아 왕으로 둔갑한 거 알아요?

“네? 내가 웬 왕? 소말리아는 애초에 왕이 존재하는 나라도 아닌데.”

-부족을 통합하고 왕이 되었다는 기사가 얼마나 많은데요. 음, 진짜 왕 된 거 아니에요?

툭.

재준은 전화를 끊었다.

임재준, 임재준, 진짜 왕 된 거야?

박민수의 고함이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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