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06화 (306/477)

제306화 내 패는 내가 만드는 거야(13)

소말리아 정부.

내무부 차관이 죽었다.

그것도 다수의 주민의 손에 시신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훼손이 되었다.

마하무드 대통령 이하 장관 회의가 소집되었다.

“알 샤바브 동태는 어떻습니까?”

대통령은 차관의 죽음보다는 무장 세력이 어떻게 나올지가 걱정이었다.

“아직은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케냐도 국경에 군대를 배치했습니다. 저희 국민의 동요가 걱정인 듯합니다.”

소말리아 남단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으레 다수의 주민이 케냐 국경을 넘었다.

소말리아의 난민은 케냐의 골칫덩이였다.

대통령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투마로우는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그쪽 또한 아무 반응도 없습니다.”

“정부군을 움직여야 합니다.”

장관 하나가 강력하게 대응하길 원했다.

“알 샤바브를 전멸시킨 로봇입니다. 무턱대고 군대를 움직이는 것은 자살행위밖에 안 됩니다. 모가디슈 방어하기도 벅찬데 어딜 움직인단 말입니까?”

“…….”

모두 입을 닫았다.

당연한 말에 반응하는 것도 웃기다는 듯이.

“없던 일로 합시다. 유엔이 조사한다고 또 들쑤시면 골치만 아픕니다.”

대통령이 담담하게 말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프리카 부패 순위 1위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

[투마로우 드디어 킬러 로봇까지 손을 뻗치다]

소말리아 무장 세력과 해적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메렛의 모습이 동영상에 찍혀 U튜브에 공개되었다.

그러나 소말리아의 끔찍한 상황도 카터리포트에 의해 낱낱이 공개되었다.

소말리아의 실상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 언론들이 앞다투어 현재 상황을 세상에 알렸다.

사람들은 대부분 투마오루에 지지를 표했다.

하지만 다수의 기업과 정치인들은 투마로우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며 로봇을 금지하는 서신을 CCW에 전달했다.

CCW는 특정 재래식 무기 금지 협약의 줄임말.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독자들을 위해 정식 명칭을 적어보면 ‘과도한 상해나 무차별한 영향을 초래하는 특정 재래식 무기의 사용 금지 또는 제한에 관한 협약’이다.

현재까지 탐지 불능 파편 무기, 지뢰, 부비트랩, 소이성 무기, 실명 레이저 무기, 전쟁잔류폭발물, 비대인지뢰 및 확산탄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한다고 한다.

금지면 금지지 제한은 뭐야?

위급 시에 사용하겠다는 거잖아.

그럼, 언제가 위급한 건데? 전쟁이겠지 뭐.

그리고 블룸버그 기자들이 그동안 킬러 로봇을 개발하던 나라들의 무기들을 일제히 세상에 알렸다.

영국의 ‘타라니스 드론’, 미국 해군의 자율운항 무인 함정 ‘시 헌터’, 보잉의 무인잠수정 ‘에코 보이저’, 러시아의 무인 탱크 ‘MK-25’, 한국 SS사의 ‘SGR-A1 센트리 건’.

와, 한국도 개발하고 있긴 했네.

SGR-A1 센트리 건은 소리를 탐지해 적의 동태를 감시할 수 있는 자율로봇이었다.

암튼 킬러 로봇이 세상에 알려지자 팔아먹긴 글렀다.

-투마로우만 욕할 게 아니네. 다 만들고 있었잖아.

-그렇긴 한데. 다른 나라는 100% 자율이 아니지만 투마로우는 100% 자율이잖아.

-100% 자율이라는 말은 없던데. 그리고 방어용으로만 사용한다잖아.

-먼저 치고 들어가서 방어하는 게 무슨 방어용이야. 공격용이지.

-그럼 테러를 자행하는 놈들을 가만히 보고 있냐? 그건 더 나쁜 놈이야. 힘이 있으면 책임도 따르는 거라고.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흠, 흠.

-아무튼 난 투마로우 찬성이야.

-나도 찬성이긴 해. 다만 걱정이 돼서 그렇지. 너 터미네이터 못 봤냐? 그 로봇들이 인간과 전쟁을 일으키는 거.

-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런 로봇을 만들 정도면 그때 과학 기술도 장난 아냐. 로봇이 자의식을 가졌는데. 인간의 무기는 샷건? 그게 말이 되냐? 최소한 레이저나 EMP는 기본이지. 영화 자체가 병신이라고. 그리고 애니소톤 로봇에 반대하는 놈들은 자기 뱃속이 허전해서 그런 거야. 자기들이 먼저 만들어서 돈을 벌어야 했는데 못 벌게 된 놈들과 아예 기술 자체가 없는 놈들이 반대하는 거라고.

-근데 왜 이렇게 게거품을 물고 그래?

-답답해서 그러지. 답답해서. 쓰레기 같은 무장 세력 좀 처리했다고 인류네 뭐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네 하면서 투마로우 하는 일에 딴지를 거니까.

-워, 워. 진정해. 진정.

***

중난하이.

“딩쉐이. 이거 우리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냐? 다들 킬러 로봇을 만들고 있잖아.”

시앙핑은 전 세계 기업들이 몰래 킬러 로봇을 만든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딩쉐이를 다그쳤다.

아니, 기억력이 어떻게 된 거 아냐?

“주석님. CCW에 킬러 로봇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중국입니다.”

“아는데, 그렇다고 안 할 수 없다는 거지.”

답답하네.

그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가 기술이 없어서예요.

저건 순 반도체 덩어린데.

메모리도 허접한 것밖에 못 만드는데 무슨 수로 CPU를 만드냐고요.

“어렵습니다.”

“왜? 우리도 인공지능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잖아.”

인공지능 못 만드는 나라가 어딨습니까?

“인공지능이 아니라 반도체가 문제입니다.”

“반도체?”

“네,”

“우리 수준이 어느 정돈데?”

“팹리스나 파운드리는 엄두도 못 내고 그나마 메모리도 28나노 생산이 다입니다. 한국과 대만은 5나노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반도체 기술은 거의 대부분 미국 소유입니다.”

허.

“심각하네.”

팹리스는 ‘Fab, 공장’이 ‘없다, less’의 합성어다.

생산 공장이 없이 설계만 전담하는 회사를 말한다.

파운드리는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고.

팹리스와 파운드리 둘 다 기술 축적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기업이다.

“그럼 반도체 굴기를 시작해야겠는데.”

“반도체 굴기요?”

요즘 대국굴기 TV 프로그램을 끼고 살더니 아무 데나 다 굴기를 붙이시네.

굴기(崛起)란 일어서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굴(崛)자를 보면 산(山)과 굴(屈)로 이루어졌다.

굽혔다가 산처럼 일어선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가끔 개천에서 용 났다는 뜻으로 쓰는데 그건 굴기(倔起)로 한자가 다르다.

어쨌든 2004년 후진타오가 ‘화평굴기’를 말하고 2006년 대국굴기란 역사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다.

그 이후 시앙핑이 아무 곳에다 다 갖다 붙였다.

반도체 굴기, 축구 굴기, 우주 굴기 등등 뭐만 했다 하면 굴기, 굴기를 부르짖었다.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돈을 쏟아부어.”

미쳤구나.

또 뜯어말려야겠지. 또.

생각을 하고 일을 저지르라고 이 주석님아.

“주석님, 그러지 말고 투마로우에게 도움을 받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투마로우?”

“이미 PIM이라는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까지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차라리 잘 설득해서 중국에 공장을 짓게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음.

듣고 보니 그러네.

기술 이전도 훨씬 자연스럽고.

“지난번에 보낸 이메일에 대한 답이 없는 걸 보니 우리가 좀 부족한 것 같기도 합니다.”

“수입도 재개하고 투자도 하겠다는데 부족하다고?”

말뿐이니까 그렇죠. 말뿐.

“이번에는 확실한 문서를 주고받자고 제안하는 게 좋겠습니다.”

“주고받아? 그럼 내가 직접 해야겠네?”

“당연합니다.”

“그런데.”

“네.”

“반도체가 있다고 해도 로봇을 만드는 기술이 없잖아.”

이 사람이 욕심은 많아 가지고.

“중요한 건 로봇이 아니라 아군과 적군을 구별할 수 있는 식별 능력입니다. 로봇은 천천히 중국 기술로 만들어도 늦지 않습니다. 아니, 굴러가는 바퀴에 총만 얹어 놔도 식별 능력만 있으면 킬러 로봇 구실은 충분히 합니다.”

“그렇지. 자율로봇의 문제점이 식별이지. 좋아. 당장 임재준에게 만나자고 해. 다시 한국으로 가야 하나?”

“그건 안됩니다. 임재준이 중국에 들어오는 거나 우리가 한국으로 가는 건 언론에 노출될 겁니다. 그럼, 또 미국이 방해할 공산이 큽니다. 미팅 장소를 케냐로 하는 건 어떻습니까?”

“케냐? 케냐면 우리 일대일로 항만이 건설되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고 좋네. 그렇게 진행해.”

“네.”

딩쉐이는 시앙핑에게 허리를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휴, 요즘 주석의 총기가 많이 줄어드셨어.

예전엔 근엄하고 진중했는데.

핸드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띠리리리링.

-딩쉐이. 어쩐 일입니까? 설마 한국과 손잡자고 독촉하는 건 아니죠?

“그거야, 굳이 알면서 물어보는 겁니까? 한국은 어느 쪽과도 손을 잡지 않을 거면서.”

-하하하, 알고 있었군요.

“미국도 나서지 않고 있잖아요. 뻔한 걸.”

-하하하, 그럼 무슨 일입니까?

“주석님이 케냐에서 비공식 만남을 가지고 싶다고 합니다. 가능하십니까?”

-가능하죠. 지금 있는 곳에서 얼마 멀지도 않은데.

“시간은 일주일 후 어떠십니까?”

-괜찮아요.

“그럼, 일주일 후에 보는 거로 하겠습니다.”

-그럽시다.

툭.

통화를 마치고 걸어가는 딩쉐이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거 주석한테 제안하긴 했지만, 또 이상하게 엮이는 거 아닌지 몰라.

***

소말리아 헤르게이사시의 다합실은행.

“어서 오십시오.”

다합실은행장 하산이 재준이 들어서자 허리까지 숙이며 인사를 했다.

“바쁘신 분을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무슨 말씀을. 아무리 바빠도 투마로우가 방문한다는데 무조건 시간을 내야지요.”

하하하.

재준은 멋쩍게 웃었다.

“자, 앉으시지요.”

재준과 윌켄이 자리에 앉자 상석을 포기한 하산이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비서에게 차를 내오라고 지시하고 재준을 보았다.

“신문에서 봤습니다. 남쪽 해안에서 해적을 몰아내셨다고요. 제가 소말리아 국민을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

소말리아에는 20개의 신문사, 12개의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이 있고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있다.

의외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만큼 소말리아는 사건 사고가 많으니까.

이번 재준의 활약도 일제히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소말리아의 고통을 외면할 수가 없잖아요.”

“역시 그릇이 다르시군요.”

속마음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하산의 입에선 칭찬이 흘렀다.

“하하, 그릇은 무슨. 그보다 다합실은행을 상업은행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까 해서 왔습니다.”

“네? 정말입니까?”

하산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다합실은행, 정확히 은행은 아니고 송금사업자(MTO)라 불러야 한다.

소말리아에서 송금사업자 중 다합실은행이 압도적 1위 기업이었다.

우리는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는 기업. 송금사업자.

소말리아는 1991년 내전 발발 이후 18년 후에 소말리아 중앙은행이 재설립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앙통화권한이 없었다.

당연히 은행 간 이체가 불가능했다.

아니, 근데 중앙은행은 왜 설립한 거냐고?

왜긴 돈을 찍어내야 하니까 세운 거지.

소말리아 중앙은행은 진짜 돈만 발행할 뿐이었다.

그래서 이체가 가능한 비공식 은행망 역할을 하는 송금사업자가 등장했다.

해외로 나간 소말리아인들이 돈을 벌어 소말리아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을 하기 위해 이 송금업자들을 이용했다.

영국 지점에 돈을 주면 소말리아 지점에서 가족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영업을 했다.

이거 한국에서는 환치기라고 해서 잡혀간다.

그런데 환치기는 은행이 있는데 굳이 송금업자를 이용하는 거고 소말리아에서는 은행이 없으니 나쁘게 볼 건 아니다.

송금업자들은 돈을 많이 벌었고 점점 지점도 늘어나면서 소말리아 안에서는 거의 은행이나 다름없었다.

송금업자가 취급하는 송금액이 한 해 16억 달러를 넘어섰다.

16억 달러는 소말리아 경제의 35%를 차지할 정도의 큰돈이다.

어떤 해에는 50%까지 올라선 적도 있었다.

이 송금사업자들이 어마어마하게 성공을 했다.

물론 소말리아 안에서나 성공이지 투마로우와 비교하면 제일 작은 회사보다도 못하지만.

이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다합실은행은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 모두에게 광범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송금사업자는 은행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은행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인정을 받을 수 없으니 은행 등급을 받을 수 없고, 등급이 없으니 은행끼리 주고받는 신용 거래를 할 수 없었다.

등급이 있어야 이자율이 정해지니까.

이런 사정이니 재준이 다합실은행을 상업은행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은 다합실은행이 국제적인 은행이 된다는 의미였다.

상업은행이면 채권도 발행하고 증권도 발행할 수 있다.

그야말로 진짜 은행이 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산은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계속해서 머리를 조아렸다.

“이러지 마세요. 나도 부탁할 게 있으니까 도와주는 거예요.”

“말씀하십시오. 뭐든 도와드리겠습니다.”

“일단 유럽 내에 있는 투마로우 산하 은행과 협약을 맺고 정식 은행으로 등재해 드리겠습니다.”

“헉, 투마로우클레이스, 투마로우산타떼 같은 은행들 말입니까?”

“하하, 네. 그러면 소말리아 중앙은행의 허가가 없어도 국제 사회에서 상업은행으로 대접을 받을 겁니다. 중앙은행 허가를 받으면 더 좋고. 그건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은행으로 인정받으면 자회사로 리츠를 세우세요. 물론 돈은 우리가 댈 겁니다.”

“네, 네.”

“그리고 우리가 지정한 땅을 매입하면 됩니다.”

“네, 네.”

한 국가의 경제를 단번에 쥐고 흔들 수 있는 건 당연히 은행이다.

그리고 소말리아의 정상적인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은행은 다합실은행밖에 없을 것이고.

이러면 이미 얘기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소말리아의 돈이 다합실은행으로 몽땅 몰릴 테니까.

이러면 소말리아 중앙은행 역할도 대신하지 않을까?

뭐 중앙은행이 별거야. 물가 조정하면 중앙은행이지.

그리고 왜 재준이 부동산회사인 리츠를 만드느냐.

소말리아에 천연자원이 많은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석유도 있고 가스도 있고 우라늄, 철광석, 주석, 석고, 보크사이트, 구리, 소금도 많다.

그런데 내전 때문에 개발이 안 되고 있었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곳에서 개발을 하는 정신 나간 기업은 없으니까.

안전이 문제잖아. 그럼, 안전하게 만들면 되지.

자원 개발하는 곳에 안전이 보장되면 자원 개발 기업들은 알아서 몰려든다.

지금까지 선진국의 수많은 기업에서 군침만 흘렸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을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돈만 세면 된다.

당연히 소말리아 국민들 삶도 아주 좋아질 것이고.

이게 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복이 아닐까.

자, 이제 기자회견을 한번 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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