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05화 (305/477)

제305화 내 패는 내가 만드는 거야(12)

“할아버지, 소말리아에서 강간당하는 여성이 하루에 몇인 줄 알아요? 강간만 하면 낫지. 그러고 죽여 버려요.”

“뭐?”

아주 질이 나쁜 놈들이다.

베네수엘라는 살인율이 높은 거지 강간율이 높은 게 아니다.

이 소말리아 무장 세력은 약하고 힘없는 여성을 집중적으로 괴롭혔다.

아무리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벌였다지만 이건 못 참는다.

“권한은 누가 준 게 아니라 제가 만들었어요.”

“정의의 사도가 되겠다는 거야? 그러다 진짜 죽는 건 네가 될 수도 있어.”

“전 죽지 않아요.”

한 번 회귀와 빙의를 했다.

언젠가부터 절대 죽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겼다.

죽으면 다시 회귀할 것 같았다.

“근데 미국에서 잘하고 있더니. 왜 아프리카랑 남미는 들쑤시는 거야?”

“제가 먼저 시작한 게 아니라니까요. 처음엔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도와 달라고 해서 도와주려는데 자꾸 갱단이 건드리잖아요. 잘살게 해주겠다는데도. 총을 들이대니 어떡해요. 제가 총 맞아 죽을 수는 없잖아요.”

아이고, 두야.

임병달은 급기야 뒷목을 잡았다.

“할아버지, 혈압이 올라간 거예요?”

으으.

“아니에요.”

옆에서 TV를 보던 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목 뒤가 뻐근한 것은 긴장성 두통 때문이에요. 혈압으로 인한 두통은 혈압이 매우 높아져서 뇌압까지 올라갈 때만 발생해요. 고혈압이 두통을 유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긴장성 두통은 스트레스, 잘못된 자세로 머리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해 발생하는 거예요.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이 줄면서 만성 긴장성 두통이 생기는 거죠.”

껌뻑껌뻑.

“아, 그래?”

진은 말을 하고 다시 TV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재준은 임병달을 봤다.

“그렇다네요.”

“그래? 어쩐지 혈압이 높지 않은데, 자주 목덜미가 뻐근하다 했네. 이런 엉터리 의사 같으니라고.”

“그러게 여기도 팜봇 하나 놔야겠네요.”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다. 여기도 필요,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하다가 왜?”

임병달은 진을 보며 입을 닫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우리 증손자가 다 듣고 있었네.

“진아, 넌 아빠를 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니?”

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떤 측면에서요? 과학적인 면을 말하는 거예요? 아니면 인류학적인 면을 말하는 거예요?”

“네 아빠가 위험에 빠진 걸 말하는 거다.”

“아빠는 위험하지 않아요.”

“왜?”

“아빠 주변에는 최소한 5개국의 정보 요원들이 지키고 있거든요.”

“뭐?”

임병달과 재준은 서로를 쳐다봤다.

“네 주변에 그런 게 있니?”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 나를 감시하는 나라가 그렇게 많아?

하긴 리히텐슈타인에서도 어디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긴 하더라.

임병달은 다시 진을 바라봤다.

“인류학적인 건 뭐냐?”

“아빠의 행동은 인류에게 작으나마 득이 되긴 해요.”

“어떤 면에서?”

“인구를 줄여주고 있잖아요.”

“그거 살인이야.”

“그렇겠죠. 인간이 만든 법 테두리 안에서는 살인이 맞아요. 하지만 지구에는 인류만 사는 게 아니잖아요.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물의 98%가 멸종됐어요. 그 자리에 소 10억 마리, 돼지 10억 마리, 양 10억 마리, 닭 250억 마리가 차지했어요. 동물에게 인간이란 살생을 일삼는 죽어 마땅한 존재죠.”

“아니 왜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냐?”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살려면 인간의 절반은 죽어야 해요.”

“아니, 그래도 인간인데.”

“지구 입장에서 인간이 그렇게 중요한 존재는 아니에요. 오히려 위험한 종일뿐이에요.”

“그래. 그렇구나.”

“한마디 더 하자면 유럽인이 남미로 건너가자 1억이었던 인구가 300만으로 줄었어요. 9,700만 명을 죽인 거죠.”

“그렇게 많이 죽였다고?”

“전염병으로요.”

“아, 전염병.”

“이에 대해선 아무도 책임을 물을 수가 없잖아요? 살인은 어쩌면 선진국 입장일 뿐이에요. 소말리아에는 해당 사항이 없어요.”

“너무 냉정한 거 아니냐?”

“감정은 인류 발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어, 그래.”

재준은 임병달에게 입을 뻐금거렸다.

괜히 물어봐서는.

그러게.

재준은 진을 애잔하게 바라봤다.

인류라는 괴물.

알고는 있었다.

인류가 지구를 어떻게 파괴해 왔는지.

진은 동물을 말했지만, 식물 또한 같은 처지가 되었다.

지구는 온통 쌀과 밀과 옥수수가 차지하고 식물의 70% 이상을 멸종시켰다.

그러나 아는 것과 말하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입으로 내뱉는 순간 자신의 신념이 되고 의지가 된다.

그럼 저 조그만 녀석인 나의 아들이 인류 구원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인류의 절반을 죽이면서?

아니겠지.

아직은 어린 나이고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고 싶은 거겠지.

재준은 애써 진에 대한 걱정을 떨치려 했다.

이때,

띠리리리링.

윌켄이다.

-소말리아 남부 해안 정리했습니다.

“내가 가겠습니다.”

잘 됐다. 핑계가 생겼다.

미국이랑 중국이랑 소득 없이 돌아가야 내가 나설 여지가 생긴다.

재준의 빙글 웃는 모습을 본 임병달은,

간다고? 어딜 가?

재준을 보고 살벌한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 저 소말리아에 좀 갔다 올게요.”

“거길 왜 가? 죽으려고?”

“남쪽 해역이 정리되었답니다.”

“북쪽은?”

“가서 정리해야죠.”

“네가?”

“네.”

후.

임병달은 이제 정말 자신의 손자를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증손자는 내가 잘 키워야지.

저놈한테 맡겼다가는 전 세계를 말아먹겠어.

***

나는 어부였다.

90년 초반만 해도 1주일에 내가 탄 배 홀로 물고기를 2톤 가까이 잡아 올렸다.

하지만 예멘 놈들이 오면서 1달에 0.5톤도 잡지 못하는 날이 늘어났다.

하소연할 정부군들도 없었다.

그저 내전이나 벌이는 새끼들에게 뭘 기대한단 말인가?

넘쳐나는 게 총기들이니 총과 총알을 사서 분풀이로 그냥 예멘 어선에 갈겨댔다.

그러니까 배를 멈추고 나온 예멘 놈들이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돈을 줬다.

그렇게 해서 처음에 번 돈이 1만 달러였다.

내가 탔던 배를 기준으로 어부로서 8달에서 1년 정도 일해야지 벌 수 있을까 말까 하던 돈을 그 한 번에 벌었다.

처음에는 우리도 해적이 아니었다.

예멘 놈들이 보이면 총을 쏴서 겁을 줬고, 그들이 알아서들 돈만 주면 우린 그걸로 만족하고 다시 물고기를 잡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사람을 납치하여 돈을 뜯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 더더욱 이상하게 달라지면서 이제 이곳 어부들도 해적으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

“그래서 뭐 어쩌라고?”

재준은 신세 한탄하는 해적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한 번만 살려주시면 다시는 해적질을 하지 않겠습니다.”

“지랄하고 있네. 이런 놈은 그냥 바다에 수장시켜 죽여야 해.”

으이그, 그걸 변명이라고.

겁을 줬으면 그걸로 끝내야지 해적일 될 수밖에 없었다고?

나도 너를 죽일 수밖에 없다.

이 거지 발싸개 같은 놈아.

더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윌켄이 재준에게 다가왔다.

“소말리아 정부에서 이쪽으로 사람이 온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재준은 바닥에 손이 묶인 채 일렬로 늘어선 백여 명의 해적들을 둘러보았다.

드론과 메렛이 얼마나 많은 무장 세력을 죽였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인원은 겨우 여기 이 사람들이 다다.

주변엔 여기저기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은 피로 흥건했다.

무장 세력과 해적이 더는 설치지 않게 되자 주위는 조용해졌다.

슬금슬금.

숨어 있던 수천 명의 소말리아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해적을 향한 증오 서린 눈빛이 불타올랐다.

특히 여성들은 당장이라도 죽을 듯이 노려봤다.

무장 세력에게 주민은 남자는 노예이고 여자는 성 노리개였을 뿐이었다.

소말리아는 아포칼립스 그 자체였다.

이런데.

뭐? 어쩔 수 없었다고?

미친놈들.

이런 나라는 없어져야 해.

재준은 몰려든 주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말리아는 사라질 겁니다.”

사라지다니?

주민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여러분, 씨족끼리 뭉쳐서 사세요. 아프리카가 이렇게 된 책임은 여러분의 문화와 부족을 무시하고 나라를 쪼갠 놈들에게 있습니다.”

사실 아프리카가 이렇게 된 원인은 유럽이다.

고유문화를, 자연환경을 무시하고 통치하기 편하게 자를 대고 긋듯이 나라를 나누었으니까.

주민들이 ‘진짜야? 우리끼리 살 수 있어?’라며 수군거렸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아무도 여러분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삶을 개척하세요. 보셔서 알겠지만 무장 세력들은 다시 여길 오지 못할 겁니다. 여긴 로봇들이 지킬 테니까요.”

와아아아아.

큰소리가 아니었다.

겨우 입에서 나오는 함성이었다.

“일단은 간단한 치료는 팜봇이 해 주겠지만 위급한 환자는 조만간 국경 없는 의사회가 올 테니 그때까지만 참으시면 됩니다.”

와아아아아.

아직도 작고 떨리는 목소리였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일단 농사를 지으세요. 먹고 남은 건 저희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겠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굳세게 살아남으세요. 당분간 밀가루와 옥수숫가루를 배급할 테니.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 항우울증 치료제라도 먹어야 기운을 내지.

와아아아아아.

더욱 함성은 커졌다.

그리고.

엉엉엉엉엉.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분명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해서일 것이다.

이제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안정감일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준은 그들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다 끝났어.

내 할 일만 하면 돼.

재준은 손을 들어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뭐지?

“자, 그럼. 한 사람씩 나와서 여기 토지 매매 계약서에 사인을 하시면 됩니다. 자, 자, 줄 서세요. 줄. 어허, 거기 새치기하지 말고. 다 해 줍니다. 다.”

해야 하는 거야?

그럼, 시키는 대로 하면 평화롭게 살 수 있다잖아.

합시다. 어서. 어서.

소말리아 주민들은 하나둘 앞으로 나와 토지 매매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질서 있게.

이때 우렁찬 고함이 들렸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윌켄이 말한 정부 관계자가 도착한 모양이다.

으휴, 저 배 나온 것 좀 봐.

국민은 굶어 죽는데 정치인이란 놈이.

“보면 몰라요? 주민들 잘살라고 도와주고 있는데?”

“누구 맘대로 토지 매매를 합니까? 여긴 엄연한 사유지입니다.”

“누구? 토지 주인 좀 나오라고 하세요.”

“토지 주인이요?”

“그래, 토지 주인, 여기서 얼마나 살았는지 물어나 보게.”

“그걸 알아서 뭐하게요?”

“여기 주민들이 실효 지배를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이 사람들이 점유 취득으로 소유권이 인정되거든요. 그래서 내가 땅을 받고 농사도 짓고 옹기종기 모여서 살게 할 건데. 왜 안 되나요?”

“여긴 엄연한 국가입니다.”

“그러니까 안다니까. 누가 국가란 걸 모르나? 근데 소말리아에서 외국인이 땅 좀 사면 안 되냐고요? 사도 되잖아.”

“그건…….”

“그러니까 정 우릴 말리고 싶으면 토지 주인 오라 하세요. 거 미친놈들이 총 들고 설칠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싹 다 정리하니까 나타나서 뭔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예요?”

“정부군이 와도 큰소리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와, 인정이다. 인정. 인간말종으로 인정해요. 그러니까 인제 와서? 인제 와서 정부 노릇을 하려고? 여기 둘러봐요. 사람 몰골이 저 지경이 되고. 저 봐, 여자가 열 명에 한 명꼴도 안 돼요. 다 강간당하고 죽임을 당했는데 그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인제 와서?”

으르르르릉.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였다.

마치 굶주린 늑대가 내는 소리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정부 관계자는 주변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이런 천한 것들이 어딜?”

푸하하하하.

재준은 정부 관계자를 보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천한 것들이래. 와 진심 웃기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천하면 당신은 뭔데? 당신은 안 천한 사람이야?”

“이 사람이 진짜.”

“이봐, 안 천한 사람. 여기 이 사람들은 국민이고 당신은 이들이 뽑아준 대리인이야. 이게 정부라는 조직이란 말이지. 천한 것들이 뽑아준 천한 것들의 대리인.”

병신.

재준은 뒤로 물러섰다.

다음 순간.

천한 시민들이 정부 관계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전부 한 손엔 돌을 들고.

퍽, 퍽, 퍽, 퍽.

으악!

안 천한 대리인은 천한 국민에 의해 순식간에 피떡이 되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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