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03화 (303/477)

제303화 내 패는 내가 만드는 거야(10)

다음 날 아침.

현재증권.

“그래?”

임병달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재준을 바라볼 뿐,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네, 3일 후에 메일이 올 겁니다.”

“근데, 내가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네.”

“미국 대통령이든 중국 주석이든 세계에서 큰소리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양반들 아니냐?”

“그렇죠.”

“그런 양반들이, 이게 무슨 동네 이장 선거도 아니고, 한국과 손을 잡기 위해서 좋은 조건을 보낸다고?”

“좋은 조건은 보낼 겁니다. 한국과 손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기 싫어서겠지만요.”

아, 지기 싫어서라면 이해는 가네.

“그럼 지들끼리 싸우면 되지, 왜 한국과 손을 잡으려는 건데? 혹시 너 때문이냐? 투마로우 말이다.”

“네, 맞습니다. 정확히는 돈이 모여있는 월가와 과학이 모여있는 투마로우 시티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겁니다. 이번 미국의 경제제재로 미국은 돈이 필요하고 중국은 과학이 필요하거든요.”

“월가와 투마로우 시티라면 굳이 한국은 필요 없는 거네.”

“그래도 한국엔 할아버지가 계시잖아요. 투마로우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제가 할아버지 말을 거역하겠어요?”

“웃기고 있네. 네가 내 말을 듣는다고?”

“당연하죠. 할아버지 손자인데.”

“아이고, 말만이라도 고맙다.”

임병달은 애써 믿지 않겠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럼 한국은 어디랑 손을 잡아야 이득일까?”

“손을 왜 잡아요? 어느 쪽이든 잡는 순간 한국은 망합니다. 미국이 제재를 가하든 중국이 제재를 가하든 버티기 힘들어요.”

“한쪽은 공격하고 한쪽은 방관하겠지?”

“그럼요. 일단 어느 쪽이든 수출이 반 토막 나는 건 기정사실입니다.”

“그럼 어쩌려고 그러냐?”

“시간을 끌어야죠. 그래서 메일을 보내라고 한 건데. 조건을 검토 중이다. 뭐 이런 핑계를 댈 수 있잖아요?”

“아하. 역시 내 손자가 이런 건 잘하는구나.”

칭찬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이 불리하지.

어쩔 수 없이 중국은 나를 붙잡을 거고.

그때 위쪽 땅 한 자락 또 왕창 뜯어 먹어야지.

이때,

띠리리리링.

“워서스틴? 무슨 일 있어?”

-콜롬비아 정부가 갱단을 강하게 몰아붙여서 베네수엘라에 콜롬비아 갱단 유입이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

-카르카스와 거리는 있지만, 이쪽으로 주민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잘못하면 국경지대에 다시 갱단이 결집할 수도 있습니다.

드론과 메렛을 투입시키면 해결될 문제지만, 좀 소란스러워지지 않을까.

이쪽에서 더 크게 소란을 피워야겠는데.

“워서스틴, 테론을 보낼게. 드론과 메렛으로 몰아붙여야겠어.”

-알겠습니다.

재준은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보스.

“테론, 베네수엘라로 가서 콜롬비아에서 넘어오는 갱단 좀 처리해. 직접 나서지 말고 드론과 메렛을 사용하고.”

-알겠습니다.

“콜롬비아로 넘어가지 말고 꼭 베네수엘라 안에서 처리해야 해.”

-알겠습니다.

“할 수 있으면 콜롬비아에서 넘어온 놈들 다시 넘어가지 못하게.”

-네, 보스.

툭.

다른 나라에서 아예 짐작조차 못 하게 해야 해.

베네수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모르게.

아직은 대놓고 킬러 로봇을 보일 때는 아니지.

갑자기 심각해진 재준을 본 임병달은 위험을 직감했다.

“네 말에 냄새가 난다?”

“갱단이란 말 때문에요?”

“가급적 폭력적인 놈들하고는 피하는 게 좋아.”

“그렇긴 해요. 그런데 자꾸 시비를 거네요.”

“미국의 마피아나 한국의 조폭은 그나마 생각이라는 걸 하는 놈들이야. 하지만 남미나 아프리카 놈들은 아예 뇌를 비우고 총질을 하는 무서운 놈들이다.”

“그래서 우리도 사정을 봐주지 않아요.”

“아무리 특수부대원 출신이라도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죽음이란 돌이킬 수 없는 거야. 마음의 짐으로 남아.”

“사람이 아닌데요?”

“재준아!”

사람이 아니니까 갱단을 죽인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야, 이놈아.

임병달은 재준의 말을 착각하고 크게 노했다.

“갱단이 사람 같지 않아도 그들은….”

“아니, 갱단 말고요. 우리 쪽 군인이 사람이 아니라고요.”

“뭐?”

재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로봇입니다. 킬러 로봇.”

“로봇?”

로봇이 어떻게 갱을 이겨?

그 둔한 몸으로.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그런 로봇이 아니에요. 인간보다 강하고 빨라요.”

“그, 그거야. 쇠로 만들었으니까 강하긴 하겠지만, 빠르다니?”

재준의 고개가 진을 향했다가 돌아왔다.

“누가 엄청난 칩을 만들었거든요.”

“누가?”

“그건 비밀이죠. 알면 큰일 나요.”

“내가 네 할아버지인데?”

“기업 비밀을 누설할 수는 없잖아요. 그거 만든 기업이 투마로우는 아니거든요.”

쩝.

“그럼 안 되지.”

“나중에 다 밝혀질 테니, 그때까지 참으세요.”

“그래, 더는 묻지 않으마. 허 거참.”

임병달이 좀 아쉬운 듯 물러났다.

“그보단 이쪽 일을 빨리 마무리 지어야겠습니다.”

“메일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할아버지도 들었잖아요. 베네수엘라가 좁 급하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방법은 있고?”

“잠깐만요. 통화 좀 하겠습니다.”

“그러려무나.”

재준은 일어나서 창가로 향했다.

“임재준입니다.”

-네, 나바로입니다.

“어제 취하셔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하신 것 같던데.”

-이제부터 나설 겁니다.

“그럼 투마로우도 몇 가지 힘을 보태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내일 전 세계 언론에서 중국 금융시장에 관한 재미난 기사들이 실릴 겁니다.”

-그래요?

“무역분쟁에 대한 중국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좀 알리려고요. 국민들도 알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럼요. 알아야지요.

하하하하.

몇 마디 더 나눈 재준은 크게 웃으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곧바로 퀴니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

[국가무역위원회 나바로 위원장은 미국은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동하여 화웨이와의 모든 거래를 중단시켰다고 한국에서 발표했습니다]

[또한, 나바로 위원장은 중국의 대형 은행들에 제재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해당 은행은 중국교통은행, 중국초상은행, 상하이푸둥발전은행 세 곳으로 모두 중국의 일류 대형은행입니다. 미국 법원은 애국자법에 따라 테러집단으로 지정된 소말리아 정부와의 거래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 중국 은행들과 중국 정부에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해당 중국 은행들과 중국 정부는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법적인 조치로서 해당 은행들에 제재가 가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금융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나바로 위원장은 경고했습니다]

너희 중국놈들은 죽었다 깨어도 미국을 이길 수 없다.

나바로가 입에서 불을 뿜어댔다.

언론이 이에 가세했다.

[중국 증시는 4개월간 27%가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일본 증시에 역전당하면서 4년 만에 2위 자리를 빼앗습니다]

[위안화 가치가 무역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달러에 비해 8% 감소하였습니다. 이는 위안화 절하의 영향을 웃도는 폭락으로, 물가 상승과 자본 유출 등의 일이 일어난 게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시도하여도 위안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5%에 그치면서 중국 정부가 통계를 내놓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5055억 달러인 데 반해 중국의 미국산 수입 규모는 1299억 달러였습니다. 중국은 수입되고 있는 미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가 이미 거의 다 부과된 상황이지만 미국은 2500억 달러 규모의 대 중국 관세가 남아있습니다. 애초에 승부가 결정된 대결이라는 평이 주를 이룹니다]

[중국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무역전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이 되려 금융권의 부실 대출 확대로 나타난 것입니다. 중국에선 언론통제로 “무역전쟁의 여파는 미미하다” “미국과 맞서 싸우자”는 관제 독려만 뉴스에 등장하고 있고 눈치가 빠른 중국의 부유층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안전 자산인 골드바 등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금융권에 대한 뉴스가 하루 만에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왔다.

전 세계가 인권이고 나발이고 금융전쟁으로 번지면 달러 유출은 불을 보듯 뻔했다.

자국 외환고 유지하기 바빴다.

***

한국 내 중국 대사관.

“이게 다 어디서 쏟아져 나오는 거지?”

호텔에서 일어난 시앙핑은 딩쉐이의 다급한 보고를 받고 급하게 중국 대사관으로 왔다.

“블룸버그에서 기재된 기사를 전 세계 언론이 퍼 나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아직은 시앙핑도, 딩쉐이도 블룸버그와 투마로우의 관계를 알지 못했다.

당연히 임재준이 블룸버그에게 빅엿을 먹였는데 둘의 유착 관계를 알 리가 없었다.

중국 금융권의 위기 상황이 다 까발려졌으니 투자자들의 이탈은 중국 국민들의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국민들은 어때?”

“아직은 언론이 통제되고 있어 동요는 없지만, 인터넷으로 사실을 알아내면 곧 퍼질 겁니다.”

“그럼 인터넷도 잠가.”

“주석님, 그건 불가능합니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없나?”

“찾아보겠습니다.”

빌어먹을.

이거 분명히 나바로 작품인데.

중국이 미국보다 나은 게 뭐가 있지?

시앙핑은 오랜만에 약간의 흥분을 느꼈다.

임재준 이후로 강적을 만난 느낌이었다.

중국이 잘하는 거.

중국은 곡물도 석유도 자급자족이 힘들다.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형태다.

하지만 원자재.

원자재는 전 세계에 저가로 공급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

“딩쉐이. 미국이 10년간 물가 성장률을 낮게 유지했던 것은 우리 덕 아닌가?”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가격을 더 낮춰서 밀어 넣어. 어디 한번 수입 안 하고 못 배기게 만들어.”

“손해를 보면서요?”

음.

딩쉐이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방법이 주석이 제시한 것 외에는 없다.

손해가 나도 수출은 이어져야 하니까.

손실은 정부가 메꿔주면 된다.

그래야 중국 국민들이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리고 전 세계에도 중국산 저가 원자재가 없다면 국가 경제가 어렵게 된다는 걸 인식시켜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국 제품 불매 운동 어때?”

“괜찮은 생각이십니다.”

“중국의 상황이 어느 정도 국민에게 퍼지면 이 모든 게 미국 탓이라고 퍼뜨려. 관영 매체를 동원해서 외부의 적을 만들어.”

“네.”

딩쉐이는 힘차게 대답은 했지만, 걱정되었다.

이 정도면 이제 정치권의 싸움이 국가 간의 전쟁으로 번질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인데.

구석에 몰리고 어쩔 수 없이 칼을 빼 드는 이 그림.

임재준.

어떻게 만나기만 하면 꼴이 이렇게 험하게 되는지 모르겠네.

설마 이번 일도 뒤에 임재준이 있는 건 아니겠지.

정말 그렇다면 임재준이 있는 곳에 절대 가지 않는다.

당쉐이가 고민도 무색하게 시앙핑은 다른 사안을 물었다.

“그리고 한국은 어때? 우리한테 붙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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