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96화 (296/477)

제296화 내 패는 내가 만드는 거야(3)

“진정하고 말해봐요. 왜 우는 거예요?”

엘리자베스는 재빨리 스피커 폰으로 전환하여 모두 들을 수 있게 책상에 놓았다.

-커피, 커피가, 흑흑흑.

“커피가 왜요?”

-가져갈 방법이 없어.

“어디서요?”

-케냐.

“배로 실어서 가져오면 되잖아요.”

-지금 소말리아 바다가 해적으로 뒤덮여 있어. 폭탄 테러로 인해 지옥으로 변했다고.

엘리자베스는 긴장한 채 재준을 바라봤다.

아저씨 뭐라고 좀 해줘.

베네수엘라도 한 수 접은 개 막장 국가인 소말리아는 2017년에 드디어 25년간의 무정부 국가에서 완전한 형태의 정부를 가지게 되었고, 소말리아 남부에서 무장세력을 몰아내는 등 얼마간 소기의 성과를 내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상 최악의 테러가 수도 모가디슈에서 발생했다.

자그마치 230명이 죽었다.

이 테러는 무장 세력들이 다시 득세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재준은 우선 마가리따를 달래야 했다.

“마가리따, 울지 말아요.”

-내 전 재산을 투자했단 말야. 이번에 커피를 가져가지 못하면 난 파산이라고.

아니, 어느새 또 사업을 시작한 거야?

“알았으니까, 우선 지금 어디예요?”

-케냐.

“네?”

그래서 자꾸 가져가야 한다고 한 거구나.

“언제부터 케냐에 있었어요?”

-3개월 정도 됐는데.

대체 테러가 일어나는 시점에 거긴 왜 가?

아니지, 테러가 일어날 줄 알았으면 가지 않았겠지.

“암튼 당장 프랑스로 가세요. 커피가 문제가 아니에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알았어.

“저희도 프랑스로 갈 거니까. 거기서 봐요.”

툭.

통화는 끊어졌고, 모두 한숨을 쉬었다.

어째 할 일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냐.

“자, 분쟁 지역이 정해진 것 같네요. 우리 마가리따 아줌마가 아주 열일을 하셨습니다.”

“보스, 해적은 정말 아닌데요.”

“나도 알아. 바다에 나갈 일은 없어.”

“그럼 어떻게 해적을 소탕해요?”

“아니 해적은 밥도 안 먹고 산대? 육지에 못 오게 하면 되는 거 아냐? 아주 주구장창 바다에 있으라고 해. 생선 비린내가 골수에 파고들 때까지. 일단 케냐와 소말리아 국경에 소말리아에서 넘어온 난민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을 거야.”

케냐도 소말리아 난민으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사는 국가이고 소말리아는 가장 못사는 나라다.

이 두 국가가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 케냐 입장에서 얼마나 꼴 보기 싫을까.

“윌켄, 케냐 정부와 대화를 좀 해 주세요.”

“네.”

“워서스틴, 페렐라, 너희 둘이 베네수엘라에 공장 설립 추진하고. 알지? 악역인 거.”

“네.”

“퀴니코, 너는 블룸버그를 맡고. 블록, 너는 카터리포트를 맡아서 계속 기사를 제공해 줘.”

“네.”

“잘 들어.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분쟁을 벌이는 동안 우리는 아프리카를 접수해야 해.”

“알겠어요.”

“엘리자베스, 프랑스로 가자.”

***

중난하이.

“이놈은 누군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중국을 잡아먹을 듯이 공격하는 거야?”

신문을 내려놓은 시앙핑은 신문 기사를 보며 인상을 썼다.

[미국과 교역하면서 돈만 벌어가는 무역 흑자국은 미국에서 흑자가 난 만큼 미국 제품을 사야 합니다. 그리고 지적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게 그에 상응하는 경제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이는 국가 경제를 좀먹는 기생충과 다를 바 없습니다]

“브레드 나바로라고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입니다. 도날드가 가장 신뢰하는 자입니다.”

“에이, 거 참 귀찮은 놈이네. 대두 사겠다고 한 건 어떻게 됐어.”

“그건 환영한다고 합니다.”

“정말 우리만 미친놈이 아니야. 미국도 정말 미친놈이네. 뭐 환영? 그리고 경제 제재는 제재대로 가하고?”

“신경 쓰지 마십시오. 미국 언론은 떠드는 놈에게 열려 있는 곳이니까요.”

“그렇지. 그리고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며?”

“우리도 위안화 절하를 준비하겠습니다.”

시앙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적 재산권 문제는 피할 수 없다.

그러면 힘으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중국이 크게 손해를 봐도 된다.

미국도 그만큼 손해를 볼 테니까.

대신 우린 미국 언론을 움직일 수 있지만, 미국은 중국 언론을 움직일 수 없다.

“미국 언론에 뒷돈은 충분히 뿌리고 있지?”

“네, 명망 있는 대학 교수들도 섭외해 놨습니다.”

“좋아, 한번 시끄럽게 싸워 보자고. 누가 더 손해가 나는지.”

이번 미국 무역 전쟁에서 승패와 관계없이 전 세계는 알게 될 것이다.

중국이 얼마나 지랄 맞은 나라인지.

“저, 그리고 투마로우가 케냐 정부와 접촉을 했다고 합니다.”

“케냐? 거기 우리 일대일로 해상 루트로 제일 중요한 곳이잖아.”

“그래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전부터 투마로우가 분쟁 지역에 평화군을 보낸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뭐? 평화군? 그 유엔이 보내는 그 평화군을 말하는 거야?”

“네.”

시앙핑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건 아닌데.

세계의 이목이 달라지잖아.

중국은 돈을 위해 케냐에 진출하고 투마로우는 평화를 위해서 진출하는 모양새가 되는데.

국가와 기업이 뒤바뀐 꼴이야.

“딩쉐이, 자세히 알아봐.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지 꼭 알아내야 해.”

“알겠습니다.”

시앙핑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임재준, 또 무슨 일을 벌이는 거지?

***

백악관.

“중국이 연준이 금리를 올리자마자 위안화를 6.2에서 6.9로 절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비서실장의 보고에 도날드와 나바로는 시선을 교환했다.

역시 임재준의 예상대로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6.9로.

그럼 임재준이 말한 대로 밀어붙이는 게 옳다.

“나바로, 전쟁 시작합시다.”

“알겠습니다. 1차로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818종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습니다.”

“그럼 중국도 관세로 맞받아치겠죠?”

“그렇게 나온다면 2차는 288품목 160억 달러를 추가시켜 2,000억 달러어치의 관세를 부과할 겁니다.”

“좋아요. 그 정도는 돼야 정신이 번쩍 들겠지.”

도날드와 나바로는 이번에야말로 중국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중국과 미국이 무역 분쟁이란 이름으로 싸움을 주고받는 것은 언론에 자주 등장하니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분명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교역량은 늘어나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보복관세를 부과하네, 수입을 금지하네 하고는 막상 연말 수출입 보고를 들여다보면 언론에서 떠들어 댄 것과는 다르게 교역량은 훨씬 늘어난 걸 볼 수 있다.

이건 비단 중국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주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다.

한국은 말하면 입만 아프고.

다 교역량은 늘어나 있다.

무역 분쟁이 얼마나 웃긴 쇼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싸우는 사람 따로, 주고받는 사람 따로란 이야기다.

너희는 싸우든가 말든가 나는 나의 일을 한다.

그러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예정된 금융위기가 닥쳐온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세계 경제 예측 기관인 OECD나 IMF 같은 곳에서 장기 호황이 끝났다느니, 세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떠들어 댈 것이고 그때가 돼서야 소비는 위축되고 기업 실적도 떨어지면서 실제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은 싸우는 당사자고 경제가 위축되는 건 각오했으니까 그렇다 쳐도 그 옆에서 당하는 나라는 뭐야?

잘 가다가 날아온 짱돌에 눈탱이 맞은 거지.

우선 미국과 중국이 싸우면 유럽도 미국 편, 중국 편으로 갈리면서 싸워야 한다.

왜 싸우는지 모르지만, 강대국에 잘 보이려면 일단 편을 안 들 수가 없다.

유럽이야 그런대로 살 만하니까 편을 들어 싸우는 거지만, 금융위기마다 이제 막 경제가 살아나려고 하는 신흥국들은 가장 위험한 나라가 되고 만다.

살아날 만하면 얻어맞아 쓰러지고, 살아날 만하면 두들겨 맞았다.

안 맞으면 되지 않냐고?

빌린 돈이 있어 그렇게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선진국이 투자한 돈을 회수해 가면 아무리 잘 피하려고 해도 KO 펀치 한두 대는 기본으로 맞는다.

언제나 힘든 나라 베네수엘라, 투마로우의 숙적 아르헨티나, 미국의 단골 제재 대상국 이란, 유럽인으로 착각하는 터키.

그 외에도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필리핀,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등.

이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으니 원리금 상환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되고 외자가 이탈하면서 휘청거린다.

경기라도 좋으면 괜찮은데 누구누구가 싸우는 덕에 뭐라 말도 못 하고 연일 얻어맞는다.

혹시 ‘블랙 스완’이란 경제 용어를 들어 봤는가?

별건 아니고 18세기에 유럽인이 호주에 처음 도착했는데 검은색 스완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나타내는 은유적 표현이다.

스완은 흰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절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검은색 스완.

경험상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날 때 사용하는 경제 용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나타난 용어다.

그리고 미중 무역분쟁을 본 사람들이 외쳐 댔다.

‘블랙 스완’이 다시 나타났다고.

미국과 중국이 저렇게 치사하고 무대뽀로 싸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에 전쟁을 선포하는 연합 전선이 구축되고 있었다.

정말 시끄럽게 됐다.

좀 시끄러워야 재준에게 유리한 건 맞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

프랑스 내 마가리따 저택.

후.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쉬는 마가리따.

후후.

마가리따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며 웃는 신사, 루바스가 옆에 있었다.

조지 루바스, UVS 은행장의 아들로 런던 지점의 지점장이자 투자 부분에서 유명한 트레이더.

UVS에 대한 추가 설명을 덧붙이면 벌지 브래킷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은행 순위는 5위이고 유럽 내에서는 투마로우에 이은 2위.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도 별다른 손실 없이 살아남았을 정도로 정도를 걷는 은행이었다.

유명한 투자은행 운영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주식, 채권, 파생상품, 외환 거래의 모든 직원이 아주 커다란 트레이딩 룸에서 같이 업무를 본다.

뭔가 음흉한 계획을 꾸밀 수 없는 분위기의 은행.

마가리따의 남자 친구 조지 루바스도 분위기가 정직해 보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자 마가리따가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언니.”

역시 예상대로 엘리자베스와 재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리자베스. 임재준. 왜 이렇게 늦었어. 흑.”

마가리따는 또다시 감정이 복받쳤는지 아랫입술을 비죽이 내밀며 엘리자베스에게 달려가 포옹했다.

“언니, 이제 우리가 왔으니 진정하세요.”

“그래요, 아줌마. 거, 애도 아니고 돈 좀 잃었다고 울상을 짓고 그래요?”

흥.

마가리따는 재준을 흘겨보긴 했지만, 진심이 묻어나진 않았다.

그리고 뒤에서 진심 어린 눈으로 마가리따를 쳐다보는 루바스에게 가서 그를 재준과 엘리자베스에게 소개했다.

“여긴 UVS 런던 지점장 조지 루바스. 루바스, 여긴 임재준, 엘리자베스.”

“반갑습니다.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임재준을 실제로 만나다니 영광입니다.”

“하하, 영광까지야.”

가볍게 인사를 마친 뒤 엘리자베스와도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정도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엘리자베스가 마가리따에게 애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언니, 그럼 매입한 커피는 케냐에 그대로 있어요?”

“그래, 몸바사 항에 묶여 있어.”

“아니, 바다에 해적이 득실거리는데 다른 나라들은 가만있어요?”

“보고만 있지는 않지.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으니까. 어쩔 도리가 없는 거지.”

“그리고 아덴만으로 들어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선박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선박만 골라서 약탈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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