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화 이 석유로 국 끓여 먹을 거야?(19)
[인류는 지금 전례 없는 기술의 힘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다가올 미래에 우리는 유전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을 만들 수도 있으며 지옥의 문을 열 수도 있습니다. 현명한 선택이 가져올 혜택은 어마어마한 반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의 대가는 인류 자체를 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숙제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으며 이는 무지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지는 평화를 해치며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한 투마로우의 행보는 우리의 지식이 나아가야 할 길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블룸버그 통신]
[(사진)투마로우 상업은행. 자산총액 4조 7천억 달러.
(사진)투마로우 투자은행. 자산총액 9조 8천억 달러.
(사진)스톡체인. 예탁금 10조 8천억 달러.
(사진)투마로우 리살. 자산총액 1조 1억 달러.
(사진)투마로우 사라크. 자산총액 2조 8천억 달러.
(사진)투마로우 클레이스. 자산총액 8조 2천억 달러.
(사진)투마로우 암로. 자산총액 3조 5천억 달러.
(사진)투마로우 산타떼. 자산총액 6조 9천억 달러.
(사진)투마로우 포르티. 자산총액 3조 2천억 달러.
(사진)이탈리아뱅크. 자산총액 3조 8천억 달러.
(사진)브라질뱅크. 자산총액 3조 8천억 달러.
(사진)아르헨티나 YPF 석유 회사 지분 80%.
(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일본 대부업체.
(사진)(사진)(사진)(사진)곡물 메이저 기업.
(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투마로우 시티.
(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세일 기업.
(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사진)투마로우 자회사 및 계열사.
(사진)현재증권.
(사진)투마로우뱅크코리아.
카터리포트]
-너 뉴욕타임즈 투마로우 기사 봤냐?
-아, 1면부터 3면까지 장식한 거. 그건 정확히 말하면 블룸버그 통신 기사를 뉴욕타임즈가 실은 거잖아.
-아, 그래? 블룸버그도 은행 평가 사건으로 벌금 왕창 내고는 꽤 건조하게 기사를 썼는데. 이 기사는 뭔가……. 투마로우에 아부하는 듯한 분위기야.
-맞다, 맞아, 마치 꼭 투마로우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뭐 이런 느낌.
-그보다 카터리포트의 그 무지막지한 사진 테러는 봤냐?
-그거 보니까 투마로우가 무섭긴 하더라.
***
베네수엘라 갱단이 카르카스 주변에서 일제히 공격을 감행했다.
쾅, 쾅, 쾅, 쾅.
먼저 곡사포 수십 대가 카르카스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슝, 슝, 슝, 슝.
이에 아이언돔을 연상시키는 손바닥만 한 비행체가 하늘로 솟아 오르며 갱단의 포탄을 공중에서 격추했다.
마치 폭죽놀이를 하듯 하늘에서 불꽃이 터졌다.
폭죽과 다른 점은 공기를 가르는 폭발음이 몇 배는 컸다는 것.
***
-이제 투마로우가 투자은행이 아니라 거대한 제국이 된 거야. 저게 어딜 봐서 기업이야? 베네수엘라 땅을 몽땅 팔아도 투마로우 절반도 못 살 것 같은데.
-베네수엘라를 누가 사?
-석유 있잖아.
-석유는 투마로우에 메리트가 없어. 이미 가지고 있는 셰일 기업이 몇 갠데.
-하긴. 그런데 왜 투마로우는 베네수엘라를 도와주는 거야?
-블룸버그 기사에 보면 과학 기술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 과학 기술은 이럴 때 사용해야 한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던데.
-투마로우가 뭐라고?
***
갱단은 포격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평소에 애지중지하던 탱크를 앞세웠다.
그 뒤로 무장한 갱단이 탱크를 엄폐물 삼아 뒤를 따랐다.
갱단이라고 하기에는 무장 상태가 좀 과한 면이 있었다.
이때,
카르카스 방어선에서 컨테이너 옆문이 스르륵 올라갔다.
그리고.
쏟아지는 쥐 떼.
아니, 잘 보면 쥐만 한 크기에 반타원형 모양의 검은 물체가 쏟아져 나왔다.
일명 마우스범.
가운데 붉은 불빛을 내며 바닥을 기어가는 모습은 마치 쥐 떼를 연상케 했다.
마우스범 떼는 플라이드론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형태의 칩을 달고 있었다.
전방 20cm 내에 1m 이상의 장애물을 포착하면 달라붙은 후 폭발.
펑, 펑, 펑, 펑.
탱크건 사람이건 식별 없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통에 갱단은 전열이 흐트러지며 사방으로 움직였다.
***
-그럼 앞으로 투마로우의 재력으로 과학을 발전시키고 그 과학의 힘으로 세계 평화를 이루겠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 투마로우 혼자 하겠다는 게 아니라 같이 나아가잔 말이야. 과학을 어디에 사용할 건지 같이 고민해 보자 그런 뜻이라고.
-같이? 하긴 투마로우는 이미 북한을 어마어마한 나라로 만들었잖아. 마치 노아의 방주 같은. 그러니 따를 나라도 꽤 될 것 같은데.
-그렇지. 과학의 올바른 사용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만약 북한을 그대로 놔뒀어 봐. 핵무기밖에 더 만들었겠어. 솔직히 북한이 핵무기 개발 중단으로 전 세계 분위기가 확 달라졌잖아.
-그럼, 투마로우를 따라가는 게 맞긴 하네.
***
움직이는 장비가 불타고 있다.
탱크도, 트럭도.
남은건 인간밖에 없는데 마우스범은 후퇴하는 갱단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대형드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드론이 나타났다.
으아아아아악!
갱단은 드론을 보자 비명부터 질러댔다.
실제로 보기는 처음, 소문만 무성했는데.
대형드론이 열리면 파리만 한 드론이 나타나 죽음을 선사한다고.
대형드론이 갱단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용기 있는 놈은 제자리에 서서 마우스범이나 대형드론을 향해 총질을 했다.
탕, 탕, 탕, 탕, 탕.
총구에서 불꽃이 일자 대형드론 아래 입구가 개방되었다.
위이이이이잉.
수천 마리의 플라이드론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번보다 크기가 약간 커졌다.
비행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배터리의 크기를 키웠다.
그렇다고 총으로 맞힐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
워낙 작다. 그리고 아래에는 마우스범이 움직인다.
갱단이 살 수 있는 확률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갱단의 시야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대형드론이 몰려오는 게 보였다.
저 안에는 또 다른 플라이드론이 들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끝나면 좋으련만 그 뒤로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트럭이 따랐다.
***
-근데 지금 베네수엘라는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거기서 베네수엘라 군대와 갱단이 싸우는 거 아냐?
-뭐 거기야 외부와 단절되어 있으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르지. 지난번에도 투마로우 의료 로봇 봉사활동 때 갱단의 습격이 있었잖아. 그것도 나중에 CNN에 방송돼서 알았고.
-하여튼 남미 갱단 놈들은 정말 대책이 없어.
-그게 다 정치를 엉망으로 해서 그래. 카리브해 지역에서 석유 안 나는 지역이 어딨어? 근데 어째 석유만 나오면 나라가 그 꼴이 나는지 원. 흥청망청 다 써버려서 유가 폭락하니까 나라 경제가 하나같이 폭삭 주저앉아.
-이 기회에 베네수엘라부터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는데.
-그게 되겠어? 일단 미래를 걱정하는 인간이 없어. 에휴, 투마로우만 힘든 거지. 이러다 투마로우도 손 떼면 답이 없는데.
-그럼 안 되지.
***
갱단 지휘관은 망연자실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카라카스 주변 200km가 넘는 지역에서 동시에 진격을 했다. 결과 단 한 곳도 전진한 곳이 없다고 연락을 받았다.
일제히 후퇴.
막대한 피해만 남았다.
아직 저 말도 안 되는 벌레들이 여기저기서 갱단원들을 학살하고 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찌 보면 최첨단 무기도 아니다.
단순히 앞에 있는 적을 향해 돌진만 하다 터지는 쥐새끼나 손바닥으로 쳐도 잡을 수 있는 작은 드론일 뿐인데.
작전 실패다.
지금까지 전황으로 봐서 밀고 들어가면 끝났을 전쟁이었다.
변수라면 저 작은 드론이라서 초반에 곡사포를 발포했는데.
이상한 비행접시가 날아와 포를 전부 막았다.
이제 할 게 없다.
제기랄.
이거 봐라.
날아다니는 드론이나 쥐새끼는 가만히 살짝 방향만 틀면 적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지 않는가.
이걸 몰랐다니.
공포야말로 이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였다.
부릉릉릉릉릉, 끼익.
그런데 이건 뭐냐?
트럭 위에 중기관총을 잡고 있는 저거 말이다.
저걸 언젠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본 것 같은데.
붉은 광선을 뿜어 내는 저놈의 눈이 내 심장을 바라본다.
내가 사람이란 걸 눈치 챘구나.
그렇게 직감하는 것과 동시에.
퍽, 퍽, 퍽, 퍽, 퍽.
정확히 머리, 가슴, 복부, 다리에 12mm 구경의 총알이 쏘아지며 내 온몸을 갈가리 찢어 놓았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딨어.
***
-저녁이나 하러 가자.
-그래, 혹시 뭐 다른 소식이 있을지 모르니 CNN이나 봐야겠어.
-제발 투마로우가 베네수엘라에 안정을 가져다 주면 좋겠는데.
-임재준이잖아. 잘할 거야.
-그렇겠지?
-그럼. 마음으로라도 응원을 해야지.
-그래. 가자.
***
베네수엘라 대통령 집무실.
마두로 대통령은 덜덜덜 떨면서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대형드론에 설치된 소형 카메라에서 송출된 영상이었다.
재준이 피식 웃었다.
“싱겁게 끝난 것 같네요.”
후, 후, 후.
거친 숨을 몰아쉬던 마두로 대통령은 재준을 올려다봤다.
“정말 끝난 겁니까?”
“보셨잖아요. 우리 쪽 인명 피해는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갱단은 거의 도망갔어요. 이제 항복하고 수용소로 들어오든지 아니면 사냥감이 되어 몰이를 당하든지 선택을 해야겠죠. 그 정도 발표는 하실 수 있겠죠?”
“그럼요. 하,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마지막 일 하나만 남았네요.”
“뭐죠?”
이때.
탕, 탕, 탕, 탕, 탕.
집무실 밖에서 총소리가 들리더니.
벌컥.
문이 열렸다.
테론과 카빌이 수하들과 서 있었다.
“보스, 쥐새끼 몇 마리가 침투하는 걸 진압했습니다.”
아마 갱단에서 특수 부대 출신으로 구성하여 차출한 마두로 암살조가 실패한 모양이다.
블랙워터의 테론이 손가락 두 개를 모아 경례 비슷한 걸 했다.
“수고.”
마두로의 미간이 찌그러졌다.
재준이 마두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무래도 대통령님을 저격하기 위한 팀이 따로 있었나 보네요.”
후.
“이제 진짜 끝난 겁니까?”
“아니요. 아직 남았다니까요.”
재준이 테론에게 손짓을 하자 테론도 수하에게 손짓을 했다.
그리고 누군가 끌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놔. 내가 누군지 알아?”
과이도가 발악을 했다.
마두로의 미간이 더 찌그러졌다.
“과이도?”
과이도는 마두로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마두로,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난 아니야.”
재준이 과이도에게 다가갔다.
“그렇지, 오해는 풀어야지. 안 그래요?”
“맞습니다. 풀어야지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핸드폰.”
“네?”
“핸드폰을 줘 봐요.”
과이도의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