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90화 (290/477)

제290화 이 석유로 국 끓여 먹을 거야?(17)

이런 빌어먹을.

과이도는 직접 갱단들이 죽은 곳으로 달려갔다.

그런 과이도를 보며 대통령은 ‘놀라는 건 당연하지’라고 중얼거린 후 재준에게 다가갔다.

“대단합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재준에게 고마움을 넘어 존경심이 느껴졌다.

이쪽의 피해는 전혀 없이 갱단을 순식간에 전멸시켰다.

그동안 갱단에 의한 근심으로 잠 못 이른 밤이 얼마였던가.

갱단이 카르카스 근처에 나타났단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켰는데 이제 저 드론만 있으면 갱단은 얼씬도 못 할 것이다.

재준은 시체를 처리하는 군인들을 보며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요.”

대단하지 않다고?

갱단을 총 한 번 못 쓰고 죽었는데?

“아니, 왜 그렇습니까?”

“이미 정체가 드러났잖아요. 저들도 대비할 겁니다.”

“벌써 대비를 한다고요? 방금 갱단이 전멸했는데요? 아무도 모를 겁니다. 당분간은.”

쉿!

재준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주위를 살폈다.

“지금 이 많은 사람 중에 갱단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건…….”

마두로도 눈을 옆으로 째려봤다.

그렇구나.

어쩌면 내일이면 이 모든 사실이 갱단에 들어갈 거야.

“그럼 어쩌죠?”

마두로의 말에 대답하려는 순간 재준은 이쪽으로 다가오는 과이도를 봤다.

“글쎄요. 고민을 해 봐야겠죠?”

“무슨 고민을 말씀하신 겁니까?”

과이도가 재준의 마지막 말을 듣곤 되물었다.

“드론의 비행시간 때문에요.”

“저 작은 게 드론이었습니까?”

어라? 연기가 너무 어설프잖아.

시체를 살펴보는 척하면서 드론을 보고 온 거 다 알거든.

좀 더 정보를 줘볼까?

“네, 하지만 안타깝게 비행시간이 10분이 한계에요.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요.”

“아, 그렇군요.”

10분, 10분을 중얼거리는 과이도를 재준이 보고 빙글 웃었다.

재준은 이 모든 상황을 촬영하고 있는 컨테이너에 장착된 카메라를 슬쩍 봤다.

과이도, 이 촬영이 너를 얼마나 섬뜩하게 할지 기대해도 될까?

***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실.

“일산화탄소라는 겁니까?”

과이도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네. 의사 몇이 동일한 의견을 냈습니다. 확실합니다.

일산화탄소였구나.

그래서 갱단이 숨도 못 쉬고 경련을 일으킨 거였어.

흐흐, 하지만 드론의 약점은 알고 있지.

충분히 대비할 수 있어.

한 번 더 충돌하면 드론을 쓰레기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다음 한 번이 마지막이어야 해.

대충 어설프게 붙었다 떨어지면 약점을 보완할 시간을 주게 되는 거야.

그럼 드론은 더 강하고 더 잔인하게 만들어질 거고.

그러면 승산이 없어.

단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카라카스 점령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음, 진행이야 잘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화 중인 남자는 뭔가 걱정되는 듯 말을 잊지 못했다.

“왜요? 드론 때문에 걱정입니까?”

-아니라곤 못 합니다. 그 파리만 한 드론을 상대하는 건 어렵습니다. 드론에 신경을 쓰다 보면 군대의 총알을 피하기 힘듭니다. 이번에 당하는 장면을 직접 보셨죠?

“봤습니다. 순식간에 전멸당하는 거.”

-그럼 잘 아시겠네요.

“우리가 당하는 것도 봤지만 드론의 약점도 알아냈습니다.”

-약점이요?

“네, 드론엔 약점이 있습니다. 아주 치명적인.”

-그게 뭐죠?

“그 드론 10분 후에 전부 땅에 떨어지더군요. 비행시간이 10분이란 소리죠.”

-10분이요……. 그럼 해볼 만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과이도가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 이 말은 꼭 해야 한다.

“카라카스 점령이 실패하더라도…….”

-네.

“카라카스 점령이 실패하더라도 마두로는 죽여야 합니다. 카라카스를 점령해도 마두로가 살아 있다면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접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마두로 뒤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특단의 조치를 원합니다.”

-음, 특수 부대 출신으로 따로 팀을 만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 전령이 왔습니다. 그럼 이만.

툭.

통화를 마친 과이도는 탁자 위에 있는 럼을 집어 들어 술잔에 따랐다.

단숨에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40도의 알코올이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크.

술로 데워진 가슴이 마치 낮에 봤던 총알 박힌 갱단의 가슴 같단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드론에 의해 목을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던 모습도 떠올랐다.

후.

화학무기를 썼단 말이지.

이건 엄연한 국제 사회 비난 감이다.

임재준, 이번엔 선택이 잘못되었단 걸 깨닫게 해주지.

과이도는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후안 과이도입니다. 오늘.”

-참 내. 일 처리를 왜 이렇게 합니까?

통화하자마자 말허리가 잘리고 대뜸 호통부터 들었다.

“네, 무슨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베네수엘라에서 오전에 일어난 일이 벌써 뉴스에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봉사하는 자리에 갱단이 나타나 총격전이 벌어졌잖아요. 이런 걸 꼭 대놓고 해야겠습니까?

“그게 벌써 알려진 겁니까?”

-허, 참,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쩌자는 겁니까? 이미 동영상까지 CNN에 나왔는데.

“네?”

그게 어떻게 뉴스에?

마두로가 따로 촬영을 했을 리는 없고.

그렇다고 내가 지시한 적도 없다.

혹시 국민 중에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핸드폰이 있을 리 없고 그럴 여유가 있을 리가.

그렇다면, 직접 촬영해서 CNN에 보냈다고?

임재준, 정말 무서운 놈이구나.

자기가 저지른 범죄 행각을 과감하게 뿌렸단 말이야?

“그럼, 동영상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걸 보셨습니까?”

-봤습니다. 일산화탄소를 사용한 드론 공격, 그것 때문에 지금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화학무기를 사용했는데……. 국제 협약을 위반했습니다. 이건 엄연히 규탄을 받아 마땅한 만행입니다.”

-이봐요. 과이도 회장. 국제 협약에 그런 건 없습니다. 화학무기는 자제하자는 권고 사항일 뿐입니다. 도덕적인 문제일 뿐이죠. 하, 거참. 이런 것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합니까? 그러고 보니 임재준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요. 그는 자신이 한 일을 대놓고 격론의 장으로 만드는 인물입니다. 뒤에서 숨기고 감추는 인간이 아니라고요.

“그럼, 지금….”

-그래요. CNN을 보세요. 다시 연락합시다.

툭.

과이도는 TV를 틀었다.

과학자와 변호사 등 여러 명이 나와 격렬한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화학무기 사용은 분명히 금지하는 것이 사실 아닙니까?

-권고 사항입니다. 권고 사항. 그리고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비무장 시민을 향해 갱단이 일방적인 무력을 행사하기 직전인데. 그런 상황에서 인권을 들먹이면서 갱단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어디 있습니까?

-자칫 공기 중에 퍼졌으면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습니다.

-어디요? 제가 보기엔 그런 걸 본 적이 없는데요. 드론이 갱단에 개별적 접촉으로 보이던데. 어디에서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럼 앞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말이네요? 고통당하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 겁니까?

-고통당하는 사람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갱단입니까? 베네수엘라 국민입니까? 확실하게 대상을 말씀하세요. 지금 상황은 포괄적인 대상을 말할 상황이 아닙니다. 눈이 한 개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뭐라고요?

투마로우의 드론 공격이 약간 우세한 느낌은 있지만, 토론이 격렬해지는 건 맞았다.

과이도는 주먹으로 뒷머리를 통통 두드렸다.

이러면 다시 드론을 사용해도 트집을 잡을 수 없잖아.

과이도는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당장 카르카스를 칠 준비를 하세요.”

***

AAG 빌딩 66층.

“보스, 동영상 때문에 밖이 시끌시끌합니다.”

사실 보스가 나섰으니 이 정도 반응은 예상했지만.

의심쟁이 퀴니코가 재준을 향해 차분하게 말했다.

동영상은 컨테이너에 장착된 카메라에 의해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이 되었다.

그리고 은밀히 카터리포터로 전송이 되었고 카터는 CNN에 제보했다.

다음 일은 뻔하게도 반응은 격해졌고.

일산화탄소로 사람을 죽였으니 입이 근질거린 인간들이 어디 한둘이겠어.

재준은 피식 웃었다.

“시끌시끌해야 투마로우답잖아. 모든 일엔 찬성하는 사람이 있으면 비난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

“그렇긴 한데, 비난의 수위가 높습니다.”

“옹호하는 사람도 많아.”

“근데 왜 그러신 겁니까?”

“뭘?”

“왜 일산화탄소를 사용하신 거냐고요? 이건 마치 일부러 대놓고 공격받으려고 하신 것 같은데.”

“아, 그거.”

퀴니코가 이유를 묻자 모두 재준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항상 그렇듯이 뭔가 대단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봤잖아. 베네수엘라 국민을 보호하려고.”

에이, 또 그건 아니다.

“당연히 국민을 보호하는 건데. 왜 꼭 국제 사회가 암묵적으로 금기시하는 방법을 선택하신 겁니까?”

“그건 뭐랄까……. 투마로우가 하면 다 이해해라? 뭐 그 정도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거지.”

“그게 불법적인 방법이라도요? 그걸 이해해라?”

“그렇지. 누가 그러더라고. 이제 투마로우에는 지배라는 단어가 어울려야 한다고.”

“지배라뇨?”

“투마로우가 써야 할 가면은 재벌보다는 지배자가 낫다는 소리야.”

“가면이라면, 그럼 우리의 민낯은 뭔데요?”

“선량한 뱅커?”

에이, 그걸 말이라고.

차라리 양의 탈을 쓰지.

선량과 뱅커가 어울리기나 합니까.

귀 버렸네.

하하하하.

재준은 모두의 반응에 웃음을 터뜨렸다.

“웃기지.”

에이, 어쩐지.

그걸 말이라고 완전 코미디네.

농담의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모두 재준을 향해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재준이 빙글 웃지만 낮게 깔린 음성을 내뱉었다.

“근데 진짜야.”

엥?

진짜요?

“우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해야 하나?”

“일산화탄소 사용으로 그렇게 된 겁니까?”

“아니, 지배하는 위치에 서 버렸다는 거야.”

“너무 과신하는 거 아닙니까?”

“글쎄. 그동안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책임에 대해서. 이제 모든 일에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올라섰잖아.”

“그렇긴 하죠. 책임은 져야죠.”

“맞아. 책임.”

재준의 눈이 한없이 깊어졌다.

“그런데 과거에는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돈을 두고 싸웠는데, 어느새 기업과 국가 간의 갈등 안에 우리가 서 있게 되었더라고.”

아, 작은 탄성이 여기저기 들렸다.

“이제 돈이 아니라 지배의 문제를 생각하게 된 거지. 지배하느냐 지배를 받느냐.”

음. 그렇게 우리가 컸구나.

“그럼 되도록 지배를 해야지. 투마로우가 지배를 받는 건 그림이 잘 안 그려지잖아? 지배하려면 그에 맞는 책임이 따를 거고.”

“그럼 이번 화학무기도 책임을 생각하고 저지른 겁니까?”

“그렇지.”

“역시 보스는 대단하네요. 감히 인간이라면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은 못 해요.”

“아, 그거. 내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알려준 방법이야.”

“네?”

정확히 인공지능 같은 인간이 알려준 거지.

“왜 그렇게 놀라?”

“기계가 시키는 대로 했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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