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86화 (286/477)

제286화 이 석유로 국 끓여 먹을 거야?(13)

“아, 커피. 그건 괜찮네요.”

도날드의 얼굴이 근심으로 물들었다.

“그래도 경제 제재를 가했는데 투마로우만 가서 커피를 재배를 재배한다는 게……. 영.”

“저희가 가는 게 아니라 카킬이 가야죠. 그쪽이 곡물 기업인데.”

“카킬이 가더라도 어쨌든 경제 제재 중인데…….”

체면 좀 세워 달라?

재준은 엄지를 들어 올렸다.

“걱정 마세요. 도날드의 업적으로 만들어 주려고 머리 좀 썼습니다.”

“그래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게 원하는 게 석유 생산량이잖아요. 미국이 정한 석유량만 생산하게 하는 건 어때요?”

오잉?

이건 좀 괜찮다.

사실 미국의 제재는 겉으로는 미국에 대들어서 혼내는 거지만 속내는 사우디랑 손잡고 산유국 행세하는 걸 막는 거니까.

“좋습니다. 그거면 됩니다. 내일 바로 발표하겠습니다.”

역시 화끈하다니까.

“그리고 또 하나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카킬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들어가려면 카리브해를 지나야 하는데 이곳에 해적이 우글우글하잖아요.”

“혹시 미 해군이 경호를 해 달라는 건가요?”

“아이고,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베네수엘라 경제 제재를 하더라도 인도주의적 식량 원조는 허락한다. 식량 원조를 약탈하는 행위는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뭐, 이 정도만 발표해 주시면 됩니다.”

대통령이 해적에게 덤비면 죽여 버린다고 하라고?

근데 왜 내 이미지랑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지?

“그런 거라면 충분히 해줄 수 있습니다. 뭐 어려운 것도 아니네요. 아니, 발표도 하고, 미 해군이 엄호도 해드리겠습니다. 이참에 카리브해를 드나드는 명분도 좀 만들고 좋네요.”

“감사합니다. 나중에 저쪽 한국 위에 볼일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빠른 순서로 알아보겠습니다.”

“아, 그 임모…….”

“거기까지.”

하하하하하하.

도날드와 재준은 크게 웃었다.

밖에 있는 비서가 깜짝 놀랄 정도로.

***

다음 날.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경제 제재를 가할 겁니다. 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 원조는 통제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식량 원조는 미 해군이 엄호할 것이며 선박에 접근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선박에 접근하는 그 어떤 해적 행위에 선제 타격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게 경제 제재를 가한다는 발표인지 식량 원조를 핑계로 카리브해를 장악하려는 속셈인지 아리송했다.

어쨌든.

이제 경제 제재로 베네수엘라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방송을 본 재준은 쓴 입맛을 다셨다.

이제 마두로가 디폴트를 선언하게 만들면 세계의 교역은 일시에 중단된다.

원래 이 시기에 디폴트를 선언하기는 하지만 꼭 자신이 시켜서 하는 인상을 준 것 같아 씁쓸했다.

그럼, 이제 마두로와 대화를 해야겠지.

마두로 뒤에 있는 놈이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 그는 마두로를 도와 민주주의 체제를 독재체제로 만들어가는 중이었다.

독재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더는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았다.

심지어 경찰과 공무원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자 갱단의 일원으로 들어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과이도, 이제 정말 끝이야. 미국의 경제 제재가 현실이 되었어. 이제 어떡하지?”

“마음을 굳게 가지라니까. 기껏 투마로우까지 끌어들였는데 여기서 주저앉으면 안 돼.”

아, 머리야.

마두로는 머리를 부여잡고 인상을 썼다.

과이도는 한심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어째서 이런 인물을 챠베스는 후임자로 내정했을까.

대령 출신인 챠베스는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15년을 통치하고, 죽기 직전 자신의 운전기사를 후임으로 선정했다.

더는 군 출신이 나라를 다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더라도 버스나 몰던 마두로는 너무한 거 아닌가?

나는, 나는 뭐냔 말이다.

챠베스 옆에서 일생을 바친 나는.

챠베스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거의 종교 수준이라 마두로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이제 과이도가 할 수 있는 일은 마두로가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챠베스의 실패한 실정을 그대로 따라 하게 만들었다.

무상배급과 무상의료를 그대로 실시하여 국고를 말라가게 했다.

하지만 석유가 있는 한 버틸 수 있었다.

마침 셰일 기업과 사우디의 한판 승부가 펼쳐지며 유가가 곤두박질쳤다.

과이도는 마두로에게 미국을 비난하라고 주문했고 마두로는 예상외로 챠베스보다 더 미국을 몰아세웠다.

결과는 베네수엘라는 파국으로 치닫는 나라가 되었고 미국의 경제 제재까지 받게 되었다.

얼마 안 남았다.

마두로가 국민에 의해 탄핵당하는 날이.

“과이도, 정말 투마로우가 도와줄까?”

“우리한텐 석유가 있어. 투마로우같이 돈밖에 모르는 놈들이라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야.”

“근데 왜 연락이 없지?”

“마두로, 진정하라고. 너를 만나고 프랑스로 갔다고 했어. 그건 이미 프랑스와 결판을 내겠다는 소리야. 우리가 프랑스령이 된다면 미국은 제재를 물릴 수밖에 없어.”

“그러나 미국이 경제 제재를 추가했잖아.”

흥.

과이도는 콧방귀를 끼었다.

“더 잘된 거지. 이제 디폴트를 선언해 버리면 더는 빚에 시달릴 염려도 없잖아.”

“과연 그럴까?”

안절부절못하는 마두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때,

띠리리리링.

누구지?

마두로는 과이도를 보았다.

마치 이걸 받아야 하나 물어보듯이.

“받아. 얼른.”

마두로는 수화기를 들었다.

“마두로 대통령입니다.”

-오랜만에 연락드리네요. 임재준입니다.

“아, 네. 미국 대통령과 함께 북한에 다녀오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별거 아닌 건데요. 근데 이번에 미국 경제 제재 소식 듣고 깜짝 놀라셨죠?

“아, 네. 지금 그것 때문에 국회의장이랑 의논 중이었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런데 너무 놀라진 마세요. 그건 제가 일부러 미국 대통령에게 부탁한 거니까요.

“일부러 경제 제재를 부탁했다고요?”

마두로의 시선이 과이도에게 향했다.

과이도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그래야 디폴트를 선언할 거 아닙니까?

“디폴트를 선언하라고요?”

과이도의 눈매가 차분해졌다.

과연 디폴트를 위한 거였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징그러운 놈, 나도 하려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베네수엘라도 나란데.

한 나라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면서.

-원래 빚이라는 게 있으면 신경 쓰여서 일을 마음대로 못 하는 겁니다.

“아, 네.”

-디폴트를 선언해도 IMF에서 제안하는 구제금융은 거절하세요. 괜히 그놈들 들어오면 경제 개혁한다고 베네수엘라 박살 납니다.

“알고는 있습니다.”

-우리 석유는 현 상태를 유지하고 커피를 심읍시다.

베네수엘라 기후에 토양은 커피와 열대 과일을 심기엔 최적의 땅이다.

사람들이 열의가 없어서 그렇지.

재배하면 뭐해 갱단한테 다 빼앗기는데.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커피요…….”

후.

마두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누가 몰라서 안 하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으니까 못하는 거지.

-자, 잘 들으세요. 먼저 밀과 옥수숫가루를 보낼 겁니다.

“식량을 보낸다고요?”

-공짜 아닙니다. 국채를 발행해서 저희가 담보로 사용할 겁니다.

“네.”

-커피 농장은 카킬이 카라카스 주변을 중심으로 넓혀나갈 겁니다. 농사만 지으면 카킬이 알아서 수거해 갈 거고요.

“정말입니까?”

-네.

가장 시급한 문제가 해결되었다.

농사야 인력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운송은 연료 없이는 불가능했다.

카킬이 수거해 간다면 커피를 재배하기만 하면 된다.

처음엔 힘이 들겠지만, 점차 나아질 수 있다.

-농장 운영을 위한 국채는 따로 발행해서 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그럼요.

윌켄이 좀 바쁘게 움직일 것이다.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 채권을 월가에 유통할 수는 없으니 블록이 중국에서 사모펀드를 세우고 윌켄의 인맥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채를 팔면 된다.

***

인도에서 대량의 정체불명의 가루가 카킬에 도착했다.

브라질에서 대량의 밀과 옥수수가 카킬에 도착했다.

카킬 곡물 엘리베이터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미 해군의 호위를 받은 곡물 전용 화물선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도착했다.

베네수엘라 음식 중 대부분이 밀가루나 옥수숫가루를 넓게 펴서 구운 다음 그 안에 고기나 야채를 넣어서 먹는다.

우리가 아는 또띠야와 똑같다.

다시 재개되는 곡물가루 배급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 결과 카라카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갱단도 곡물을 선점하려고 카라카스 주변에 진을 치고 몰려들었고 카라카스의 주변에서 종종 총격전이 벌어지곤 했다.

이에 대해 재준은,

“그냥 놔둬. 적어도 6주만 지나면 돼.”

라고 말하며 방치했다.

모두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재준의 말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6주가 지났다.

SDRI(세로토닌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는 최소 5주 후부터 효과가 발휘된다.

세로토닌은 두뇌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일명 ‘행복 호르몬’으로 무기력, 우울, 불안, 부정적 사고, 수면의 질 하락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한 번 생성되었다가 빠르게 흡수되어 버린다는 거.

자연적으로 세로토닌을 생성시키려면 햇빛을 맞으며 산책을 한다거나, 깊은 호흡과 명상을 한다거나,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된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세로토닌은 생성된 후 금방 뇌 속으로 흡수되어 버리면 우울증은 심해진다.

자, 그럼 SDRI에 의해 세르토닌이 흡수되지 못하도록 하면 어떻게 될까?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점점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였다.

우리도 이대로 주저앉아 있지 말고 일을 해야 한다.

과거의 불행은 모두 접어두고 미래를 위해 살아야 한다.

긍정의 효과가 나타났다.

이 시기에 맞춰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커피를 생산하면 카킬이 전량 수거한대.

-우리가 커피를 생산 못 하는 게 아니라 생산해도 거기까지 갈 연료가 없는 거야.

-거, 사람. 부정적인 사고방식하고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보라고. 내 말은 커피 수거도 카킬에서 한다는 거야.

-오, 정말인가?

-근데 이상한 건 밀과 옥수수는 필요 없대. 오직 커피만 가능하다는데. 하지만 그게 어디야. 커피를 재배하면 이제 생활이 나아질 거란 말이지.

-그럼, 갱단은?

-그러니까 안전한 카라카스 주변으로 가야지. 거기 이미 커피 농장이 시작되었고 사람도 많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사람들이 카라카스 주변 농장으로 몰려들었다.

SDRI 부작용은 없냐고?

많다.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두뇌의 구조를 바꾼다느니, 간을 손상시킨다느니, 태야에 좋지 않다느니, 복용하다 중단되면 자살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게 꾸금이라 말하기 좀 망설여지는데.

세르토닌을 꾸준히 복용하면 정신이 너무 차분해져서 섹스시 절정을 경험하기 힘들다.

그러니 점점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하지만 많이 하면 할수록 몸만 축나지.

베네수엘라 국민의 밤은 점점 시들어져 갔다.

갱단은 어떻게 됐을까?

말해 뭐하겠나. 약 기운 덕에 더욱 냉정하게 약탈을 자행했다.

단 약탈할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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