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85화 (285/477)

제285화 이 석유로 국 끓여 먹을 거야?(12)

재준이 심드렁하게 침대에 걸터앉았는데 엘리자베스의 눈에서 또로록 눈물이 떨어졌다.

“왜? 진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진이, 진이 죽어가고 있어요.”

뭐?

술이 확 깼다.

으앙.

엘리자베스가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엘리자베스, 울지 말고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해 봐.”

엘리자베스는 진에게 들은 뉴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녀석이 똑똑한 이유가 있었네. 유전공학자들도 진이 두뇌 유전자를 수선한 다른 아이들보다 몇 배는 똑똑하다고 했거든. 아이큐가 500이 넘을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지금 그런 말이 나와요?”

엘리자베스가 재준을 노려봤다.

재준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에휴.

“엘리자베스,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니? 자신의 뉴런이 아직도 증가하고 있다는 걸 알아낸 아이를 걱정해야 하는 거니, 아니면 뉴런 따위는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채 죽어가면서 진을 걱정하는 널 걱정해야 하는 거니? 넌 네 뉴런을 측정하는 방법은 알고 있어?”

“뉴런 측정이요? 그걸 어떻게 측정하는 건데요?”

“내가 아니? 근데 그걸 측정하는 아이가 돈을 주면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거잖아. 1000억이든 2000억이든 알아서. 죽는 거? 나도 죽어가고 있어. 너도 죽어가고 있고, 인간은 누구나 죽어. 근데 난 해결할 방법을 몰라. 근데 진은 알고 있고. 왜 걱정하는 건데?”

“네?”

“너도 참. 일시적으로 모성애가 발동한 거야? 하긴 자기 자식이 죽는다는데, 눈물을 흘리지 않는 내가 이상한 거지.”

“자책하지 말아요. 아저씨는 원래 그러니까.”

“참 위로가 되네요. 위로가 돼. 아주 냉혈한으로 인정해 줘서 감사해야겠어요.”

쩝.

엘리자베스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문득 진의 말이 생각났다.

“참, 진이 베네수엘라 해결책을 알려줬어요.”

뭐?

이건 또 무슨 인공지능이 헛다리 짚는 소리야?

***

미국과 북한 사이에 새로운 조약이 합의되었다.

평양 조약.

미국과 북한은 과학 분야에서 더욱 활발한 교류를 하기 위해 미국은 북한에서 들어오는 모든 물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다.

당연히 미국에서 북한으로 수출하는 물품은 없다.

그럼 북한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게 있을까? 없다.

찾아보면 있기야 있겠지만 굳이 몇 개 안 되는 교역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조약까지 들먹이는 게 사람들이 보기에 장난스럽게 보였다.

도날드도 김정은도 실제 인물 같진 않지.

밖에서 보기에는 형식적이고 의미 없어 보이는 조약이지만 이 조약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모든 제재가 사라졌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카터리포트에서 터뜨렸다.

카터리포트에 평양에서 투마로우 시티로 가는 128km 사이 주변 경관과 사람들, 건물들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율주행을 위한 도로는 미래의 산물로 보였고 주변 건물들은 기이한 디자인을 가졌으며 북한의 주민들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두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도대체 북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혹시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실현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사람들은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근데 도날드는 북한 가서 뭐 한 거야?

뭘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어.

전 세계의 기대와 다르게 북한에서 도날드의 행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고 알려진 도날드가 취했다는 루머가 나돌았지만, 사람들은 설마를 외치며 의심을 거두었다.

재준은 북한에서 2박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

AAG 빌딩 66층.

“보스, 우리 왔어요.”

펠그리니와 박혁이 신문에 잡지에 한아름 들고 들어오며 말했다.

팀원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엥? 그건 다 뭐야?”

으챠.

탁자에 내려놓고 보기 좋게 분야별로 정리를 했다.

“이게 다 뭐냐고.”

“북한에 대한 기사들이죠.”

“아니, 갔다 온 기자는 한 명인데, 도대체 몇 군데에서 북한을 다룬 거야?”

“카터리포트에서는 글을 일절 싣지 않고 사진만 올렸어요.”

“하긴 김여정이 추측성 기사만 쓰면 당장 달려가서 멱살을 잡을 것처럼 했으니 눈치는 봐야겠지. 기사는 북한에 대해 잘 썼어?”

“그게 전문가들도 뭐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저도 사진만 보고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히 모르겠고요.”

“너도?”

“그렇죠. 전 공학자가 아니라 뱅커에 가까우니까요.”

“그래서 언론에서 공학자들에게 북한을 분석해 달라고 한 기사들이 이것들이야?”

“맞아요. 전부 사진을 보고 이런저런 추측을 쏟아낸 거예요. 심심할 때 읽어 보세요. 나름 재미있어요.”

너도나도 숟가락 올리려고 난리네.

“펠그리니, 넌 어느 분야가 제일 관심이 가는데.”

“전 자율주행이죠.”

말을 하자마자 과학 잡지 하나를 펼쳐서 사진을 가리켰다.

“여기 이 사진 보니까. 지금 북한의 자율주행 수준이 이미 완성단계 같아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달려가는 차의 속도도 최소 100km를 넘는 것 같고,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자연스러운 게 사고의 위험을 느끼지 않잖아요. 그리고 여기. 도로 상태가 너무 깨끗해요. 여기, 여기, 여기. 사거리 신호등 앞의 여러 사진을 봐도 도로에 출발과 정지할 때 무리한 흔적이 하나도 없어요. 이건 도로 전체를 장악했다고 봐야 해요. 그리고 군데군데 보이는 트럭들까지. 완벽해요.”

펠그리니가 입에서 침을 튀겨가며 말을 토해냈다.

언제부터 자율주행 예찬가가 된 거야?

가만, 그러고 보니 펠그리니가 운전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너 혹시 운전 못 해서 자율주행 기다리는 거니?

그럴 수도 있지.

펠그리니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

“미국에 도입이 가능할까?”

“불가능하죠. 미국뿐 아니라 선진국은 다 불가능해요. 일정 지역을 폐쇄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허락하겠어요?”

“그렇겠지?”

“그리고 자율주행은 자동차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사물들과도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해요. 그럼 도로 옆의 건물에 센서를 부착해야 하고, 그건 엄연한 사생활 침해가 될 게 뻔한데. 절대 못 하죠. 그래서 걱정이에요.”

“뭐가?”

“돈은 천문학적으로 들어갔는데 팔아먹질 못하잖아요.”

“팔아먹을 필요가 있나? 사람들이 우리 영역으로 이주해 오면 되지.”

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로 영역을 확장하는 거예요?”

“그렇지. 내가 남의 나라 잘되는 데 투자할 리는 없잖아. 처음엔 당연히 돈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겠지만 나중엔 일반인도 이주하겠지. 마치 예전의 홍콩처럼.”

“그러다 중국에게 빼앗길 수도 있는데요.”

“그 반대가 되겠지.”

그럼, 중국과 러시아를 우리 영역으로 흡수한다고?

보스, 꿈이 너무 큰데요?

윌켄이 잡지 하나를 보다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윤리적으로 부정적인 의견도 많네요.”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베네수엘라를 평화롭게 만들면 관심이 남미로 집중될 거야.”

베네수엘라?

무슨 소리야?

거긴 안 된다고 말했는데.

갱단 소굴이라면서요.

보스!

사실 베네수엘라뿐만이 아니다.

맥시코에서부터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브라질 등 쭉 다 문제의 국가들이다.

뭐, 나는 베네수엘라 하나면 충분하지.

아예 남미 국가들이 이쪽으로 오줌도 안 누게 할 거다.

“괜찮아. 방법이 있어.”

“어떤 방법이요?”

“일단 베네수엘라도 북한처럼 폐쇄시켜야겠지.”

“폐쇄요? 그럼 갱들이 더 난리를 칠 텐데요?”

마치 윌켄의 속마음을 대변하듯 펠그리니가 빽 하고 소리를 지르듯 말했다.

아니, 이제 펠그리니 너까지.

거참, 이게 평화적인 방법이라니까.

재준은 엘리자베스가 진에게 들은 이야기는 일단 팀원에게도 비밀을 유지했다.

어떤 일은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으니까.

“계획이 있어.”

“폐쇄한 다음에는요?”

“먼저 베네수엘라에 식량 원조부터 시작할 거야.”

아, 식량을 무기화하겠다?

이때.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커피를 재배하게 해요.”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엘리자베스가 나섰다.

“커피?”

“맞아요. 커피. 베네수엘라는 커피 재배에 적합한 토양과 기후를 가지고 있어요.”

재준이 엘리자베스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커피가 너의 계획이었어?”

“네, 전 세계가 음식은 달라도 다 같이 먹는 게 커피잖아요. 근데 석유에 정신이 팔려서 자신이 잘하는 걸 모르고 있던 거예요.”

호, 그러네.

커피라, 괜찮은데.

“근데 왜 지금까지 말을 안 한 거야?”

“지금까지는 불가능했으니까요. 하지만 식량만 원조하면 가능할 거 같지 않아요?”

엘리자베스가 재준에게 의문형으로 물었다.

다 알면서 재준의 도움을 요청했다.

알았어. 네 뜻대로 할 거야.

세레토닌으로 개조된 국민이면 얼마나 열심히 일하겠어.

당연히 세계 제1의 커피 생산국이지.

“그래, 커피로 밀어붙이자.”

엘리자베스도 ‘됐다’고 생각하며 입술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하지만, 다른 팀원은 불안했다.

“정말 석유를 포기하고 커피로 간다고요?”

“그렇다니까.”

재준은 불안한 팀원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

걱정도 팔자야.

자, 그럼, 도날드 대통령을 만나러 가볼까.

***

백악관.

“베네수엘라에 식량 원조를 하겠다고요?”

“인도주의 차원이라고 해두죠.”

도날드는 재준의 말에 호기심이 스멀스멀 차올랐다.

임재준 입에서 인도주의라는 말이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설마 공짜로 주는 건 아니죠?”

“에이, 설마요. 아무리 인도주의라 해도 공짜는 사람을 병들게 해요. 절대 안 되죠. 내가 누군지 아시면서. 지옥 끝까지 가서라도 이자까지 다 받을 겁니다.”

하하하.

그럼 그렇지. 임재준 네가.

그래도 갑자기 식량 원조라니.

“그럼 제가 도울 일이 무엇입니까? 그것 때문에 방문하신 것 같은데.”

“하하, 몹시 어려운 부탁을 해야 하니까 마음 단단히 잡으세요.”

“알겠습니다. 안전벨트 채웠으니 말씀해 보세요.”

도날드는 불시착하는 비행기 안의 승객처럼 두 손을 꽉 쥐었다.

아니, 뭐 그런 자세까지 만들 건 아닌데.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경제 제재를 가하실 거죠?”

“네, 그거야 제 선거 공약이니까요. 왜요?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요, 공약은 국민과 한 약속인데. 꼭 지키셔야죠. 근데 기왕 할 거면 좀 서두르시죠.”

“어, 반대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반대요? 설마 제가 마두로 대통령과 한 번 만났다고 그새 쿵짝이 맞았을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베네수엘라에 뭐 먹을 게 있다고.”

“석유 있잖아요.”

“에이, 아시면서. 그거 그림의 떡이잖아요. 먹으려면 돈 엄청 들어요.”

“석유도 아니면, 왜 경제 제재를 서두르시는 겁니까?”

“베네수엘라를 고립시켜 놓고 작물을 재배할 계획입니다.”

“작물이요? 베네수엘라 땅이 밀이나 옥수수를 심기에 적합하지는 않을 텐데요.”

“아유, 밀이나 옥수수는 저희가 팔아먹어야죠. 베네수엘라에선 커피를 재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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