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83화 (283/477)

제283화 이 석유로 국 끓여 먹을 거야?(10)

투마로우펠그리니.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100억 달러를 투입하면 하루 생산량이 얼마나 증가 될까?”

펠그리니가 말했다.

사실 말도 아니다 혼자 중얼거리면서 키보드를 두드린 거지.

누구에게? 인공지능 ‘블랙’에게.

펠그리니가 이끄는 인공지능 팀은 총 8개.

인간의 오감을 데이터화 하는 팀인 ‘레드’, ‘오렌지’, ‘옐로우’, ‘그린’, ‘블루’와 셰일 지층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팀인 ‘브라운’, 원하는 자료를 찾아주는 팀 ‘퍼플’, 그리고 이를 통합해서 다루는 ‘블랙’.

인공지능을 컴퓨터에 연결하면 뭐 알아서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원하는 데이터를 마구 먹는 걸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럴 수 있다.

지금의 기술로 한 천 년 정도 걸려서 그렇지.

그래서 여기서는 먼저 단어를 기반으로 퍼플에게 원하는 자료를 요청하면 퍼플이 지금까지 나온 논문이나 학술자료를 먼저 찾아 준다.

다음 신문이나 잡지 기사.

그럼, 이 데이터를 자신의 인공지능에게 먹인다.

원래 인공지능이란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확률이 높은 경우를 찾아내는 일을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게 아니다.

데이터는 대부분 활자를 바탕으로 인식하는 게 보통이다.

여기에 음성이나 사진, 동영상 같은 다른 매체를 인식하려면 어마어마한 데이터 저장과 처리 속도가 필요하다.

퀀트들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는 분야도 바로 활자 이외의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이 인식하도록 만드느냐이다.

【낙후된 시설을 교체하면 하루 300만 배럴 생산 가능합니다.】

블랙의 대답이 의외로 짧았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살아나려면 하루 생산량이 얼마나 돼야 할까?”

【유가 30달러라면 700만 배럴 생산해야 합니다.】

펠그리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700만 배럴이면 지금 시설의 두 배 이상 늘려야 하네.

돈 먹는 하마가 따로 없겠구나.

투자한다고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박혁은 펠그리니와 블랙의 대화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렇게 물어보면 답이 너무 뻔합니다. 블랙이 대답을 바로바로 하잖아요. 좀 더 복잡하게 물어보세요.”

“그래? 그럼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데.”

“제가 한번 물어보죠.”

“그래.”

박혁은 키보드를 두드렸다.

“블랙, 베네수엘라 국민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박혁의 말대로 블랙이 가장 좋은 경우의 수를 찾으려고 데이터를 한참 뒤지는 듯했다.

“그거 너무 포괄적인 질문 아냐? 행복이란 걸 어떻게 정의할지도 문제이고. 차라리 GDP 2만 달러를 달성하려면, 뭐 이렇게 물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기다려 보세요. 이런 질문을 자주 해야 블랙이 똑똑해집니다.”

“하하하, 인공지능이 똑똑해지면 위험한 거야.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못 봤어?”

“펠그리니, 컴퓨터는 인간보다 계산이 빠를 뿐이지. 똑똑해지진 않아요.”

“그게 똑똑한 거야.”

둘이 옥신각신 대화를 하는 도중에 블랙의 대답이 화면에 떴다.

【인구를 삼 분의 일로 줄이면 됩니다.】

펠그리니와 박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먼저 움직인 건 박혁이었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 인구를 삼 분의 일로 줄이는 방법은?”

또 시간이 흘렀다.

펠그리니와 박혁은 마른 침을 삼켰다.

지금까지 주식이나 금리 등 증권에 관해서 물어봤지만, 지금과 같은 질문은 한 적이 없었다.

드디어 화면에 글자가 나타났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이주시키면 됩니다.】

펠그리니가 안도하는 표정으로 박혁을 쳐다봤다.

“그나마 건설적인 답이네.”

“그러게요.”

“밥이나 먹으러 가자. 기 빨렸다.”

“그러죠. 저도 너무 긴장한 것 같습니다.”

펠그리니와 박혁이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 후.

화면에 블랙의 또 다른 대답이 나타났다.

【인간 개조.】

그리고 곧 화면은 꺼졌다.

***

AAG 빌딩 66층.

“얼반 그룹 주가는 블룸버그 사건으로 인해 다시 급락 중입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자산 매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윌켄이 말했다.

“그러게 가뜩이나 구조조정 중이면서 왜 쓸데없이 시장의 시선을 끄냔 말이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갈 것을. 쯧쯧.”

재준이 혀를 차자 윌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왜 나섰을까?

욕심이겠지, 금융위기 전에는 자신들이 세계 1위였으니.

“윌켄, 얼반 그룹 한국 사업체들 중에 현재증권이 인수할 수 있는 건 인수하라고 하세요.”

“네, 은행과 카드 사업체가 실적이 좋긴 합니다.”

“그거 좋네.”

한국에 있는 얼반 은행과 카드는 괜찮은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얼반 은행 출신들이 한국 내에서 인맥을 형성하고 있으니 가뜩이나 코베르방크 아시아팀을 인수해서 경력 있는 인재가 모자라는 현재증권에겐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럼, 베네수엘라 이야기를 좀 해야 하는데 뭐 좋은 의견 없을까?”

다들 침묵.

지금까지 수도 없이 대화를 나눠도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고 더는 내놓을 말이 없었다.

하지만 펠그리니와 박혁은 ‘블랙’의 대답을 본 상태.

입이 근질근질한 펠그리니가 말하려는 찰나 박혁이 잡았다.

“정말 말할 겁니까?”

“그럼, ‘블랙’이 해준 말인데.”

“내 생각엔 괜히 문제만 더 복잡하게 만들 것 같은데.”

“아니야, 일단 보스를 믿어 보자.”

박혁이 잡은 손을 놓았다.

재준이 둘의 모습에 말을 걸었다.

“뭐, 둘이 속닥이는 거야? 좋은 거라도 알아낸 거야?”

“아, 그게 보스,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해답을 달라고 했거든요. 베네수엘라 주민이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뭐야? ‘블랙’이 그런 것도 답을 주나?”

“저희도 처음 시도해 본 겁니다.”

“그래서?”

“인구의 삼 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는 원주민을 이주시키라고 답을 주던데요?”

“원주민 이주?”

흠, 그건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진 않은데.

콜롬비아나 브라질로 바로 건너가면 되잖아.

가까운 곳에 프랑스령 기아나도 있고.

하지만 윌켄은 반대했다.

“보스, 안 됩니다. 난민은 항상 국제 문제로 이어졌어요. 그 중심에 우리가 서는 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거예요. 아무래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왜 베네수엘라 주민의 행복을 책임져야 하는지 그것도 의문이고요.”

“음, 확실히 그렇긴 해. 근데 꼭 우리가 할 필요는 없잖아. 참견하기 좋아하는 UN을 자극하면 되지.”

UN은 또 어떻게 끌어들이려는 거지?

“방법 있습니까?”

“카터 있잖아. 베네수엘라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면서 특히 원주민의 이주가 시급하다고 기사를 쓰면 되잖아.”

이건 평화적인 방법이네.

“괜찮은 방법이네요.”

“우리가 할 일은 카터의 언론을 많이 노출되도록 힘을 쓰는 거지. 가장 좋은 방법이 있긴 한데.”

“그게 뭐죠?”

“퓰리처상을 타게 하면 되지.”

“네?”

“미국은 로비가 합법화된 나라잖아.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건데 적극 활용하면 좋지.”

하지만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닌데.

“거기도 언론사들 로비가 꽤 살벌한 곳이에요.”

“살벌한 만큼 수상만 하면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거야. 그리고 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면 되고.”

뭐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또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거예요?”

“그런 거 아냐. 난 세계 평화를 위해서 좋아하는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려는 거지.”

“사람을 만나게 해줘요?”

“도날드와 김정은.”

분명 좋은 일인데.

왜 북한에 가면 안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걸까?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 포기 이후에 미국이 너무 무관심한 것도 사실이야.

참나, 내가 왜 정치를 걱정하고 있는지, 원.

“그럼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요?”

“그건 전화해 보면 알겠지.”

재준은 서형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김정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

핵무기 개발 없는 이 둘의 만남은 평화의 만남이라기보단 첨단 과학의 증진을 위한 두 나라의 협력이 더 어울렸다.

어쨌든 한때 세계 빈국 1, 2위를 다투던 북한의 성공은 전 세계 언론의 화제가 되었다.

김정은은 미국의 경우 언론사 ‘카터리포트’ 소속 기자만 도날드 대통령의 동행을 허락했고 나머지는 불허했다.

다른 나라 취재진은 싹 다 불허.

이번 기회에 북한과 투마로우 시티를 취재할 수 있다는 설렘에 들뜬 전 세계 언론에 차가운 얼음물을 한 바가지 끼얹었다.

특히 김여정이.

“불변의 주적들에게 북한의 찬란한 발전을 보여줄 수 없다. 추측성 기사에는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할 것이다.”

그리고 카터리포트에서 충격적인 사진들이 사이트에 게재되었다.

바로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을 담은 사진들이었다.

필리핀은 경찰이 마약 세력과 결탁되어 있어서 대통령의 사병조직인 다바오 척살대가 범죄자들을 닥치는 대로 사살했다.

법이고 나발이고 없다.

현행범은 바로 죽이거나 납치, 암살이 자행되었다.

심지어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직접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범인을 그 자리에서 사살하는 장면은 카터리포트를 퓰리처상 후보에 들게 만들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카터리포트 기자들은 콜롬비아와 브라질, 가이아나 국경지대에서 베네수엘라의 실상을 폭로하는 사진을 사이트에 게재했다.

전 세계는 경악했는데 어째 UN은 잠잠했다.

더 강한 충격이 필요했다.

이거 베네수엘라 한번 혼내주려다 일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닌가.

***

북한.

드디어 그날이 왔다.

평양순안국제공항에 비행기 두 대가 착륙했다.

에어버스 원과 보잉 747-8 VIP.

“어서 오시오. 도날드 동지.”

김정은이 도날드를 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했다.

직접 공항으로 마중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의를 차린 거다.

도날드와 거칠게 악수를 하고,

“오랜만이요. 임재준 동지.”

재준하고도 악수를 나누며 기자 앞에 포즈를 취했다.

카터리포트의 빌리 맥케이는 사진을 찍으며 깜짝 놀랬다.

북한이 어떻게 된 거야?

10년 전에 왔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자율주행의 끝판왕.

차들은 엄청난 속도로 진행하지만,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다.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는 전부 지하로 연결되어 있고 신호등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혀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아 보였다.

또한, 사람들은 평온한 얼굴이었으며 행복해 보였다.

모두 비슷한 옷을 입었는데 마치 몸에 착 달라붙은 비단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신고 있는 신발도 거의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굉장히 가벼워 보였다.

전부 무얼 먹었는지 비만이나 마른 체형은 존재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이곳에서 비만에 멋대가리 없는 양복을 입은 사람은 김정은뿐이었다.

여긴 진정한 과학 국가이다.

차가 출발하면서 맥케이는 창밖으로 혹시나 다른 곳도 평양과 같은지 살펴보았는데 마찬가지였다.

평양에서 투마로우 시티로 가는 길은 온통 첨단 과학으로 도배되었다.

셔터를 안 누를 수가 없었다.

북한은 미친 나라가 되었다.

여기서 살고 싶다.

어쩌면 영생을 살 수 있는 길도 있을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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