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81화 (281/477)

제281화 이 석유로 국 끓여 먹을 거야?(8)

도날드 대통령 주최 금융기업인 초청 만찬.

서형길이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홀 안에선 기업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었고 도날드 대통령도 돌아다니며 인사와 앞으로의 당부를 부탁하고 있었다.

하하하하.

걱정 마세요.

금융이 살아야 미국이 사는 것 아닙니까.

아직 재준이 이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중앙에 얼만 그룹의 프리먼 행장과 블룸버그가 샴페인을 나누며 무언가 속닥이고 있었다.

“어, 프리먼, 블룸버그, 오셨습니까?”

도날드 대통령이 아니꼬운 미소를 지으며 둘을 보고 악수를 청했다.

프리먼과 블룸버그는 이번 대선에서 대놓고 민주당을 지지했던 터라 도날드에게 썩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정도로 하수는 아니었다.

“당선 인사가 늦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프리먼과 블룸버그에게 축하를 받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하하.”

“하하하, 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서로 덕담을 나누며 악수를 나누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

홀의 주변에는 각 언론사 기자들이 조심조심 눈치를 보며 플래시를 터뜨렸다.

기자들을 고까운 눈으로 보던 서형길 옆으로 누군가 와서 속닥거리고 갔다.

흥, 저놈이란 말이지.

서형길이 성큼성큼 기자 한 명에게 다가갔다.

기자가 도날드를 향해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탁.

서형길이 카메라 렌즈를 손으로 잡았다.

“너 뭐야?”

당황한 기자가 목에 걸린 출입증을 보여주었다.

“블룸버그 기잔데요. 여기 허가증이…….”

팟.

서형길이 기자증을 뜯어내며 바닥에 팽개쳤다.

“블룸버그 기자가 왜 여기 있어? 죽고 싶어?”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습니까?”

“블룸버그 다니는 게 잘못한 거야, 새끼야.”

새끼?

누군데 이렇게 무례하지?

기자 옆으로 다른 기자가 다가와서 귀에 속삭였다.

“서형길이잖아.”

“서형길? 아, 그러네. 저 미친개.”

야.

“방금 뭐라고 그랬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이 새끼가 어디서 구라를 까고 그래? 했으면서 안 했다고? 이 새끼 정말 죽어 볼래?”

서형길의 기자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발이 땅에서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목은 조여졌다.

켁켁.

“정말 왜 이러십니까? 이것…켁켁……놔 주세요.”

“이 기레기 새끼. 어디 도둑놈처럼 대통령 사진을 찍으려고. 이런 식으로 임재준도 까댄 거지. 응큼하게. 몰래. 이 새끼야.”

“아닙니다. 제가 그런 게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이게 어디서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여?”

짝.

서형길의 멱살을 놓으며 기자의 왼뺨을 후려갈겼다.

욱.

“야, 너 여기서 꺼져. 두 번 다시 내 눈에 띄지 마라. 다음에 띄면 죽는다. 쓰레기 같은 새끼.”

거칠게 돌아서는 서형길.

툭.

서형길의 주머니에서 USB 하나가 떨어졌다.

기자는 얼른 USB를 집어 들고 서형길의 어깨를 잡았다.

“뭐야?”

“저, 이게 떨어졌습니다.”

“뭐?”

USB를 낚아챈 서형길이 기자의 멱살을 다시 잡았다.

“이런 개새끼를 봤나. 이 중요한 기밀을 훔쳐?”

“아,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정말 떨어진 겁니다. 제가 그런 게 아닙니다.”

“허, 이 새끼. 정말 콩밥, 아닌가? 콩빵을 먹고 싶어 환장했어?”

“정말 아닙니다.”

“조심해. 응?”

“네.”

다시 휙 돌아서는 서형길.

툭.

USB가 다시 떨어졌다.

기자는 잽싸게 USB를 주워들고 다시 서형길 어깨를 잡으려다 멈췄다.

귓가에 서형길이 했던 말이 맴돌았다.

‘이 중요한 기밀을 훔쳐?’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중요한 기밀이라 이거지.

서형길, 너 한번 물먹어 봐라.

기자는 USB에 젠더를 끼우고 휴대폰에 연결했다.

저만치 멀어진 서형길의 눈치를 보며.

휴대폰 화면에 USB 내용이 떴다.

헉! 얼반 그룹 세무조사 자료?

복사, 복사.

기자는 자료를 얼른 복사하고 USB를 대충 바닥에 던졌다.

가다가 다시 돌아 USB를 봤다.

저대로 둬도 될까?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내가 알 게 뭐야?

아니지, 혹시 기사가 나면 내가 훔친 거로 되는 거 아냐?

그렇다고 다시 돌려주면 욕만 먹을 텐데.

정말 콩빵을 먹을 수도 있고.

몰라, 난 분명히 안 훔쳤어.

그때 경호원 하나가 바닥에서 USB를 주워서 이리저리 살폈다.

그리고 서형길에게 다가가서 USB를 건네는 게 보였다.

됐다.

기자는 부리나케 밖으로 나와 노트북을 펴고 빠르게 기사를 작성해 상사에게 보냈다.

[얼반 금융 그룹. 도날드 대통령의 첫 번째 세무조사 기업]

그리고,

끼이익.

재준이 만찬에 등장했다.

***

월가.

이야…….

장 마감 30분 전.

뱅커 하나가 기지개를 켰다.

“와, 죽겠다. 하루 종일 모니터만 봤더니 눈이 다 시리네.”

옆의 다른 뱅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도, 우리 끝나고 아지트 가볼까?”

“너 완전 취미 붙였다.”

“좋잖아. 거기 은근 고급 정보가 돌아다녀. 가끔 유명인사도 볼 수 있고. 저번엔 SEC 회장과 연준 회장이 마주 앉아 있는 것도 봤어.”

“그래서, 좋은 정보는 얻었고?”

“그건 아니지. 손발이 떨려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SEC인데. 잘못하면 잡혀가잖아.”

“죄도 없는데 왜 잡아가?”

“그래도…….”

이때, 주변이 소란스럽게 변했다.

야, 떴어.

“뭐가 떴다는 거야?”

뱅커가 어딘가 갔다 뛰어서 돌아온 옆자리 뱅커에게 물었다.

“왜 그래?”

“퀴니코가 얼반 그룹 공매도 걸었단다. 1억 달러.”

“1억 달러?”

뱅커는 자세를 고쳐 잡고 모니터에 집중했다.

어! 미친 거 아냐?

“1억 달러 또 때렸어.”

“아, 뭐야? 얼반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몰라, 아, 블룸버그 통신.”

뱅커는 블룸버그 통신에서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뉴스를 검색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아, 제기랄. 퀴니코 또 1억 때렸어. 지금까지 합이 얼마야?”

“아, 몰라. 계속 때리고 있어.”

“미치겠네.”

“와, 또 질렀다.”

이때,

띠링.

블룸버그 통신에 새로운 소식이 떴다.

[얼반 그룹 세무조사]

[얼반 금융 그룹. 도날드 대통령의 첫 번째 세무조사 기업]

[얼반 기어이 정부의 칼을 받다]

“이게 무슨 소리야? 얼반이 왜 세무조사를 받아?”

“그걸 따질 때가 아냐. 일단 버리고 봐야지. 얼반 그룹 다 던져.”

던져, 던지라고.

***

도날드 대통령 주최 금융기업인 초청 만찬.

재준이 빙글빙글 웃으며 도날드에게 다가갔다.

도날드 옆에 있던 프리먼과 블룸버그가 재준을 보고 인상을 썼다.

프리먼이 블룸버그에게 뭐라 그러면서 자리를 뜨려 했다.

재준이 둘을 보고 손을 들어 보였다.

“바쁘실 텐데. 이런 데 와서 노닥거릴 시간이 있으세요?”

프리먼이 재준을 향해 돌며 숨을 크게 쉬고 미소를 지었다.

“임재준, 바쁜 건 피차 마찬가지 아닙니까? 은행 순위 높이려면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할 텐데요.”

“아, 은행 순위? 뭐 그럴 쓸데없는 데 신경을 써요? 거 할 일 없는 어떤 한심한 인간이 만든걸.”

“하하하, 그러다 정말 큰일 납니다. 언론은 무시 못 해요.”

“투마로우는 상장을 안 해서 뭐 큰일 날 일이 없는데. 얼반 그룹이나 신경 쓰세요. 지금 난리 났을 텐데.”

난리?

순간 프리먼의 표정이 굳었다.

이놈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

“뭐, 은행에 똑똑한 친구들이 많아서 알아서 잘할 겁니다.”

“그러게, 그 똑똑한 친구들이 당해서 쩔쩔매고 있을 텐데. 안 그래요? 블룸버그.”

화살이 갑자기 자기를 향하자 블룸버그가 미간을 찡그렸다.

나? 나를 왜?

이때,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업인 하나가 프리먼에게 다가왔다.

“프리먼, 봐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일인데.”

“여기.”

기업인이 핸드폰으로 기사를 띄워 프리먼에게 내밀었다.

[얼반 그룹 세부조사 임박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알렸다]

프리먼은 블룸버그를 쳐다봤다.

이게 뭐지?

블룸버그가 예사롭지 않은 프리먼의 눈빛에 자신도 핸드폰 내용을 봤다.

이런 빌어먹을.

“프리먼, 이건 뭔가 잘못된 거야. 세무조사 이야기는 나도 들어보지 못한 거야.”

자.

재준이 둘을 바라봤다.

“맞죠. 바빠지겠어요? 어디 보자…….”

쯧쯧쯧.

재준이 핸드폰을 보면서 혀를 찼다.

“이야, 잘 빠지네. 벌써 10%가 빠졌네. 이 정도면 최소한 100억 달러는 날아간 거 아닌가? 하긴 은행 평가 1위인데. 100억 달러쯤이야 금방 회복하겠지. 그렇죠?”

임재준!

블룸버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한 짓인 줄 모를 줄 압니까?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이는 겁니까? 소송당할 준비나 하세요!”

“하하, 거 이상하네. 왜 내가 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시사는 블룸버그가 내고 손해는 얼반이 입었는데 그 틈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있었던가요? 아니면 내가 세무조사를 하라고 압박을 가했나요? 이건 누가 보더라도 블룸버그 기자가 IRS(미국 국세청)에 침입해서 정보를 빼돌린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서야 세무조사 내용은 극비 아닌가요?”

“뭐요?”

“맞네. 맞어. 국세청에 들어가다니 대단한 용기네. 그 기자 상이라도 줘야 하겠는데요. CID(세무범죄조사국) 불려가는 건 덤이고. 아, 블룸버그 당신도 조사를 받아야 하겠네요? 이야, 나도 구경하고 싶은 곳인데. 나는 갈 일이 없더라고요.”

팟팟팟팟팟.

타타타타타타타.

홀에 있던 기자들의 손이 빨라졌다.

특종이다.

블룸버그 기자 국세청에 잠입.

블룸버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말도 안 되는 소설 쓰지 마세요. 우리 기자가 왜 국세청에 잠입을 합니까?”

“아니에요? 그럼 얼반이 세무조사 받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그리고 그걸 왜 지금 터뜨리는 거죠? 뭔가 음모가 있어 보이는데.”

음모?

음모라는 말에 프리먼이 블룸버그를 쳐다봤다.

“이건 무슨 말인가, 블룸버그.”

“프리먼, 정신 차려. 그걸 말이라고 하나?”

“아니, 말을 해 봐. 우리가 세무조사를 받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래 기자들이 하는 일을 일일이 어떻게 확인하냐고.”

이때.

띠리리링.

재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집단 소송 들어갔습니다.

“네.”

툭.

“자, 이때 진짜 굉장한 사건이 터질 것 같지 않아요?”

재준이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핸드폰들 보세요. 새로운 뉴스가 떴는데.”

[블룸버그 거짓 기사에 의한 주가 하락을 경험한 기업들이 블룸버그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들어갔습니다. 방대한 자료를 취합한 변호인단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임재준.

블룸버그의 고함이 다시 울렸다.

재준이 귀를 후비적 후비고 후 불었다.

“아, 거참 시끄럽네. 그러게 상대와 싸움을 걸 때는 자신이 가진 걸 다 걸어야 하는 겁니다. 어설프게 공격하지 말라고요.”

“우리가 언제 당신을 공격했다는 거지?”

“거, 지나가는 초등학생한테 물어도 알 만한 질문을 하네요. 당신이 작성한 설문지를 봐요. 이념 어쩌고 적혀 있던데. 월가에서 공산국가에 도시를 건설한 게 누구인가? 당연히 투마로우잖아요. 공산국가에 거래를 가장 많이 하는 게 누구인가? 이것도 투마로우고. 사회주의에 도움을 주려는 게 누구인가? 투마로우네.”

“우리 설문지에는 그런 내용이 없어.”

“그렇죠. 직접적인 질문은 없죠. 근데 혹시 가스라이팅이란 말 알아요?”

“뭐?”

“당신은 국민을 상대로 장난을 친 거야. 은행들을 상대로 협박을 한 거고. 언론이 뭐 대단한 힘이라고. 그걸 휘둘러 보니 다들 굽신거리니까, 그게 진짜 당신 힘이라고 착각한 거지. 그건 다 국민이 준 힘인데. 근데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쳐?”

으.

블룸버그의 두 손이 꽉 쥐어지다 못해 부르르 떨렸다.

임재준 이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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