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78화 (278/477)

제278화 이 석유로 국 끓여 먹을 거야?(5)

AAG 빌딩 66층.

“그러니까 카리브해국가공동체를 세운 게 베네수엘라 챠베스였단 말이지?”

재준은 요즘 들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니, 남미 국가들과 이야기 좀 해 보려는데 여기저기 지뢰가 산재해 있네.

정말 어이없게, 베네수엘라가 카리브해국가공동체의 창립국이고 초대 의장도 챠베스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네수엘라를 프랑스령으로 만들겠다고?

“보스, 어려워요. 베네수엘라를 빼내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게. 이건 뭐, 남미의 뿌리를 뽑아 가는 것과 다른 바가 없네.”

베네수엘라의 챠베스 전 대통령이 남미를 위해서 참 많은 일을 하셨다.

이러니 신으로 추앙을 받은 거겠지.

“투자하기도 애매하지?”

“그건 그냥 돈을 버리는 것과 같아요.”

아니, 내가 왜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건지 모르겠네.

괜히 베네수엘라는 가서는.

일단 남미 다른 국가들 생각을 알아봐야겠는데.

누굴 보내지?

아 참,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왜요?”

“너 베네수엘라에서 뭔가 하려고 했던 거 아냐?”

“맞아요.”

“그게 뭔데 말 좀 해봐. 아이디어 좀 얻어보자.”

“비밀이에요.”

“뭐? 비밀?”

비밀이 아니라 아예 생각이 없는 건 아니고?

이때, 페렐라가 서류를 한 장 내밀었다.

“남미는 나중에 처리하고 이것부터 보세요. 인수할 셰일 기업 명단이에요.”

“어, 그래? 어디 보자.”

재준이 명단을 받아넘기는데…….

“뭐야? 30개 업체 전부잖아.”

“그만큼 셰일 기업이 어려움을 넘어 위험 수준에 다다랐어요. 거의 주식이 페니 스톡 이하로 떨어져 정크에 가까워요.”

음.

그냥 거저먹으라는 소리네.

재준은 빙글 웃으며 윌켄을 봤다.

“윌켄, LBO로 처리하고 우리 새로운 셰일 공법 발표하면 절반 정도 되팔아도 남을까요?”

“삼 분의 일만 팔아도 남습니다.”

“그럼, 전부 인수합시다. 인수하려면….”

벌컥.

“내가 하고 있어요. 내가.”

헉.

박민수와 강호석이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들어섰다.

재준은 애써 큰 소리로 말했다.

“어, 오랜만이네요. 박 형. 강 이사님.”

“이미 인수하고 있다고요. 벌써 철야를 시작했다고요. 철야를. 일주일 전부터.”

“하하, 그렇군요. 참 빠르다니까.”

“그리고 뭐라고요? 삼 분의 일을 다시 판다고요? 바로?”

눈에 힘 좀 풀어요.

그러다 눈 빠져요.

“아니, 투자은행이라는 게 투자해서 이익이 생기면 재빠르게 팔아서 돈을 버는 거잖아요.”

“그걸 누가 모르나요? 그래도 앞으로 치고 나가지만 말고, 뒤도 좀 돌아보고, 어, 그래야 우리도 따라가지. 무작정 자기 일만 하고 인수, 인계는 나 몰라라 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나 몰라라라니, 내가 알기로는 월가에서 가장 많은 임금과 보너스를 받는 거로 아는데요. 모두 투마로우에 못 들어와서 안달인데.”

“그게 문제라고요. 그게, 지금 인수, 인계팀 인원이 몇 명인지 알아요?”

“글쎄요. 전에 프랑스에서 보니까 한 200명 정도 되는 것 같던데. 하하.”

“200명? 그게 언제 적 이야긴데. 지금은 2,000명도 넘어요. 2,000명. 조금 있으면 3,000명도 시간문제예요. 이게 무슨 개미 떼도 아니고 검은 양복을 입은 2,000명이 떼로 몰려다니고 있다고요. 아주 인원 관리만 해도 힘들어 죽을 지경이에요. 비행기 표 예약에, 버스 대절, 호텔 예약. 식당 섭외.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요.”

“그런 문제가 있었어요? 뭔가 부족한 게 있는 겁니까?”

“많이 부족하죠.”

“그럼 말해 보세요. 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말 잘했어요. 에어버스 A380 우선 다섯 대를 사 주세요.”

헉.

“그거 3억 달러가 넘는 비행긴데.”

“중고로 사면 되잖아요. 중고로. 얼마 안 하던데. 자기는 보잉 747-8 VIP 같은 초호화 전용기 타고 다니면서 우리는 매번 낑겨서 이코노미나 타고. 솔직히 일 끝나면 녹초가 되는 건 우린데.”

“아니, 거, 비즈니스 타라니까.”

“비즈니스에 자리가 몇 개인 줄 알아요? 2,000명이 어떻게 타요? 뭐 비행기 200대가 동시에 우리가 원하는 나라로 가는 거 봤습니까?”

헉, 그렇구나.

“오케이, 오케이, 아주 새거로 사 줄게요. 새거로.”

“안 돼요. 새거는 만드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일단 중고로 사고 새거 주문을 넣어 주세요.”

이야, 치밀한데.

오늘 제대로 걸린 것 같다.

재준이 워서스틴과 페렐라를 노려봤다.

오면 온다고 귀띔이라도 해 줘야지.

너희들 이러기냐?

“와, 오늘 날씨 진짜 좋다.”

“그지? 저기 뉴욕항이 다 보여. 이런 날 시원하게 맥주나 마셨으면 좋겠는데.”

“그럼, 나갈까?”

“그래, 우리 보고도 다 끝났는데.”

워서스틴과 페렐라가 슬금슬금 게걸음을 걷자,

“거기 두 사람. 남미 좀 돌고 와야겠어.”

“무슨 소리십니까? 남미라뇨.”

“베네수엘라 빼고 32개국만 돌고 와. 가서, 베네수엘라가 프랑스령으로 빠지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시 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고 오면 좋겠는데.”

“보스, 진심이십니까?”

“그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잖아. 남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지. 전에 아르헨티나 경험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보다 훨씬 잘 해낼 거야. 그렇지?”

“네? 네.”

그렇긴 한데.

왜 꼭 벌을 받는 느낌이지?

“월켄, 우린 얼반과 블룸버그 좀 어떻게 해야겠는데.”

“얼반과 블룸버그 조사는 우리가 할게요.”

퀴니코와 블록이 나섰다.

너희가?

하긴 조사하면 퀴니코와 블록이지.

“그래, 그게 좋겠다.”

근데 꼭 타이밍을 재고 나온 것 같단 말야.

왠지 양심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의지인가.

아니면 남미보다는 미국에 남아 있는 게 그나마 낫겠다고 생각인가.

어쨌든 동기부여가 생긴 건 반길 일이지.

***

얼반 그룹.

하하하하하하.

프리먼 행장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좋은가?”

블룸버그는 프리먼 행장을 보며 다소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얼반이 1위를 한 게 좋은 게 아니라 투마로우가 저 밑바닥에 있는 게 좋은 거야. 웃지 않을 수가 없어. 하하하.”

“거, 사람,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야? 채신머리없이.”

“뭐 아무려면 어떤가. 하하하.”

“점잖지 못하게.”

말로는 점잔을 빼고 있지만, 블룸버그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자신이 더 기분이 좋았다.

평가라니, 후후, 이거면 모두 블룸버그 앞에 고개를 숙이게 할 수 있다.

현재의 블룸버그는 더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성공을 거머쥐었다.

존스홉킨스 전자공학 학위에 하버드 MBA 과정을 마쳤다.

블룸버그라는 초대형 미디어 그룹의 창립자이자 CEO.

뉴욕 시장 3선의 거물급 정치인.

개인 자산만 480억 달러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고.

하지만 블룸버그는 아직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한가지 있었다.

바로 그랜드 월에 입사하여 승승장구하다 사내정치 실패로 회사에서 쫓겨난 것이었다.

그렇다. 투자은행에 대한 적개심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블룸버그, 앞으로 1년에 한 번씩 은행 평가를 하는 건 어떤가?”

“1년은 너무 길어. 은행은 시장에 가장 민감한 기업이야. 잘못된 관행이 생기면 피해가 은행으로 끝나지 않아.”

“그럼 분기마다 할 생각인가?”

“그래야지. 우리의 말에 힘을 가지려면 실적과 함께 평가도 실시되어야 해.”

“그러다 얼반이 1위에서 밀려나면 어쩌나.”

“열심히 하게. 밀려나지 않으려면.”

“뭐? 하하하하하하. 알았네. 열심히 하지. 열심히.”

프리먼은 혼자 웃느라 보지 못했지만, 블룸버그의 눈매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누가 봤다면 평상시와 다른 비열함에 눈살을 찌푸렸을 정도로.

투자은행은 각자 자신들은 어느 분야에서는 최고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족속들이다.

투마로우같이 무식하게 뭐든 먹어치우는 괴물은 빼고.

이 최고의 자부심은 투자은행의 뱅커들이 은행에 헌신하며 경력의 사다리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갈 수 있는 동기였다.

그런데 블룸버그의 은행 평가로 인해 정작 자부심을 느껴야 할 분야에 쓸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쏟게 만들었다.

불만은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세계의 최고의 미디어인 블룸버그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블룸버그의 보고서에 자사의 평가가 매수에서 중립으로 한 단계만 내려가도 주가가 죽죽 밀려나니까.

월가의 은행들은 블룸버그의 덫에 걸려든 것이다.

“프리먼, 지금 일부 투자은행들이 과거 이념 성향이 있었던 뱅커들을 대거 퇴직시키고 있는데. 알고 있나?”

“그 정도인가?”

“곳곳의 블룸버그 기자들이 소식을 모아 오고 있지만, 미디어에 노출은 하지 있지 않아. 이것도 또한 약점으로 써먹을 거네. 앞으로 은행들이 블룸버그 눈치 좀 봐야 할 거야.”

“이거 봐, 이게 다 내 덕이라고. 내가 낸 아이디어 덕에 블룸버그가 월가를 쥐고 흔들 수도 있고.”

“그러게 말이야. 내가 자네 덕을 다 볼 날이 올 줄은 몰랐어.”

하하하.

“그나저나 좀 아쉽겠어. 자네를 내쫓은 그랜드 월이 있어야 했는데.”

“상관없어. 있어도 신경 안 썼을 거야.”

대신에 그랜드 월을 삼킨 투마로우가 있으니까.

블룸버그는 일이 예상 밖으로 커진 것을 보며 잘하면 투마로우 임재준이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아니, 희망이 아니라 반드시 현실로 만든다.

***

월가.

은행 평가는 월가의 뱅커들에게 공분을 사게 만들었다.

-아니, 이게 말이나 되는 짓거리야? 내가 고등학교 기자 때 신문에 베트남 기사를 썼다고 내가 공산주의자란다.

-야, 나도 마찬가지야. 월가 시위 때 잠깐 얼굴 비춘 걸 문제 삼더라니까.

-아니, 능력 위주의 윌가에서 이게 무슨 해괴한 짓이지? 갑자기 민주주의, 공산주의는 왜 따지는 거야?

-이러다 나중엔 진화론을 믿냐 창조론을 믿냐도 해고의 사유가 되는 거 아냐?

-그런데 그 설문, 그거 진짜 근거가 있는 거야? 장난치는 거 같은 느낌이 물씬 들던데.

-그러면 뭐해, 블룸버그가 만든 알고리즘이 은행 경영을 위한 최선의 설문이라고 떠들어 대니 당장은 반박할 근거가 없잖아. 근거를 만든다고 해도 데이터를 구축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이건 마치 블룸버그가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에 현실이 맞추고 있는 거야.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거라고.

-그러게 이제 은행 광고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신봉합니다’ 뭐 이따위 광고가 등장할지도 몰라.

-그건 낫지. ‘저희 은행의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었습니다. 이윤의 1%를 공산주의와 테러분자들을 죽이는 데 기부합니다’. 이런 것도 나올걸.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건 맞지만 이걸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긍정 오류(false positive)의 이득을 취하는 거라고.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월가에서 일하려면 어느 정도 똑똑해서는 안 된다.

아주 똑똑해야 한다.

그런 이들이 뱅커가 되고 괴물로 변하는 곳이 월가다.

그러니 중대한 결함 하나를 뱅커들이 찾아냈다.

-그리고 우리 은행은 지난 분기보다 실적이 대폭 개선되었는데 순위가 내려갔어.

-이게 모순이라는 거야. 이건 마치 상대평가를 받는 기분이라니까.

-근데 상대평가라도 투마로우가 139위면 뭔가 이상하지 않아.

-조만간 블룸버그 박살 난다에 내 손목을 건다.

-그러게. 좀 위태위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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