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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73화 (273/477)

제273화 속도보다 중요한 게 뭔지 알아?(14)

AAG 빌딩 66층.

“보스, 이제야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펠그리니가 박혁과 함께 들어서며 말했다.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던 재준은 뒤를 돌았다.

“그런 것 같네.”

그리고 박혁을 바라봤다.

와, 저놈 진짜 큰 걸 터뜨렸네.

이건 나도 무덤까지 가져가야겠다.

“우리 피해는 없지?”

“저희야 원래부터 자가발전 시설이 따로 존재했으니까 큰 피해는 없습니다.”

“잘됐네.”

박혁이 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자 재준이 물었다.

“누구 소행인지 알겠어?”

“러시아 해커들이겠죠. 북한 해커들 솜씨는 아닙니다.”

“음, 러시아.”

“혼란을 틈타 그리스로 진격해 들어가려는 속셈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펠그리니가 끼어들었다.

“따로 조사해 볼까요?”

왜? 내가 범인이라고 만천하에 알리게?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이미 SEC가 조사하고 있지 않겠어? 괜히 우리가 나서면 혼란만 가중될 테니 그냥 지켜봐야지.”

“그렇겠군요.”

근데 SEC에 누가 알린 거야?

재준은 박혁을 쳐다봤다.

박혁은 마치 익명의 제보자가 자신은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구나, 네가 SEC에도 알렸어.

치밀한 놈 같으니라고.

“펠그리니.”

“네.”

“SEC가 사이버 테러 진범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불가능하죠. 바보가 아닌 이상 지구 두 바퀴는 돌았을 텐데. 그걸 어떻게 찾을 수 있어요. 실시간이면 모를까. 못 잡아요. 그리고 디도스 공격이라는데, 아마 동원된 컴퓨터만 수백 대일 겁니다.”

재준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이때,

아저씨.

엘리자베스가 뚱한 얼굴로 들어섰다.

“왜?”

“힐러리 메일이 해킹돼서 위키리스크에 실리고 있어요.”

“러시아가 한 거잖아.”

“러시아라고요? 아저씨가 어떻게 알아요. 아직 조사 중이라는데.”

이건 러시아 맞아.

“그걸 꼭 조사해야 아나?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해서 분탕질하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인데. 특히 힐러리 떨어뜨리려는 건 너도 알잖아.”

“그런가…….”

“맞아.”

“그럼, 이번 대정전 사고도 사이버 테러라는 데 러시아 짓일 가능성이 크네요.”

“그렇다고 봐야지.”

가만, 이걸로 러시아를 완전히 옭아맬 수 있겠는데.

이때,

띠리리리링.

때맞춰 전화도 다 주시네.

***

백악관.

대통령의 부름으로 재준이 백악관을 방문했다.

“커피 하시겠습니까?”

“네, 백악관 커피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한 잔 주십시오.”

대통령의 눈짓으로 비서가 밖으로 나갔다.

흠, 흠.

먼저 무슨 말을 꺼낼 줄 모르는 대통령은 헛기침을 먼저 했다.

“이번에도 큰일을 하셨던데.”

“큰일이요? 하하, 하도 사고를 많이 치고 돌아다녀서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끙.

“도날드 일을 말하는 겁니다.”

“아, 도날드 곁에 저의 지인이 있어서 한번 힘을 써본 것뿐입니다.”

“지인이라면 서형길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네, 제가 한국에서 사고를 좀 치고 돌아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뒤치다꺼리를 해 주신 분입니다.”

“그러시군요. 그리고.”

벌컥.

대통령이 다른 화제를 돌리려고 할 때 비서가 들어오자 입을 닫았다,

또각또각.

분위기를 파악한 비서가 커피 두 잔을 놓고 바로 사라졌다.

“그리고…….”

아직 말하기 어려운지 자꾸 말을 먹었다.

아휴, 그게 뭐 어려운 말이라고.

“러시아 문제를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

후.

“네, 맞습니다. 중국도 그렇고 어려울 때 자꾸 부탁만 드리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

대통령의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으며 재준을 바라봤다.

“이번에 대정전 사태 러시아 소행인 거 아시죠?”

“대충 짐작은 했습니다.”

“그럼 돌려줘야 할 게 하나 더 늘어난 셈이네요.”

“힐러리 메일 사건 말하는 겁니까?”

“그렇죠. 자꾸 일이 없으니까 일을 만드는 것 같은데 할 일이 많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해킹을 하자는 말입니까?”

“아니죠. 이미 저질러진 사건이 있는데. 러시아를 그리스에서 못 나가게 하면 어떠십니까.”

“그럼, 그리스를 러시아 통치 아래 둬야 한단 말입니까?”

이 사람 왜 이리 말귀를 못 알아먹어.

“아니요. 그리스와 러시아는 앞으로도 계속 그리스 안에서 치고받고 싸우게 만들어야지요.”

“그럼, 내전으로 몰아가잔 말입니까?”

“네, 그리스도 러시아도 남의 것을 먹을 때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배웠으면 하거든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요.”

“내전이라면…….”

“지금 그리스 안에는 불의 세포의 음모(이하 불의 음모)란 테러 단체가 있고 알바니아엔 황금새벽당이 잡혀 있습니다. 이 두 테러 단체를 지원해서 러시아에 대항하도록 하십시오.”

음.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썩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은 들지만, 대외적으로 다른 나라의 눈치를 봐야 했다.

명색이 미국인데 남의 나라 내전이나 일으키는 게 영 체면이 깎이는 짓이랄까.

곤란한데.

재준은 빙글 웃었다.

“미국이 직접 나서지 말고 돌아가야죠. 그리스 위에 북마케도니아가 있지 않습니까? 지원은 북마케도니아를 이용하면 될 겁니다.”

“그리스와 북마케도니아는 원수지간입니다. 모르셨습니까?”

“아니요. 서로 자기들 역사를 강탈했다고 주장하는 거죠. 그러니까 같은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이점을 이용해야죠. 북마케도니아가 그리스를 싫어해도 러시아에 복속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애증을 가진 사이인데.”

그리스와 북마케도니아의 분쟁은 간단하다.

북마케도니아가 독립을 하면서 마케도니아란 이름을 사용했다고 그리스가 길길이 날뛴 것이다.

그리스 입장에서는 슬라브계 국가가 자신들의 민족 역사를 강탈한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고 마케도니아 사람들 입장에선 알렉산드로스 대왕 같은 그리스계 왕족으로 인해 자신들의 민족 역사가 통째로 그리스인들에게 넘어갔다고 반발했다.

쉽게 말해 마케도니아란 이름이 우리나라 고조선 같은 느낌이다.

지금 북한과 하얼빈 정도의 관계.

그러니까 하얼빈이 있는 헤이룽장성이 중국에서 독립하면서 자신의 나라 이름을 고조선으로 하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다.

아마 고조선이란 국호를 사용하면 북한은 고조선의 역사를 마음대로 왜곡할까 봐 절대 안 된다고 들고 일어날 거다.

헤이룽장성도 원래 우리의 역사인데 북한이 마음대로 자신의 선조라고 우긴다고 반발할 테고.

그래도 북한에 러시아가 쳐들어왔다면 둘이 손잡고 러시아를 몰아내지 않을까?

북한도 헤이룽장성도 러시아보다는 나으니까.

대통령이 쓰게 웃자 재준이 걱정 하나를 덜어 주었다.

“걱정 마세요. 다른 나라는 나토의 영역에 속하니 싸움이 외부로 번질 우려도 없습니다. 안에서 지지고 볶고 할 테니까 우린 누가 이기나 구경만 하면 됩니다.”

하하하.

대통령은 웃었다.

뭔지 정확히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재준이란 인간이 너무도 웃겼다.

“아, 죄송합니다. 당신의 말을 비웃는 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사실 웃기는 상황은 맞습니다. 지금 꼭 게임 같다는 생각을 하시지 않습니까?”

“아, 맞네. 맞아요. 게임. 실제 상황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당신을 보면. 맞아요. 게임을 하는 것 같아요.”

“게임이죠.”

“맞아요. 하하하하.”

“하지만 게임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그건 뭐죠?”

“시카고뱅크와 서덜랜드, 그리고……. 러시아. 대통령 비서실장들은 전부 충성심이 과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렇다는 겁니다.”

뚝.

대통령의 웃음이 멈췄다.

“당연히 대통령님은 모르셨을 겁니다. 아니, 몰라야 합니다. 이건 다 비서실장이 혼자서 꾸민 짓이니까요. 저도 그렇게 믿게 해 주십시오.”

후후후.

대통령이 다시 낮게 웃었다.

“그리스 내전에서 발을 빼지 못하겠군요.”

“앞으로 길게 러시아의 발목을 잡고 늘어져 주셨으면 합니다.”

“왜 러시아를 그리스에 묶어 두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아무르강 동쪽은 러시아가 포기했으면 해서요.”

“포기라면 그 땅을 사려는 겁니까?”

“아니요. 말 그대로 포기하라는 거죠.”

미친놈.

자기 땅을 포기하는 멍청이가 어딨어?

가만, 북한과 그 위에 있는 헤이룽장성과 지린성, 그리고 북한과 연결된 러시아 땅인 아무르강 동쪽……. 한국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역사에 나오는 과거 영토?

설마.

“뭐 하려고 그럽니까? 나라라도 세울 생각입니까?”

“에이, 그건 아니죠. 국가를 세워서 뭘 하려고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건데. 그냥 북한에서 출발한 도로가 멈추지 않고 뻗어 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중국이든 러시아든 전부 쓸모없는 땅인데 개발하면 좋지 않을까요?”

“나쁘진 않습니다.”

저건 실효 지배를 하겠다는 거야.

분명 중국과 러시아 영토지만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겠단 의미다.

그리고 지금은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지만, 최첨단 과학 도시들이 자리를 잡으면 저긴 세계의 중심이 된다.

“그럼, 마지막으로 시카고뱅크는 러시아의 사주를 받아 불법 선행매매를 했으니 제가 알아서 공중분해 시키겠습니다.”

“그러시죠. 전 비서실장을 교체하고 이제 1년도 안 남은 임기, 해외 순방이나 돌면서 경제 외교나 할 계획입니다.”

“아, 네.”

국내에 없을 테니 알아서 정리해라?

해외 순방,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네.

***

[SEC는 이번 대규모 정전 사태는 사이버테러가 아닌 발전기와 송전로 고장이 원인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오하이오주 인근에서 발전기와 송전선로가 산발적으로 고장을 일으키며 정전이 발생했고 사고 지역의 전력망을 차단하지 못해 정전 지역이 삽시간에 불어났다고 합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또한, 이번 대규모 정전 사태를 조사하다 시카고뱅크의 전대미문의 불법 선행매매 행위가 드러나면서 이에 연루된 공학자들과 트레이더들이 실체가 폭로되었습니다]

이 뉴스는 모두 믿었다.

[러시아가 그리스에 대규모 군대를 파견하면서 그리스 국민들의 러시아 규탄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스 수상 차르라스는 불법 시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황금새벽당은 알바니아에서 러시아에 대한 항전을 불사하겠다고 말해 앞으로 그리스 내전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그리스 내전에 휘말리자 크림반도를 되찾겠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

투마로우 시티.

진은 TV 뉴스를 보고 있었다.

베네수엘라 우고 마두로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발표하려고 단상에 섰다.

세계 제일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

원유의 힘으로 경제 부국의 자리에 올라섰다.

“미국은 당장 그리스 내전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러시아와 그리스 문제를 유혈 사태로 몰고 가는 파렴치한 행동입니다. 미국은 마피아며 악질 국가입니다. 베네수엘라는 러시아를 지지하며 우리가 보유 중인 F-16 전투기를 러시아에 보낼 것입니다.”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위를 했다.

미국은 자신들의 전투기가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절대 금지했다.

근데 베네수엘라가 공공연하게 러시아에 F-16을 보냈다.

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멍청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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