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72화 (272/477)

제272화 속도보다 중요한 게 뭔지 알아?(13)

비서실?

“무슨 일이야?”

-발전소에 사이버 테러가 감행되었다고 합니다.

“사이버 테러? 그래서 복구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데.”

-서버를 교체하는데 10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10시간?”

서덜랜드는 잠시 망설였다.

10시간.

너무 늦다.

지금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진짜는 혼란은 어둠을 틈타 몰려드는 빈민가의 약탈자들이다.

거리 상점 곳곳에서 경보가 울리고 도시는 아수라장이 된다.

서덜랜드의 표정이 악귀같이 변했다.

한 번도 지어 본 적이 없는 처절한 표정이었다.

제길, 사이버 테러라니.

이걸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나.

망설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대통령님, 사이버 테러에 의해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었답니다.”

-뭐요? 어떤 미친놈인지 당장 찾아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끊어지지 않은 전화기 너머로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폭도들이 경찰 진압에 불응하면 발포하세요.

미친, 발포라니.

대통령도 제정신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윤리나 인권을 따질 때가 아니다.

지금은 전시 상황과 다름이 없다.

아, 시카고뱅크도 정전일 텐데.

서덜랜드는 시카고뱅크를 향해 달렸다.

***

블랙아웃 4시간 전.

시카고뱅크 월가 지점.

“뭐야? 웬 견적서를 이제야 보내는 거야?”

월가 지점장 토머슨은 자신의 메일에 첨부된 엑셀 파일을 클릭했다.

서버 이전 비용이 이렇게 싼 곳이 있었어?

“아, 이런 일찍 보낼 것이지. 서버 이전 다 끝난 다음에 보내고 지랄이야. 이래서 돈을 못 버는 거지. 멍청한 놈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싸?”

시카고뱅크 월가 지점 서버 이전 설치에 대한 견적서 하나가 뒤늦게 도착했다.

쩝.

토머슨은 파일을 열어보고 한참 낮은 가격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이번에 설치한 놈들한테 돈을 주기 전에 좀 따져서 가격을 깎아야겠는데.”

뒤늦게 도착한 견적서를 잊어버리지 않게 바탕화면에 옮겨 놓았다.

탁탁.

이미 도착한 은행장을 위한 보고 서류를 가지런히 정리해 서류철에 넣었다.

“맥케이 부행장에게 이메일도 보내놔야지. 괜히 또 종이를 사용한다느니 구식이니 하면서 욕먹지 않게.”

다시 자리에 앉은 토머슨은 맥케이 부행장 메일로 서류를 보냈다.

다 됐다.

오늘부터 월가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시카고에서 데려온 퀀트와 알고 트레이더들은 이제 월가의 거래를 낚아채는 선행매매로 돈다발을 안겨줄 것이다.

이곳 월가 지점으로 발령받기 위해 시카고에서 벌인 행동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어질할 지경이었다.

몇 명 퀀트 등을 처먹고 길바닥에 내던졌다.

그거야, 그들이 멍청한 거지.

발걸음이 가볍다.

이미 도착해서 자신을 기다리는 행장이 있는 접견실 문 앞에 섰다.

넥타이를 다시 바로 잡고.

똑똑.

들어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야기를 나누는 은행장 갈레키와 부행장 맥케이가 보였다.

토머슨은 고개를 절도있게 숙인 후 말했다.

“모든 준비는 마쳤습니다.”

지점장 토머슨은 은행장 갈레키에게 서버 설치와 인원 배치의 상황 보고를 했다.

“완벽하겠지.”

“네, 테스트도 완벽하게 마무리했습니다.”

“그럼, 시작해. 시간은 돈인데. 기다릴 거 없잖아.”

“네.”

토머슨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시작해.”

-네.

칼레키는 토머슨의 통화를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진작 이렇게 시작하는 건데.

괜히 광케이블 매설에 목숨을 걸었어.

해야 하긴 했지만.

토머슨도 미소를 지었다.

“저 행장님. 식사라도 하시러 가시죠. 이제 시간만 지나면 결과 보고가 있을 겁니다.”

“그럴까? 월가는 요리가 얼마나 유명한지 먹어 보고 싶긴 했는데. 자, 갑시다. 오늘은 내가 그동안 고생한 지점장에게 대접하고 싶은데.”

“아닙니다. 제가 예약도 해놨으니 가시죠.”

막 발걸음을 떼려는데,

벌컥.

노크도 없이 직원 하나가 접견실의 문을 열었다.

“뭐야?”

“지점장님 저희 지점의 컴퓨터들이 전부 먹통입니다.”

“무슨 소리야?”

다다다다다다.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고 여지없이 접견실 문이 열렸다.

이번엔 직원이 아니다. 퀀트다.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저희 컴퓨터가 전부 사이버 테러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뭐? 오전 테스트할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왜…….”

토머슨은 슬쩍 은행장의 표정을 살폈다.

“어딜 공격하는 거지?”

“동부 일대의 발전소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발전소를 왜…….”

퍽.

전등이 꺼졌다.

하던 말이 멈췄다.

주위가 일순 조용해졌다.

“왜 이래?”

토머슨이 전등 스위치를 똑딱똑딱 눌러보더니 천장에 달린 전등을 봤다.

아니야.

벌컥.

접견실을 열고 밖으로 달렸다.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사무실 문을 거칠게 열었다.

모두 까맣게 죽은 모니터 앞에서 문을 연 토머슨을 바라봤다.

이런 제기랄.

안 돼. 제발.

다시 서버와 퀀트들이 모여있는 비밀 연구실로 달렸다.

벌컥.

“어떻게 된 거야?”

창가에 있는 퀀트 한 명이 토머슨을 바라봤다.

“그보다 토머슨, 여길 봐야겠는데.”

“뭘?”

“밖을 보라고.”

토머슨이 창가로 다가가 밖을 바라봤다.

신호등이 꺼지고 차들이 뒤엉겨 있었다.

여기저기 경고음이 울리고 사람들이 뒤엉겨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여기.”

퀀트 한 명이 핸드폰을 들어 뉴스 기사를 보여주었다.

[동부 일대 대규모 정전. 아직 정확한 원인과 피해 규모를 파악 중]

이게 뭐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토머슨, 토머슨, 정신 차려.”

응?

“토머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이 정전 우리가 일으킨 것 같아.”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서버가 작동하자 발전소 서버로 우리 회사 컴퓨터들이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고.”

“우리가 왜? 아니, 테스트 때도 별일 없었잖아.”

“모르지. 하지만 우리가 발전소 서버를 먹통으로 만들었다는 건 변하지 않아. 아마 다른 곳의 컴퓨터도 동원됐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공격했다고. 지금 당장 경찰에 알려야 해.”

“가만있어 봐.”

토머슨은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왜?

도대체 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토머슨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벌컥.

“SEC에서 나왔습니다.”

SEC?

당신들이 왜?

SEC 조사관들이 서버를 둘러싸고 뒤이어 경찰이 들어와 퀀트들을 연행하기 시작했다.

“아니, 왜 이러는 겁니까?”

“당신들을 사이버 테러 사건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우리도 모르는 일입니다.”

“조사해 보면 알겠죠.”

연행해.

토머슨은 이 기가 막힌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알고?

아니, 이 건물에 퀀트 연구실은 일반 직원도 일부만 알고 있는데 바로 여기로 찾아왔다고?

“당신들 뭔가 있지.”

SEC 수사관 하나가 토머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당신이 지점장, 토머슨이군요.”

“날 안다고요?”

“당연하죠.”

연행해.

토머슨은 끌려가며 다시 SEC 직원을 봤다.

이건 함정이다.

치밀하게 계획된 함정.

밖으로 끌려 나온 토머슨은 한 번 더 놀랐다.

은행장 갈레키와 부행장 맥케이가 자신들을 두고 도주하고 있었다.

제기랄.

그리고 헐레벌떡 뛰어오던 서덜랜드는 좀 떨어진 거리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SEC?

임재준 이 새끼가.

***

[미국 동부 일대 대규모 정전 사고의 원인은 사이버 테러로 밝혀졌습니다. 시카고뱅크 서버가 해킹에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아직 SEC와 FBI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 시카고뱅크가 이 사고에 얼마나 연관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카고뱅크도 피해자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

SEC.

탁.

오드와는 토머슨 앞에 신문 한 부를 내려놓았다.

[시카고뱅크는 사이버 테러에 이용당했다]

“일단 사이버 테러 협의는 벗었습니다.”

토머슨은 오드와를 혐오한다는 듯 노려봤다.

“그럼, 끝난 거 아닌가요?”

“음, 그렇긴 한데. 서버에서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

“차라리 월가에 오면서 새로운 서버를 하나 사지, 왜 시카고에서 사용하던 서버를 가지고 왔는지, 꽤 궁금했는데,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

“조사를 더 해 봐야 하겠지만 불법적인 선행매매 자료가 상당히 있던데.”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겠죠. 그 많은 매매에 관여했다면 남은 인생은 감옥에서 보내야 할 테니까. 몇 건이나 관여했습니까?”

“변호사를 불러 주세요. 난 할 말이 없습니다.”

“아, 변호사는 올 겁니다. 근데 그거 압니까? 불법에 사용된 자금이 러시아에서 왔다는 거. 그리고 그 돈이 대선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고. 또, 비서실장이 연관되어 있다고 하던데. 이거 다 짊어지고 갈 겁니까?”

“…….”

“묵비권 좋은 제도죠. 근데 갈레키와 맥케이가 도주한 건 알고 있습니까? 그 둘의 증언이 없으면 당신이 다 뒤집어쓰게 될 겁니다.”

“변호사 불러 주세요.”

“변호사 지금 오고 있다니까요. 아, 참. 변호사 비용은 있습니까? 지금 오는 변호사는 무료변호사인데. 알고 계시죠?”

“뭐요?”

“방금 말했잖아요. 갈레키와 맥케이는 도주했다고. 누가 당신을 위해 변호사 비용을 대겠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무료변호사를 선임해 드린 겁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이이이이이.

토머슨은 이빨을 꽉 깨물었다.

“나는 정말 모릅니다.”

“그리고 월가 지점에 오기 전 시카고에서 안 좋은 일들을 몇 개 저질렀던데. 존 허드슨 알아요?”

“존 허드슨이면…….”

제대로 엮였다.

존 허드슨은 입사 후 알고리즘을 만들게 하고 회선을 조작하여 퇴사시킨 유망한 퀀트였다.

“그럼 게리 겔먼은? 월턴 웨스트코드는?”

“…….”

전부 시카고뱅크에서 알맹이만 빼먹고 내쫓은 퀀트들이다.

“계속 입을 다물면 당신 범죄는 점점 불어납니다. 도망친 주인에게 충실한 개는 필요 없다는 걸 아세요.”

후.

“말하겠습니다. 근데 정말 저는 몇 건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압니다. 그러니까 알고 있는 것만 말하세요.”

.

.

.

토머슨은 시카고뱅크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오드와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조사해서 모두 사실로 드러나면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조서를 꾸며 감형에 보탬이 되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드와는 옆에 있는 조사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리고 나가라는 신호.

토머슨은 힘없이 일어나 조사실 밖으로 나왔다.

벌컥.

마침 바로 맞은편 조사실의 문이 열렸다.

“토머슨.”

갈레키와 토머슨의 눈이 마주쳤다.

뭐야, 도주했다며.

잡힌 거야?

아니야, 나를 속인 거야.

토머슨은 방금 나온 조사실의 오드와를 떠올렸다.

완전히 당했다.

토머슨이 심각한 표정을 짓자 갈레키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토머슨, 이제 곧 변호사가 올 거야. 아무 말도 하면 안 돼. 알지?”

“행장님…….”

갑시다.

조사관이 토머슨을 데리고 복도를 걸어갔다.

뒤에서 갈레키의 고함이 들렸다.

“토머슨, 아무 말도 하지 마! 토머슨, 나만 믿으라고!”

휘청.

토머슨의 무릎이 의지와 상관없이 꺾였다.

빌어먹을, 망했다.

완전히 당했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