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70화 (270/477)

제270화 속도보다 중요한 게 뭔지 알아?(11)

AAG 빌딩 66층.

어제 있었던 재준과 도날드의 기행으로 신문은 1면 기사를 장식했고 뉴스에서는 첫 번째 소식으로 다뤘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소식은 단연,

[어제 임재준이 동원한 이동 수단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미국 수퍼카의 자존심 GT40과 GT, 세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플라잉 요트, 항공 엔진을 얹은 오토바이 MTT사의 Y2K, 아, 그리고 아파치 헬기도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임재준의 전용기 보잉 747-8 VIP였습니다. 어제 하루 선보인 이동 수단만 10억 달러에 육박한다고 하니 웬만한 재벌은 감히 따라 하기 벅찬 재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힐러리를 지지하던 셀럽들이 하나둘 중립을 선언하며 힐러리 지지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모두 투마로우 임재준과 대통령 후보 도날드의 방문 후 벌어진 일이라 힐러리의 반응을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힐러리도 직접적인 질문에 대답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도날드 유권자들은 자신의 셀럽들에게 도날드와 임재준의 방문을 재촉하는 예상치 못한 반응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는 도중에 어디서 앓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아이고.

서형길이 급하게 구매한 안마의자에 앉아 신음을 내고 있었다.

“도련님, 이런 식으로 두 번만 유세했다가는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요.”

재준은 뭔가 자신과 서형길의 위치가 바뀐 거 아닌가 생각했다.

이사장님은 러스트 벨트에서 오대호까지 GT40 운전한 게 다 아닌가?

내가 움직인 거리의 백 분의 일도 안 되잖아요.

“그러게 평소에 운동을 하세요. 앞으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텐데. 그때마다 쓰러지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누군 운동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합니까. 저놈의 도날드가 쉬지 않고 돌아다니니까 시간이 없어서 그렇죠.”

“아침에 일어나서 3km만 뛰세요. 살은 안 빠져도 몸의 균형은 잡을 수 있어요.”

“그래요? 그럼 조깅부터 하겠습니다.”

도날드도 만만치 않던데.

둘이 아침을 조깅으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도날드 다음 계획은 뭐예요?”

“내일부터 서부를 한 바퀴 돈다고 합니다. 같이 가야 할 듯합니다.”

어휴.

서형길이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쉬었다.

“당분간 이사장님을 보지 못하겠네요.”

“그러게요. 도날드는 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나 봐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때.

보스.

워서스틴이 신문을 흔들며 들어섰다.

[도날드 투마로우를 등에 업고 지지율 대폭 상승]

“도날드가 보스랑 또 가자고 할 거 같은데요?”

“못할 것도 없지만 그쪽에 당분간 신경을 쓸 수가 없어. 슬슬 러시아가 발동을 걸려고 할 것 같아. 우리도 준비 좀 해야겠는데.”

“러시아가 그리스로 군대를 이동시키면 우린 뭐 하죠?”

“돈을 풀어야지. 가뜩이나 유럽 경제가 경색되어 있는데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지 않겠어?”

흥.

재준의 말에 엘리자베스가 눈을 위아래로 부라렸다.

“또 왜?”

“누가 들으면 유럽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인 줄 알겠네.”

“당연히 아니지.”

“그럴 줄 알았어요.”

애는 좋은 말만 하면 끼어드네.

윌켄이 재준의 말에 궁금증을 표했다.

“돈을 푼다니요? 그리스가 국채를 발행하게 할 겁니까?”

“그리스? 그건 아니지요. 능력도 없는 놈에게 돈을 왜 빌려줘요.”

“그럼 어떻게 돈을 푼다는 겁니까?”

“아, 저기 지도를 봐요.”

재준은 벽에 걸린 지도를 가리켰다.

“그리스 주변국.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불가리아, 터키.”

“저 나라가 왜요?”

“러시아가 그리스로 군대를 파견하면 주변국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당연히 재무장하겠지.

“설마 무기를 팔 생각입니까?”

“에이, 우리가 무기가 어딨어요? 그건 방산업체들 몫이지. 우린 공포를 조성하기만 하면 돼요. 러시아가 다른 나라로 확장할지도 모른다. 뭐 이렇게. 아마 미국부터 난리가 나겠죠. 그리스가 러시아의 전초기지가 되면…….”

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었다.

“어유, 끔찍하지 않겠어요?”

“그럼, 우리는 방산업체 주식을 미리 사는 겁니까?”

“주식? 그거야 갭 차이가 나면 시스템이 알아서 사겠죠. 그리고 주식을 사 봐야 돈이나 되겠어요? 저기 그리스 주변국들을 봐요. 명목 GDP가 만 달러도 안 되는 나라잖아요. 돈을 급하게 마련하려면 등급 낮은 국채를 발행해야 할 텐데. 이럴 때 우리가 후다닥 발행해서 도와줘야죠.”

“음.”

흥.

엘리자베스가 재준을 향해 또 콧방귀를 끼었다.

“또 왜?”

“아주 못됐어요.”

“내가?”

그리스 식량 끊은 건 너야.

나보다 네가 더 못됐어.

“그래요. 굳이 빌리지 않아도 되는 돈을 억지로 빌리게 만드는 거잖아요. 애초에 그리스가 유럽 연합에서 탈퇴만 안 했어도 지금 같이 주변국들이 돈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건데. 일부러 사건을 키워서 돈을 벌려고 하잖아요.”

엥?

“무슨 소리, 그리스가 유럽 연합 탈퇴 안 하면 평생 돈을 안 갚을 거야. 아주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다니까?”

“그렇다고 러시아를 끌어들여요?”

“아니, 내가 언제 러시아를 끌여들였어? 러시아가 때는 이때다 싶어서 달려든 거지.”

“아니요. 아저씨는 분명 그리스가 러시아에 손을 내밀 걸 알았어요. 이미 사건이 이렇게 진행되도록 만들었어요.”

와!

애가 상상력이 뛰어나네.

내가 사건을 만든다고?

“네가 나를 그 정도로 생각해 주는 건 고마워. 하지만 난 신이 아니야. 내가 어떻게 푸챠르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그리스를 먹어라, 그리스를 먹어라, 조종을 하겠어? 말도 안 되는 거지.”

“흥. 안 믿어.”

“아니, 정말 답답하네. 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빠르게 대처할 뿐이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능력은 없어.”

“됐어요. 두고 보면 알겠죠.”

또 말이 막히니까 끊어 버리네.

윌켄이 엘리자베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엘리자베스는 월가의 뱅커는 아니네. 다른 나라 걱정도 하고. 아무튼, 보스, 그리스를 막다른 곳으로 몹시다.”

“이미 그렇게 되는 것 같은데요. 그리스가 유럽 연합을 탈퇴하고 러시아에 붙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가만히 있지 않을 사람이 하나 떠오르지 않아요?”

“누구요?”

“누구긴 러시아랑 대차게 한 번 붙었던 사람이죠.”

아, 시앙핑.

“아마 지금쯤 그리스로 가는 물자를 전부 중국 땅에 묶어두고 있을걸요? 어때, 블록, 중국에서 들어 온 소식 있지?”

“네. 생필품 외에는 전부 수출항에 선적이 보류되고 있습니다. 곧이어 생필품도 묶어 둘 것 같습니다.”

역시 시앙핑이네.

이런 일에는 국제 관계 같은 건 고민도 하지 않는다니까.

“자, 이제 그리스 주변국에 접촉해서 국채 발행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시다.”

짝짝.

재준이 손뼉을 치며,

“모두 서둘러요. 늦으면 다른 은행이 덤벼들 테니.”

“네.”

모두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데,

“박혁, 우린 따로 할 일이 있어.”

모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박혁을 쳐다봤다.

“박혁만 따로?”

“안됐다.”

“혹시 러시아 기업 해킹하는 거 아냐?”

“헐, 뚫어야 할 장벽이 장난이 아닐 텐데.”

“거의 두 달은 집에 못 간다는 데 내 왼손을 건다.”

“불쌍하다. 천재로 태어나도 좋을 게 없네.”

한마디씩 거들면서도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

혹시라도 자신의 이름이 불릴까 봐.

하지만 박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제자리에 섰다.

보스가 해킹을 원하고 있다.

재준은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전에 가스프롬에 백도어를 심었다고 했잖아.”

“네, 가스프롬 정보가 필요하십니까?”

“아니, 음, 다른 곳에 백도어를 심을 수 있을까?”

“어디를 원하십니까?”

“시카고뱅크.”

“가능합니다.”

“그럼, 백도어로 뭐든 할 수 있나?”

“그렇진 않습니다. 백도어는 말 그대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문일 뿐입니다. 또 다른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시카고은행에 폭탄 하나 심어줘.”

“얼마나 큰 걸 원하십니까?”

“아주 큰 거로.”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걸 터뜨려도 괜찮을까요?”

“얼마나 큰데?”

“미국이 흔들릴 만큼은 됩니다.”

“그래?”

궁금하네.

시카고뱅크에서 터지는데 미국이 흔들린다고?

재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대해도 되겠는데.

***

그리스.

“미친놈들, 기어이…….”

비서의 보고를 받은 차르라스는 두 주먹을 꽉 쥐며 터져 나오려는 분노를 억눌렀다.

이제 도화선이 당겨졌다.

그리스는 망했다.

중국까지 그리스를 손절하자 그리스 내에서는 생필품 품귀 현상이 터지며 이곳저곳에서 약탈이 일어났다.

그러나 없는 놈이 없는 놈 것을 빼앗는 꼴이니 서로 악다구니로 싸움만 할 뿐이었다.

결국, 테러 단체 황금새벽당이 알바니아의 국경을 넘어 곡창지대를 급습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테러 단체가 곡물을 약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리스 국민들까지 몰려들어 약탈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왜? 왜? 이럴 거면 구제금융에 반대나 하지 말 것이지. 참지도 못하면서 자존심은 왜 내세우냐고.”

으아아아아아아.

차르라스의 분노가 집무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후,

숨이 길게 뿜어져 나오고,

흐흐흐흐흐.

서글픈 웃음이 가슴을 흐느끼게 했다.

“알바니아는 뭐라고 하지?”

“책임 있는 조치가 없으면 나토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나토.”

빌어먹을.

“책임 있는 조치가 뭔데?”

“알바니아 국경을 넘은 황금새벽당 전원 알바니아에 넘겨서 재판을 받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스 국민을 다른 나라에 팔아먹으란 말이야?”

차르라스가 비서에게 발끈했다.

하지만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 방법밖에는 없다는 것을.

이제 어떤 나라도 그리스를 믿지 않는다.

정부는 물론이고 은행도, 기업도, 심지어 법정도.

비서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이라도 정신을 잡아야 했다.

“팔아먹는 게 아닙니다. 죄인을 인도하는 겁니다. 아니면 나토를 상대해야 합니다.”

후.

나토는 개뿔.

40분이면 건너오는 이오니아 해협을 사이에 둔 이탈리아 하나도 상대하기 벅차다.

거기에 프랑스, 독일, 스페인……. 열거하기도 귀찮네.

자그마치 나토 회원국은 26개국이다.

“국민들 반응은 어때?”

“절대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야, 정말 내가 생각해도 우리 국민은 개새끼들이야.”

허허허.

“이게 철학과 신화의 나라 내 조국의 민낯이란 말이지.”

“죄송합니다.”

차르라스는 사과를 하는 비서를 빤히 쳐다보았다.

“자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야. 아무튼, 우리 국민님들께서는 이대로 또 버틴다 이건가?”

“방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황금새벽당은 2차로 곡창지대를 습격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합니다.”

아, 그러세요?

“아주 지랄 발광을 하는구나.”

“죄송합니다.”

죄송할 필요 없다니까.

“이봐, 루바나, 네가 내 뒤를 이을 준비를 해야겠는데.”

“네? 수상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는 지금 수상님 아니면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만약 수상님이 안 계시면 나토의 개입으로 그리스란 국가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알아. 하하하, 난 솔직히 사라졌으면 좋겠어. 이놈의 그리스. 정말 지랄 같아.”

차르라스는 허탈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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