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65화 (265/477)

제265화 속도보다 중요한 게 뭔지 알아?(6)

“저희 그리스는 공무원 은퇴를 58세에서 63세로 잡아 연금 지급 시기를 뒤로 미룰 계획입니다. 그리고 공무원 임금을 3년간 동결하고 은행 금리를 올리고 기업 법인세를 인상할 것입니다. 그리고.”

“잠깐만이요.”

“네.”

“공무원 임금 동결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공무원 숫자를 줄여야죠. 아니, 어느 나라 공무원이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2시 30분에 퇴근합니까? 거기에 지각 출근자가 많아 제시간에 출근하면 ‘정시 출근 수당’까지 준다던데. 굉장하네. 이러니 해변마다 오후 3시만 되면 공무원들이 몰려가서 해가 질 때까지 고기를 굽고 와인을 마신다고 난리를 치지. GDP의 50%가 넘는 돈이 공무원 월급이라는데. 1년에 14개월분 월급을 받고 최소 한 달 유급 휴가를 즐긴다? 대단하네. 숫자는 좀 많아야지. 노동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공무원이라면서요? 퇴직도 58세고. 퇴직연금도 월급의 95%를 평생 받고. 이 정도면 국민을 위한 공무원이 아니라 국민이 공무원을 떠받는 나라 같은데.”

“그건 차차 시정할 생각입니다.”

아니야.

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신들은 절대 못 해. 차차? 우리가 구제금융을 투입하면 그 돈 삽시간에 공무원 주머니로 들어갈 것 같은데. 구제금융을 집행하는 사람이 공무원인데 돈도 한 푼 안 주고 공무원을 내쫓는다? 나 같으면 절대 안 믿어. 공무원부터 1/10로 축소하세요. 그럼 구제금융을 생각해 볼 겁니다.”

차르라스가 벌떡 일어났다.

“독일! 네가 뭔데. 당장 국제사회에 그리스가 나치에 당한 피해를 낱낱이 고발하겠어.”

“아니 왜? 그 정도로 되겠어요? 아예 테러집단도 유럽에 풀어 놓겠다고 하지.”

이 두 말은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결렬시키려고 독일을 협박한 내용이다.

세계 2차 대전 배상금을 내놓으라고 떼를 쓰고 IS를 유럽에 풀겠다는 그야말로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했었다.

뭐 고려할 가치도 없는 말들인데, 우선 배상금은 전쟁이 끝나고

승전국 보상 회의에서 이미 받았다.

아마 까먹었든가 억지를 부리는 거다.

전 국민이 모두 일순간 기억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질 리 없으니 일단 소리부터 치고 보는 거겠지.

그리고 테러집단을 푼다고 협박하는 건 차르라스가 해야 하는데 이번엔 특별히 내가 대신 말했다.

순간 다른 나라 대표들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재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왜 다들 그런 눈으로 쳐다보세요. 다들 아는 이야기잖아요. 요즘 그리스가 테러집단 활동지로 가장 핫한데. 근데 테러집단이 그리스에 그냥 모였겠어요? 다 봐주는 사람이 있는 거니까 모이는 거지. 안 그래요? 차르라스.”

차르라스는 어찌나 이를 꽉 물었는지 볼이 다 흔들렸다.

“그리스는 유럽 연합을 탈퇴할 겁니다.”

“정말? 그거 내가 제안하려고 했던 건데. 잘됐네. 난 또 탈퇴 안 하나 굉장히 걱정했잖아요. 그래, 언제 나갈 거예요? 그래야 내가 손을 쓸 텐데.”

“무슨 짓을 벌이려고.”

“돈 받아야지. 지금까지 같은 유럽 연합이라고 강제 집행을 할 수가 없었잖아요. 근데 이렇게 나가준다는데 원 없이 돈을 받아 내야지. 아, 그쪽한테 묻지 않아도 되겠네.”

재준은 다른 국가 대표들을 향했다.

“여러분, 유럽 연합 대표 회의에서 그리스를 쫓아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뭐 돈 받는 걱정이면 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한 푼도 삭감하지 않고 다 받아 줄 테니. 원금에 이자까지 모조리 다. 아, 우리가 은행이다 보니 수수료는 좀 생각해 주시고요.”

쾅.

차르라스가 자신 앞 탁자를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이러고도.”

“이러고도 뭐? 지금 당신이 얼마나 국민을 위하는지 시험해 볼까?”

“무슨 짓을 하든 나는 절대 굽히지 않아.”

“그러시든가. 그럼 이 시간부터 모든 곡물을 차단합니다.”

“뭐라고요?”

“굶어 뒈지든지 말든지 난 모르는 일이야. 다 당신이 책임져. 두 번째. 이 시간부터 투마로우 은행은 국채든 회사채든 만기 연장 없으며 대출에 대한 마진콜을 시행합니다. 뻔뻔하니까 국가 디폴트 선언하겠지. 괜찮아. 할 수 있는 거 다 해. 신용등급 저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경험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아주 짜릿할 거니까.”

“이놈.”

“세 번째. 이 시각부터 그리스로 들어가는 석유와 천연가스는 차단됩니다. 이제 전기 없는 세상이 무엇인지 겪어 봐.”

“그만해.”

“네 번째. 이 시각부터 그리스로 들어가는 모든 소재는 수출이 금지됩니다.”

“가능하다 생각하나?”

“다섯 번째. 이 시각부터 중국에서 들어가는 모든 공산품 수출을 금지합니다.”

“전 세계가 다 네 발아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일에 동조할 것 같아?”

“당연히 동조하죠. 그리스는 돈이 없잖아요. 돈 있어요? 전부 외상 거래였잖아요. 안 될 것 같은 나라 말해 봐요. 내가 직접 전화 연결해서 들려줄게. 어디, 사우디? 중국? 러시아? 미국? 프랑스? 스페인? 어디? 말만 해요.”

“그…….”

“그러니까 나가! 잘살고 있는 유럽에 평지풍파 만들지 말고 나가면 되잖아. 왜 안 나가고 버티는 건데? 뭐, 또 주워 먹을 거 없나 두리번거리지 말고 나가서 자급자족하며 잘 살아. 잘됐네. 잘난 공무원들 동원하면 밀 그 정도는 뚝딱 생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러다 보면 사탕수수도 키우고 옥수수도 키우고. 누가 알아, 생산이 생각보다 많으면. 아, 그거 물물교환, 그거 하면 되겠네.”

하하하하하하.

차르라스가 웃기 시작했다.

“좋아. 나가지. 유럽 연합을 탈퇴하겠어. 하지만 이 모든 책임은 임재준 당신이 져야 할 거야.”

책임?

“그러지 뭐. 그리스가 어떻게 버티는지 지켜볼게요. 그놈의 권력욕은 참 어쩔 수 없네. 뭐, 당장은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 싫겠지. 국민들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도 보여주고 싶을 거고. 전 세계에 자기 이름 정도는 남기고 싶겠지. 그런데 어쩌나. 능력이 없는 건 그 무엇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건데.”

흥.

쾅.

차르라스는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나갔다.

모두 잠시 말없이 재준을 바라봤다.

재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곪은 곳은 빨리 도려내야 해요. 오래되면 다른 부분도 썩어 들어가거든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모두의 표정은 앞으로 일이 걱정되는지 편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 전부 누구한테 책임을 전가할까 고민 중이구만.

그 책임 내가 져 줄게. 돈이나 준비해.

“자, 여러분. 지금까지 그리스에서 본 것은 전부 차르라스가 조작된 현실을 여러분께 보여주고 구제금융을 받아 내려고 한 거에 지나지 않아요. 한마디로 사기를 친 거죠. 만약 또 구제금융이 들어갔다면 다 쓰고 똑같이 손을 벌렸을 겁니다. 애초에 돈을 갚을 마음이 없어요.”

“그래서 이제 어쩌자는 겁니까?”

이탈리아 대표가 재준에게 자신은 정말 모르겠다는 투로 말했다.

“일단 전 그리스 국민이 굶어 죽든 싸워서 죽든 상관 안 할 겁니다.”

네? 뭐요?

“지금 그리스에는 불의 세포의 음모와 황금새벽당이라는 테러 단체가 싸우고 있습니다. 아시죠? 그리고 이를 방관하고 있죠. 이 두 테러 집단이 유럽 각 나라와 미국을 공격해도 전혀 막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스가 딱 그 마음입니다. 자기 나라 아니니까. 남의 나라 일이니까. 이건 시작입니다. 이제 그리스가 재정적으로 압박이 심해지면 약탈을 시작할 겁니다. 주변 국가를 대상으로.”

“정말입니까?”

당연하지.

그리스뿐이야? 유럽 전체 역사가 약탈의 역사인데.

그 본성이 어디 가겠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리스가 모든 걸 내려놓고 사죄를 해야 합니다. 정말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자신들이 끼친 민폐에 대한 사죄를 난 들어야겠습니다.”

“그건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설마 아까 말한 곡물부터 석유까지 전부 차단할 겁니까?”

“당연하죠.”

“네? 정말요?”

“네. 그리스에 갇혀서 자기들끼리 자급자족해야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생산물을 만들어 먹고 살아 봐야 한다니까요. 그리스엔 노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농사라도 지으면 먹고 살 텐데. 전혀 그럴 맘이 없는 게 그리스입니다.”

“그러다 진짜 전쟁을 일으키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전쟁이요? 여기 나토 있지 않아요? 감히 어떻게 나토를 상대로 전쟁을 해요. 그러면 진짜 그리스 갈가리 찢어져요. 흔적도 남지 않아요. 여러분은 전쟁이 일어나면 참전하지 않을 겁니까? 그리스 한 자락을 자신의 영토로 만들 기회인데?”

흠, 흠.

“꽤 비옥한 땅 아닌가요?”

“임재준 오너, 그래도 말이 좀.”

“하하. 내가 좀 아끼지 않죠. 근데 정확히 말을 해야 정확한 계산이 서는 거예요. 그리고 애초에 그리스가 전쟁을 일으킨다는 보장이 없지만.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국경을 봉쇄하죠.”

“네?”

모두 재준이 대담한 사람인지 미치광이인지 구분이 안 가는 표정이었다.

지금이 대항해의 시대도 아니고 엄연한 주권이 있는 국가를 돈을 안 갚는다고 봉쇄를 하라니.

“그건 좀 너무 심한 처사입니다.”

쯧쯧쯧.

“아직 다들 맘이 너그러우시네요. 그럼 내가 우크라이나와 터키와 손을 잡고 그리스를 칠 테니 그냥 구경하실래요? 가뜩이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빼앗겨 어디 화풀이할 때 없나 찾고 있는데. 아, 그럼 러시아가 개입하려나. 그것도 나름 괜찮은데. 그때를 기회 삼아 중국한테 러시아의 아시아 영토를 먹자고 제안하면 그것도 나름 기회인데. 저랑 손을 잡지 않을까요? 그럼 이때다 싶어 미국이 참전해서 중국을 치겠네요.”

“그럼 3차 대전이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그전에 틀어막아야죠. 그리고 일단 투마로우가 그리스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하면 잠시 시간은 벌 수 있어요. 우리가 그 정도는 되니까. 그 사이에 그리스는 말라 죽을 겁니다. 인간은 하루에 최소한 한 끼는 먹어야 하니까.”

헉!

이탈리아 대표는 뒤로 주춤 물러났다.

“당신, 말로만 듣던 거보다 굉장히 위험하군요.”

“그런가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길 때 찍소리 못하고 구경만 하던 이탈이아는 안 위험하고요? 난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위험해요? 이게 뭐 실행과 언행의 차이인가? 내가 볼 때는 구경꾼이 제일 위험한 거 같은데.”

“이탈리아가 지금 위험하다고 말하는 겁니까?”

“뭐, 딱히 지금이라고 말하지는 못하는데. 그건 그때 가 봐야 알 것 같네요. 만약 그리스를 봉쇄하고 그리스 국민이 굶어 죽어가면 나설 국가가 있습니까? 안타깝다. 불쌍하다. 그러면서 시리얼 몇 봉지 보내고 힘내라 그럴 거잖아요. 직접 나서서 투마로우와 칼을 맞댈 국가가 있어요? 진짜 위험을 감수할 자신들이 있냐고요.”

“그건…….”

저벅저벅.

올랑도가 재준의 뒤에 섰다.

“우린 투마로우에 칼을 대는 국가와 관계를 정리하겠습니다.”

“스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벨기에도 힘을 보태죠.”

“독일은 원래 투마로우와 손을 잡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재준이 다른 국가 대표에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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