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62화 (262/477)

제262화 속도보다 중요한 게 뭔지 알아?(3)

AAG 빌딩 66층.

펠그리니와 박혁은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영혼의 단짝’을 만났다고 붙어 다니더니, 같이 펠그리니 연구실에 들어간 후에는 거의 한 달 동안 두문불출했다.

결국 무언가를 찾은 듯 재준을 찾았다.

“보스.”

“그래, 어서 와.”

“우리가 머신러닝의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한참 임모탈의 시술에 대한 보고를 읽고 있던 재준이 고개를 들었다.

아휴, 진짜 돈을 주면 뭐해?

“아니, 먹으면서 해. 먹으면서. 바로 아래가 식당인데. 그 몰골이 뭐야?”

“충분히 잘 먹고 있습니다.”

그보다.

탁.

펠그리니가 논문 하나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강화학습]

“이게 뭐야?”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강화학습? 이게 새로운 해결책이야?”

“네. 이건 기존의 분류를 기반으로 하는 머신러닝이 아닌 최선의 선택을 보상 기반으로 하는 머신러닝의 학습방법입니다.”

펠그리니는 뭔가 대단한 걸 찾았다는 희열감에 말이 빨라졌다.

재준은 허공을 부드럽게 내리누르는 시늉을 하며 펠그리니를 진정시켰다.

워, 워.

“어쨌든 획기적인 머신러닝 활용법이란 말이잖아.”

“맞습니다.”

그래?

월가에서 머신러닝을 투자에 도입하려는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투자은행이 원하는 건 미래의 정확한 가격인데 머신러닝은 전부 과거의 데이터를 욱여넣었으니 재대로 된 미래의 결과가 나올 리 없었다.

또한 기존의 머신러닝은 신경망에 데이터를 입력해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인데 결과가 비슷하지만 같은 값을 매번 불러내지는 못했다.

즉, 어떤 로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투자은행은 한 번의 실수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데 어떤 경로인지 모르고 머신러닝을 사용해야 하는 모험을 걸 수는 없었다.

이렇게 머닝러신은 월가에서는 본격적인 투자 도구로 사용되지 못하고 보조도구로 전락했다.

펠그리니도 다양한 사람들을 분석하여 대출 가능한 인물을 선택하는 정도로 활용할 뿐이었다.

그러나 박혁과 머신러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연구로 발전하고 학술지에서 머닝러신의 연구 분야인 강화학습을 발견했다.

그 후 투자에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재준은 둘이 무엇 때문에 확신을 두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뭐, 자기 둘만 알아듣는 말을 나한테 쏟아 내면 내가 어떻게 알아듣냐고?

꼭 정리를 해 줘야 한다니까.

“그래, 그렇다 치고. 이걸로 뭘 할 수 있는데?”

“기존 신경망만으로 해결하기 힘들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뭔데?”

신경망은 인간 뇌의 뉴런이 학습하는 모양을 모방한 데이터 분류 방식이다.

머신러닝에 데이터를 입력할 때 주로 쓰는 방식이다.

복잡한 설명은 알 필요도 없고 그냥 데이터의 특징을 파악한 후 구별하여 저장하는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된다.

어쨌든 저장방식일 뿐이었다.

하지만.

“저장한 데이터 중 가장 이익이 큰 결과물 하나를 보여주는 겁니다.”

“이익이 큰 결과물?”

“네, 주식으로 치면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르는 주식이 아닌 투마로우에 가장 이익이 되는 주식을 찾아 주는 겁니다.”

가만, 가만.

가격이 아니라 투마로우에 가장 이익이 되는 주식?

“그럼 어떤 특정 분야의 시장 지배력 같은 것도 의미를 둔다는 말이네.”

“그렇죠. 매수, 매도 패턴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 증권시장과 포트폴리오 상황에서 보상이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시장과 우리를 둘 다 고려할 수 있다.”

“그렇습니다.”

음.

이건 좀 괜찮은 방법이다.

초단타에 사용하는 인공지능을 장기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세돌을 이긴 딥마인드가 바로 그 예다.

신경망을 통해 받아들인 데이터를 통해 앞으로 전개될 판세를 계산한 뒤 그중 가장 이득이 되는 다음 수를 제시했던 그 방법이 강화학습이었다.

이건 꼭 투자에 국한된 게 아니네.

실제 생활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때,

“도련님.”

서형길이 도날드와 들어섰다.

싱글벙글.

얼굴 표정으로 보니 지금까지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듯했다.

“어서와요. 도날드. 이사장님.”

“고맙습니다.”

도날드는 다짜고짜 재준의 손을 낚아채 거칠게 악수를 하였다.

뭐가 갑자기 고맙다는 거야?

“전에 주신 가이드라인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공화당 내 다른 후보들을 멀찍이 따돌리고 있습니다.”

하하하하.

호쾌하게 웃는 모습에서 이미 다 이겼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그럼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해야지 여긴 어쩐 일입니까?”

“다음 지시를 들으러 왔습니다.”

나한테?

“아니, 선거 캠프가 있을 거 아닙니까?”

“아, 꾸리기는 했지만 전부 매번 했던 이야기를 재탕하는 선에 그치고 있어서 썩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뭐라고 하는데요.”

“메디케이드를 삭감하라. 상위 1%에게 세금을 감면하라. 자유 무역을 지지하라. 전부 어디서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메디케어는 일반 의료보험이고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과 노인을 위한 의료보험으로 보면 된다.

우리나라 보험도 아닌데 굳이 자세한 건 알 필요 없다.

어쨌든 미국은 이 메디케이드 지출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메디케어는 국민이 보험료를 내지만 메디케이드는 이것저것 붙어 보험료는 적고 혜택은 거의 100%에 가까웠다.

국가 재정에 좋은 제도는 아니다.

모두가 예상 가능한 공약이라 이 말이지.

“그럼, 반대로 하세요.”

“반대로?”

“그렇죠. 메디케이드 지출을 늘리고 상위 1%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고 보호 무역을 주장하는 겁니다.”

“음, 그럼 공화당 지지자들이 싫어할 텐데요.”

“천만에. 지금까지 뭔가 있어 보이려고 허세를 떨었지만 사실 인간의 마음속엔 외치고 싶은 목소리가 있는 겁니다. 의료보험 혜택을 늘리고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고 국가가 손해 보는 짓을 그만두겠다는데, 싫어할 국민이 어딨습니까?”

“그런가요?”

훅.

재준은 도날드를 향해 손가락 다섯 개를 갈퀴 모양으로 내밀었다.

“허세 그만 떨어라. 세계 평화니 애국심이니 다 필요 없다. 내가 살아야 남도 도와주는 것이다. 이렇게 각오하듯 말을 하는 겁니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란 말이군요.”

“그렇죠.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바로 여러분과 같은 국민일 뿐이다. 정치라는 허물을 벗어 던지는 겁니다.”

음.

도날드는 역시 오길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 그런데, 제가 옆에서 지켜보니까, 선거에 변수가 너무 많아서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바쁘신 도련님을 찾아올 수도 없고.”

“그야 사람 일이니 어쩔 수 없잖아요.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데 그걸 다…….”

엥?

이거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긴데.

재준은 펠그리니와 박혁을 바라봤다.

그리고 셋은 동시에 외쳤다.

강화학습!

펠그리니와 박혁의 두 눈이 반짝였다.

“너희는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지.”

“인공지능을 선거에 사용해 보자 그거죠?”

“그렇지. 현재 상황과 앞으로 선거 상황을 예측해서 최고의 한 수를 찾아낸 다음 그대로 해 보는 거야.”

“그러면 앞으로 투자에도 활용 가치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그렇지.”

서형길은 일단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도련님. 선거에 무슨 인공지능을 이용합니까? 이게 무슨 개표도 아니고.”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고. 도날드와 힐러리의 성향, 현 세계정세와 미국 상황, 그리고 이번 선거의 경향을 분석해서 가장 우리에게 이득이 될 한 수를 찾아 줄 겁니다.”

“네?”

놀란 서형길과 도날드를 무시하고 재준은 펠그리니와 박혁에게 지시를 내렸다.

“일단 활자로 된 신문 데이터를 집어넣고 결과를 예측해 보자.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성향이 다른 신문 두 곳만 집어넣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일주일 정도 데이터를 입력하면 그다음은 실시간이 가능할 겁니다.”

“그래, 마치 바둑을 두듯이 말이야.”

“바둑이요?”

“아, 그런 게 있어.”

이세돌과 딥마인드는 내년에 대결한다.

“자, 한번 해 봅시다.”

파이팅.

엉거주춤 손을 올리는 두 명과 주먹을 꽉 쥔 두 명.

재준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어쩌면 시카고 알고 트레이더들 너희도 내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게 될 것 같네.

***

임모탈.

사우디아라비아의 현 국왕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가 임모탈의 시술을 받았다.

한 달.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짧은 시간이지만, 죽었던 사람이 다시 깨어나는 걸 기다리는 주변 사람에게는 너무도 길었다.

임모탈의 시술로 모든 장기가 교체되었다.

모든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오직 결과물만 확인할 뿐이라 국왕이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든 언론과 관계자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으음.

살만 국왕이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가까스로 눈을 떴다.

오. 이럴 수가.

너무도 선명한 시야에 국왕 자신도 놀랐다.

시력이 되살아났다.

주위에서 흰 가운을 입은 의사 여러 명이 의료장비 수치를 읽으며 분주하게 뭔가를 써 내려갔다.

그중 중후한 분위기를 띤 중년 의사 한 명이 다가왔다.

“정신이 좀 드십니까?”

응.

국왕은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기분은 어떠십니까?”

국왕은 대꾸도 하지 않고 자신의 손을 들어 보였다.

오, 이게 내 손이라고?

분명 쭈글쭈글한 피부를 가진 손바닥이 20년은 젊어진 듯 탱탱했다.

국왕이 의아한 눈으로 의사를 바라보자,

“유전자의 시계를 조금 돌려놓았을 뿐입니다. 연구가 진행되면 더 젊은 피부로 바뀌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얼굴도 젊어졌다고?

“거울을 볼 수 있습니까?”

거울.

중년 의사의 지시에 비교적 젊은 의사가 재빨리 거울을 내밀었다.

미세하게 떠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거울을 받았다.

그리고 천천히 용기 있게 거울을 자신의 앞으로 가져왔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국왕은 그 어떤 말보다 웃음으로 말하고 있었다.

아들아, 내가 좀 더 오래 국왕의 자리에 있어야겠구나.

하하하하.

살만 국왕은 웃음을 서서히 멈추고 의사를 봤다.

“이보시오. 의사.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네. 레이프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그래요. 닥터 레이프. 이제 내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는 거 맞습니까?”

“네, 밖에 이미 전 세계 언론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족분들도 다른 방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니야. 가족은 나중에. 먼저 언론에 내가 건재함을 보여주어야겠어요. 하하하.”

“그러면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닥터 레이프가 돌아서려는데 살만 국왕이 외쳤다.

잠깐.

“네.”

“혹시 내가 임재준을 만날 수 있을까요?”

“임재준은 지금 투마로우 시티에 없습니다. 미국에 있는 거로 압니다.”

“언제 오는지 모르고요?”

“네. 하지만 전화는 가능할 겁니다. 언론 공개 전에 연락을 달라고 했거든요.”

이런 기회를 놓칠 인물이 아니지.

“전화를 걸어 주세요.”

“이미 화상 전화로 준비했습니다.”

후후후.

듣던 대로 치밀해.

띠리리리링.

-축하드립니다. 살만 국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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