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56화 (256/477)

제256화 하늘이 스스로 돕는 것 같지, 전혀(8)

북한 투마로우 시티.

“어서 오시오. 임재준 동무.”

“굳이 나오셨습니까? 내가 알아서 찾아갔을 텐데.”

“핵무기를 안 만드니 할 일이 없어서 매일 투마로우 시티에 나오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런가. 하긴 이제 지도자 동지가 할 일이 없지.

북한은 평양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의 범위를 점차 넓혀 갔다.

남으로는 투마로우 시티와 연결을 하고 동으로는 원산항까지, 북으로는 백두산, 그리고 머지않아 중국 지린성을 넘어갈 계획이었고 러시아로 뻗어 나가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협의 중이라 했다.

왜 이렇게 확장하냐고?

자율주행의 최대 관건은 다양한 환경의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달려 있으니까.

또한 니콜라 모터스의 엘론 버스크 회장은 투마로우 시티에 연간 100만 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동안 투마로우 시티가 이슈 몰이에 성공은 했으나 아직 큰돈은 벌지 못했어.

“인민들의 삶은 나아졌습니까?”

“그럼, 그럼. 이제 삼시 세끼 이밥에 고깃국은 먹고 있습니다.”

이밥은 쌀밥이고 고깃국은 고기를 우려낸 국물을 말한다.

당연히 고기 건더기는 없다.

아직은 삶이 생각보다 확 나아지지는 않았다.

북한 1년 예산이 4조 원이라 알려졌는데 투마로우 시티가 들어서면서 예산이 10조 원으로 늘었다.

그만큼 세금 수입이 늘어나면서 예산도 늘어났다.

근데 이렇게 해서 언제 돈을 벌어.

그것도 나라가 예산이 10조가 뭐야, 10조가.

우선은 관세부터 올리자.

“김정은 동지, 한국과 정식으로 교역을 추진하죠.”

“남조선과요?”

“일단 투마로우 시티에 필요한 소재와 장비는 들어와야 하니까요. 지금 빙빙 돌아 들어오면서 낭비되는 돈이 많아요. 차라리 관세를 높여서 돈을 버는 게 낫겠어요.”

“음, 그러다 자본주의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면 인민들의 사상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문제가 되나요?”

“문제가 안 됩니까?”

“그럼요. 여기 공산주의 아닙니까?”

“공산주의? 색이 바랜 느낌이군요.”

“아니에요. 김정은 동지는 진짜 공산주의를 해야 합니다.”

“네?”

“인민들은 노동을 하고 매달 노동당이 임금을 나누어 주는 게 공산주의 아닙니까? 같이 일하고 같이 나누어 가지는 거.”

“그렇지만 그게 맘대로 안 되니까 그렇지요.”

이 사람아 왜 안 돼. 여긴 북한인데.

“그건 돈을 적게 줘서 그런 거예요. 일한 거보다 많이 주면 되죠.”

“돈이 어디 있습니까?”

“관세를 올리면 되죠.”

“그래서 남조선과 교역을 하라는 겁니까?”

“꼭 남조선과 교역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와 교역을 하는 거예요. 단 북한과 교역을 하려면 관세는 각오해라. 다른 나라보다 관세를 열 배를 받으세요.”

엥?

“그럼 누가 북한과 거래를 하겠습니까?”

“그래야 꼭 필요한 물품만 들어오죠. 지도자 동지가 생각하는 자본주의 제품이 안 들어오게.”

김정은은 갸우뚱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근데 그렇게 해서 어떻게 돈을 법니까?”

“여기서 또 북조선만의 세금을 만드는 겁니다. 이름하여 투마로우 시티 로열티.”

“그건 또 뭡니까?”

“투마로우 시티는 정보를 공유하는 과학 도시입니다.”

“그건 압니다.”

“정보를 공유해서 뭔가를 만들어 자기 나라로 휙 가지고 날아가 버리면 우린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투마로우 시티의 모든 연구는 논문과 특허 형태로 발표하게 하고, 그 논문과 특허를 사용하고 받는 로열티에 북조선의 지분을 10% 책정하는 겁니다. 이게 투마로우 시티 로열티입니다.”

김정은은 두 눈을 껌뻑 껌뻑였다.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재준의 말이 이어졌다.

“어차피 다른 나라에서 불가능한 연구들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정보까지 공유되고 있고요. 기존 연구에 들어갈 돈을 훨씬 절약하는 곳이 투마로우 시티잖아요. 10% 로열티를 내놓으라고 해도 얼씨구나 할 겁니다. 오히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니 당당하게 나올걸요? 그럼 우리도 이 기회를 살려 돈을 벌어야죠. 남 좋은 일만 해줄 수는 없잖아요? 우리의 몫을 챙겨야죠.”

“그런가요?”

“그럼요. 가격 책정은 기업이 알아서 할 거예요. 아마 이때다 싶어 기존에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올려서 받을걸요.”

음.

김정은은 조금 이해가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인민들은 노동당이 정해준 목표량만큼 일하고 매달 노동당에서 임금을 받는 거예요. 그리고 세금이 늘어난 만큼 임금을 조금씩 올려주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당연히 인민은 좋아하겠죠.”

“상상해 보세요. 자본주의 물결이 없는 진정한 공산주의 사회가 이루어지는 겁니다.”

“음, 인민을 위해.”

“인민은 무슨 인민. 거기 슬쩍 사회주의를 집어넣으면 안 되고요. 사회주의를 뺀 공산주의. 김정은 지도자 동지가 돌보는 공산주의. 어때요?”

“음.”

독재를 하란 말이야. 독재.

괜히 어설픈 민주주의네, 사회주의네, 사회민주주의 이딴 거 하지 말고.

아주 폐쇄적인 일당 독재 공산주의.

그래야 다른 나라 간섭 없이 투마로우 시티가 무럭무럭 자라지.

“내가 돌봐서 살찌운 북조선이군요.”

“그거죠. 바로 그거.”

“좋다. 아주 좋아.”

“그렇죠.”

“그런데, 임재준 동무, 외부에서 북한을 방문하는 건 어떻게 막습니까?”

“절대 안 됩니다. 관광 산업은 포기해야죠. 사람들 왕래하기 시작하면 헛바람 불어넣는 이야기나 물건도 오가요. 그럼 이 자율주행 연구 상황이나 투마로우 시티 연구 실태가 밖으로 새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김정은을 쳐다봤다.

“뭣도 모르는 것들이 김정은 동지의 공산주의가 어쩌니저쩌니하는 말들이 오가면 괜히 피곤한 일들만 생길 겁니다.”

“음. 관광이야 지금까지도 별 성과가 없었으니 포기해도 상관은 없어요. 이 기회에 북조선 인민들 해외 파견도 싹 다 취소해야겠어요.”

“훌륭한 선택입니다.”

“그렇죠.”

“그럼요.”

하하하하하하.

그래, 이로써 투마로우 시티에 접근하는 세력을 최소화시켰다.

언제까지고 차단할 수는 없지만, 아이가 자랄 때까지는 누구도 접근을 못 하게 막아야 한다.

***

대한민국 통일부.

“그러니까, 북한이 우리와 교역을 원한다는 말입니까?”

통일부 장관 김덕배는 마가리따의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 반문했다.

거기다 투마로우에 여자 임원이 있었다고?

“네, 단, 북한 입장을 생각해서 한국이 먼저 제안하는 모양새로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김덕배 장관의 뒷말은 속에서 괴성을 질렀다.

북한을 어떻게 믿고.

개성 공단이 꺼진 지 얼마나 지났다고.

호호호.

마가리따는 김덕배 장관의 심정을 알고 있다는 듯 호쾌하게 웃었다.

“도로 하나 개통하는 일입니다. 전 세계 물품이 한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갈 게 뻔하잖아요. 북한 항구가 워낙 낙후되어서 원성이 자자하고요.”

마가리따가 한국 입장에선 못해도 물류비는 빼먹을 수 있다는 소릴 에둘러 이야기했다.

“아니, 그런 문제는 둘째치고 같은 동포끼리…….”

“그 문제는 저희 협상에 없습니다.”

한민족이니 과거의 한 영토니 하는 감성팔이는 제외해야지.

“오직 세금만 협의하면 됩니다. 뭐, 나중엔 통일부가 생각하는 이산가족 상봉이나 통일……은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아, 경제적인 교류로 제한하자는 말씀이군요.”

“맞아요. 교류도 지금의 판문점을 이용해서 최대한 인적 교류는 제한했으면 합니다. 괜히 어려운 문제를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세부 일정은 변호사를 통해 마무리 짓도록 합시다.”

남북한 일에 변호사?

너무 사무적인 거 아닌가?

마가리따는 일어나 잘해 보자는 의미로 손을 내밀었다.

김덕배 장관도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악수를 마친 마가리따가 핸드폰을 꺼내 누가 들으라는 듯 통화를 했다.

“얘기는 잘 되었어요. 서로 잘 될 것 같아요.”

통화를 하며 멀어지는 마가리따를 김덕배 장관이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걸 잘 됐다고 봐야 하나 안 됐다고 봐야 하나.

남북이 교류를 시작한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근본적인 민족의 문제는 쏙 빼고 경제의 논리만 남았다.

솔직히, 이런 식의 교류는 남한이 더 바라는 바다.

정치적으로 평화 통일을 외치고 있지만, 그 비용은 온전히 남한이 짊어져야 할 짐일 뿐이었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당장 실무진 협의를 진행해야겠어.

***

현재증권.

“이게 뭐야?”

“코베르방크 아시아 부분입니다. 현재증권이 인수해야 합니다.”

임병달은 강호석이 들고 온 서류를 보면서 자꾸 매출 규모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러니까, 지금 현재증권 규모의 세 배가 넘는데 이걸 인수한다는 게 올바른 표현인가? 우리가 인수당하는 게 아니고?”

“회장님, 이 정도는 그냥 봐 줄 만한 규모입니다. 현재증권이 충분히 인수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여기, 어서 도장을 찍어 주세요.”

박민수가 강호석의 말을 거들며 손가락으로 도장 찍을 곳인 인수 협상 대리인 란을 가리켰다.

피곤합니다.

빨리 끝내고 다시 독일로 날아가야 합니다.

어느 나쁜 놈이 총격전까지 들먹이며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더니, 자기는 어디로 후다닥 튀고 일거리만 잔뜩 남겼다.

아니, 그럼 대리인 서류라도 작성하고 튀든가.

아무리 연락을 해도 전화를 받지 않아요.

임재준뿐이 아니라 팀원들이 전부 다.

이것들, 만나기만 해 봐라.

어쩔 수 없이 윌켄이 독일에서 일을 진행하는 동안 임병달 회장님을 만나러 한국에 왔다.

그리운 한국에 왔는데 이렇게 지겨울 수가 없네.

그런데 임재준은 어디로 도망갔기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지?

이거 회장님에게 여쭤볼 수도 없고.

“여기다 찍으면 된다고?”

“네.”

꾹.

“근데 호석아.”

“네, 회장님.”

“재준이가 잘해 주는 거 맞지?”

“그럼요.”

빠직.

옆에 있던 박민수가 참을 인 자 세 개를 가슴에 새겼다.

“그래, 잘해 주면 됐지. 그럼 이혼할 거니?”

“아니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네 얼굴에 어딘지 모를 근심이 보여. 나이가 들면 상대가 누굴 죽이고 싶을 때 생기는 표정을 어렴풋이 짐작하거든. 난 또 네 와이프하고 문제가 있는 줄 알았지.”

“하하, 아닙니다. 제가 누굴 죽이고 싶겠습니까? 하도 바쁘다 보니 얼굴에 짜증이 어렸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한국에 왔으니 하루 정도는 푹 쉬어.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어.”

“네, 회장님. 근데 임재준은 어디 있습니까? 보이지가 않네요.”

강호석이 아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임병달을 떠봤다.

“아, 재준이. 지금 투마로우 시티에 있잖아. 몰랐어?”

“독일에서 대화도 못 나누고 헤어지는 통에 몰랐습니다. 뭐 연락이 오겠죠.”

이때.

벌컥.

“미스터 체어맨, 나 왔어요.”

“오, 마가리따. 어서 와요.”

응?

“박민수, 강호석. 언제 한국에 왔어요?”

“오늘 도착해서 회장님 뵈러 왔습니다.”

“그래요? 잘됐네. 방금.”

잠깐.

박민수가 손바닥을 마가리따를 향했다.

“말하지 말아요. 난 못 들은 거로 할 거예요.”

“나도.”

“왜요? 엄청 큰 건이 터졌는데. 북한과 한국이 교류를.”

뛰어!

박민수와 강호석이 귀를 막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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