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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53화 (253/477)

제253화 하늘이 스스로 돕는 것 같지, 전혀(5)

“우릴 인질로 삼겠다고?”

“잠깐이면 된다니까. 그 후에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고.”

“뭐?”

셀레나가 엘리자베스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저놈들, 아기의 혈액 샘플을 얻어가려는 거예요.”

“피를?”

“복제할 수도 있고. 유전자 구조를 파악할 수도 있으니까요.”

“복제? 저 미친놈들.”

절대 안 돼.

엘리자베스가 두 팔을 벌려 셀레나 앞을 가로막고 섰다.

아저씨, 나 지금 아저씨 말대로 하고 있어.

그러니 어떻게든 해 봐.

이때.

저벅저벅.

누군가 천천히 엘리자베스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제이콥과 마카르를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거 참, 어부지리를 얻나 싶었는데 아닌 것 같네.”

엘리자베스는 갑자기 나타난 천 실장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도 신기했다.

“천 실장님.”

와, 이 아저씨는?

언제부터 우리 곁에 있었던 거야?

제이콥이 눈짓을 하자 요원 하나가 앞으로 나갔다.

말이 필요 없다는 듯 움찔 공격을 취하는 척 움직여 봤다.

보통 사람이라면 움직이는 쪽으로 몸을 꿈틀할 텐데.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천 실장은 매서운 눈으로 쳐다볼 뿐 몸은 미동도 없었다.

눈이 밝은 프로다.

그럼 원거리 타격으로는 승산이 없다.

근접전으로 승부를 본다.

요원은 풋워크를 행하며 빈틈을 찾았다.

여차하면 파고들어 유도의 업어치기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릴 계획이었다.

손을 들어 까딱이며 다른 요원에게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두 명의 요원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좋아.

그리고 천 실장의 시선을 피해 옆으로 돌아서 뒤쪽으로 움직였다.

이 정도면 놈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기회다.

이얏!

요원이 천 실장의 뒤를 파고들었다.

허리를 잡으려는 순간 ‘번쩍’ 눈앞이 깜깜해졌다가 밝아졌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뭐지?

벌떡 일어나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는 순간 천 실장은 요원이 쥔 총의 슬라이드를 잡고 순식간에 총을 비틀어 빼앗은 뒤.

척 척 척 척.

우수수.

순식간에 총이 분해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요원은 당황한 눈으로 천 실장을 바라봤다.

뭐야.

특수부대 출신인 내가 못 본 거야?

천 실장은 뒤를 돌아 손을 들어 보였다.

요원이 뻔히 보고 있는데도 등을 보였다.

이런 건방진 놈.

하지만 요원은 다시 접근하기를 망설였다.

천 실장의 신호에 네 명의 사람이 나타나서 천 실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보트가 있는 곳으로 슬라이딩 설치하고 여기 네 분 모시고 공항으로 가.”

“네, 실장님.”

뭐? 공항?

그렇게는 안 되지.

다가온 요원 둘이 천 실장의 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퍽 퍽.

달려든 요원 둘도 잠시 정신을 잃고 깨어났다.

왜 자신이 바닥과 친하게 되었는지 깨달을 시간은 없었다.

주춤 물러서며 일어섰다.

그리고 그들의 눈썹 위로 한 줄기씩 핏물이 흘렀다.

눈 위로 길게 찢어진 상처.

진짜 프로다.

하하하하.

마카르가 웃으며 제이콥에게 다가섰다.

“여전히 느끼는 거지만 미국은 첨단 무기만 없으면 허당이라니까.”

제이콥이 입술을 씰룩거렸다.

“일단 저놈을 처리하고 따지기로 하지.”

“그럴까?”

이때.

부우우웅.

비상탈출용 미끄럼틀이 부풀어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슝.

천 실장 뒤로 엘리자베스가 먼저 유람선에서 보트로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러시아 무리 중 뒤쪽에서 크게 돌아 미끄럼틀에 다가서는 몇이 보였다.

그리고 퍽, 퍽, 퍽.

엘리자베스를 보호하던 천 실장의 직원에게 얻어터졌다.

머리와 목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서는 러시아 놈들.

천 실장은 손가락을 까딱이며 고개를 저었다.

보트에 올라선 엘리자베스가 셀리나가 아기를 안고 내려오는 걸 받아주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냐는 듯 보트 주인이 엘리자베스에게 말했다.

“여긴 예약이 되어있는데요.”

어이없는 보트 주인의 말에 엘리자베스가 빙글 웃었다.

“얼마 받았어요?”

“2, 2만 달러.”

“100만 달러.”

“네?”

“90만 달러. 자꾸 생각하지 마세요. 가격 내려가요.”

쿵.

셀레나가 아기와 함께 무사히 내려왔다.

“네?”

“80만 달러.”

레이가 내려왔다.

“70만 달러.”

“잠깐만요.”

“50만 달러.”

“왜 60만 달러는 건너뛰는 겁니까.”

“제 맘이죠. 40만 달러. 저 위 남자들 보이시죠? 그들이 내려오면 한 푼도 못 받아요.”

보트 주인이 고개를 들자 남자 둘이 미끄럼틀로 사람을 대피시키는 게 보였는데, 거리가 있는데도 단단한 팔뚝이 대단해 보였다.

“그러니까 제가…….”

“20만 달러.”

“왜 자꾸 20씩 내려가요?”

“10.”

“그만, 20만 달러. 20만 달러! 더 내리지 마세요.”

“오케이.”

보트 주인과 가격 흥정하는 사이 마가리따까지 다 내려왔다.

남자 하나가 위에서 칼을 꺼내더니 미끄럼틀에 푹 찔러넣고 아래로 쭉 타고 내려왔다.

이제 미끄럼틀은 바람이 빠져 쓸모가 없게 되었다.

“출발하시죠.”

엘리자베스는 유람선 위를 올려다보았다.

“저 위 사람들은요?”

엘리자베스는 그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보트 주인에게 말했다.

“출발하시죠.”

험악한 표정으로.

“아, 네.”

부아아앙.

보트가 출발했다.

보트가 떠나는 것을 확인한 천 실장은 제이콥과 마카르의 일그러진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마카르가 괜찮다는 듯이 웃었다.

“공항 비행기는 탈 수가 없을 텐데. 이미 우리 요원들이 쫙 깔려 있거든.”

그러거나 말거나 천 실장은 그 자리에서 십여 명의 미국과 러시아 요원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를 들어 까딱였다.

“저거 완전 미친놈이네.”

마카르와 제이콥이 동시에 치라는 사인을 보냈다.

퍽, 퍽, 퍽, 퍽, 퍽.

둔탁하면서 울림이 있는 소리와 함께 선두로 치고 나갔던 다섯이 어디를 맞고 쓰러졌는지 모르는 건지 바닥에 나뒹굴었다.

나머지 요원들이 천천히 걸어 나오자.

천 실장이 입을 열었다.

“어린놈들이 꿈을 꾸는구나.”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그 자세 그대로 천 실장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단 두 손에 흘러내리는 상대방의 핏물만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뭐야? 왜 이렇게 강해.

철컥.

제이콥이 총을 꺼내 들었다.

순간,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어느새 제이콥의 권총 슬라이드를 잡고 있는 천 실장의 눈이 제이콥의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철컥, 철컥, 소리와 함께 제이콥의 손에 들린 총의 윗부분이 분해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천 실장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넌 이미 죽었다.

그리고 분해된 총구를 들어 푹 제이콥의 눈 속으로 집어넣었다.

으악!

실장님!

제이콥 휘하의 요원들이 덤벼들려 하자 천 실장은 총구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으아아아악.

다가오면, 이놈은 죽어.

피를 뚝뚝 흘리며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진 제이콥.

미카르가 눈을 번뜩였다.

틈이 분명했다.

마카르가 보기에 제이콥을 상대하고 있는 상대의 빈틈!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슬라이드를 당기는 순간.

퍽, 퍽, 퍽, 퍽.

네 번의 타격과 함께 바닥에 뒹구는 마카르.

읔.

퉤.

입안에 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딱딱한 물체가 여럿 느껴졌다.

퉤, 하고 뱉자.

후두두둑.

다섯 개.

다섯 개나 되는 자신의 앞니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푹, 손날이 자신의 목 안으로 들어왔다 나간 듯하더니.

울컥.

목 어딘가가 터지면서 한 움큼의 핏덩이가 올라왔다.

주르륵.

바닥에 핏덩이를 쏟으며 마카르가 천 실장을 바라보았다.

목숨만 살려 주세요.

그때.

타타타타타타타타.

헬기 한 대가 다가오는데 헬기에 장착된 장비만 봐도 오금이 지릴 정도였다.

헬기에서 테론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 승객들 있는데 총을 들고, 다들 총 바다에 던져.”

주춤거리는 미국과 러시아 요원들.

철커덕.

헬기의 대형 화기에서 바로 당기겠다는 위협적인 소음이 들렸다.

버려!

휙, 휙, 휙, 휙.

풍덩, 풍덩, 풍덩.

요원들이 총기를 바다에 던졌다.

그리고 사다리 하나가 헬기에서 떨어졌다.

천 실장 직원 둘이 먼저 사다리로 헬기에 오르고 마지막으로 천 실장이 사다리를 잡았다.

헬기는 후다다다닥 멀어져 갔다.

그리고.

잠시 후.

보덴 호 바로 옆에 있는 장크트살렌-알텐하인이란 작은 공항에서 보잉 747-8 VIP 한 대가 날아올랐다.

***

독일, 도이츠방크 회의실.

도이츠방크 미하일 뮐러 행장과 코베르방크 폴커 슐레만 행장이 마주 앉아서 서로 불편한 시선을 교환하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건 슐레만 행장.

“생각은 있어서 나오신 거죠?”

상대의 말을 흘려들은 뮐러 행장은 동문서답을 했다.

“날씨가 왜 이렇게 더운지 원.”

“흥, 나도 앙겔라 총리 아니었으면 이런 날씨에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럼, 지금 들어가면 되겠네.”

“나도 사기 집단하고는 얼굴 맞대기 싫어요.”

“뭐요? 사기 집단?”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얘기를 혼자 아닌 척은. 도대체 벌금을 얼마나 냈는지 은행이 다 휘청거릴 지경이라니. 한심하기는.”

“이 사람이. 정부에 붙어서 꼬리나 살랑거려서 돈이나 버는 주제에.”

“남 등쳐먹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뭐?”

탕탕.

앙겔라 총리가 들어서면서 벽을 강하게 두드렸다.

“잘하고 있어요. 아주 잘하고 있어. 계속 싸우세요. 계속. 도대체 당신들을 믿고 삶을 맡긴 사람이 몇이나 있는 줄 알고 있는 겁니까? 그럴 시간에 서로 합의해서 합병으로 살아날 궁리나 하세요.”

“거, 총리님 말씀이 과하십니다. 제 은행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그건 맞는 말이네. 정부가 왜 자꾸 저희 일에 이래라저래라 나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고 머리야.

앙겔라 총리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 두 은행이 파산하면 독일 산업 전반에 끼치는 여파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파문이 퍼져 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월가에서도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와 맞먹는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니 은행이 버티기만 하면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잘 아는 이놈의 두 은행장은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이러니 총리의 머리털이 점점 줄어드는 게 보일 정도지.

이야.

짝짝짝짝짝짝.

재준이 들어서며 박수를 쳐댔다.

“과연 독일에서 1, 2위를 다투는 은행장들답네요. 존경합니다. 존경해요. 아주 대놓고 협박이네요.”

뮐러와 슐레만이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임재준?

네가 왜 여기에.

그리고 총리를 봤다.

“무슨 일입니까, 총리님.”

쯧쯧.

총리는 한심한 듯 혀를 찼다.

재준은 총리를 대신해서 말을 이었다.

“그걸 몰라서 묻는 거예요? 내가 하도 답답해서 앙겔라 총리님한테 부탁했어요.”

도이츠방크 뮐러 행장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재준이 자리에 앉으며 답답하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뭘러 행장님. 이따위로 경영을 하면 월가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죠? 오죽했으면 내가 다 왔을까.”

“무슨 말입니까? 도이츠방크는 아직 건재합니다.”

“그래요? 그럼 아직도 뭔가 해 먹고 있다는 겁니까? 모기지론 사기로 판매하고, 러시아 자금 세탁하고, 리보금리 조작 외에 또 뭐가 있어요?”

흠, 흠.

뭘러 행장은 헛기침을 하며 애써 재준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투마로우라고 해서 떳떳하지만은 않던데.”

“그럼, 안 들키게 잘하시든가. 왜 들켜서는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드시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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