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52화 (252/477)

제252화 하늘이 스스로 돕는 것 같지, 전혀(4)

라인강.

보덴 호로 가는 유람선.

레이는 셀레나의 품에 안긴 아기를 바라보았다.

어디 잘못된 걸까?

왜 갓 태어난 아기가 울지를 않는 걸까?

아기는 입을 꼼지락거리며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듯이 보였다.

걱정 가득한 레이를 바라보던 셀레나가 관심을 돌리려고 뻔한 질문을 했다.

“레이, 얼마나 걸릴까요?”

“라인강을 따라 보덴 호에 도착하는 데 두 시간. 그럼 바로 독일로 들어갈 수 있어. 이게 거의 다 왔어. 막스가 나와서 우릴 마중할 거야.”

“막스,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하하. 그렇지. 우선 차가운 독일 맥주부터 시원하게 한잔하고 싶다.”

“저도요.”

레이와 셀레나는 되도록 아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이상한 아기였다.

울지 않는 건 둘째치고.

힘들게 움직이긴 하지만 눈동자를 굴렸다.

입을 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보였다.

여타 다른 아기와는 다르다.

슈퍼 인간.

여기서 괜한 아기 얘기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필요는 없었다.

레이는 셀레나의 손을 꽉 잡았다.

조금만 참자.

그리고 좀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두 여자가 있었다.

“아저씨, 찾았어요.”

-그럼,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네.”

***

스위스.

“독일로 넘어간 기록은 없습니다.”

제이콥은 당연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독일을 가려고 굳이 스위스를 거쳐 가야 할 이유가 없지.

그럼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라는 말인데.

프랑스와 스위스 두 나라 다 독일과 접해 있었다.

프랑스에서 독일을 바로 갈 수 있는데 스위스를 거쳐 독일로 가는 건 관광이 아니고서는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요원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실장님, 이탈리아로 들어간 기록은 없습니다.”

그럼 됐다.

기다릴 필요도 없지.

“모두 오스트리아로 출발하자.”

“네.”

모두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그 기다릴 필요가 없는 요원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다.

“실장님, 오스트리아로 들어간 기록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 아닐까요?”

뭐라고?

“방금 이탈리아에도 출입 기록이 없다고 했어.”

“그럼 독일로 간 거네요.”

“독일?”

굳이 왜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한 거지.

설마 일부러 스위스에 기록을 남기고 독일로 간 건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뒤를 쫓고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인데.

아니야, 시간상 그럴 가능성은 없어.

그럼, 뭐지?

“지도 있나?”

“네.”

뒤에 있던 요원이 태블릿을 가져왔다.

제이콥은 스위스 지도를 펼쳤다.

주변 접경 국을 죽 둘러봤다.

위는 독일, 오른쪽은 오스트리아, 아래는 이탈리아.

설마 프랑스로 되돌아간 건 아니겠지?

그럼 정말 우리를 따돌리려는 건데.

이때, 요원이 손가락으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접경지대를 확장시켰다.

“여기도 나라가 있습니다.”

“뭐?”

“리히텐슈타인이란 나라가 있습니다.”

“리히텐슈타인? 그건 아는데. 설마 여기로 갔단 말이야?”

“여긴 출입국 사무소가 없습니다. 라인강을 따라 독일로 밀입국하기도 쉽고요.”

“왜? 그들은 천재 과학자들인데 어디든 당당하게 들어갈 텐데.”

“그건 저도 잘 모르죠. 그들만의 사정이 있을지.”

“사정?”

사정. 사정이라…….

그들의 사정이라고 해봐야 임신 중이라는 것밖에 없잖아.

임신. 임신? 임신. 출산? 굳이?

리히텐슈타인까지 와서 출산할 이유가 있나?

하지만 정황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잖아.

떳떳하게 출산하려면 프랑스도 있고 스위스, 독일 어디든 못할 곳이 없는데 여기까지 와서 출산을 해야 할 이유가…….

뭔가 있다.

직접 가서 확인할 수밖에 없어.

“스튜어트, 넌 여기 스위스에서 또 다른 흔적을 찾아. 난 리히텐슈타인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가급적 빠르게 조사하고 올 테니 꼼꼼하게 뭐라도 찾아 놔.”

“네.”

제이콥이 차에 오르자 요원이 이미 준비가 됐다는 듯 고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리히텐슈타인 경찰국으로 가.”

그러자 요원 하나가 리히텐슈타인 경찰국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그들이 있던 취리히에서 리히텐슈타인까지 거리는 100km가 조금 넘었다.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

제이콥은 달리는 차에서도 출산을 왜 그곳에서 할 수밖에 없는지 골몰히 생각했다.

아기는 인류가 직면하면 안 되는 슈퍼 인간.

출산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당연히 정부가 개입할 것이다.

아니면 대기업도 가능하고.

그렇다면 출산을 최대한 숨겨야 했을 거야.

그거구나. 출산을 숨기기 위해 이 작은 나라를 선택했어.

레이와 셀레나의 선택에 확신이 섰다.

한 시간 후.

“도착했습니다.”

끼이익.

제이콥은 다른 요원보다 급하게 내려 경찰국 안으로 들어갔다.

미리 연락되어 있어서 경찰국장이 마중 나왔다.

“어서 오시지요. 안으로.”

“아니 괜찮습니다. 한 가지 물어보려고 합니다. 여기 마가리따라는 여성분과.”

“아, 마가리따. 잘 압니다.”

제이콥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대답이 튀어나왔다.

“마가리따를 안다고요?”

“네, 마가리따의 지인이 여행 중에 출산을 한다고 빨리 찾아 달라고 해서 저희가 고생 좀 했습니다.”

“그래요?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건 저희도 모릅니다. 저흰 해 달란 대로 한 게 다입니다.”

“그 이후 행적은 모른단 말입니까?”

“네. 방금까지 여기 계셨는데.”

“그게 언제인가요?”

“한 시간이나 됐으려나.”

한 시간.

“독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어디입니까?”

“그거야 라인강을 따라가는 게 경치도 좋고 가장 빠르기도.”

제이콥도 국장의 말을 다 듣지 못하고 차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라인강 변을 따라 도로가 있나?”

“네. 잘 정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라인강을 타고 가는 것 같아. 우린 도로로 달려 따라잡는다. 밟아.”

“네.”

부아아앙.

제이콥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마가리따가 그들을 찾았다.

궁금한 건 많지만, 우선은 잡고 생각하자.

더 밟아.

차는 굉음을 내며 라인강변도로를 달렸다.

제이콥 일행이 출발한 뒤 일련의 무리들이 멀리서 제이콥을 지켜보고 있었다.

“제이콥이 무언가 알아낸 것 같은데.”

“연락하겠습니다.”

“하라쇼(좋아). 우리가 한발 앞서 움직인다.”

얼마 전 마카르는 리히텐슈타인 재무부 장관의 연락을 받고 리히텐슈타인 전역에 KGB 요원을 대거 투입했다.

하지만 아기를 낳을 부부의 정확한 얼굴을 모르는 상태.

무작정 마가리따의 행적을 추적하기만 했는데 확실한 심증을 안겨 줄 인물인 제이콥이 별안간 등장했다.

한 팀을 마가리따 주변을 감시하게 하고 자신은 제이콥을 지켜봤다.

그리고 꼬리를 정확히 잡았다.

한편,

제이콥은 강변을 따라 달렸다.

한 개의 유람선이 보였다.

지척에 있어서 방금 선착장을 출발한 듯 보였다.

이건 한 시간 전에 출발했다니 너무 이르고.

40분을 달렸을까.

라인강을 떠나 보덴 호로 들어가는 두 번째 유람선을 보았다.

애매한데.

아니다.

유람선이라고 부르지만, 대양을 가로지르는 수준이 아닌 유람선은 작았고 중간중간 정해진 선착장에서 사람들을 태우며 운항 중이었다.

이번에도 유람선이 선착장에 정차했다.

혹시 모르는 일이지.

“저기 세워. 블레이크, 내려서 저 유람선을 확인해 봐. 갓난아기가 발견되면 바로 연락해.”

“네.”

블레이크는 차에서 튀어 내려서 유람선으로 달렸다.

“우린 다시 전진해.”

다시 굉음을 내며 차가 달렸다.

그리고 잠시 후에 강줄기가 갈리는 지점에서 또 하나의 유람선을 발견했다.

제이콥은 시계를 확인했다.

저게 유력한데.

아직 블레이크에게 연락이 안 왔으니 저 유람선이 내가 확인하면 되겠지.

“실장님, 도로가 끊겼습니다.”

“뭐?”

하지만 눈앞에 있는 유람선이 이미 보덴 호로 들어서고 있었다.

내려.

제이콥은 주변에 정박되어 있는 보트를 향해 달렸다.

“이 보트 좀 빌립시다.”

“보덴 호를 구경하시려는 겁니까?”

“공무 수행 중입니다.”

그리고 뒤이어 여러 명의 요원들이 도착했다.

보트 주인은 주변을 보며 심상치 않은 일을 직감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만 달러.”

“네?”

“배는 온전히 돌려 드릴 테니 지금 바로 출발합시다.”

“타, 타시오. 배를 온전히 해 준다는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여기.”

제이콥이 수표를 끊어 내밀었다.

보트 주인은 수표를 확인했다.

미국 사람이었어?

그럼, 확실하네.

“출발합니다.”

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라인강을 벗어났다.

제이콥이 배 주인에게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유람선을 따라잡아 주세요.”

“가까이 가는 건 위험합니다. 법에도 저촉되고 벌금도.”

“저 안에 범죄자가 타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위험을 무릅…….”

“여기 만 달러 더.”

슥.

흠. 흠.

“때론 모험을 거는 게 인생이죠. 자, 갑니다.”

보트가 갑자기 쾌속정으로 변하더니 물살을 튕기며 속도를 냈다.

금세 보트가 유람선 옆으로 붙더니 보트 주인이 방송을 했다.

“잠깐, 속도를 줄이세요. 속도를 줄이세요.”

제이콥이 방송 마이크를 빼앗았다.

“속도 줄이세요. 인터폴에서 나왔습니다. 거기 범인이 타고 있습니다. 속도 줄이세요.”

유람선이 속도를 줄이자 보트가 옆으로 다가서며 속도를 유지했다.

위에서 사다리가 내려오고 제이콥은 먼저 유람선을 타고 올라갔다.

후.

다 올라와서 둘러보니 유람선 승객들은 수군거리며 제이콥을 경계했다.

모두 물러서세요.

승객들을 한쪽으로 대피시킨 후 유람선 선장이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이 안에 갓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있는 부부가 있을 겁니다. 우린 그들을 데리고 가야 합니다.”

“아기요?”

선장이 뒤를 돌아 승객들을 돌아보는데, 직원이 다가왔다.

“저기 뒤쪽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갑판 위 구석에 엘리자베스와 마가리따가 레이와 셀레나, 그리고 아기를 가리고 있었다.

제이콥의 시선이 그리로 움직였다.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후.

거기 계셨군요.

그래도 2만 달러나 사용한 보람은 있네.

제이콥이 엘리자베스를 보며 비릿하게 웃으며 걸어가는데 십여 명의 그림자가 끼어들었다.

“이게 누구신가?”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에 제이콥이 상대 얼굴을 보았다.

“마카르?”

“그래도 알아보니 다행이네.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설명은 안 해도 되고.”

이때 뒤에서 엘리자베스의 카랑카랑한 울림이 들렸다.

마카르!

“너도 아기 때문에 왔냐?”

엘리자베스가 비웃는 얼굴로 마카르를 쳐다봤다.

성질은 여전하네.

“엘리자베스, 미국보다는 러시아가 훨씬 유아 교육에 좋을 겁니다. 임재준과 관계가 많이 좋아졌고.”

풋.

“좋아져 봐야. 러시아지. 거긴 답답해서 싫어.”

하하하.

“거봐, 마카르. 이제 결정이 난 것 같은데.”

“헤이, 제이콥, 비서실장에서 내려오더니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건가? 지금 저 아이의 의견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난 그저 예의를 차린 거라고.”

“어쨌든 여기서 우리끼리 싸우면 이득을 얻는 쪽은 우리가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겠지.”

“그래서 뭐 어떡하려고. 그러지 말고 중립지역을 택하는 게 어떤가? 우크라이나라든가.”

“마카르, 너무 티 나는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다를 바 없는 곳이잖아.”

“그럼, 스위스는 어떤가?”

“스위스라……. 괜찮은 선택인 것 같아.”

둘이 아기의 거처를 중립국으로 선정하는 중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어이가 없었다.

“이거 봐, 누구 맘대로? 투마로우가 가만히 두고 볼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엘리자베스, 너도 있고 마가리따도 있잖아. 잠시 인질이 되어주면 그걸로 족해. 우린 아주 잠깐의 시간만 있으면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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