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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49화 (249/477)

제249화 하늘이 스스로 돕는 것 같지, 전혀(1)

백악관.

대통령은 FBI 국장이 가져온 투마로우 판매부서의 채권 판매에 대한 불법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투마로우에 불법이라.

투자은행에 만연되어있는 게 또 문제란 말이지.

법을 만들어야 하나.

아니야. 그렇게 해선 또 당하게 될 거야.

금융법을 손보려면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도드프랭크법이 로비와 뇌물로 무력화되는 걸 봐왔다.

똑똑한 법률가 앞에서 법규가 허무하게 방치되었다.

법규가 일단 시행되면 불리하더라도 폐지하지 못했다.

이미 잘 다듬어진 법률을 수호하려는 강력한 소수의 압박은 또 어떤가.

그리고 법규의 힘을 빌려 정부 관료들과 그들의 인맥이 기업을 약탈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고.

원래대로라면 대기업의 잘못된 거래에 소비자들이 쉽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소송결과에 막중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맞다.

이게 비단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로 번지면 골치 아파지니까 안 할 뿐이다.

그리고 투마로우 사례가 너무 적어.

이거 가지고는 해봐야 벌금 10만 달러나 받을까?

대통령은 수화기를 들었다.

-네, 대통령님.

“이게 답니까? 고작 세 건의 불법밖에 없던데.”

-아, 네. 그게…….

“계속 조사하는 건데 제가 재촉하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계속 조사 중입니다.

“그럼, 그렇지. 난 또 국장님이 이거 가지고 투마로우를 압박하라고 해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그래요. 계속 노력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뚝.

흥, 목소리를 보니 여기서 멈춘 거네.

투마로우가 무섭긴 무섭나 보지.

정부가 무능하니 그쪽이 더 무서워하는 건 당연한 건가.

이러면 안 돼.

이때.

똑똑.

“들어와요.”

비서실장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들어섰다.

“부르셨습니까?”

“어, 이리 와서 앉아 봐요.”

제이콥이 상석에 앉아 있는 대통령의 앞에 앉았다.

“요즘 임재준에게 연이어 당해서 구석에 몰렸다고 하던데. 또 추진하는 다른 계획이 있습니까?”

비서실장의 입이 굳게 닫혀서 열릴 줄 몰랐다.

“그냥 내려오는 건 어때요? 그 자리에 루이스가 더 어울리는 것 같던데.”

대통령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제이콥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어떨 때는 한없이 자애로운 것 같고 어떨 때는 바보같이 순진한 것 같고 임재준 앞에선 다 들어줄 것 같은 모습을 했지만,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는 사람에겐 매몰차다 못해 살기까지 느껴졌다.

제이콥은 더는 입만 다물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걸 알고 있었다.

“절 어떻게 생각하시는 줄 잘 압니다.”

“하지만 이대로 그만둘 수는 없다. 뭐, 그 말입니까?”

“하지만 아직은.”

톡톡톡.

대통령이 탁자를 과하게 두드렸다.

“제이콥, 거래를 하려면 패부터 꺼내세요. 셈이 맞아야 얘기도 들어 줄 거 아닙니까.”

잠시 망설이던 제이콥이 안주머니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

탁.

탁자에 올려놓으며,

“민주당 상하원 의원의 비리 내역입니다.”

“전부 다입니까?”

“네.”

그렇다면.

대통령은 USB를 집어 들었다.

“제이콥, 하지만 이대로 자리를 보존하기에는 여론이 안 좋은 거 알죠.”

“알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에 할 일도 알고 있겠네요.”

“비서실장 자리를 내려놓겠습니다. 대통령님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대통령 곁에만.

제이콥이 느낀 세월이 말하고 있었다.

미국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

그 오랜 세월을 옆에서 보좌하는 동안 이 사람이 얼마나 많은 난관을 헤쳐오며 얼마나 많은 성과를 이루었는지.

이 사람 옆에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많은 인물이 있었다.

보통 대통령이 물러나면 한가하게 낚시나 드리우며 전원에 묻혀 사는 게 보통이지만 이 사람은 다르다.

아직 나이도 젊고 앞으로 행보도 남다를 것이다.

거기에 민주당 의원들의 비리 내역도 손에 넣었다.

못해도 다음 대통령을 자기 맘대로 주무르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니 옆에만 있다면 나에게도 기회가 온다.

대통령은 피식 웃었다.

“사람이 당했으면 그만큼 갚아 줘야 하는 게 정치입니다. 그게 언제가 됐든 말이죠. 고작 나까짓 게 같은 자책은 하지 말고. 흔들리지도 말고. 아셨죠.”

“네.”

톡톡톡.

“임재준의 아기 데려오세요.”

제이콥이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웃지 않으려고 이빨을 꽉 다물었지만, 입가에 흐르는 미소는 어쩌지 못했다.

“네, 알겠습니다.”

“새로운 비서실장을 세울 테니. 지금 제이콥의 조직은 싹 다 사조직으로 운영합니다. 비용은 내가 댈 테니 걱정 말고.”

“네.”

“시작하세요.”

제이콥은 들어올 때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나갔다.

대통령은 제이콥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투마로우, 참 힘드네.

어르고 달래도 보았는데 통하지 않고.

윽박지르고 협박을 해도 도리어 당하니 이거 참.

그럼, 억지로라도 인질을 만드는 수밖에.

여기까지가 내 임기에 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는데.

***

스위스 자르간스.

엘리자베스와 마가리따가 리히텐슈타인으로 넘어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줌마. 궁금한 게 있어요.”

“야,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지. 임재준 닮아가나. 아줌마가 뭐니. 아줌마가.”

음. 나랑 30년 정도 차이 나면 언니는 좀 그렇지 않나.

“알았어요. 언니.”

“그래, 얼마나 듣기 좋아. 말해 봐, 뭐가 궁금한데.”

“지금 우리 알고 가는 것 맞죠.”

“그렇지. 레이와 셀레나는 여권을 만들지 않았으니 리히텐슈타인으로 갔어.”

리히텐슈타인은 스위스에 붙어 있는 작은 나라다.

스위스에서 넘어가는 곳엔 출입국 심사가 없다.

“벌써 열 달이 다 되어가는데. 움직이려면 흔적이 남을 텐데.”

“리히텐슈타인은 의료보험 가입이 꽤 힘든 나라야. 분명히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어.”

엘리자베스는 다소 걱정이 되는 얼굴로 기차가 들어오는 곳을 바라봤다.

“우리가 지켜 준다는 메시지만 전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게, 근데 이미 여러 나라에서 이들을 쫓고 있으니 걱정이 되긴 해.”

“방송을 해 보는 건 어때요?”

“리히텐슈타인 재무부 장관과 만나서 한번 이야기해 보자. 이 나라가 방송국이 하나뿐이니 방송만 할 수 있다면 분명 전달은 될 텐데. 문제는 방송을 그들만 보는 게 아니잖아. 그들을 쫓는 이들도 볼 거야.”

“그러니까 경고해야죠. 우리가 만나러 가니 들러붙는 놈들은 다 죽을 각오를 하라고.”

“죽을 각오?”

애는 임재준과 붙어 다니더니 너무 과격해졌어.

***

AAG 빌딩 66층.

“보스, 비서실장이 교체된다고 합니다.”

재준이 워서스틴의 보고를 들으며 입맛을 다셨다.

약속을 안 지키겠단 말이네.

그냥 자신이 묻어두고 가겠다?

진짜 이 사람들은 책임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것 같아.

그냥 자리만 물러나면 다 되는 줄 아나 보네.

“그냥 물러나는 건 아닐 거고 어디 다른 자리로 옮긴 건가?”

“그게 좀 이상해요. 분명 물러나는데 비서실 인원이 삼 분의 일 가까이 빠졌다네요. 뭔가 또 다른 일을 꾸미는 것 같거든요.”

“그래? 우리한테 또 무슨 꼬투리를 잡으려는 거 아닌가?”

“그런 것 같진 않아요. 빠진 인원들이 전부 서부로 몰려갔다고 하던데요? 로스앤젤레스로.”

“휴가 가는 건 아니네.”

“그렇죠.”

월가를 실컷 뒤집어 놓고 빠지겠다?

서부면 우리와도 완전 거리를 두겠다는 건데.

“FBI는?”

“다시 판매부서를 뒤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거 참, 사람들 쪼잔하게. 암튼 그냥 하던 대로 하라 그래.”

“괜찮겠어요?”

“그쪽에 신경 쓸 일이 아니란 걸 알게 해 줘야지.”

2015년 중국은 대규모 위안화 절하를 단행한다.

사흘 동안 자그마치 4.6%나.

근데 투마로우 시티에 정신이 팔려 아직도 잠잠했다.

정신을 차리게 해 줘야지.

재준은 중국 시앙핑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오랜만입니다.

“너무 조용한데. 일대일로는 안 하는 겁니까?”

-하긴 하는데. 다른 곳에 들어가는 자금이 만만치 않아서요.

“투마로우 시티에 너무 집착하는 거 아닙니까?”

-미래를 위해서 최대한 투자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린성 자율주행의 완성과 함께 우리도 발을 맞춰야 하니까요.

“그러다 수출 망가지면 큰일 날 텐데.”

-수출이요?

“네, 중국이 어려우면 곤란해지는데.”

-잠시만요.

시앙핑은 딩쉐이와 무어라 말을 주고받았다.

-아직은 괜찮다고 합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곧 어려움이 닥칠 테니. 수출을 살릴 길은 준비하세요.”

-잠시만요.

다시 시앙핑과 딩쉐이가 뭐라고 떠들어 댔다.

중국말이니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네.

-위안화 절하를 말하는 겁니까?

“뭐,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죠. 아주 좋은 방법이.”

알아들으려나.

-이번엔 투마로우가 모른 척할 겁니까?

“우리야 뭐, 할 일이 많다 보니. 위안화에 신경 쓸 일이 있나요. 알아서 하시죠. 알아서.”

-이거 괜한 흥미가 생기는군요. 임재준이 또 무슨 일을 벌이는 것 같은데.

“에이, 무슨 일을 벌이긴.”

-일단 알겠습니다.

“네, 그럼.”

당시 세계는 중국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일단 중국은 수출은 무지막지하게 하면서 수입은 극히 제한적인 나라였다.

하지만 수입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고, 세계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되리라 짐작했다.

그런데 시장을 개방할 생각은 하지 않고 수출만 늘리려는 위안화 절하가 전폭적으로 단행되었다.

시장도 개방을 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드디어 중국 당국이 시장에 풀려 있는 그림자 금융을 잡기 시작했다.

중국 은행은 대부분 기업들만 상대하다 보니 인민들의 차고 넘치는 돈은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 돈들이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그림자 금융으로 흘러 들어갔고 시장에 돈 잔치가 벌어지게 되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헤지펀드, 사모펀드, 각종 유동화 기구, 자산담보부기업어음,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 주택 모기지 전문 회사, 크라우드 펀딩 등등 당국이 책임지지 않는 금융이 그림자 금융이다.

소위 말하는 선진 금융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이러면 또 시앙핑이 못 참지.

당장 그림자 금융을 규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드디어 해외 투자자들이 분노를 터뜨렸다.

시장도 개방 안 해.

선진 금융 시스템도 받아들이지 않아.

서서히 중국에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한화로 1,000조나.

“보스, 위안화 절하하게 만드는 겁니까?”

대화를 듣고 있던 워서스틴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그렇지. 그래야 미국 정부가 바빠질 테니까. 우린 그 틈에 제이콥이 뭘 꾸미는지 알아내려고.”

“별일 아닌 것 같은데.”

“설마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로스앤젤레스에서 헤쳐 모였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고? 말이 안 되지.”

이때.

띠링.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제이콥, 프랑스로 출국합니다]

문자를 본 재준이 인상을 팍 썼다.

기껏 한다는 생각이 이거였어?

“천 실장님.”

“네.”

항상 재준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던 천 실장이 다가왔다.

“엘리자베스와 마가리따를 보호해 주세요.”

“네.”

천 실장이 바람같이 사라지고 재준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도련님.

“이제 도날드를 대통령으로 만듭니다. 준비하세요.”

어디가 지옥인지 꼭 느껴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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