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43화 (243/477)

제243화 거 내 흉내 내니까 그렇게 되잖아(5)

SEC.

[오늘 체포된 마도마의 혐의는 내부자 거래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마도마의 엘란&와이어스 거래는 역사상 가장 큰 수익을 낸 내부자 거래 사건으로 아마도 2억 5천만 달러 내외의 부당이득을 헤지펀드가 거두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자그마치 2억 5천만 달러 내외입니다]

틱.

오드와는 TV를 끄고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지시하신 대로 마도마를 언론에 유출했습니다.”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인 후 핸드폰을 들었다.

이게 바로 임재준의 수법이지.

연속으로 터뜨린다.

“자, 그럼. 오드와, 마틴과 마지막 매듭을 지읍시다.”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마틴은 SAK 측 변호사.

오드와는 마도마의 범죄를 시작으로 마틴에게서 역사상 손꼽히는 규모의 금전적 합의를 끌어낼 계획이었다.

흐흐.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오드와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띠리리리링.

-마틴 클로이입니다. 제가 마침 전화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받으시네요.”

-SEC가 딜 하는 방식 아닙니까? 언론에 흘리고 통화로 마무리하는 거.

“그럼 벌금을 내겠다는 거로 알아듣겠습니다.”

-얼마를 원하십니까?

“6억 달러.”

-근거는 있으십니까?

“엘란&와이어스 거래에서 챙긴 부당이득이 2억 5천만 달러입니다. 저희 SEC의 벌금 기준을 아실 겁니다.”

-부당이득의 3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거를 찾기가 수월하지 않을 텐데요. 일 어렵게 하지 말고 1억 달러로 합시다.

“1억 달러는 좀 적군요. 마도마가 꽤 많은 일을 했던데. 조사가 진행되면 몇 가지 더 나올 것도 같고. 그럼 벌금은 올라갑니다.”

-협박이군요.

“우리가 늘 하던 일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코안을 설득해 보죠.

서로가 꽤 사무적인 대화를 마치고 오드와가 제이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크가 손으로 더 가라고 지시를 내렸다.

한 번 인정하면 계속 인정하게 되어 있어. 몰아붙여.

“자, 그럼, 마도마 건은 6억 달러로 마무리 짓고. 길먼의 내부자 거래 사기 협의와 자금세탁 협의로 들어가 보도록 합시다.”

-뭐요? 길먼?

“네, 모르셨습니까? 길먼도 조사 중입니다. 아직 언론에 알리지 않았을 뿐입니다.”

뭐야?

전화 너머에서 마틴이 아닌 누군가의 놀란 음성이 들렸다.

아마 코안 회장이 옆에서 듣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놈들이.

-진정하십시오. 화를 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후. 전부 얼마냐고 물어봐.

마틴이 다시 사무적인 목소리로 돌아왔다.

-총 몇 명입니까?

“여덟 명입니다.”

-총 벌금은 얼마로 책정해 놓았습니까?

“18억 달러.”

마틴이 다시 핸드폰과 멀어졌다.

-18억 달러? 이것들이 진짜.

약간 격앙된 코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일곱은 재판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유죄 협상으로 끝내야 언론에 노출이 덜하고 회장님이 다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알아, 안다고. 그래도 일단 좀 깎아 봐.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도마도 개인 비리로 끝내.

-알겠습니다.

마틴이 다시 돌아왔다.

-너무 많습니다.

“많다고요? 한 헤지펀드에서 이처럼 여러 사람이 내부자 거래를 했다면, 이들만 저지른 게 아닙니다. 상당할 정도로 조직력을 가진 회사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결과죠. SAK는 헤지펀드 역사상 전례가 없는 규모로 내부정보를 이용해 불법 거래를 한 것 같은데.”

-좋습니다. 더 말하지 맙시다. 18억 달러 내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SAK에 대한 벌금입니다. 범죄를 벌인 헤지펀드는 폐쇄해야 합니다.”

-그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대신 마도마 재판은 사기로 진행해 주십시오.

“사기라. 내부자 거래는 벌금으로 끝나지만 사기는 형을 살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미 저희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 언론에 발표할 테니 마음의 준비 하고 계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뚝.

통화가 끝나자 제이크가 오드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하하.

“잘했어. 18억 달러면 SEC 역사상 당분간은 깨기 힘든 기록이 되겠어.”

“하지만 회사 차원으로 벌금을 부과한 거라 아직 코안 회장은 건재한데 괜찮은 겁니까?”

코안은 여전히 100억 달러에 가까운 개인 자금을 보유 중이었고, 개인계좌로 트레이딩은 물론 투자도 할 수 있었다.

코안과 그의 트레이딩 군단은 여전히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에게 존중받고 최대의 IPO 물량을 배정받는 최고의 고객이었다.

이는 실제로 바뀐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세상에 보여 주는 신호였다.

한 가지 족쇄가 될 만한 건, 법무부가 승인한 준법감시인이 펀드 활동의 적법성을 5년 동안 감시하는 것 정도.

“코안의 처리는 월가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월가라니요?”

“임재준 말이야.”

“임재준도 재판이 진행되는 거로 아는데요.”

“그러게. 그럴 인간이 아닌데 너무 순순히 재판을 받아들이고 있단 말이지. 뭔가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아주 궁금해.”

“회장님은 임재준을 꽤 믿으시네요.”

하하하.

“오드와, 너도 이번에 임재준이 어떻게 하는지 눈여겨봐 둬. 그럼 믿음이 생기게 돼.”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니까. 이번 마도마 형사 재판이나 빨리 마무리 짓고 느긋하게 구경해봐.”

“네.”

과연 임재준이 이길 수 있을까?

그냥 SEC와 벌금 협상을 하는 게 나을 텐데.

***

마도마의 재판이 열렸다.

소송 협의에서 내부자 거래가 빠지고 사기 협의로 대체되었다.

먼저 검사가 2분간 사건을 요약해 배심원단의 관심을 끄는 그랩(grab)으로 개정 진술을 시작했다.

“이것은 탐욕이 빚은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에는 전문적인 헤지펀드가 연루되어 있지만, 이 사건은 금융사건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사기 사건입니다.”

마도마도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진행이 되자 변호사를 바라봤다.

변호사는 고개를 작게 흔들며 가만히 있으라는 손짓을 했다.

변호사는 개정 진술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누가 보아도 이미 형량을 낮추려는 의미의 진술이었다.

뭐 하는 짓이지?

배심원단은 유죄를 선고했다.

마도마는 부부 명의의 150만 달러짜리 자택, 은행 계좌 예치금 320만 달러, 재단에 남은 93만 4,397달러까지 몰수당했다.

그리고 징역 9년 형이 선고되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나를 두고 무슨 거래를 한 거야?

그제야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발악하듯 판사에게 다가가려 하자 경찰이 막아섰다.

잠깐만, 잠깐만.

“9년이라니. 내가 왜 9년을 감방에서 보내야 해. 이거 금융 사건이잖아요. 왜 갑자기 사기 사건으로 변한 겁니까? 판사님. 판사님!”

변호사!

변호사는 마도마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

뉴욕지방법원.

재준과 팀원들, 법무팀은 오늘 재준의 재판을 위해 지방법원으로 몰려 왔다.

아직 재판 시작 전.

“우와, 18억 달러?”

워서스틴이 신문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엄청난 벌금인데. 역대 최고 아닌가?”

“그럼, 뭐해? 여전히 코안은 잘 먹고 잘살고 있는데.”

“보스, 우리도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재준이 워서스틴을 향해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았다.

“돈으로 해결하자고?”

“그렇죠.”

“내부자 거래를 한 적도 없는데?”

“그런가?”

“코안은 내부자 거래가 들통이 나서 돈으로 때운 거잖아. 내가 벌금을 내면 코안처럼 범죄 사실을 시인하는 꼴이 되는 건데?”

“그건 아니네요.”

윌켄이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짜 저쪽 검사들 베테랑 중의 베테랑으로 팀을 꾸렸다고 합니다.”

“얼마나 대단한데?”

“뉴욕 남부지검 형사부 책임자 로린 라이스너, 안토니아 앱스 검사, 부지검장 리처드 제이블, 25년간 FBI에서 일한 패트릭 캐럴, 알로 데블런 브라운 검사, SEC의 선인 변호사 아멜리아 코트렐. 전부 한 가닥 했던 사람들입니다.”

“어디서 잘도 모았네.”

“그렇게 맘을 놓을 때가 아니라니까요.”

“괜찮아. 내가 변론을 한다니까.”

“그야 보스가 한다면 해야겠지만.”

이야.

이걸 믿어야 하나.

보스가 하는 말이라 안 믿을 수도 없고.

솔직히 보스가 말은 잘한다.

그런데 그 말이 변론이 아니라 협박에 가까운 게 문제지.

설마 배심원에게 협박을 하는 건 아니겠지.

재판이 시작될 시간이 다가오자 투마로우 법무팀과 함께 재준이 법정으로 들어갔다.

매서운 눈으로 재준을 바라보는 패트릭 캐럴 검사.

이 나이에 이런 뻔한 재판이라니.

이에 재준은 빙글 웃으며 손까지 살짝 흔들어 주었다.

그래도 이기려면 최선을 다해 보라고.

재판이 진행되고 배심원단이 줄줄이 들어와 착석했다.

“때는 지독하게 어두운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패트릭 캐럴 검사의 개정 진술이 시작되었다.

딱딱한 진술이 아닌 배심원들이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듯 사건 흐름에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경험이 많은 검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2분간의 개정 진술이 진행되며 배심원의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때마침 SAK의 벌금이 언론에 퍼진 상태라 내부자 거래의 폐해가 절절히 마음에 전달된 것이다.

그런데 검사의 말을 부정해야 하는 재준은 도리어 검사의 말이 다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가 돌아서 자리에 돌아서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임재준,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제정신이 아닌 거 아냐?

이어 재준의 변호사가 개정 진술을 하려고 일어서는데.

“개정 진술하지 않겠습니다.”

재준이 일어서려는 변호사의 소매를 잡아 앉히며 말했다.

변호사가 재준에게 허리를 숙여 귀에다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보스, 개정 진술이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겁니다. 포기하다니요.”

“괜찮아. 내가 나중에 변론하면 돼.”

“네, 보스가 직접이요?”

“응, 있잖아. 최후 변론.”

갸우뚱.

변호사는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판사는 재준을 별 이상한 놈이란 표정으로 노려본 후 재판을 진행했다.

패트릭 캐럴 검사가 일어섰다.

“임재준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재준은 천천히 일어서 증인석으로 갔다.

선서. 어쩌고저쩌고.

선서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패트릭 캐럴 검사가 천천히 재준에게 다가오며 배심원에게 하듯 어떤 장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밤입니다. 임재준이 월가에서 아지트라 불리는…….”

그러자,

“이봐, 패트릭, 시간 없으니 돌려 말하지 말고 질문하세요. 내가 예, 아니오로 다 대답해 줄 테니까.”

엥?

보스 그건 검사가 해야 하는 거예요.

검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만난 적 있습니까?”

“아니요.”

“주고받은 적 있습니까?”

“아니요.”

“보고 받은 적 있습니까?”

“아니요.”

“미국에 없었습니까?”

“예.”

가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잖아요. 질문 다시 하세요.”

판사도 재준을 보며 어이없었지만, 딱히 잘못이 없어 제지하지는 않았다.

이게 재판이야 뭐야?

배심원도 재준의 말투와 행동에 동정심을 줄 수가 없었다.

죄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돈이 많으니 벌금은 내도 되겠지.

결국, 최후 변론만 남겨놓은 상황.

패트릭 캐럴 검사는 또 열과 성의를 다해 배심원에게 내부자 거래의 죄악에 대해 성토를 했고 배심원도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네.

임재준, 거짓말을 하는 거야.

어떻게 모든 매매에서 단 한 번의 손실도 없을 수가 있어?

그리고.

“변호인 최후 변론하세요.”

판사의 말이 떨어지자 변호사가 재준을 쳐다봤다.

보스, 정말 잘하셔야 하는데.

근데.

“최후 변론, 하지 않겠습니다.”

청천벽력같은 재준의 한마디.

네?

보스? 한다며.

지금 재판에서 지게 생겼어요.

아니, 왜 저러는 거야?

객석에 앉아 있던 팀원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이렇게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하니 결과는 뻔했다.

임재준 유죄.

벌금 1억 달러.

그리고 재준의 마지막 한마디.

“항소합니다.”

변호사는 머리를 쥐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건 말하지 않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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