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37화 (237/477)

제237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11)

AAG 빌딩 66층.

오랜만에 재준과 팀원은 모두 미국으로 건너왔다.

아무래도 일본과 중국을 상대하려니 북한의 인프라로는 부족했다.

“퀴니코, 일본은 어때?”

“뭐, 뻔하죠. 일단 일본연기금이 방어하고 있습니다만, 외국인 매물이 워낙 많아 오래 버티긴 힘들어 보입니다. 저러다 자금이 바닥나면 폭락할 것 같은데. 그럼 연기금이 손실을 보는 거 아닙니까?”

쯧쯧.

윌켄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어. 차라리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 다시 매수한다면 최소한 연기금이 부실해지지는 않을 텐데.”

“일본이야 또 국채를 발행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죠. 양적 완화를 외치고 있으니.”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니까 문제지.”

풋.

펠그리니가 코웃음을 쳤다.

“저 양적 완화 길어야 3년을 못 넘깁니다.”

“왜?”

“돈을 풀었으니 어떤 명목으로든 세금을 인상해야 정상입니다. 그게 양적 완화의 목표인데, 세금을 인상하기에는 성장이 너무 안 나와요. 최소한 2% 성장은 해야 하는데. 수출액과 수입액을 비교하면 곧 마이너스 성장으로 바뀔 겁니다. 그럼 다 끝난 거죠. 양적 완화를 했는데도 경기침체가 다시 시작될 겁니다.”

재준은 펠그리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측은 잘해.

맞다. 일본은 돈을 풀고도 경기침체가 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일본 국민은 불만이 목구멍까지 치솟을 것이고 코베는 내부의 문제를 외부의 적을 만들어 불만의 배출구를 만들어 주어야 했다.

그래서 북한을 선택한 것인데 영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일단 대대적인 싸움이 시작될 것 같은데요.”

“그럼, 북한과 싸우게 만들까? 중국과 싸우게 만들까?”

“아니, 그게 선택이 가능합니까?”

“그럼,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지.”

“어떻게요?”

“음, 북한은 김정은 지도자 동지가 일본을 불바다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되겠고. 중국은 지린성에서 자율주행 커팅식을 하면서 유전자 변형에 찬성하는 발언 한마디면 되잖아.”

충격은 중국이 좀 더 클 텐데.

싸움은 만만한 북한에게 걸 확률이 높지.

딱.

워서스틴이 손가락을 튕겨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둘 다 하죠. 그럼 일본 주식은 더 하락할 겁니다. 근데 일본이 북한과 중국에게 이기는 그림은 없죠?”

“이길 수 있는 패가 없어. 그리고 한 가지 더 질러서 아예 싹을 잘라야지.”

“그게 뭔데요?”

“자, 이리 모여 봐.”

숙덕숙덕.

네?

그 어렵게 만든 걸?

더 큰 것을 위해선 작은 건 버리는 거야.

멍한 표정을 짓는 팀원들을 남겨두고 재준은 창가로 갔다.

맑은 날씨로 뉴욕항까지 펼쳐지는 정경을 보며 핸드폰을 꺼냈다.

띠리리리링.

-임재준 동무. 미국으로 갔다고 들었는데 섭섭합니다.

“하하하, 조만간 다시 북조선에 들를 겁니다. 그때까지 심심하더라도 조금 기다려 주세요.”

-좋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입니까?

“이제 북한이 일본에게 반응 좀 보여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요? 그동안 참고 있으라고 해서 잠자코 있었는데. 일본 하는 꼴이 영 꼴사나웠는데 잘됐네요. 북한의 의지를 보여주겠습니다.

“그, 김정은 동지보다는 김여정 동무가 하는 게 좀 더 드라마틱하고 좋을 것 같은데. 동생에게 기회를 좀 주시죠.”

내가 김여정이 위협을 들어 봐서 아는데 장난 아니지.

-음, 사실 지금은 동생이 한다면 나보다 훨씬 과격할 겁니다.

“그렇습니까?”

-요즘 IPO 때문에 아주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신경성 발작을 일으킬 정도라고요. 내 스트레스 제대로 풀라고 하겠습니다.

김여정이라면 믿어 의심치 않지.

지금 잔뜩 독이 올라 있을 텐데.

그러게 돈 버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니까.

암튼 김여정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겠는데.

“하하하,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오해하지 말고 들으세요.”

“네, 뭡니까?”

숙덕숙덕.

네?

그 어렵게 만든 걸?

더 큰 것을 위해선 작은 건 버려야 한다니까.

놀란 김정은은 알겠다며 먼저 전화를 끊었다.

자, 이제 시앙핑에게도 전화를 해 볼까.

띠리리리링.

***

며칠 후 북한의 전략군의 날에 김여정이 장성들에게 지시를 하는 장면으로 발표를 대신했다.

“우리 전력군은 지구상 그 어디에 있든 침략도들을 단숨에 초토화해 버릴 수 있는 무적 필승의 전투 대오로 장성 강화됐습니다.”

“특히 북한의 생존권을 건드리는 도처에 널린 섬나라 기지를 모조리 불바다로 만들어 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파쑈깡패무리이며 천하의 파렴치한 사기협잡군인 들출수록 악취 나는 나무 신발이나 신고 다니는 섬나라 놈들을 절대 용서하면 안 됩니다. 입에서 오물처럼 쏟아내며 망발하는 놈들,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미시리이며 국제 평화의 낙제점을 받는 주제에 미제 침략군에 너절한 구걸 행각이나 하는 놈들입니다.”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

바로 다음 날.

중국 지린성.

지린성을 자율주행 시범지역으로 발표하는 커팅식에서 시앙핑 주석은 긴 연설문을 읽었다.

“이제 중국은 과학의 절정에 한발 더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역경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며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글로벌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합니다. 이에 투마로우 시티의 과학적 업적에 높은 기대감을 가지며 중화인민공화국 또한 찬사를 아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유전자 변형이라는 시대의 발전을 속과 겉이 다른 이들의 윤리라는 잣대로 헛된 망상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는 무리들과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이에 단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투마로우 시티는 반드시 있어야 할 과학 도시이며 중국의 과학 도시와 더불어…….”

일본과 선을 그었다.

***

일본 총리대신 관저.

“북한이 미친 거 아닙니까? 어떻게 불바다에, 뭐라고요? 파쑈강패무리, 사기협잡군? 아주 북한이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코베가 또 입에서 불을 뿜었다.

부처 장관들은 딱히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의 한마디가 총리의 표적이 될 수 있었다.

유일하게 히로키만 총리에게 다가갔다.

“그럴 만하니까요.”

“뭐요?”

“말만 하고 실천을 못 하시니까 그런 겁니다. 수출 규제를 하겠다면 당장 실행했어야 했는데 이래저래 시간만 끌었습니다. 우리를 얕잡아 보게 만든 겁니다.”

“그, 그런가요?”

이놈이 뭘 잘못 먹었나.

말을 막하네.

“지금이라도 수출 규제하십시오. 진짜 수출 규제를 해야 무서운지 알 거 아닙니까. 우리는 지난번 중국 희토류에 하루도 못가서 백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뭡니까. 경고만 하니 우리가 못 할 거라 생각하고 막말을 던지는 겁니다.”

관방장관!

여기저기 히로키를 향해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히로키는 그들을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들은 쪽팔리지도 않습니까? 북한이 쌍욕을 하고 중국은 우리를 대놓고 무시하고 있는데 매일 으름장이나 놓고 정작 손을 보지 않으니 이런 꼴을 당하는 겁니다.”

흠, 흠.

재무성 장관이 히로키를 싸늘하게 바라봤다.

“관방장관은 쌓인 게 많은 모양입니다.”

“아니요. 전 원리원칙대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류의 안녕을 위해 북한을 다루고 있습니다. 절대 제 개인적인 감정이나 권리를 남용해서 한 말이 아닙니다.”

코베가 히로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원리원칙.

그렇지, 난 감정적으로 처리한 게 아니야.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북한이 막돼먹은 거지.

“관방장관 말이 맞아요.”

코베가 웬일인지 히로키의 의견에 손을 얹어주었다.

“유전자 변형이 마구잡이로 진행되면 세계는 혼란에 빠질 게 뻔합니다. 그동안 주변국 때문에 시간을 준건데 북한이 도리어 협박조로 나오면 더는 봐줄 수 없는 거 아닙니까. 당장 수출 규제에 들어갑시다.”

“옳은 말입니다. 총리님.”

히로키가 단호한 표정으로 총리를 바라봤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규제가 시작되면 어떻게 나오는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겠어.

또 우물쭈물 결정 장애를 일으킬 게 뻔하지만.

코베 총리가 히로키의 말에 힘을 얻었다.

“북한은 그렇게 처리하고 중국은 어쩔 겁니까?”

또 어물쩍 넘어가네.

한 번 더 강하게 지시를 내려야 했는데.

“지난번과 같이 희토류로 우리를 압박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 사건 이후로 우린 중국에 800억 달러 이상 투자한 반면 중국은 일본에 5억 달러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중국도 일본을 교역 규모로 보면 만만히 보지 못할 겁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비난할 수는 없으니 비공식 정상회담 한번 가지시는 게 어떻습니까?”

“정상회담을요?”

“네, 다만 임재준까지 같이 보는 게 좋을 겁니다.”

“임재준을 끼우는 건 안 좋은 선택 같은데요.”

“임재준에게 다짐을 받아야 합니다. 일본하고 중국 관계가 좋게 마무리된다 해도 또다시 사건을 만들 겁니다. 차라리 이 기회에 임재준에게 확실히 경고하는 게 좋을 겁니다. 중국이 듣는 자리에서 말입니다.”

음.

“일리 있는 말이군요.”

일리 있긴 뭐가 일리가 있어.

널 그 자리에 끌고 가기 위한 건데.

넌 임재준을 실제로 겪어야 해.

그래야 헛된 제국주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일본이 죽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20년 전의 명성에 젖어서.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 그래요.”

히로키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빨을 드러냈다.

그런데 모두의 핸드폰이 일제히 울리기 시작했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뭐야. 비서실? 뭔데 그래?

히로키가 핸드폰을 받았다.

“무슨 일이야?”

-투마로우가 자신들이 보유한 투마로우 시티 주식을 시장에 던지고 있습니다.

뭐?

이런. 내가 나서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치는 건가?

이러면 비공식 회담은 물 건너가는 건데.

근데 그동안 힘들게 키운 주식은 왜 시장에 던지는 거지?

그 많은 돈으로 무얼 하려고.

그 많은 돈으로.

그 많은 돈.

히로키는 도무지 재준의 계획을 좀처럼 알기 힘들었다.

***

AAG 빌딩 66층.

큭큭큭.

재준은 아주 재미난 구경을 하듯 전 세계 시황판을 바라보았다.

“윌켄, 우리 차익이 몇 배나 되죠?”

“열 배 이상입니다.”

“시장 반응은 어때요?”

“보스, 그걸 왜 물어봐요? 당연히 패닉 상태죠. 우리가 처분하는 주식을 사려고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시장에 던지고 있습니다.”

큭큭큭.

“블록, 일본 증시는 어때?”

“거의 모든 종목이 하한가예요. 일본에 있는 외국인들이 가장 심하게 매도하고 있습니다.”

“워서스틴, 페렐라.”

“네, 보스.”

“계획대로 슬슬 시장 상황 보면서 가격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면서 던지고.”

“네.”

“나머지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재준이 얼마 전에 뿌린 블랙리스트 목록을 손가락을 죽 흩었다.

“일본 소부장 기업 주식을 닥치는 대로 매수합시다. 인수할 수 있게 다 쓸어 담아요.”

“네.”

“윌켄, 일본연기금에 연락해서 일본 소부장 기업 주식 우리가 전부 인수한다고 딜을 해요. 프리미엄 10%까지는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거의 70% 이상 하락한 주식, 10% 정도 더 줘도 상관없다.

재준이 최종 목표로 한 건 북한이 아니라 일본.

정확히는 일본 내 소재, 부품, 장비 기업.

일본 소부장 기업을 인수하거나 대주주가 되면 전부 일본 밖으로 이전시킨다.

북한은 소재로 인해 여전히 재준의 손바닥 위에 있을 수밖에 없고 일본은 이제 금융밖에 없다.

이마저도 양적 완화의 늪에 빠져 천문학적인 국채 발행으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은 이 정도면 한동안 국가 전체가 떠들썩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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