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34화 (234/477)

제234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8)

필리핀 홍커 임시 거처.

홍커를 이끄는 위쉬안과 상위 해커 열 명은 무장 군인에게 둘러싸인 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위쉬안은 노트에 적힌 코드를 생각하며 혀를 내둘렀다.

스위프트를 해킹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고서야.

그러나 너무 완벽한 해킹 실력인데.

누구지?

그리고 저들은 어느 조직인 거야?

위쉬안은 무장 괴한이 얼굴에 가면을 쓰고 영어를 사용하니 어느 테러 조직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동남아에서 영어를 사용한다면 필리핀 테러 조직인 거 같은데 무장 상태로 보면 상당한 자금력이 있는 게 분명했다.

이 작전이 끝나면 우릴 전부 죽이겠지.

위쉬안의 걱정을 읽었는지 무장 세력 지휘관이 다가왔다.

“허튼 생각은 하지 마.”

“우릴 죽일 건가?”

“내가 말했을 텐데. 자꾸 같은 말을 하게 하지. 우리가 안전하게 돈을 챙기면 너희는 살 수 있다. 중간에 허튼짓만 하지 마.”

“좋아. 믿지.”

그리고 지휘관이 눈짓을 하자 무장 군인이 해커 한 명을 끌어내 구타하기 시작했다.

윽.

퍽, 퍽, 퍽, 퍽.

비명 지를 새도 없이 복부를 가격당하자 앞으로 고꾸라지고 사방에서 사정없이 구타가 이어졌다.

바닥은 금세 피로 흥건해졌다.

으. 살려줘.

“그만, 알았다고 하잖아.”

지휘관은 위쉬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네가 입을 놀린 대가야. 다시 한번 입을 놀리면 한 명씩 병신이 될 거다. 정해진 시간이 다 되어가니 준비해.”

지휘관은 뒤로 물러나며 ‘철컥’ 권총의 슬라이드를 잡아당겼다.

홍커, 너희는 상대를 잘못 골랐어.

‘이건 박혁이 짜놓은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작전 노트예요. 우린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을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으로 바꾸기만 하는 겁니다. 되도록 홍커 전원이 살아서 필리핀 내로 잠적하게 만드세요. 돈은 꼭 줘야 합니다.’

보스는 정말 미쳤어.

아니, 어떤 인간이 돌지 않고서야 일본 중앙은행을 털 생각을 할까.

삐.

지휘관의 시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시간 됐어. 시작해.”

***

7월 3일 금요일 오전 4시 45분.

일본은행.

ERROR.

10층 보안이 철통같은 보안실에 있는 프린터가 작동을 멈췄다.

이 프린터는 수백만 달러의 이체 기록을 인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계였다.

“어, 이거 또 고장 났네.”

야간 순찰을 돌던 직원이 프린터가 고장 난 걸 알아차렸다.

일본은 아직도 아날로그 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곳.

프린트를 하고 도장을 찍는 행위가 당연시되는 나라.

직원은 핸드폰을 꺼내 관리실로 전화를 걸었다.

“10층 프린터 고장인데 빨리 고쳐야 할 것 같은데요.”

-아~함. 지금이 몇 신 줄 아세요?

“10층 프린터는 항상 켜져 있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기사를 호출하겠습니다.

빠가, 어차피 지금 올 프린트도 없으면서.

어딨어? 전화번호.

***

같은 시각 미국은 목요일 오후 5시 45분.

뉴욕연방준비은행.

삐.

직원들이 6시 퇴근을 서두르는데 갑자기 스위프트(SWIFT) 결제 신호가 떨어졌다.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금융기관이 서로 안전하게 금융 거래와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도의 보안을 갖춘 ‘전산망’이다.

절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에 어떤 의심도 하지 않았다.

“뭐야, 퇴근 시간에.”

옆에서 같이 나가려던 직원이 닦달했다.

“빨리 처리해. 돈만 보내면 되잖아. 내일 독립기념일이라고 연휴의 시작이야.”

“나도 알아. 근데 금액이 너무 큰데.”

“얼만데?”

“10억 달러.”

“10억 달러. 크긴 하다. 어디야?”

“일본.”

“일본. 어디 봐봐.”

으이그.

직원이 화면을 보더니 주먹을 쥐고 때리는 시늉을 했다.

“넌 진짜. 일본 외환 보유고 계좌에서 빠지는 거잖아. 10억 달러면 작은 거지. 난 또 은행 간 결제라고. 거기 적힌 열 곳으로 1억 달러씩 보내.”

“그냥 한꺼번에 가져가지 귀찮게.”

감히 스위프트가 해킹당할 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순식간에 계좌 번호가 타이핑됐다.

“다 보냈다. 가자.”

***

7월 4일 금요일 오전 8시 45분.

“다 됐습니다.”

프린터 기사가 새벽부터 호출돼서 약간 짜증 섞인 말투를 던졌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삐.

소리와 함께 프린터가 작동하며 새벽에 진행된 출금 여부를 인쇄하기 시작했다.

프린터를 받아 본 직원의 동공이 확장됐다.

“뭐야, 이게?”

1억 달러.

1억 달러.

1억 달러.

.

.

.

1억 달러.

필리핀?

뉴욕연준은행에서 필리핀으로?

이게 뭐지?

누가 외환 보유 달러를 인출하라고 지시한 거야?

이상한데.

직원은 프린트물을 가지고 달렸다.

“과장님.”

출근하자마자 급하게 달려오는 대리를 보는 건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뭔 일인데.

“무슨 일이야?”

이거.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대리의 손에서 프린트물을 낚아챘다.

“뭐야?”

이게 뭐야.

왜 10억 달러가 필리핀으로 가?

그것도 외환 보유 달러가.

연준이 착각한 거 아냐?

급하게 달려가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리링.

신호는 가지만 전화를 받지를 않았다.

당직 없는 건가?

“사토, 지금 미국 몇 시야?”

“뉴욕이면 오후 8시 정도 되었습니다.”

이런 모두 퇴근하고 없을 시간인데.

“내일 금요일이지.”

“네.”

“그럼, 오늘 저녁에 전화해야 하나.”

“저, 과장님. 내일 미국 독립기념일입니다.”

“뭐?”

“그리고 토, 일 연휴입니다.”

“그럼, 3일간 물어볼 곳이 없단 말이야? 아니야, 당직이 있을 거야. 사토, 너 뉴욕 연준에 계속 연락을 시도해.”

“알겠습니다.”

“난 어디 다른 부서에서 자금 이체를 신청했는지 알아볼게.”

“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그 3일 동안 일본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

필리핀.

“자, 너희 아홉 명은 계좌에 있는 1억 달러를 중국계좌로 이체시킨다. 그리고 위쉬안 너는 1억 달러를 챙겨. 너희 몫이다.”

1억 달러?

“뭐? 이 큰돈을? 우리한테 준다고?”

“내가 얘기했지. 난 돈만 챙기면 너희를 살려 준다고. 그리고 도와준 성의는 보여야지. 그 돈은 이제 너희 것이야. 수고했어.”

위쉬안은 많이 당황한 눈으로 지휘관을 바라봤다.

가면 뒤에 보이는 눈이 섬뜩했지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이 큰돈을 한꺼번에 환전해서 동료들에게 나누어주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데. 계좌로 송금하면 나중에 들킬 거고.”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이런 일을 많이 해본 것 같은데. 아닌가?”

지휘관은 위쉬안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가만히 두드렸다.

“여기 필리핀이라고. 필리핀. 우리가 왜 필리핀을 선택했을까?”

“필리핀이 뭐?”

“해커치고는 영 경험이 없네. 그럼 알려 줘야 하나. 지금 필리핀에 있는 홍커가 몇이지?”

“백여 명 정도.”

“그럼 1억 달러를 열 명이 나누어 인출해.”

“그래도 큰돈이다.”

“필리핀에서 그 정도는 괜찮아. 일단 카지노를 끼고 있는 은행이면 아무 문제 없어. 그리고 인출한 돈을 카지노에 가서 다른 동료에게 잃어줘. 돈을 딴 동료는 칩을 환전하면 세탁이 말끔히 되는 거지. 카지노에서 딴 돈이 되는 거야. 해킹한 돈은 카지노 어딘가를 돌아다니지. 굉장히 깔끔해. 그래서 필리핀이 좋은 나라라니까.”

꿀꺽.

가능하다.

“할 수 있겠어? 이번 기회에 천천히 카지노에서 즐기라고. 다 공짜잖아. 한 석 달 정도 먹고 놀다 보면 사건은 흐지부지되겠지. 안 그래?”

“넌 중국으로 가서 돈을 찾는 건가?”

“뭘 그런 걸 알려고 그래. 모르는 게 약이지.”

지휘관은 위쉬안에게 고개를 까닥였다.

빨리 끝내자고.

위수안은 아홉 명의 해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홉 명의 해커가 계좌의 돈을 중국으로 보냈다.

끝났군.

“자, 그럼. 즐거운 날 보내라고.”

무장 세력이 사라지자 아홉 명의 홍커가 위쉬안에게 다가왔다.

“어쩔 거야?”

위쉬안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뉴욕에서 필리핀으로 돈이 날아온 흔적이 있어. 우릴 추적할 거야. 시간이 많지 않아. 일단 이 돈을 열 군데 카지노 근처 은행으로 뿌려. 우린 열 군데로 찢어진다.”

“알겠어.”

홍커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흠.

홍커가 있는 곳에서 100미터 떨어진 지점.

망원경으로 홍커를 지켜보던 이가 옆에 있는 이를 불렀다.

부관.

“네.”

“저놈들이야. 일본 중앙은행을 해킹한 놈들이. 저놈들 카지노에 들어가는 순간 입구 봉쇄하고 다 잡아들여.”

“네.”

경찰 복장을 한 이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놈들이 홍커라고.

저들이 정말로 일본 중앙은행을 턴 건지는 잡아 보면 알겠지.

***

중난하이.

“이걸 왜 나한테 보고하는 거야?”

시앙핑은 순방에서 도착하자마자 딩쉐이의 보고를 듣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석님 계좌니까요.”

“그걸 내가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 먼저 어떤 놈이 내 계좌에 돈을 보냈는지 알아낸 다음에 보고해야 하는 거 아냐?”

“네? 주석님도 모르는 돈입니까?”

“그럼 내가 9억 달러라는 돈을 내 계좌로 송금하겠어?”

차명 계좌를 이용했겠지.

“정말 모르십니까?”

“딩쉐이, 우리 지금 비리 척결하고 있지 않나? 그런 내가 버젓이 통장에 흔적을 남긴다는 게 말이 돼?”

“그럼, 누가 주석님한테 조공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어디서 온 돈이야?”

“필리핀입니다.”

“필리핀? 누군지는 알아봤어?”

“지금 홍커가 필리핀에 있지 않습니까? 진짜 따로 지시한 사항 없었습니까?”

“내가 왜 홍커 따위한테 지시를 내리는데.”

“그렇죠. 주석님이 그런 하찮은 놈들과 말을 섞을 분은 아니죠.”

“말투가 왜 그래? 비꼬는 건가?”

“아닙니다. 요즘 좀 피곤해서.”

“좀 쉴래?”

“아닙니다. 쉬긴요. 일해야죠.”

이때,

똑똑.

“왜?”

짜증 섞인 시앙핑의 말이 노크를 한 문을 향했다.

문이 빼꼼 열리고 비서 하나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필리핀에서 홍커가 잡혔다는데요.”

뭐?

시앙핑과 딩쉐이가 서로를 쳐다봤다.

곧이어 딩쉐이가 TV로 달려갔다.

설마 아니겠지.

우리 지시 없이 독자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을 거야.

[우리 필리핀 경찰은 중국 해커 조직인 홍커 백여 명을 긴급 체포했습니다. 이들은 일본은행에서 10억 달러를 해킹해 미국에서 필리핀으로 송금. 그중 1억 달러를 인출해 카지노에서 자금 세탁을 하다 필리핀 경찰의 뛰어난 실력으로 체포하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9억 달러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바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시앙핑이 딩쉐이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딩쉐이.”

“네.”

“너 죽고 싶은 거지? 이제 숨을 쉬는 게 굉장히 불편하지?”

“주석님, 저건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 홍커가 자기 멋대로 일본 중앙은행을 털어서 내 계좌로 9억 달러나 이체를 했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게? 맞아?”

“생각해 보십시오. 이건 너무나 뻔한 함정입니다. 아니면 홍커 저 병신들이 멋대로 주석님에게 충성을 보이려고……. 아닙니다. 그들도 당한 겁니다.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당한 겁니다.”

“정말?”

이때, TV에서 왕삼 외교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중국은 이번 홍커 사태에 대해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중국도 이번 사건을 조사할 것이며 만약 중국과 연관이 없으면 필리핀은 각오해야 할 겁니다. 외교적 단절도 불사할 겁니다]

“딩쉐이, 쟤는 누가 보낸 거야?”

“자기 발로 갔겠죠. 외교부장이 어디 제 말을 듣는 사람입니까?”

“그렇지.”

아, 조용히 뒤에서 처리하려고 했는데 저놈이 망치네. 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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