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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32화 (232/477)

제232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6)

뱅가모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장 레이는 결과물을 보며 심각한 얼굴을 했다.

“왜요?”

엘리자베스가 레이의 일그러진 표정에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게, 아무래도 생존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럼 실패인가요?”

“네. 너무 많은 부분을 수선해서 그런지 배아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욕심이었다.

한 번에 완벽한 인간을 만들고 싶은 욕망.

“그럼 수정란이 죽으면 어떻게 돼요?”

“단백질 덩어리가 되면서 몸에 흡수되어 사라질 겁니다.”

이런.

윌켄과 펠그리니는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한두 부분만 수선한 다른 수정란들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마치 종자를 대하듯 말하고 있었다.

분명 인간의 아기인데.

펠그리니가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나섰다.

“그러니까 똑똑한 아이는 만들 수 있다는 겁니까?”

“현재는 두 가지 정도. 예로 두뇌가 뛰어나며 신체 능력이 뛰어난 수준으로 만드는 건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성격도 가능합니까?”

“네, 가능합니다.”

“미술, 음악 같은 특정한 분야의 능력은요?”

“그것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두 가지가 한계라는 말이군요.”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면 더 많은 부분의 수선이 가능할 겁니다.”

재준은 다급하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는 펠그리니를 ‘혹시’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펠그리니, 너 또 아기를 가지려고?”

“당연하죠. 수학에 아직 풀어야 할 난제가 얼마나 많은데요.”

“야, 인간이 무슨 컴퓨터야. 수학을 위해 만들어지게.”

“원래, 그러려고 북한에 들어온 거 아닌가요?”

“그게……. 그러네.”

그래도 그렇지.

자신은 해도 되고 남은 하면 안 되는 내로남불의 전형인 재준이었다.

쯧쯧.

재준이 혀를 차며 펠그리니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이번엔 윌켄이 레이에게 다가갔다.

“혹시 죽은 사람도 살려낼 수 있습니까?”

“네?”

아무래도 투마로우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인간들만 모아 놓았나?

“그건 저희 분야가 아닙니다.”

“그럼 투마로우 시티에 그걸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그건……. 많습니다.”

레이가 윌켄을 보고 떨떠름하게 말했다.

“복제라면 가능한데. 장기나 피부 같은 신체의 일부분을 복제해서 이식하는 질병 치료 목적이라면 활발히 연구되지만, 죽은 사람을 복제하는 건 없을 겁니다. 그게 그렇게 돈이 되는 분야가 아니라서요.”

아.

“그렇군요.”

“복제한다고 해도 아기로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재준은 윌켄을 처량하게 바라보았다.

죽은 아내 때문이구나.

이거 전부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는데.

여긴 금지 구역으로 선포하든가 해야지 원.

“그만 갑시다.”

네.

누구는 싱글벙글, 누구는 우울 모드, 누구는 아무 생각 없이 증권 센터로 향했다.

투마로우 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레이 옆으로 수석 연구원 셀레나가 다가왔다.

“왜 말씀 안 하셨어요?”

“솔직히 궁금하잖아. 임재준의 유전자와 카킬 손녀의 유전자가 만들어 낼 인간이……. 안 돼. 말할 수 없어. 두 개 중에 한 개가 아직 살아 있다고 하면 태어나자마자 가져가 버릴 거야.”

“그러다 걸리면.”

“여보, 이름표도 다르게 적어 놓았잖아. 아무도 몰라 당신과 나 말고는. 그보다 당신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지?”

“걱정 말아요. 수시로 체크하고 있어요. 지금까진 정상이에요.”

“이게 어쩌다 성공을 했는지.”

레이와 셀레나는 멀어지는 재준과 엘리자베스를 보고 잡은 손을 꼭 쥐었다.

***

일본 총리대신 관저.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당장 전 세계 인권 단체에 공문을 띄워요. 유전자 변형 태아라니. 이건 인류를 망치는 끔찍한 행위입니다.”

코베 총리의 목소리는 미친 사람인 듯 괴성에 가까웠다.

밖에선 어떤 일에도 얼굴에 잔주름 하나 만들지 않던 사람이 꼭 관저 안으로만 들어오면 광인으로 변했다.

“이미 벌써 전 세계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근데 왜 아무런 제재가 없습니까? 왜?”

“더는 제재를 가할 게 없습니다. 에너지, 자원, 곡물, 심지어 돈까지 전부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습니다.”

히로키 관방장관은 흘러내리지도 않는 땀을 소매로 거칠게 훔쳤다.

“물론 투마로우가 전부 공급에 관여하고 있을 테지.”

흠. 흠.

“그렇습니다.”

“빠가야로.”

히로키 관방장관은 코베 총리의 욕설에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사무차관 시절 관방장관도 자신을 이렇게 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총리라는 작자가 입에 걸레를 물었는지 안과 밖에서 전혀 다르게 행동하며 자신을 너무 무시했다.

마누케(얼간이 새끼), 투마로우 임재준을 겪어 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렇다. 지금 관방장관인 히로키는 임재준과 대면한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바로 시바타증권이 처참하게 허물어지고 일본 대부업체를 전부 빼앗기는 걸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봤던 바로 그 히로키였다.

국가를 생각해서 임재준을 절대 상대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저 총리라는 인간이 정신을 차리려면 그대로 당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봐, 히로키.”

저거 봐라, 둘이 있다고 관방장관 이름을 부른다.

“지금 당장, 모든 국제기구 사람들과 연계하여 북한의 저 만행을 규탄하란 말이야. 왜 그거 하나 못하냐고.”

“미국이 막고 있습니다.”

“뭐?”

“미국 대통령이 곧 북한의 투마로우 시티를 지지하는 발표를 한다고 합니다.”

“뭐? 이런 병신 새끼들. 아주 지랄들을 하네. 지랄들을 해.”

코베는 분한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것들이 그동안 오냐오냐해줬더니 대일본 제국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단 말이지.

“중국에 연락해.”

“지금 미국에 등을 돌리겠단 말입니까?”

“그러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어? 저놈들도 다 자기 살길을 찾아 그동안의 협력을 게다짝 벗어던지듯 하는데 우린 그럼 안 되냐고.”

히로키 관방장관이 진정하려 해도 덜덜 떨리는 손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겠단 말이지.

히로키의 두 눈에 핏발이 불거졌다.

내가, 내가 그 강을 건너게 해주지.

전화기를 잡은 히로키는 거침없이 버튼을 눌렀다.

여기.

-네, 어쩐 일입니까. 코베 총리님.

“하하, 시앙핑 주석님. 북한 때문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갑자기 코베의 목소리가 차분하고 가늘어졌다.

-북한이요?

“이대로 북한이 남한에 흡수되도록 놔두실 겁니까?”

-북한이 왜 남한에 흡수됩니까? 그럴 생각도 없는 것 같은데. 투마로우라면 모를까?

“그래요? 일개 은행이 국가를 흡수한다고요?”

-남미 마약 카르텔도 비슷한 거 아닙니까. 투마로우라고 못할 것도 없을 듯 한데요.

“오, 그거참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근데, 두고만 보실 겁니까?”

-뭐, 상관있겠습니까. 저희는 저희 나름의 과학 도시를 만들 생각입니다.

“오, 그것도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저희도 참여해도 되겠습니까?”

-일본이요?

“그렇습니다.”

일본이 왜?

투마로우 시티로 가면 될 텐데.

코베, 그래도 자존심은 있다 이건가.

일본과 손을 잡으면 좀 나아지려나.

어쨌든 소부장은 일본이 중국보다는 낫지.

소부장, 소재, 부품, 장비를 줄인 말.

-저희야 나쁠 건 없습니다.

“혹시 투마로우 시티처럼 정보를 공유한단 생각을 하는 건 아니시겠지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야지. 도둑놈도 아니고.

“하하하, 역시 같은 생각이시군요. 그럼 일본 기업에 참여를 독려해 보겠습니다.”

-좋은 파트너가 되겠군요.

파트너 좋아하시네.

중국과 무슨 파트너.

일단 너희는 투마로우를 긴장하게 만드는 역할이면 족해.

“그리고 유전자 조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저희도 국제기구에 손을 쓰고 있습니다. 일단 공론화시키는 게 우선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저희도 그쪽으로 힘을 보태겠습니다.”

일본이 국제기구에 로비는 좀 하는 거로 아는데.

힘은 좀 되긴 하겠네.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합시다.

“네, 그럼 이만.”

후.

전화를 끊은 코베는 긴 숨을 쉬었다.

옆에서 이를 다 지켜보던 히로키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필리핀 홍커.

“자 모여 봐.”

홍커를 이끄는 위쉬안은 십여 명의 팀장과 회의를 주재했다.

홍커의 조직 구조는 한 명의 팀장이 10명 내외의 팀원을 가지며, 팀원 한 명 한 명은 상급 실력자 해커가 맡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팀원 밑으로는 수십 또는 수백 명의 하위 조직원이 함께 움직였다.

오늘은 상위 10명의 팀원만 모였다.

“드디어 상부의 지시가 내려왔다. 투마로우 시티를 치고 들어간다.”

“이미 준비는 끝났습니다.”

“무조건 정보를 빼낸다.”

“저쪽 전산팀도 만만치 않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특히 미국 애들이 뛰어나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두 팀이 한 조를 이루어 한 팀은 공격을 담당하고 한 팀이 정보 탈취를 담당하는 거로. 알겠지.”

홍커가 명령받은 사항은 불로장생을 꿈꾸는 ‘임모탈’에 대한 공격이었다.

왜 그런지는 시앙핑의 지시였으니 다들 이유는 알고 있었다.

우리 주석님이 오래 살고 싶은 모양이네.

그리고 다음은 유전자 수선 기술.

모두 재밌는 놀이라도 하듯 낄낄거렸다.

“자, 시작해 보자. 오늘은 손만 풀어.”

오늘은 본격적인 해킹을 하기 전인 상대 시스템을 탐색하는 날이었다.

위쉬안은 팀원에게 엄지와 검지를 들어 보였다.

이제 시작하자는 신호.

임모탈 시스템 입구를 맡고 있는 즈하오도 자리에 앉아 임모탈 시스템 접속을 시도했다.

타라라라락.

즉석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접속 통로를 뚫어보려 했다.

꽤나 꼼꼼한데.

어딘가 분명 빈틈이 있어야 하는데 철벽같은 방어 체계가 둘러쳐져 있었다.

“어디 보자, 이 중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쓰는 놈이 있을 텐데.”

한참을 뒤지던 중.

걸렸다.

어떤 놈이 익스플로러에 접속했다.

인터넷 신호를 주고받는 핑을 따라 상대의 하드로 잠입하는 순간.

슉.

뭔가 들어왔다. 그리고.

뚝.

접속이 차단되면서 흠칫, 한기가 머리에서 등줄기를 타고 내려왔다.

뭐지, 이쪽으로 코드가 실행된 거 같은데.

재빠르게 자신의 컴퓨터를 뒤지기 시작했다.

현란하게 두드리는 손가락.

긴장에 마른침이 넘어가는 소리.

그리고 그때 알았다.

자신만이 겪는 긴장이 아니라는 것을.

주변의 팀원들이 전부 당황하고 있었다.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터넷 라우터에서 이상한 징후를 느꼈다.

팜웨어?

GPS?

이런 개 같은 경우가.

그때,

쾅!

문이 박살 나며 중무장한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잡았다. 쥐새끼들.”

누구야?

“자, 이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손을 머리 위로 올린다.”

해커 하나가 빈정거리듯 침을 탁 뱉었다.

“싫은데.”

탕.

으악!

빈정거린 놈이 가슴을 부여잡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고무탄이야. 죽지는 않아. 총을 맞은 만큼 아플 뿐이지. 어디 또 움직이고 싶은 분은 이야기하시고.”

일순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그럼 다들 알아들은 거로 알고. 위쉬안 앞으로 나와.”

위쉬안이 눈을 부라리며 앞으로 걸어 나오는데.

퍽, 퍽, 퍽.

군인 둘이 개머리판으로 사정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윽, 욱, 악.

그만, 그만해. 그만…….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너희들 내 말 잘 들어. 여기 필리핀이야. 너희 다 죽여서 길거리에 방치해도 그러려니 하는 곳이라고. 다시 한번 눈알을 굴리는 놈은 고무탄이 아니라 맞아 죽는 거야.”

홍커 대부분이 눈을 아래로 깔았다.

“자.”

탁.

바닥에 한 권은 노트가 떨어졌다.

“이 일만 마무리하면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입안에 고인 피를 억지로 삼킨 위쉬안이 노트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펼치며 한참을 보더니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스위프트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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