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29화 (229/477)

제229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3)

사할린섬.

아유 추워.

재준과 천 실장은 이틀 전에 도착해서 사할린섬 곳곳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도시(?)가 내다보이는 산등성이에 서 있었다.

음, 도시라고 하기엔 너무 작다? 아니, 낮다.

사할린 최대의 도시라는 유즈노사할린스크는 저 끝의 경계와 이 끝의 경계가 훤히 보였다.

그리고 딱 봐도 경계의 너머는 사람이 살지 않는 초록색.

너무나 의아한 장소라고 생각한 천 실장이 재준에게 다가와 물었다.

“저, 도련님. 왜 이런 섬에서 사람을 보자고 한 겁니까?”

재준이 도시의 경계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했다.

“여기 어때요?”

“사람 죽이기 딱 좋은 곳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렇다.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를 벗어나면 을씨년스러운 기온과 산악지대뿐이었다.

농지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곳이었다.

오죽 사람이 살기 힘든 환경이었으면 석유와 가스가 채굴되어도 일본, 러시아, 중국 모두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러시아한테 여길 달라고 할 건데.”

“여길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일본 때문에요. 올해 총리가 된 인간이 꽤나 골치 아픈 사람이거든요.”

으음.

천 실장은 궁금한 것이 있지만 일본이란 말에 그냥 입을 닫았다.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으니까.

둘이 침묵 속에서 유즈노사할린스크를 바라보고 있는데.

저벅저벅.

또 다른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임재준!”

천천히 고개를 돌린 재준이 다가오는 인물을 향해 작게 손을 들었다.

“어서 와요. 마카르.”

시앙핑과 마찬가지로 푸챠르도 임재준 얼굴만 보면 화부터 내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기에 비서실장을 보냈다.

“하필 좋은 곳 다 두고 사할린에서 만나자고 한 것입니까?”

“돈 갚으라고 윽박지르는 데 이만한 장소가 없잖아요.”

후후.

역시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이번엔 절대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채권 만기 때문입니까?”

“채권 만기? 그것도 있구나. 갚을 돈이 많네요.”

“또 갚을 돈이 있다고요?”

“그럼, 러시아 군대가 내 사유 자산을 초토화시켰잖아요. 그냥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어요? 배상을 해야죠. 배상을.”

배상?

마카르의 이마에 주름에 깊게 패였다.

“그게 우리 잘못이라는 증거라도 있습니까?”

이 사람이 상사를 닮았나, 시작부터 오리발이네.

“이걸 꼭 증거를 들이밀어야 하나. 한번 해보겠다는 거예요? 좋아, 한번 합시다. 소송전으로 가도 되고. 아니면 이번엔 나랑 한판 붙어도 되고.”

좋게, 좋게 가자.

“원하는 금액은 얼마입니까?”

“그건 이제 천천히 조사해 봐야죠. 아마, 사할린 정도는 살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예요. 헤이룽장성이 중국 곡물의 절반을 책임지는 곳인데. 사할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걸요.”

후.

그래, 말로는 절대 이길 수 없지.

“솔직히 지금 러시아 상황을 감안하면 이른 시기에 갚을 여력은 없습니다.”

“알지요. 그래서 이렇게 사할린까지 온 건데.”

“사할린엔 석유와 가스밖에 없습니다. 그걸 원하는 겁니까?”

“역시 이해력이 빨라 좋군요. 맞아요. 석유와 가스. 요기 밑에 있는 북한으로 보내주세요.”

“북한으로 보내는 건 어려운 게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북한이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은 거로 알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러시아 석유를 받으려는 거죠. 러시아는 북한 제재랑 상관이 없잖아요. 누가 러시아한테 뭐라 하겠어요? 그리고 러시아는 남아도는 게 석유고. 당장 투마로우 시티가 본격적으로 돌아가면 에너지가 엄청 필요해요.”

투마로우 시티.

마카르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그럼, 러시아도 투마로우 시티에 입주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뭐래?”

안 되나?

“참여는 가능한데 러시아가 가진 기술이 뭐 있어요?”

“당연합니다. 유수한 인재들이 매년 배출되고 있습니다.”

“해외로 유출돼서 문제지.”

끙.

마카르가 재준의 말에 반박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로모노소프 기념 모스크바 국립대학교나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서 매년 수백 명의 뛰어난 영재를 배출해 냈다.

한때 ‘전 세계의 일급 수학자와 물리학자들 중 약 절반 정도가 러시아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근데 지금은 왜 이러냐고?

공산국가인데 땅이 너무 넓다.

자원이 너무 많으니 굳이 2차 산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뭐, 전자제품이 필요하면 땅 파면 석유가 나오니까 팔아서 장만하면 되고, 자동차가 필요하면 땅에서 자란 밀 팔아서 사면 된다.

무기는 국방과 관련이 있으니 계속 투자가 이루어지지만, 그 외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학은 훌륭해서 과학을 가르치면 이들을 어디 써먹을 데가 없었다.

그러니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재준은 어떤 이유로 먼 산을 보고 한숨을 쉬는 마카르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철도 좀 연결하고 생각해 봅시다.”

“철도요?”

“최소한 철도는 연결해야 연휴에 집이라도 가지요.”

“좋습니다. 그 철도는 러시아가 놓겠습니다.”

“무리하는 거 아녜요? 한두 푼이 아닌데.”

“한두 푼입니다. 인력이 많이 동원돼서 그렇지. 그건 북한 인력을 동원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좋아요. 당장 러시아도 투마로우 시티에 합류하세요. 아, 그리고 80억 달러 채권 리파이낸싱 해 줄게요. 이 기회에 다 받아 내려고 했는데 인심 썼어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이자는 주고.”

빠직.

“줄 겁니다. 이자 그거 몇 푼이나 한다고.”

“10%면 8억 달러가 넘는데. 몇 푼은 아니에요.”

아, 8억 달러.

“오랫동안 받았으면 이제 좀 깎아 주시죠.”

“아니, 무슨 채권 이자를 깎아 달라고 합니까?”

“리파이낸싱 하면서 이자를 조정하면 되잖아요.”

“마카르 그렇게 안 봤는데 선한 사람 등 처먹을 사람이네요.”

선한 사람? 누가? 네가?

이 날강도 같은 놈아.

***

일본 총리대신 관저.

올해 중의원 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하며 6년 만에 총리직에 복귀한 코베 총리는 미국이 하는 경제 정책을 보고 무릎을 ‘탁’ 치며 자신도 따라 하기로 맘을 먹었다.

“우리도 무제한 양적 완화를 시작합시다.”

양적 완화?

“수출에는 호재이지만 물가를 잡기 쉽지 않을 겁니다.”

괜한 걱정 중이었다.

일본은 아무리 양적 완화로 시장에 돈을 쏟아부어도 물가는 오르지 않는다.

수출만 많이 하면 뭐 하나, 기업이 임금을 안 올려주는데.

내수가 살아나는 게 이상한 거지.

근데 이상하게 내수 시장은 그냥 그대로니까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굉장할 텐데, 이 돈이 다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어디로 흘러가긴 어디로 흘러가.

전 세계 로비하느라 들어 온 돈만큼 빠져나간 거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본의 로비로 쓰인 돈은 엄청났다.

기후 협약부터 올림픽 개최까지 전 세계 돈을 안 뿌린 곳이 없을 정도였다.

어처구니없게 한국이 세계기구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못 하게끔 로비로 돈을 뿌려댔다.

아무리 혐한으로 먹고사는 나라라지만 어쩔 때보면 저런 일에도 로비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안쓰러울 때가 있다.

암튼 그들은 지금 양적 완화를 하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착각 중이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리면 됩니다. 대일본이 GDP에서 결코 다른 나라에 따라 잡히는 꼴을 만들지 마세요.”

저 GDP에 목을 걸었으니 양적 완화는 계속될 것이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일본은 GDP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더 잘되고 있다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투마로우가 투자를 시작해서 전 세계의 기업들이 북한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아는 이야기고 또 다른 변화는 없습니까?”

“북한 에너지 수급이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뭐요? 누가 북한한테 석유를 파는 겁니까?”

“러시아입니다. 사할린 석유를 북한으로 보낼 것이라 합니다.”

“러시아? 사할린 석유와 천연가스가 북한으로 들어간단 말입니까?”

“사할린 에너지에서 발표한 내용이니 정확합니다.”

사할린 프로젝트 1을 관장하는 회사가 사할린 에너지다.

“내각관방 장관, 내가 내용의 정확성을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북한으로 석유가 흘러갈 수 있냐는 겁니다. 아직 북한은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았다고요.”

“러시아에서 하는 일이라 저희도 항의를 전달했습니다.”

“항의 전달.”

그저 절차만 했다. 이거잖아.

“그게 다예요?”

“러시아의 성실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실한 답변이 올 것 같습니까?”

“그건…….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됐어요. 수고했습니다.”

으유, 저것도 총리를 보좌하는 관방장관이라고.

그나저나 러시아와 척을 지면 자원 수급에 문제가 되니 따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 척하기는 일본의 위상이 깎이고.

코베 총리는 특유의 작은 입술을 비쭉 내밀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우리도 사할린 프로젝트에 투자를 했는데.

우리 석유가 북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경제산업성 장관, 우리가 사할린에 투자한 석유는 영향이 없습니까?”

“우리가 투자한 구역은 2구역으로 전혀 영향은 없습니다.”

사할린은 총 8구역으로 나누어 자원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1구역은 사할린 프로젝트 1이라 불리며 2구역은 사할린 프로젝트 2라 불린다.

사할린 프로젝트 3은 한창 진행 중이고 그 외 지역은 프로젝트 5와 프로젝트 6이 있지만, 자원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탐사 중이었다.

일본은 프로젝트 2에 이쯔이사가 25%, 이츠비시사가 20%의 지분을 투자해 놓은 상태.

코베는 다소 안도가 되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멈췄다.

“아니,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다고 해서 무기 개발을 포기한 건 아니잖아요. 핵 없는 대륙 간 탄도는 발사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건 가능한 일이지만 폭약을 싣고 대륙 간 탄도를 날리기에는 비용이 너무 아깝습니다.”

“아, 그렇겠군요.”

폭약이라면 일본으로 날아와도 큰 문제는 없겠네.

“그보다는 석유를 북에 파는 대가로 투마로우 시티에 러시아 과학자들이 대거 투입될 예정이라 합니다.”

“러시아 과학자가 거기에 왜 투입이 됩니까?”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연구한다고 합니다.”

“뭐요?”

우주여행?

2박 3일 날아갔다 오는 데 3,000만 달러를 내야 한다는 그 여행?

지금도 우주여행은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었다.

드러내 놓고 설칠 수는 없으니 미국 기업에 우주선을 대여하는 형식으로.

“돈이 남아도는 부자들의 귀착지가 북한이 되는 겁니까? 나 원 참. 문부과학성 장관, 근데 우주여행이 진짜 가능한 이야깁니까?”

“2000년부터 우주정거장을 오갈 때 민간인이 끼어서 갔다 온 경우는 꽤 있습니다. 러시아는 돈만 주면 민간인을 데리고 우주로 나간 적이 많습니다.”

“그래요? 돈에 환장한 러시아……. 그런데 어쨌든 로켓을 연구하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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