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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28화 (228/477)

제228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2)

헤이룽장성.

재준은 중국 상황이 너무 안 좋아 천 실장만 대동하고 헤이룽장성을 찾았다.

“아이고, 어서 오세요.”

헤이룽장성 성장 저우샹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로 재준을 맞이했다.

“삼가 고인, 아니, 고성의 명복을 빕니다.”

재준 뒤에서 지켜보던 천 실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다 창피하다.

“농담하실 때가 아닙니다. 우리 성이 아주 걸레가 됐어요. 이제 살아갈 길이 막막합니다. 중국의 곡창지대가 쑥대밭이 되었다고요. 어떡하죠?”

아니 그걸 나한테 말하면 어떡해.

“중국 정부한테 말을 했어요?”

“그럼요. 하지만 기다리라는 말뿐.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올해는 시앙핑이 주석이 된 해인데, 갑자기 치른 전쟁으로 예산이 바닥을 드러냈을 테니까.

“그래요? 나도 돈을 받으러 온 건데.”

“주석이 돈을 준다고 했습니까?”

“글쎄요. 아직은 모르는데. 일단은 얘기는 나누자고 연락했습니다.”

잠시 저우샹의 애절한 사연을 들어주며 시간을 보냈는데.

“좀 늦었습니다.”

딩쉐이가 파리한 기색으로 나타났다.

이 양반도 다 죽어가는구나.

“밥은 먹고 다니는 거예요? 아니 얼굴이 왜 그렇게 상했어요? 이거 누가 당신을 보고 중앙판공청 주임이라 하겠어요? 곧 오늘내일하는 백혈병 환자라고 보지.”

다 너 때문이잖아.

“임재준 씨는 얼굴에 화색이 도는군요. 좋은 일이 많으신가 봅니다.”

“나야, 뭐 매일매일이 즐겁죠. 북한에 있는 투마로우 시티는 날로 커지고 있어, 중국과 러시아가 전쟁하는 통에 보관 중인 국채 금리가 올라 돈 벌어, 광물 콜 걸어 놓은 거 폭등해 돈 벌어. 그러고 보니까 곡물값도 올랐네. 이달부터 곡물값 20% 오른 건 아시죠? 이거 주가 또 뛰겠네.”

빠직.

딩쉐이의 뒤통수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나는 듯했다.

이러다 정말 뇌출혈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흰 반댑니다.”

짧고 명료한 한마디.

“어, 그럼 어떡하지? 중국이 배상을 해야 하는데.”

“무슨 배상을 합니까? 이미 금에 대한 지불도 다 끝났는데요.”

“어, 이 사람들 남의 농장에서 싸우느라 1년 농사를 다 망쳐 놓고 오리발을 내미는 거예요?”

“네? 농장?”

“그래요. 여기 헤이룽장성에 있는 투마로우 기업들이 싹 다 망하기 직전이잖아요. 이거 어떻게 할 거예요. 농장에 작물 다시 심어주고. 부서진 건물 다시 세워주고. 1년 장사 망친 거 배상해야 하잖아요.”

“그걸 왜 중국이 배상합니까? 엄연히 러시아가 쳐들어와서 그렇게 된 건데.”

“네? 러시아한테 미루는 거예요?”

“이치가 그렇지 않습니까? 분명 러시아가 쳐들어와서 망친 겁니다. 우리가 배상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래요? 그럼 중국은 러시아가 쳐들어오게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책임이 전혀 없다? 이거네요.”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네가 러시아 해킹하라고 한 거잖아.

쩝.

“억울해. 나만 억울하게 돈을 날리게 된 거야. 그런 거야.”

재준은 딩쉐이에게 인상을 팍 쓰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나만 억울한 거 맞죠?”

“러시아와 한번 만나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알았어요. 러시아에게 배상을 하라고 하죠. 뭐. 너희들이 전투기에서 폭탄을 마구 쏟아내서 내 농장이 다 엉망이 되었다. 사실 이게 다 내 잘못이다. 내가 중국에게 해킹만 하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 건데. 하지만 너희들이 그렇게 발끈할 줄 몰랐다. 그러니 파손된 농장의 50% 정도만 배상해라. 어때요. 설득이 될 것 같아요?”

엥?

의외의 인물이 이상한 의문 부호를 그려냈다.

“해킹이라뇨?”

저우샹이 딩쉐이를 보며 의문 부호를 눈앞에서 흔들었다.

저우샹은 단호히 거부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분명히 임재준님이 빠르게 하는 말 속에 러시아를 해킹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설마 홍커를 동원한 겁니까? 그래서 러시아가 발끈해서 헤이룽장성을 이렇게 만든 겁니까?”

“아닙니다. 잘못 들은 겁니다.”

딩쉐이는 저우샹 뒤에서 빙글 웃는 재준을 보며 인상을 팍 썼다.

이럴 줄 알았어.

여기 오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더니.

뒤에서 무언가 꾸미고 있는 게 확실한데.

저우샹이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중국 정부가 먼저 시작한 전쟁이라면 우리를 이렇게 내버려 두면 안 되지. 우린 무슨 세금으로 먹고살라고.”

점점 말투와 인상이 험악하게 변하는 저우샹이었다.

중국은 세금을 국세와 지방세로 나눈다.

법인세 정도를 빼고 대부분이 국세로 중앙정부가 가져간다.

지방정부는 지방세인 토지사용권 판매를 통해 먹고 사는 구조다.

헤이룽장성은 전쟁으로 토지사용권 판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으니 저우샹은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그 전쟁이 중앙정부가 저지른 것이라면 당연히 보상을 해 줘야 한다고 여겼다.

딩쉐이는 일단 발을 빼고 봤다.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우샹이 재준을 바라보며 ‘정말입니까’라고 눈으로 물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내가 다 알고 있는데. 저우샹 성장, 성장이 생각한 게 맞아요. 중국이 먼저 선빵을 날린 겁니다.”

저우샹이 다시 딩쉐이를 노려봤다.

“어떻게 된 겁니까?”

딩쉐이는 많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아니, 그전에 중국을 테러한 건 러시아잖아.

그전엔 중국이 금을 임재준한테 산 걸 모른 척 한 거고.

그전엔, 제길. 이걸 어떻게 줄줄이 말을 하냐고.

“그런 일은 없지만, 주석님에게 보고해서 헤이룽장성의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투입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믿어 보세요.”

딩쉐이도 할 수 없이 지원을 약속했는데.

“에헤이, 그걸 어떻게 믿어요. 각서라도 주고받으면 모를까. 지금 중앙정부도 예산이 바닥이 났을 텐데. 안 그래요? 전쟁을 치른 거면 하루에 들어가는 돈이 얼만데. 이 어려운 시국에 세금이 그렇게 빨리 걷히고 그러나. 중국은 가능해요? 그런 국가를 본 적이 없는데.”

저놈이 진짜.

“임재준, 그냥 원하는 걸 말해 봐요. 자꾸 이상한 이야기 하지 말고.”

“어, 날 없는 이야기 지어내는 사람으로 만드네.”

“알았다고요. 그러니까, 후, 후, 후. 원하는 거. 응, 원하는 거 말하세요. 빨리 끝냅시다.”

“원하는 거 없는데.”

정말 이 인간이.

“정, 그러시면. 헤이룽장성 전체를 99년간 임차해줘요. 물론 여기서 나오는 모든 세금은 자체 재건 자금으로 쓰고.”

“네?”

이 인간이 북한에 가더니 머리를 개조해서 왔나.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왜 말이 안 돼요. 그 전에 홍콩도 영국에게 99년간 조차해 줘놓고. 사람 차별하는 겁니까?”

그게 어째서 차별이 되냐고.

“암튼 안 됩니다. 주석님이 절대, 아니, 중국 인민이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흥.

조우샹이 딩쉐이의 말에 콧방귀를 끼었다.

“중국 인민은 안 돼도 헤이룽장성 인민들은 됩니다.”

“뭐요?”

“그동안 투마로우가 헤이룽장성에 투자한 이후 우리는 잘 먹고 잘살았습니다. 투마로우 기업에서 일하는 인민들 임금도 대폭 인상되었고.”

그럼, 그럼. 식용윳값 왕창 올려서 임금도 왕창 올려주었지.

“처우 개선도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럼, 그럼. 처우 개선 그거 몇 푼이나 한다고. 벌어다 주는 돈이 얼만데.

“농장의 생산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아십니까? 중국이 방치한 헤이룽장성을 투마로우가 선진 기술을 도입해서 모든 게 좋아졌단 말입니다.”

그럼, 그럼. 미국에서 중고 기계 몇 대가 엄청난 성과를 만들었지.

그동안 어떻게 손으로 농사를 지었대.

딩쉐이는 당차게 말하는 저우샹의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중국 인민이 어떻게.”

“아니, 헤이룽장성이 다른 나라로 편입되는 것도 아니고 투마로우가 99년간 임차하겠다는데 뭐가 문젭니까? 여기에 또다시 투자하겠다는 건데 도대체 뭐가 문제냔 말입니다.”

싱글벙글.

임재준, 너 정말 이러기냐?

딩쉐이는 임재준을 보며 띠꺼운 표정을 지었다.

임차 좋다. 해 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시선이 중국을 뭐로 보겠냔 말이다.

당장 헤이룽장성에 재건에 들어갈 돈이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99년간 헤이룽장성을 임차하는 건 안 될 말이었다.

안 돼.

절대 안 돼.

딩쉐이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거,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석한테 전화라도 해 봐요. 누가 알아요. 주석은 생각이 다를지.”

이 미친놈아.

주석에게 말했다가는 내가 모가지가 날아가.

“거참, 답답하네. 내가 할게요. 전화하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재준이 핸드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딩쉐이는 말리고 싶었지만 이판사판이었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네, 접니다. 임재준.”

-딩쉐이를 보냈는데 만나 보셨습니까?

“그럼요. 근데 문제가 생겼어요.”

-무슨 문제입니까?

“헤이룽장성에 있는 투마로우 자산이 홀라당 날아갔잖아요.

-그, 그렇지만 그건.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 둘 중에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거든요.“

-흠, 흠. 그래서요.

”근데 결론은 중국이 책임이다. 뭐. 이렇게 결론이 났습니다.“

-아니 그게 왜?

”해킹.“

-해킹?

깨깽깨깽깽깽깽.

시앙핑의 머리에서 요란한 꽹과리 소리가 울렸다.

그걸 막말해도 되는 거냐 이 미친놈아.

-흠, 흠, 그래서요.

”그런데 지금 중국이 돈이 없잖아요. 다른 곳에 쓸 돈도 모자란데.“

설마 중국이 돈이 없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당시에는 중국은 정말 빠듯했다.

앞으로 10년 뒤 세금이 12배로 걷힌다.

그때가 중국이 큰소리 좀 치는 시기고.

이때는 정말 중국은 돈이 없었다.

-흠, 흠, 그래서요?

”그래서 헤이룽장성을 99년간 임차하려고 그러는데.

-…….

뭐라는 거야.

중국 땅을 달라고?

“아, 주석님도 내가 땅을 가져간다고 착각하시는 건 아니죠. 분명 99년간 임차한다고 했어요. 99년 후에 돌려드리는 거예요. 이해하셨죠.”

-이해……는 했습니다.

“그럼, 뭐 시원하게 허락하시면 되겠네요.”

-그렇긴 한데.

애초에 그게 시원하게 허락할 문제냐고.

“싫으신 건가?”

-싫다기보다는.

“그럼 국제 소송 걸죠. 뭐. 전쟁이 왜 발발이 됐으며 내 자산이 어떻게 손실됐는지 낱낱이.”

-잠깐.

해킹에, 인플루엔자에, 그걸 전부 낱낱이?

-하하하, 생각하고 말고가 어딨습니까? 임차하시죠. 99년간.

“그렇죠. 역시 주석님은 생각이 남다르다니까요. 대신에 계약 내용은 밖으로 유출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아, 그렇게까지 배려를.

“하하하, 제가 좀 배려심이 높죠.”

그게 배려냐? 날강도 놈아.

“아 참, 임차비용은 없는 거 아시죠? 배상비용으로 퉁치는 거.”

후.

-그럼요. 임차비용을 받을 만한 처지는 아닙니다.

맘대로 해라. 맘대로.

왜 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아니 아예 중국을 다 가져가는 건 어때?

-혹시 거기 딩쉐이 있으면 바꿔 주십시오.

“아, 네.”

재준은 빙글 웃으며 딩쉐이에게 핸드폰을 건냈다.

“네, 주석님. 죄송.”

-너 오지 말고 거기서 뒈져. 이 새끼야.

네, 정말입니까?

정말 안 가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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