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24화 (224/477)

제224화 역시 구경은 싸움 구경, 불구경이지(7)

“자,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자율주행 알고 있나요?”

“당연히 압니다.”

“그럼, 이미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했는데 왜 실행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거야 윤리적인 문제로 반대하는 거 아닙니까?”

“윤리적인 문제라……. 그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에요. 윤리를 무시하고 자국의 이익을 취한다면 윤리 따위는 집어 던질 수 있는 나라가 정말 없을까요?”

“그럼 어떤 문제 때문에 못 하는 겁니까?”

“자, 완전한 자율주행 교통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기존에 소유 중인 자동차를 전부 폐기 처분하고 새로운 자동차를 준다고 해도 이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거기에 택시 기사, 버스 운전사, 트럭 운전사, 아마 교통경찰도 직장을 잃게 되겠죠. 이 말인즉 기존 기득권들의 반대가 거세게 저항할 거란 뜻이에요.”

“반대하는 인민이 많군요.”

“맞아요. 그럼. 북한은?”

“우리요?”

“북한은 여기 지도자 동지만 오케이 하면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요.”

“그럼, 왜 못하고 있나요?”

“그걸 몰라서 물어봅니까? 다 알면서. 우린 기술이 없습니다. 기술이.”

“기술만 있으면 할 수 있고요?”

“그럼,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좋아요. 아주 좋아.”

자.

재준이 김정은에게 손을 내밀었다.

“뭡니까?”

“이제부터 북한은 자율주행이 가능한 나라가 되는 거예요.”

“뭐요?”

“제가 기술을 가져오죠. 북한은 자율주행을 최초로 가능한 나라가 되면 됩니다.”

“네?”

“또 있죠? 유전 공학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나라.”

“그건 또 뭡니까?”

“유전 조작으로 슈퍼인간을 만들 수 있단 말이에요.”

“그것은.”

“여기 지도자 동지만 허락하면 되는 나라가 북한이잖아요.”

꿀꺽.

“전 세계에서 돈을 짊어지고 부자들이 몰려올걸요. 자, 그러니까 저런 핵무기 따위는 바다에 던져버려요. 쓸모없는 고철에 돈을 그렇게 쏟아붓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라니까.”

임재준 동지.

북한만이 가능하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처럼 완벽한 조건을 갖춘 나라는 없다.

북한 내에 반대 세력이 존재할 리 없다.

물론 있겠지만 감히 지도자 동지에게 반기를 들다니.

차라리 짚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게 낫지.

또한, 미국을 포함해 그 어떤 나라도 북한의 문제에 시비를 걸 수도 없다.

경제제재는 이미 최고 수위여서 더 할 일도 없다.

김정은의 한마디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진행될 텐데.

김정은은 나라가 부강해지고 지금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자율주행이 아니라 전 도로를 속도 무제한 아우토반으로 만들어도 해야 할 일이었다.

“하겠소.”

“잘 생각했어요.”

“정말 가능하긴 한 겁니까?”

“나만 믿으라니까요.”

“알겠습니다.”

“자, 그럼 가장 먼저 개성공단을 아예 폐쇄합시다. 개성공단 자리에 투마로우 시티를 건설하는 겁니다. 어때요? 남 좋은 일 시킬 수는 없잖아요? 북한은 국채를 발행하세요. 투마로우가 전량 매입하겠습니다. 당분간 이자만 지불하면 됩니다.”

음.

김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기실장을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다, 들었지? 날래 개성공단 폐쇄하겠다고 남조선에 연락하세요.”

“네. 지도자 동지.”

재준이 김정은에게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공장장 동지.

***

캘리포니아.

오랜만에 밟아보는 해안을 둘러본 마이클은 전기차 생산기업인 니콜라 모터스 본사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현재 CEO는 엘론 버스크.

2004년에 니콜라 모터스에 투자를 하고 2007년에 창업자들을 싹 다 내쫓고 자신이 CEO 자리에 앉았다.

2012년까지 모델 2종을 출시하고 나스닥에 상장도 했지만, 빚만 46억 달러로 생존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마이클, 설득하지 말고 경고하고 오세요.’

재준의 말을 떠올린 마이클은 피식 웃었다.

도대체 이런 쓸모없는 기업은 또 왜…….

배출가스 축소와 내연기관 자동차 감소가 앞으로 전 세계의 과제라지만 전기차라니.

도무지 알 수 없는 보스라니까.

니콜라 모터스 대표실에 다가가자 비서가 먼저 나가 문을 열었다.

“어서 오십시오.”

엘론이 문 앞까지 나와서 마이클을 맞았다.

당연하지.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데.

마이클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 같은 존재겠지.

“반갑습니다.”

둘은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투마로우가 니콜라 모터스에 관심이 있다니 의외입니다.”

“투마로우가 아니라 보스가 관심이 있는 겁니다.”

“아, 그렇습니까?”

마이클은 재준의 지시대로 좀 심드렁하게 엘론을 대했다.

“보스가 말하길 니콜라의 자율주행이 이미 3단계에 진입했다고 하던데.”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율주행 자동차는 총 6단계.

0단계에서 2단계까지는 인간이 주변 환경을 모니터링하지만 3단계부터는 시스템이 모니터링하기 시작한다.

5단계가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가 된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5단계는 언제 가능한 겁니까?”

후.

엘론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5단계도 이미 이론상으론 가능합니다. 센서와 레이더, AI도 발전하고 있으니 곧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두가 말하는 그 ‘비상시’라는 단어가 문제입니다.”

맞다. 운전 중 비상시에는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

이 비상시라는 한 단어가 법은 물론 윤리적 문제까지 들먹이며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입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문제만 해결해 주면 되는 겁니까?”

“이게 해결이 되는 문제입니까? 정치인들을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가능한 국가가 있습니다.”

“그게 어디입니까?”

마이클은 시계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군요. 지금 저희 보스가 발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TV를 보면 아시게 될 겁니다.”

엘론은 뭔가 이해 불가능한 표정을 지으며 TV를 켰다.

그리고 잠시 후. CNN이 속보를 위해 방송을 중단했다.

[속보입니다]

영상 안에는 재준이 단상에 섰고 그 뒤로 김정은이 보였다.

북한에서 진행되는 중대 발표.

[북조선인민공화국은 이제부터 핵 개발을 포기하고 투마로우와 손을 잡아 세계 과학 기술 개발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개성공단 자리에 투마로우 시티를 건설할 것입니다. 이는 김정은 지도자의 의지에 의한…….]

짧게 발표를 마친 재준은 밝게 웃고 있는 김정은의 손을 잡고 하늘로 번쩍 들어 올렸다.

엘론이 의아한 얼굴로 마이클을 쳐다보자 마이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깁니다. 북한. 저기서 자율주행을 위한 모든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엘론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투마로우가 북한을 삼켰다.

아니, 그보다 북한이라면 법이나 윤리에 얽매이지 않고 충분한 연구를 할 수 있다.

그동안 도로 주행 한 번 하려고 하면 얼마나 많은 눈들이 독기를 품고 쳐다보았던가.

마치 일부러 잘못되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이제 눈치를 보지 않고 얼마든지 자율주행을 실현할 수 있다.

원하는 만큼의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북한이다.

언제 태도가 변할지 모르는 곳이다.

마이클이 엘론의 걱정을 모를 리 없었다.

“안전을 걱정하는 겁니까?”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건 알아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알아 둬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선점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북한에서 충분한 실험을 거친 뒤 세계를 지배할 겁니다.”

꿀꺽.

엘론이 마른 침을 삼켰다.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피식.

마이클이 엘론을 보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엘론, 지금 당신과 나누는 이야기를 우리가 몇 군데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한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투마로우 은행이 있는 나라들에서 똑같은 시간에 북한의 기자회견에 맞추어 이야기를 나눌 거라고 생각지 못한 겁니까?”

“그럼.”

“미국도 여러 자동차 기업들과 상담 중입니다.”

잠깐, 잠깐.

엘론이 손을 들었다.

“미국 정부가 그걸 인정할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무슨 상관입니까?”

“정부가 분명 걸고 넘어질 겁니다.”

“그럴까요? 혹시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 문제를 놓고 싸울 거라고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그렇다는 건.”

“두 당 중 하나는 투마로우를 지지할 겁니다. 둘 다 지지할 수도 있고요.”

세상에, 투마로우가 정치 공작에 나섰다.

한 당이 반대하면 다른 당을 바람막이로 세운다.

둘이 치고받는 싸움을 만드는 사이 북한으로 진출하는 기업은 늘어나고 이미 정착해 버리면 정부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을까요?”

“아, 그 문제에 대해 보스가 당신에게 말하더군요.”

“뭡니까?”

“북한에 들어온 기업은 자율주행 기술을 공유하자고.”

“네?”

“기술적 진보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존 산업계의 공룡들을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게 함으로써 새로운 기술로의 전환을 앞당기고, 이쪽 분야 산업 기술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하던데.”

맞다, 정보를 공유하면 시장을 앞당겨 열 수 있다.

어차피 북한으로 들어오는 기업들은 대부분 선진국일 것이고 시장은 그보다 훨씬 넓다.

그리고 더 안전하고 확실한 자율주행 시장이 더 빨리 열리겠지.

“좋습니다. 기술을 공유하겠습니다.”

“역시 화끈하군요.”

마이클은 엘론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꽉.

엘론이 마이클과 손을 잡았다.

***

인플루엔자가 러시아를 강타했다.

하루에도 수백만 명씩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처음에 러시아에서 발견된 인플루엔자는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하여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모든 국가들이 문을 닫고 백신을 만들어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다른 전염병 백신과 동일 선상에 두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인플루엔자는 너무나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존재했기 때문에 인간은 인플루엔자에 대한 경험치가 누적되어 있다.

인류에게 있어 인플루엔자보다 잘 이해된 질병이 없을 정도다.

그러니 백신도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들어봤을 것이다.

‘계절성 독감 예방 접종’이라고.

얼마나 친숙하면 앞으로 유행한 인플루엔자를 예상하고 백신을 만들기까지 할까.

하지만 인플루엔자로 수천만 명이 시름시름 앓자 러시아는 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자승자박이라고 러시아를 통해 중국으로 인플루엔자가 퍼져나갔다.

전 세계가 백신으로 치료될 때까지 이 두 나라를 봉쇄됐다.

어쩔 수 없이 중국과 러시아는 잠시 휴전에 들어갔다.

북한에 영향력을 상실한 중국과 러시아가 인플루엔자와 사투를 벌이는 사이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과 IT 공룡 기업들이 북한으로 집결했다.

이 모든 뉴스를 지켜본 재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염성이 높은 인플루엔자?

저게 왜 갑자기 러시아에 퍼진 걸까?

독감치고는 전파 속도가 장난이 아닌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