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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23화 (223/477)

제223화 역시 구경은 싸움 구경, 불구경이지(6)

러시아의 공격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단 반나절 만에 헤이룽장성의 방어선이 무너졌다.

러시아 전투기가 헤이룽장성 주요 군사 기지를 선제 타격하고 국경을 넘어 러시아 전차와 보병들이 밀고 들어왔다.

작전명 ‘페룬’.

페룬은 슬라브 신화에 나오는 천둥과 번개의 신.

하늘에서 전투기로 퍼부어 정신을 못 차리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리고 그 의지의 뒷면은.

“지도에 명시된 은행에서 금을 탈취하라.”

전투기가 휩쓸고 지나간 헤이룽장성에 러시아 군인들이 밀고 내려왔다.

중국은 속절없이 밀려 내려갔다.

중국이 러시아 전투기의 공격을 모를 리 없었다.

바로 출격을 했지만, 러시아 전투기에 손 한번 못써보고 격추되고 말았다.

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쓰러졌을까?

이 시기에 중국이 만들고 있는 전투기는 러시아 전투기의 다운그레이드 제품을 라이센스 받아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엔진을 뜯어 보다 걸려서 계약 위반으로 5년 전부터 러시아에서 부품을 공급받지 못했다.

그러니 뭐 어쩌겠나, 자체 생산한 부품으로 전투기를 만들 수밖에.

뻔하게도 중국산 짝퉁 전투기가 제 성능을 발휘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공중권을 장악당한 중국은 대공포 숫자로 그 열쇠를 만회하려 하였으나 이게 또 2007년부터 자체 기술로 만든 대공포의 레이더가 기술력 부족으로 작동되었다 말았다 하였다.

그래도 지린성 일대에 어마어마한 대공포 숫자로 공중권의 열세를 만회하려 발악을 하였다.

러시아는 더 이상 지린성으로 밀고 들어가지 않았다.

먼저 헤이룽장성 13개 은행에 보관 중인 금을 다 털어가는 게 1차 목표니까.

러시아는 금을 빼내기 위해서 헤이룽장성을 장악하고 대치 상태를 유지했다.

***

중난하이.

쾅, 쾅, 쾅.

시앙핑은 분을 참지 못하고 계속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미친놈들 진짜로 전쟁을 일으켰다 이거지.

“딩쉐이, 전선은 어때?”

“헤이룽장성 이남으론 진격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침공당했다.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속절없이 당했다.

분명 임재준은 박혁에게 러시아 군대의 진로를 파악한다고 했는데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또한 러시아 공군 시스템을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는데 전투기들이 잘도 돌아다녔다.

전쟁의 혼란한 틈을 타 라자루스 팀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딩쉐이는 칠보산 호텔에서 있었던 일 전부를 시앙핑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보고를 해야 할까, 아니야.

그럼, 내가 살아남지 못한다.

시앙핑은 러시아에게 당할 줄 알았다는 듯 입술을 씰룩거렸다.

“저놈들 수법이야. 남의 땅 일부를 차지하고 버티는 거겠지. 금은 다 가져갔나?”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 전쟁을 일으킨 목적도 금 때문이고요.”

“우리가 저놈들을 쓸어 버릴 확률은 얼마나 되지?”

“육군 병력으로 밀고 올라가면 100% 승산은 있습니다만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중국은 경제 부흥으로 이제야 중국산 군 장비의 본격적인 생산을 계획하는 단계였다.

그전까지 러시아나 프랑스에서 중고품 내지 한참 시대에 뒤떨어지는 무기를 사 와서 이리저리 뜯어 보고 복제품을 만들어 보던 시절이었다.

현재 믿을 거라곤 보병의 인구뿐이었다.

그와 반대로 러시아는 경제는 언제나 파탄이었으나 무기 만큼은 세계 수출 2위를 자랑했다.

오죽했으면 자국의 첨단 무기 숫자가 부족할 정도로 팔아먹었다.

하긴 누가 러시아를 침략하는 짓을 벌이지는 않을 테니 차라리 돈을 버는 쪽이 훨씬 이득이었다.

시앙핑은 전선을 유지하여 이대로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피해를 감수하며 밀고 올라가 생각도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뒤를 돌아 러시아 내륙을 공격해서 러시아 군대를 후퇴하게 만들어야 했다.

“만들어 둔 인플루엔자를 모스크바에 뿌려.”

단호한 한마디.

딩쉐이는 자신이 잘못 들었기를 바랐다.

“주석님.”

“우리도 증거가 없으면 그만이야.”

“주석님.”

딩쉐이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어느 쪽이 피해가 큰지 어디 한번 해 보라 그래.”

“그게 아니라…….”

주석이 모르고 있다.

연구 중인 인플루엔자는 감염력만 높을 뿐 치사율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게 문제가 아니지.

“들키는 날엔 전 세계에서 비난의 화살이 중국을 향할 것입니다.”

전 세계는 화학이나 방사선 무기는 최후의 방법으로 사용하지만, 생물학무기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 합의였다.

인플루엔자는 약하지만 어쨌든 생물학무기다.

우리가 말하는 독감이 인플루엔자다.

독감이 어감상 독한 감기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지만 독감은 감기가 아니다.

밥 잘 먹고 푹 자고 나면 낫는 감기와는 판이한 생물학무기의 일종이다.

독감은 타미플루라는 항바이러스제가 있어도 매년 수만 명에서 수백만 명이 죽어 나가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왜 이렇게 많이 죽냐고?

당연하지. 엄청 많은 인구가 걸리니까.

1억 명의 1%면 백만 명이다.

딩쉐이는 주석을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더 생각해 주십시오.”

“딩쉐이, 푸챠르가 지금 금 때문에 잠시 멈춘 것일 뿐이야. 하지만 금이 정리되면 과연 순순히 물러날까?”

“그게 아니라.”

“멍청한 놈. 네가 지금 푸챠르라고 생각해 봐. 이대로 밀고 나가면 중국의 절반은 초토화될 거야. 중국의 절반이 러시아 땅이 되는 거란 말이야. 우린 나토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미국이나 유럽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어. 그럼 일본이나 한국이 우릴 도와줄까? 아니면 저 피죽도 못 먹는 북한이 우릴 도와줄까? 뭘 더 생각하란 말이야?”

아.

딩쉐이는 숨이 턱턱 막혀왔다.

어쨌든 중국과 러시아는 고립될 것이다.

이건 집안싸움과 같다.

모두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참견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니, 누가 이기나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러시아가 이기든 중국이 이기든 저들에게 손해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전쟁이 장기화되길 기대하며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 궁리만 할 것이다.

예전에 중국이 그랬듯이.

임재준.

딩쉐이의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르는 하나의 인간.

“주석님. 임재준에게 도움을 청해 보시죠.”

“무슨 소리야? 지금은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어. 우리 손으로 끝내지 않으면 전쟁 후에는 종속되어 버린다고. 임재준 손안에 중국이 놓이는 거야. 여기서 무슨 수를 쓰든 우리 힘으로 러시아를 끝장내야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앙핑에겐 독기밖에 안 남았다.

그래 여기서 우린 버틴다.

아직 헤이룽장성 하나 망가지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옥의 땅이 될 것이다.

전염성이 강한 인플루엔자를 뿌린다.

순식간에 러시아 전역에 독감이 퍼질 것이다.

물론 건강한 사람에게는 강한 인플루엔자라고 한들 큰 타격이 없지만, 노인과 질병이 있는 자들에겐 치명적이다.

“당장.”

“네. 알겠습니다.”

딩쉐이는 답답한 마음을 부여잡았다.

***

북한 옥류관.

“그게 무슨 소리야?”

김정은은 재준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서기실장(비서실장)이 다가와 귓속말로 전쟁에 대한 소식을 전달하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에이 썅. 하필 지금.”

김정은이 일어서서 재준을 바라봤다.

“이거 정말 미안합니다.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이 생겨서 잠시 가 봐야 하겠습니다.”

피식.

재준의 입꼬리가 약간 올라가며 미소를 지었다.

“그냥 같이 TV로 보는 건 어때요? 혼자 전쟁 구경하려는 거잖아요.”

“뭘 알고 있는 겁니까?”

“전쟁 났잖아요. 그것도 중국과 러시아가 대차게 붙은 것 같은데.”

“임재준 동무.”

털썩.

김정은이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금 이렇게 한가할 때가 아닙니다.”

“괜찮아요. 그러지 말고 TV 틀어 봐요.”

김정은이 서기실장에게 고갯짓을 했다.

TV에서는 CNN 뉴스가 흘러나왔다.

러시아의 폭격으로 부서지고 불타오르는 건물들.

산발적으로 들리는 총소리와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고함.

김정은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영상을 보는데.

“역시 구경은 싸움 구경, 불구경이지. 근데 좀 심심하네. 좀 더 과격하게 싸웠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되나? 핵이라도 쏘지.”

뭐요?

김정은은 ‘핵’이라는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사람 뭐지?

그런데 사방을 둘러보니 재준뿐 아니라 올리가르히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시 재준을 봤다.

“알고 있었습니까?”

“저 전쟁이요?”

“전쟁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까?”

음.

“저 싸움 붙인 게 나거든요. 근데 별로 찰지게 안 싸우네. 실망이에요.”

“지금 무슨 말을 한 겁니까? 중국과 러시아가 싸우도록 부추겼다는 겁니까?”

“맞아요.”

“왜? 세계가 큰 혼란에 빠질 겁니다.”

“혼란이요? 설마.”

“그럼, 아닙니까?”

“저기 봐요. 최고사령관 동지.”

재준이 손가락으로 TV를 가리켰다.

“중국 우방국이나 러시아 우방국,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그 어느 나라도 한마디도 안 하고 있어요.”

그랬다. TV 어디에도 다른 나라의 반응이 보이지 않았다.

어, 다들 왜 입을 다물고 있지?

“지금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저들만 그래요? 지도자 동지도 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잖아요.”

재준이 김정은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그러네. 저기다 대고 뭐라고 해?

전쟁을 일어나서 심심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아니면 되도록 평화로운 방법으로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그 어떤 말을 해도 꼭 위선자의 모습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제 알겠어요? 저 싸움은 모든 세계가 그저 그런 동네 건달 싸움으로밖에 보지 않아요. 저 큰 덩치 둘이 붙었는데. 희한하죠.”

“정말입니까?”

“둘 다 민폐 국가잖아요. 저러다 하나라도 없어지면 참 좋겠다고 생각할 거예요.”

“민폐 국가…….”

이 말을 가장 많이 들은 건 중국과 러시아가 맞다.

근데 북한도 만만치 않게 듣는 말이었다.

민폐 국가는 없어졌으면 하는 존재……. 알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 길밖에 없었다.

떼쓰고 지랄하고 발광하고 욕하고 뻗대는 거 외에 할 게 없었다.

저 TV에 나오는 나라가 북한이라면 다른 나라의 반응은 다를까?

아니,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없어졌으면 좋을 나라.

“지도자 동지.”

재준이 천천히 부르자 김정은이 재준을 바라봤다.

“이제 슬슬 우리 이야기를 해야겠는데 준비는 되셨나요?”

“무슨 준비가 필요합니까?”

“그야 마음의 준비죠. 이제 저와 손을 잡으면 세계 최고의 부국으로 거듭날 텐데. 심장마비로 죽으면 억울하잖아요.”

부국? 북한이?

하지만 인민들이 풍족해지면 체제가 흔들린다.

“부국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아, 그렇지. 우리 지도자 동지의 자리도 보존해 드려야지요? 가능합니다.”

“무슨 말입니까? 부국에 제 자리 보존의 대가로…….”

“설마 내가 자본주의를 받아들여라, 뭐 이런 말을 할 거라 기대한 건 아니죠?”

“그럼 아닙니까?”

“아니요.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닙니다.”

여긴 투마로우의 거대한 실험실이 되는 거지.

모두가 꿈꾸는 지상 낙원.

투마로우에게 끝없이 돈을 벌어다 주는 공장. 큭큭큭.

“그럼 또 다른 주의가 있습니까? 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에이, 꼭 그렇게 무슨 주의 무슨 주의로 정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냥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게 중요한 거지. 뭐, 어쩌면 공산주의에 가까울 수도 있네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짝.

재준이 손뼉을 치고 빙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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