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22화 (222/477)

제222화 역시 구경은 싸움 구경, 불구경이지(5)

“마카르, 중국에서 들어올 돈이 얼마였지?”

“8억 달러입니다.”

“돈은 문제가 안 되는데. 거 참, 이제 대놓고 러시아를 적대하겠다 이거군. 알아차린 건가?”

“전부는 아니라도 몇 군데 사고는 알아차렸을 겁니다.”

“근데 말이야. 이게 좀 뭐랄까. 러시아 계좌를 동결한다는 게 시앙핑 머리에서 나올 법한 계략은 아닌 듯한데. 안 그래? 같은 사회주의 계좌를 동결하는 게 선뜻 결정할 수 있는 일인가?”

러시아와 중국은 기본적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두 국가의 처지가 바뀌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건 바로 돈.

두 국가 다 가난한 시절이 있었기에, 아니지 지금도 가난하지, 돈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계좌를 동결했다.

그것도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를 받는 걸 뻔히 알면서.

“몇 군데 공장을 더 날려버려. 중국도 8억 달러 정도 피해를 입게.”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우리라는 증거 있어? 건방진 놈이 잘못했다고 빌기 전에는 우리는 멈추지 않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아시아인으로 구성해.”

“네, 알겠습니다.”

마카르는 대통령실을 나와 닫힌 문 너머의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집착하고 계셔.

하긴 그놈에게 당한 화풀이를 중국에게 풀 수밖에 없겠지.

근데 중국은 왜 자꾸 러시아를 건드리는 걸까?

금은 분명히 중국이 가진 게 분명한데.

금에 대한 보상으로 러시아와 단교를 선택한 거라면…….

좀 암울해지는데.

후.

마카르는 긴 숨을 내뱉고 핸드폰을 들었다.

“응, 나야. 이번엔 아시아인으로 구성해서 큰 곳 여덟 군데 날려.”

-알겠습니다.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일까?

이러다 정말 크게 터질 수도 있는데.

***

중난하이.

중국 대규모 공장 여덟 곳에서 폭파 사고가 났다.

일단 급하게 작업자 실수, 기계 고장, 연료 유실 등 대충 언론에서 얼버무려 발표를 했다.

불길이 하늘 끝까지 솟았는데 아무 일 없는 듯 덮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피해액이 얼마라고?”

“53억 위안입니다.”

시앙핑은 피식 웃으며 먼 산을 바라보았다.

“53억 위안이면 거의 8억 달러네.”

“네, 저희가 동결한 계좌에 묶인 돈과 비슷합니다.”

“이제 계산까지 해가면서 싸워 보겠다?”

“시작할까요?”

시앙핑의 눈앞에 재준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무차별적으로. 국가가 마비될 정도로’

그래,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

‘어설픈 공격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주는지 깨닫게 되는 거예요.’

맞아. 중화민국(대만)이나 홍콩처럼 만들면 안 되지.

민주적으로 처리하면 꼭 기어오르는 놈들이 있어.

밟을 땐 확실하고 가차 없이 짓이겨 줘야지.

“홍커도 참여시켜.”

“네, 그럴 줄 알고 대기 시켰습니다.”

홍커, 해커 집단인 중국홍객을 줄여서 부른 말이다.

해커는 보통 반정부주의 자들이라 정부와 교감이 없는데 홍커들은 오히려 반대로 자신들이 중국을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변국들과 미국을 해킹하면서 정부를 도와주는 친정부 성향을 가진 해커계의 쓰레기들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천안문 사태 시위 참가자들을 찾아내 신상을 털어 정부에 제공하여 살해당하게 만드는 것을 애국이라 생각한다.

돈만 밝히는 러시아 해커와 또 다른 인생 막장들이다.

근데 왜 홍커은 정신병자처럼 정부에 몰입하는 것일까?

이 병진들인 홍커는 중국 정부에서 돈을 받지 않는다.

근데 알아서 열라 열심히 배운 해킹 능력을 중국 정부한테 잘 보이려고 무료 재능기부를 하고 있었다.

홍커의 상위 클래스 해커는 진짜 좀 하는 놈들이었다.

실력있는 중국인이 돈을 밝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

홍커는 진정한 정신승리로 중국뽕에 심취한 빠돌이들이다.

‘빠’자 들어간 놈들은 진짜 위험한 놈들이다.

대충하는 법이 없다.

상대가 죽을 때까지 물고 늘어지니까.

시앙핑은 또 다른 걱정에 미간을 찡그렸다.

“러시아 해커들도 만만치 않아. 그놈들도 대비하는 게 좋을 거야.”

“네.”

러시아 해커는 또 다른 정신 놓은 사람들이다.

뭔가 돈 알레르기 질환이 뇌에만 걸렸다고 해야 하나.

암튼 돈 냄새를 맡지 못하면 뇌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 것 같다.

대표적인 러시아 해커로 ‘콘티’라는 쌩양아치 집단이 있다.

이들은 홍커와 다르게 러시아 정부의 돈을 받으며 해커로서 활동했다.

돈을 준다면 정부 기관이든 기업이든 막 뚫고 들어가서 정보를 빼돌렸다.

독자적인 활동도 하는데 기업 전산을 뚫고 들어가 고객 정보를 빼돌리고 언론을 통해 대놓고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놈들은 해커계의 양아치다.

그러니까 해커계의 쓰레기와 해커계의 양아치가 붙었다.

시앙핑은 마지막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전국 은행과 기관에도 준비하라고 일러.”

“네. 인력을 총동원하겠습니다.”

중국 홍커는 한때 45,000명까지 덩치를 키웠다.

그에 비해 러시아는 300명 수준.

실력 차이는 크게 나지 않지만, 설령 난다고 해도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면 러시아는 깨갱 할 수밖에 없는 차이가 있었다.

거기에 이미 중국 은행과 기관들은 해커들의 공격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시앙핑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흩었다.

어디 한 번 몸부림이라도 쳐봐.

기어 온다면 한 번 정도 키워줄 용의는 있으니까.

***

북한 노동당 앞.

길게 늘어선 검은색 벤츠 차량이 노동당 당사 앞에 섰다.

중간쯤부터 차량의 문이 차례로 열리며 올리가르히들이 하나씩 내렸다.

마지막으로 재준이 내려 휑한 광장을 둘러 보았다.

모두 차에서 내리자 그때야 저 멀리 김정은 지도자가 걸어왔다. 그는 한 사람을 보고는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벌렸다.

“알리셰르, 어서 오세요.”

“오랜만입니다. 지도자님.”

“하하하, 친구 아버님이신데 존칭을 빼 주세요.”

“한 나라의 지도자이신데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하하하.”

두 사람은 가볍게 포옹하고는 떨어졌다.

오, 미하일.

올리가르히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 가볍게 포옹을 하며 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빅토르, 이게 얼마 만입니까? 얼굴 잊어먹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리나케 온 거 아닙니까?”

하하하하.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북조선을 잊지 않고 찾아 주셔서 너무나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렇지. 벅차오르다 못해 심장이 튀어나와도 정상인 상황이었다.

북한은 언제나 어려운 시기였지만 올해는 그 도가 지나쳤다.

유엔 대북 제재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핑계로 정전협정을 파기하고, 판문점 활동을 중단하고, 미사일을 분계선에 배치하고, 할 수 있는 전시 대비는 다 했다.

이는 2년에 걸친 대규모 숙청으로 어지러운 내부 문제를 밖으로 끌고 나가 김정은 체제를 안정시키려는 쇼였다.

이런 쇼를 하고 보니 의외로 유엔의 제재가 너무도 강력해 전 세계에서 완전히 고립된 상태가 되었다.

아무도 북한과 친해지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중국과 러시아도 쓴소리를 내뱉었으니까.

다 필요 없어, 종간나 새끼들.

그러니 어찌 올리가르히의 방문이 반갑지 않을까.

김정은의 함박웃음에서 그간 어려운 시절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북한의 지도자가 저렇게 밝게 웃는 걸 본 적이 없었다.

하하하하하.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 재준을 발견한 김정은의 표정이 굳어졌다.

누구야?

재준도 김정은의 표정에 확 인상을 구겼다.

이 조그만 뚱땡이를 확!

재준과 김정은의 눈빛에서 불꽃이 튀자 미하일이 재빠르게 나섰다.

“지도자 동지, 이쪽은 투마로우 임재준입니다.”

미하일의 소개가 끝나자 김정은의 동공이 엄청나게 부풀어 올랐다.

임재준?

진짜 그 임재준?

전 세계를 주무르는 그 임재준?

김정은도 항상 서방의 뉴스를 접하며 투마로우라는 거대 공룡을 너무도 부러워했다.

근데 이 공룡이 북한에 자신을 찾아 왔다.

미하일이 재준에게 눈짓을 하자 재준이 빙글 웃었다.

“임재준입니다.”

오.

“동무.”

김정은이 거세게 재준을 안고 두꺼비만 한 손바닥으로 재준의 등을 사정없이 팡팡 두드렸다.

“잘 왔습니다. 잘 왔어요.”

하하하.

팡팡.

켁켁.

그만 두드려 이 뚱땡이야.

속 시원하게 등을 두드린 김정은이 호탕하게 말했다.

“이런 날엔 속이 얼얼한 평양냉면에 평양 술을 마시는 게 제격인데, 술을 할 줄 아십니까?”

“없어서 못 먹죠.”

“그래요? 그럼 옥류관으로 갑시다. 내 오늘은 취하고 싶습니다. 하하하.”

“그러면 내가 마다할 수 없는데요.”

“역시 투마로우라니까. 하하하.”

김정은과 나란히 걸어가며 재준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김정은은 자신의 경호원에게 저리 가라고 손짓을 했다.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맨정신에 들어야 술맛이 배가 될 것 같아서요.”

“무슨 말입니까?”

쩝.

재준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거, 위협도 되지 않는 핵무기는 미국한테 팔아 버려요.”

“뭐요? 그게 북조선의 유일한 무기입니다.”

“아니야, 절대 아니에요. 그런 거론 미국이 움직이지 않아요.”

“그럼 뭡니까? 그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게.”

가던 길을 멈추고 김정은이 재준을 바라봤다.

“아주 기가 막힌 방법이 있어요.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

“여러 개? 정말입니까?”

“그리고 돈을 갈고리로 긁어모을 수도 있지.”

김정은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데 입엔 미소가 가득했다.

북조선인민공화국 만세.

***

러시아 크렘린궁.

“어디야?”

“중국입니다.”

중국은 전승절에 맞추어 일제히 러시아 은행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다.

그다음 정부 기관이, 그다음 기업의 전산망이 마비가 되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러시아는 삽시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국민은 은행에서 돈을 찾을 수도 없고 환전도 불가능했다.

기관은 업무가 마비되었고 기업은 임금을 지불할 수가 없었다.

진짜 전방위적인 공격으로 러시아가 혼란에 빠졌다.

여기서 전기만 끊기면 러시아는 지도에서 국경선을 다시 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북한 해커들은 은행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는데 홍커들은 중요도를 따지지 않고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다.

푸챠르는 부르르 떨며 참기 힘들다는 듯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언제 복구되지?”

“지금 모든 인력을 다 동원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쾅.

“조만간, 나도 알아 그건. 하지만……. 그래, 정확히 알 수 없겠지.”

“죄송합니다.”

“그래, 우리 쪽 해커들도 맞받아쳤나?”

“네, 하지만 이미 대비가 되어있어서 큰 피해는 주기 어렵습니다.”

“그것도 힘들다.”

후후후.

그럼, 칼춤을 추라는 건가?

죽을 줄 알면서 뛰어들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겠지.

“마카르,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중국과 대화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웃기는군. 그런데 말야. 중국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하면 나만 병신 되는 거잖아.”

맞다. 이건 사이버 전쟁이다.

누가 공격을 했는지 자신이 직접 밝히기 전에는 솔직히 알 수 없었다.

지금 아이피를 추적하여 위치가 중국이라는 알고 있지만, 자신들은 거점일 뿐이라고 발을 빼면 끝이었다.

“그래, 칼춤 한번 추자.”

“네?”

“병력 중국 헤이룽장성으로 진격시켜.”

“안 됩니다. 다시 한 번 생각을 해주십시오.”

“아니면 핵을 날릴까?”

“그건……. 알겠습니다.”

그래, 전쟁 한번 해보자.

어차피 한 번은 누가 대장인지 결판을 내야 할 필요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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