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16화 (216/477)

제216화 이게 금괴야. 난 이걸 쓰레기라고 부르지(17)

“그럼 먼저 세바스토폴 시장을 알렉세이 차로이로 갈아 치우겠습니다.”

크림반도의 중심지인 세바스토폴시 시장을 러시아 사람으로 교체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세르게이 악노프 전화 연결해.”

“알겠습니다.”

세르게이 악노프.

러시아가 지원하는 ‘러시아 통합당’의 대표.

현재 크림반도에서 친러 세력을 결집한 인물이었다.

“연결되었습니다.”

비서실장이 전화기를 푸챠르에게 건넸다.

“세르게이.”

“네, 각하.”

“잘 들어. 크림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세바스토폴시의 시장으로 알렉세이 차로이를 세울 거야.”

“네.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그런 후에 너는 크림반도 자치 공화국의 총리에 앉힐 거고.”

“네? 총리라면.”

대통령이 되라는 소리와 같다.

크림반도를 국가로 만들어 내가 다스린다.

“뭐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중앙 정부에서 군대가 파견될 것입니다.”

“그건 걱정 마. 우리도 군대를 파견할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해 봐.”

“네. 걱정 마십시오, 잘하겠습니다.”

툭.

전화를 끊은 푸챠르가 비서실장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금 때문에 크림반도에 군대를 파견한다는 인상을 주면 절대 안 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급한 대로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에 있는 군대를 항구로 파견해서 어떤 놈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

“네.”

모두 러시아가 부동항을 얻기 위해 크림반도를 삼켰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은 임재준이 보낸 짝퉁 금 때문이었다.

***

중난하이.

시앙핑과 재준이 마주 앉아 있었다. 탁자에는 마오타이주가 놓여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주석님이 직접 저를 다 보자고 하시고.”

“일단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30년 된 마오타이를 가져왔습니다.”

“우와, 이게 그 유명한 700만 불짜리 술이군요?”

하하하.

시앙핑은 과감하게 병마개를 비틀었다.

마개가 틀어지자 부드러운 향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설마 짝퉁은 아니겠지.

아니지, 가져왔다고 했으니까 낙찰받은 사람에게 강탈해 왔겠네.

자.

시앙핑은 재준의 잔에 마오타이주를 쫄쫄쫄 따라 주었다.

“한번 맛을 느껴보세요.”

“저 먼저요?”

“손님에 대한 예의입니다.”

“그럼. 사양 않고.”

일단 맛을 보자.

재준은 향을 음미한 후 단숨에 목구멍에 넘겼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향이 입안에서 맴돌더니 코와 목을 통해 온몸으로 번져나갔다.

이야, 좋긴 좋구나.

“좋군요.”

하하하하.

시앙핑은 다시 재준의 잔에 술을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따랐다.

재준이 입맛을 다시며 술잔을 잡았다.

이런 훌륭한 술을 가져왔다는 것은 무언가 딜을 하자는 건데.

이번엔 건배.

카.

“역시 향이 좋고 목 넘김이 부드럽네요.”

“괜히 세계 3대 명주가 아닙니다.”

1915년 파나마 만국박람회 때 이야기를 아직도 우려먹고 있다.

박람회에서 스카치위스키와 꼬냑과 함께 세계 3대 명주로 인정을 받은 술이 마오타이주였다.

1915년이면 뼈까지 녹아내렸겠네.

“자, 그럼 부탁하고 싶은 걸 말씀하세요.”

“하하하, 역시 이번에도 사족은 걷어 내겠습니다.”

뭐, 중국이 원하는 거야 뻔하지.

“금을 사고 싶으신 겁니까?”

“맞습니다.”

음.

정말 궁금한데 물어볼 수 없는 게 금이다.

중국인은 왜 이렇게 금에 집착하는 것인지.

“현금은 아닐 테고 이번에도 대금은 중국 국채로 하실 건가요?”

“뭐든 원하는 걸 말씀하세요. 가능하면 들어 드리겠습니다.”

재준은 시앙핑이 다시 따라주는 마오타이주를 받고 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희토류 기업 주식을 주세요.”

“희토류 기업 주식이라니. 의외네요. 그렇게 중요한 기업이 아닌데요.”

2010년 중국이 일본을 희토류로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그에 일본은 2012년엔 미국, 유럽연합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 규제를 제소했다.

협정 위반 판결은 불을 보듯이 뻔했다.

일본은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선언하며 생난리를 쳤다.

이에 희토류 가격이 폭락하면서 중국 희토류업계는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지금은 그렇지.

적자가 났을 지금이 지분을 확보할 적기다.

“솔직히 러시아를 견제하려면 희토류만 한 것이 없어서요. 러시아는 석유도 많고 가스는 넘쳐나고 곡물도 저렇게 넓은 땅에 심기만 하면 될 테니. 무언가 무기는 하나 가지고 있어야겠는데. 그나마 희토류가 제일 낫더라고요. 이것도 그렇게 큰 무기는 못 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음, 그렇군요. 그래도 2,200억 달러만큼 기업의 주식이면 상당히 힘들 것 같은데요.”

하하하.

재준이 시앙핑의 말에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주석님. 솔직히 중국은 정부의 힘이 너무 분산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원만큼은 하나의 기업으로 통합해야죠. 그래야 이번 WTO 제재에도 힘을 발휘하는 거예요.”

슬슬 힘에 대해 자존심을 긁어 준다.

“그런 겁니까? 이번에 중국이 WTO 제재에 힘을 못 쓰는 이유가?”

“그렇죠. 기업의 크기가 힘을 나타내는 시대가 지금이니까요.”

시앙핑은 재준의 말이 맞다는 걸 알았다.

분산되어있는 기업으로는 통제의 범위가 너무 넓어 하나의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재준은 말을 이었다.

“중국난팡희토, 중국희유희토, 우쾅희토그룹을 통합하고, 중국 내 금속 연구 기업인 중국철강연구과학그룹과 비철금속그룹을 전부 통합하면 아마 힘 좀 쓸걸요.”

“중국에 대해 잘 아는군요.”

“내가 투자은행이란 사실을 잊으시면 안 돼요. 모든 정보는 다 정리되고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거든요.”

흠.

“희토류 기업을 통합하고 그 주식을 달라는 말입니까?”

“뭐, 내가 돈을 벌 만큼만 주면 됩니다. 이제 딸린 군식구가 좀 늘었거든요.”

“올리가르히를 말하는 거군요.”

“그렇죠.”

대두와 같이 기업 자체를 소유하는 게 아니다.

적당히 10~20% 정도만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좋습니다. 희토류 기업을 통합하고 그 주식을 드리겠습니다.”

“역시 화통하시네.”

자, 이제 중국의 일부를 손안에 넣었다.

“그런데 하나 걱정이 있습니다.”

“말해 보세요.”

“투마로우는 미국 은행입니다. 그렇다면 중국과 척을 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

“미국 은행이요?”

재준이 시앙핑을 본 후 술을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카.

“주석님이 구상하는 건 기업의 상품이 어디로든 자유롭게 왕래가 되는 글로벌 무역로 아닙니까?”

시앙핑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석이 되면서 가장 먼저 손을 댄 일대일로 사업.

“맞습니다.”

“그 상상은 누구를 위한 겁니까? 중국을 위한 겁니까? 아니면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나라를 위한 겁니까?”

시앙핑의 미간이 말할 수 없다는 듯 약간 구겨졌다.

재준이 대신 답을 내렸다.

“둘 다 아니죠.”

“…….”

“투마로우도 마찬가지예요. 저희는 미국에도 은행을 가지고 있고, 유럽에도 일본에도 한국에도 남미에도 은행을 가지고 있어요. 미국이든 다른 나라든 한 국가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또 다른 나라는 손해를 볼 거예요. 어느 한 곳의 이익을 생각하는 자체가 우매한 거 아닐까요?”

“…….”

“중국이 중국했다. 미국이 미국했다. 투마로우가 투마로우했다. 이 말의 의미를 아시겠어요?”

“긍정적이지만은 않게 들리는군요.”

“그래요? 왜 그럴까요? 전 좋아하는데. 중국이 중국했다. 좋지 않나? 그럼 중국이 미국했다는 어때요?”

음.

“상당히 불쾌하군요.”

“그렇죠. 중국이 중국이어야지 다른 나라가 될 수는 없어요. 투마로우도 마찬가지예요. 미국이네 유럽이네 하는 틀에 투마로우를 가두지 말아 주세요.”

하하하하.

그래, 웃어야지.

이제 중국이 하는 일을 거침없이 하도록 해.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중국도 내 앞에서 걸리적거리면 가차 없이 치워버린다는 의미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는데.

시앙핑은 재준의 잔에 술을 따르며 의미심장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투마로우는 미국 기업이 아니란 말이군요.”

“에이, 글로벌한 세상에 미국 기업, 중국 기업이 어딨어요? 단지 미국의 이익. 중국의 이익만 있는 거죠.”

하하하하.

시앙핑의 웃음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많이 웃어 둬.

이제 곧 웃음이 울음으로 바뀔 테니까.

***

러시아는 결국 크림반도에 정식으로 군대를 파견했다.

우크라이나는 본토의 내전으로 인해 크림반도에서 러시아와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었다.

여력도 없었고 크림반도의 사람들이 러시아를 원했다.

20년 전에 러시아에서 독립하고 시종일관 싸움만 일삼는 정치권 때문에 경제는 후퇴해서 IMF 구제금융를 받아야 할 처지인데 차라리 러시아에 편입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입장은 달랐다.

러시아의 경제 제재가 시작되었다.

***

러시아 크렘린궁.

“금은 러시아로 들어왔나?”

“네, 전량 중앙은행에 모두 이동시켰습니다.”

후.

푸챠르는 괜스레 한숨을 쉬었다.

이게 뭐길래.

후후, 임재준 꽤나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어.

올리가르히는 다 러시아를 떠났다.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들은 당분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다.

기업의 경영이란 것은 수장의 능력에 좌우될 확률이 매우 높으니까.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뒤에서 살살 조정만 하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적극 개입해서 크림반도를 손에 넣긴 했다.

이로 인해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버렸다.

“저쪽 경제 제재는 어느 정도인가?”

“농산물 수출입부터 저희 쪽 몇몇의 계좌 정지 등 여러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야 각오한 일이고, 셰일가스 상용화는 어때?”

“그 때문에 국제 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 중입니다.”

“그것도 이미 예상한 일이고.”

루블화가 반토막 났다.

“여론은?”

“부정적인 소리가 좀 있기는 한데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럼, 무시하면 되겠네.”

푸챠르는 비서실장에게 이제 됐으니 나가보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듯.

임재준, 이야기만 듣다가 직접 상대해 보니 꽤나 까다로운 놈이었어.

다시는 얼굴도 보기 싫을 정도로.

금을 손에 넣었지만,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그래도 오랜만에 싸움다운 싸움을 한 후련함은 있네.

푸챠르는 일어나 창가로 가서 담배 한 대를 물었다.

후.

깊게 내뱉은 연기를 보자니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사라지는 듯 보였다.

앞으로가 문제지.

또 미국이랑 한바탕해야 하는데.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역량을 집중해야겠어.

이번엔 브라질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해서…….

벌컥.

푸챠르가 앞으로 있을 현안에 집중하는데 누군가 감히 노크도 없이 들어왔다.

“뭐야?”

“저, 저, 저, 그, 그게…….”

비서실장 마카르였다.

그의 얼굴이 사색이었고 말을 더듬었다.

“뭐냐고?”

“그게, 중앙은행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루블이 더 떨어졌어?”

“그게 아니고.”

“빨리 말 안 해. 답답하게 뭐 하는 거야? 죽고 싶어?”

마카르가 고개를 푹 숙였다.

“금이 전부 가짜랍니다.”

뭐?

“너 지금 뭐라고 지껄인 거야?”

“금이 전부 가짜랍니다.”

뭐라는 거야?

금이 가짜라는 거야?

이런 개 같은.

“야, 가짜라고? 전부 다?”

“네.”

하하하.

임재준, 아직…….

“금 아직 중국에 있나?”

“…….”

“대답을 해.”

“알아보겠습니다.”

“필요 없고, 당장 중국을 친다. 헤이룽장성에 가서 은행들 다 털어. 거기 있는 금 다 가져와. 금 다 가져오란 말야.”

“대통령님. 그건.”

퍽.

비서실장 머리에서부터 굵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푸챠르가 던진 명패를 주워들어 다시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푸챠르가 비서실장을 보고 핏기 하나 없는 입술을 떼었다.

“중국을 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