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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15화 (215/477)

제215화 이게 금괴야. 난 이걸 쓰레기라고 부르지(16)

하얼빈시 호텔.

“미카엘라.”

“미하일.”

드디어 올리가르히 가족들이 상봉을 했다.

서로 부둥켜안고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아무리 냉혈인으로 살아온 그들이지만 사지에 몰려 죽는 날만 기다렸다가 극적으로 상봉을 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미안하오. 미안해. 모두 다 내 잘못이야.”

“그런 말 하지 말아요. 결국, 당신이 우릴 구했잖아요.”

엉엉엉.

좀 떨어진 곳에서 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장면을 지켜보는 마가리따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눈물을 훔치며 지켜보았다.

엘리자베스도 마가리따의 손을 잡아 주며 코를 훌쩍였다.

그리고 재밌다는 듯 빙글빙글 웃고 있는 재준을 향해 눈을 흘겼다.

“아저씨는 웃음이 나와요? 웃음이.”

얘가 갑자기 왜 그래?

“그럼, 나도 울어?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했어.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내가 죽을 때.”

뭐라는 거야?

이 상황에 갑자기, 뭐 남자는 세 번만 운다고?

“그건 이성적으로 말이 안 돼요.”

“왜?”

“부모님은 두 분이니까.”

헉.

맞는 말이다.

그럼 네 번 울어야 한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부모님보다 먼저 죽을 수도 있잖아요.”

헉.

그럼 두 번밖에 못 우는 건가?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참, 너도 이런 상황에 쓸데없이 이성적이네.”

흥.

“근데 이제 저들은 어디서 살아요?”

“글쎄, 본인들이 알아서 결정하겠지. 중국에 남고 싶으면 남고 다른 나라로 망명하고 싶으면 가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돈은요?”

“그러게.”

“뭐가 ‘그러게’예요. 아저씨한테 벌어 준 돈이 있는데 생활은 책임져 줘야죠.”

“내가? 왜?”

“이 아저씨가!”

이때 마가리따가 엘리자베스의 팔을 잡았다.

“이미 저들은 살길은 마련해 놨어.”

“네? 언제요?”

“가족들에게 상속된 재산이 유럽 전역에 있거든. 이미 수년 전부터 자금이 빼돌려졌으니까. 아마 그건 저들밖에 모를 거야.”

“아, 그렇군요.”

“거봐,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먹고 산다고 했어. 걱정할 걸 걱정해라.”

재준은 엘리자베스를 별걱정을 다한다는 듯 쳐다봤다.

이때, 미하일과 빅토르가 재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재준의 손을 잡았다.

“고맙습니다. 약속을 지켜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하하, 별말씀을.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니까요. 나도 큰 이익을 얻었으니 너무 고마워하지 마세요.”

엘리자베스는 ‘저 뻔뻔한 인간’이라는 듯 입술을 중얼거렸다.

“이번 일로 정말 많은 걸 느꼈습니다. 앞으로 조용히 가족들과 지낼 겁니다.”

“그러세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여기 마가리따에게.”

끝까지 남에게 떠넘기는 것 봐.

“아, 그리고 되도록 빨리 중국을 뜨세요. 여기 곧 시끄러워질 거니까.”

재준의 말에 미하일이 걱정 가득한 눈빛을 띠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까?”

“이제 시작이죠.”

“그렇군요.”

미하일은 자존심을 구긴 러시아가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재준이 또 무슨 일을 벌일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미하일과 빅토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박민수와 강호석이 다가왔다.

박민수가 먼저 재준에게 말했다.

“근데 왜 금을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항구로 보냈습니까?”

“러시아엔 부동항이 없어서 겨울엔 그쪽을 이용하잖아요.”

아, 부동항.

“그럼 러시아가 알아서 찾아가겠네요.”

“그렇죠. 문제만 안 생긴다면.”

박민수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문제라니.

아직 끝난 게 아닌가?

“설마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죠?”

“글쎄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워낙 다혈질이라 잘 넘어갈지 모르겠네요.”

“가만, 가만. 잠시만.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 같이 말을 하네요.”

“보면 알겠죠.”

불안하다. 불안해.

“우크라이나에 문제가 생긴다고 치고.”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보낸 금은 러시아에 잘 전달이 되겠죠? 혹시 중간에 누군가 가로채거나 사라지는 건 아니죠?”

“아, 금. 없어져도 상관없어요.”

“상관이 없다니요.”

“그거 짝퉁이거든요. 진짜는 아직 중국에 있어요. 어, 표정이 왜 그래? 모르고 있었나? 내가 말 안 했어요?”

모르고 있었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아, 참. 선적을 딩쉐이에게 시켰으니 당연히 모르겠구나. 암튼 그렇게 됐어요. 금은 아직 중국에 있어요. 중국에 있으면서 중국이 잘하는 걸 깜빡할 뻔했잖아요.”

“뭐라는 겁니까?”

정리하면 짝퉁 금을 딩쉐이를 시켜 러시아로 보냈고 진짜 금은 아직 중국에 있다?

박민수가 재준을 멍하니 쳐다보자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직 우린 부자예요.”

“야, 지금 중요한 게 그게 아니잖아. 임재준 너 정말 미쳤어? 미쳤냐고!”

“박 팀장, 진정해. 주먹은 내려놓고.”

드디어 박민수가 폭발해서 재준에게 달려들자 강호석이 득달같이 박민수를 끌어안았다.

“이사님, 들었죠. 저 미친놈이 또 일을 저질렀다고요. 그것도 러시아를 상대로. 짝퉁 금을 보냈다잖아요. 우리까지 속이고! 너 이리와. 당장 이리 안 와!”

재준은 뒤로 주춤 물러나며 손을 들어 진정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박민수만이 아니었다.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미하일이 빅토르에게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글쎄. 금을 짝퉁으로 보냈다는 것 같은데.”

“그치. 내가 잘못들은 게 아니지? 그래서 이제 시작이라고 한 거네.”

“그러게, 진짜 이제 시작이네.”

그럼.

미하일과 빅토르는 더 말을 하지 않고 뒤로 돌아 가족에게 갔다.

미하일은 아직도 그렁그렁한 눈물을 보이는 아내의 눈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오늘 밤이라도 중국을 뜹시다.”

“아니, 왜요? 또 무슨 일이 생겼어요?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예요?”

“무슨 일은 아닌데, 저기 저놈하고는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라며 손가락으로 재준을 가리켰다.

하지만 미하일의 아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아해했다.

“저분은 우리를 구한 은인이잖아요. 방금도 칭찬을 그렇게 하더니.”

“아니, 맘이 바뀌었어. 당장 떨어져 있어야겠어. 차라리 북한으로 들어가는 건 어때? 아닌가? 거긴 너무 위험한가? 그럼 가까운 한국으로 갑시다.”

딱.

“나도 같은 의견이네.”

빅토르가 손가락을 튕기며 미하일의 의견에 찬성했다.

“치안이 좋기로 유명하다니 우리 일단 한국으로 가세. 지금 당장.”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가장 영향력이 높은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중국을 떠나기로 하자 모두 한국으로 가기로 했다.

중국은 더는 미래가 없다.

***

중난하이.

시앙핑 주석은 딩쉐이의 보고를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

“지금 내가 들은 걸 믿어야 하는 거지?”

“그렇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임재준이 금을 주었다 빼앗자고 해서 자네가 선적을 담당해 주었단 말이지?”

“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세바스토폴로 보내면 우크라이나 내전을 일으켜서 그 틈에 금을 다시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근데 지금 우크라이나에 유혈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게 임재준이 일으켰다고?”

“아직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내전을 어떻게 일으키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유혈 사태가 터졌습니다.”

“그런데 거기다 우크라이나로 보낸 금이 가짜다?”

“네. 이건 저도 몰랐습니다. 나중에 보내고 나서야…….”

허, 이걸 어떻게 하지?

우크라이나 사태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터지는 거니까 그렇다고 치고.

금은 어떻게 해?

러시아에 지금 거기로 가는 금이 가짜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임재준에게 왜 그딴 짓을 했냐고 따질 수도 없고.

아니, 그것보다 임재준은 왜 일을 점점 어렵게 만드는 거지?

가만있어 봐.

그럼 일단 금은 임재준이 차지했어.

최소한 45일 후에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니까 그때까지 금을 처리하면 러시아가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떡해.

금 날린 거지.

그리고 중요한 건 저 금.

외관으로 보면 진짜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

짝퉁 기술력만큼은 중국이 세계 제일이니까.

중국뽕에 정신승리 하는 시앙핑이었다.

그리고 러시아가 팔기 전까지 보관한다면?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가짜라는 걸 알게 되잖아.

그럼, 그때 가서 뭐라고 할 건데.

할 말 없지. 날린 거네. 날렸어.

그런데 중국에겐 뭐가 남는 거지?

남는 게 없잖아.

우리도 뭐 좀 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임재준과 미팅 좀 잡아봐.”

“네.”

시앙핑은 자국의 이익만 생각하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등한시했다.

***

러시아 크렘린궁.

푸챠르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점점 심각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거참, 우크라이나 대통령. 빨리빨리 결정하라니까. 결국, 이렇게 터지고 말았잖아. 멍청하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연합 구제금융과 러시아의 차관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러시아 차관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처음엔 국민이 러시아 차관의 반대를 주장하며 행진하는 평화시위였는데 숫자가 불어나자 공권력이 투입되고 무력 진압이 시작되었다.

항상 그렇듯 경찰들이 국민들에게 발포하며 사상자가 나왔다.

분노한 국민들도 무장을 하기 시작하는데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경찰이 시위 중인 사람 하나를 가로수에 목을 매 죽이고 전시한 것이다.

솔직히 제정신이 아니다.

총에 맞아 죽는 것도 열불이 날 판에.

시위는 격화되었고 정부가 시위대에 밀리는 상황이 되었는데 갑자기 친러 세력들이 결집이 되더니 경찰과 합세해 시위대를 몰아붙였다.

특히 크림반도에서는 정도가 심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계가 60%를 차지할 만큼 친러 세력이 득세했다.

“크림반도를 확실하게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들어야 해.”

이때까지는 푸챠르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우크라이나 내에 있는 친러 세력을 부추기고 무기를 지원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하지만,

“유럽연합에서 맹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하루 이틀 일이야. 흘려버려.”

“그런데 크림반도의 세타스토폴 항에 곧 금이 도착합니다.”

“근데. 문제 있어? 도착하면 가져오면 그만이잖아.”

“몇몇 유럽 언론에서 2,200억 달러의 금이란 사실을 흘리고 있습니다.”

“뭐?”

“사태가 이 상태로 흘러가면 금이 항구에 도착하는 즉시 폭도들에 의해 도난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푸챠르는 인상을 팍 쓰며 자신의 앞에 있는 서류를 구겼다.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단 명분으로 러시아 군대가 진입하면 유럽연합뿐 아니라 전 세계가 들고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대규모 경제 제재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그렇다고 금이 수천 아니 수만 명의 시위대에게 도난당하는 것은 더욱 참기 힘들었다.

“크림반도를 자치 공화국으로 만들면 어때?”

“우크라이나에서 독립시키잔 말입니까?”

“우리도 코소보 독립 때 당했잖아. 똑같이 진행하면 자기들이 뭐라 그러겠어.”

코소보 독립 사건.

유고연방을 구성하는 6개의 공화국 중 4개가 독립을 하고 2개는 독립을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었다.

그중 하나가 코소보.

결국 1999년 코소보 내전이 터지며 나토가 개입하고 유엔의 통치를 받으며 2008년에 독립을 선언했다.

소련의 영향력에 있는 지역 하나가 미국의 영역으로 흡수되었다.

“우리도 우크라이나 유혈 사태를 내전으로 판단한다는 명목하에 러시아가 개입하게 해서 크림반도를 독립시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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