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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13화 (213/477)

제213화 이게 금괴야. 난 이걸 쓰레기라고 부르지(14)

중국에서 올리가르히 기자회견이 열렸다.

[저희 올리가르히는 미국으로 망명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미국은 이에 즉시 정부의 입장을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즉시 인권탄압을 중지하고 올리가르히 가족이 원하는 국가로 나갈 수 있도록 허락하기를 촉구합니다. 이는…….]

미국에 이어 프랑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등 러시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신기하게 중국도 이에 가담했다.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전 세계가 즉각 러시아 탄압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이는 또 다른 인권탄압이며 결코 세계 평화 질서에 부합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러시아가 인권탄압을 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러시아 국민은 자유로이 해외를 여행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척을 지지 않으면서 올리가르히 가족을 미국으로 보내라는 돌려까기를 시전했다.

그리고 시앙핑이 중국인민공화국 국가 주석이 되었다.

***

하얼빈 호텔.

“이야, 이거 지체 높으신 분이 여길 다 오시고. 반갑습니다. 딩쉐이 주임님.”

“당신만 하겠습니까?”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임명된 딩쉐이가 재준을 찾아왔다.

중앙판공청은 다른 나라의 대통령 비서실장 정도의 직위다.

“그래, 무슨 일입니까?”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에서 요청이 왔습니다. 지금 보유 중인 중국 국채 중 1/3 정도가 만기가 다가왔다고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이라더군요.”

재준이 빙글 웃었다.

“그러니까, 확실히 하자는 거네요. 금을 중국에 팔 건지 말 건지.”

“맞습니다. 지금은 금을 담보로 국채를 보유 중인데 이자를 지급하려면 소유가 분명해야 합니다.”

아하.

“금이 탐나는 건 아니고요?”

“절대.”

단어 선택은 단호했지만, 말끝이 흐려졌다.

“그럼, 이자를 원래 소유주인 은행에 지급하세요. 전 금을 팔 생각이 없어요.”

“러시아와 계속 대치를 하실 겁니까?”

“긴장감 있고 좋잖아요.”

“일개 은행과 러시아는 싸움이 되지 않습니다. 러시아를 제재할 자금도 없지 않습니까?”

“그래요? 나랑 계산이 다른데. 내가 훨씬 유리해요.”

그 말에 딩쉐이가 소리 없이 큭큭 웃으며 재준을 쳐다봤지만 재준은 심드렁하게 말을 이었다.

“안 믿네. 진짜라니까요. 그럼 중국은 자금이 충분한가요?”

“중국 1년 예산이 달러로 치면 15조 5천억 달러입니다.”

“에이, 그걸 다 맘대로 쓸 수 있어요? 그럼 대단한 거고. 그런데 그렇지 않잖아요. 거기서 1%나 쓸 수 있을까? 그리고 러시아를 제재하는 데 무슨 돈이 필요해요. 그냥 은행 문 닫아 버리면 끝나는 일을.”

“…….”

“그리고 돈을 쓴다고 쳐 봐요. 난 은행의 가용자금을 전부 한곳에 쏟아부을 수 있어요.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근데 중국이 예산을 막 끌어다 쓸 수 있어요? 거, 높은 양반들 비자금 다 털면 가능은 하겠다. 그것도 꽤 되던데.”

“그 얘기는 꺼내지 맙시다. 금 얘기하는데 갑자기 비자금 얘기는 왜.”

재준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손을 들어 ‘그럽시다’를 대신했다.

“어쨌든 난 금을 팔 생각이 없어요.”

“그럼, 언제까지 중국에 금을 놔둘 생각입니까? 우리도 상당히 곤란한 상태입니다.”

“아니, 왜 곤란해요? 러시아가 금이라도 내놓으라고 합니까? 자기 거라는 증거도 없는데? 그리고 고객이 보관료 주고 보관하겠다는데 정부가 나서서 막 쫓아내도 돼요? 정 어렵다면 미국으로 옮기고요.”

금을 옮기겠단 말에 딩쉐이가 난색을 표했다.

시앙핑 주석은 금이 중국에 있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다.

이 일을 자신의 실수로 망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냥 중국에 맡기십시오.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요. 그게 서로에게 좋을 거니까.”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재준은 일어서는 딩쉐이를 빙그레 웃으며 빤히 바라보았다.

딩쉐이는 재준의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을 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뭔가 있군요.”

“이야, 이래서 중앙판공청 주임이 된 건가요? 눈치가 백 단이네.”

“말해 보세요. 도울 수 있으면 돕겠습니다.”

음. 그러니까.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러시아에 있는 올리가르히 가족들을 중국으로 데려오고 싶은데, 중국이 조금만 협조해 줬으면 해서요.”

“네. 뭡니까? 하고 싶은 일이.”

“금을 줬다가 빼앗아 오려고 그러는데. 중국이 쉴드 좀 쳐 줄 수 있어요?”

“네? 줬다가 빼앗아 온다고요?”

“크게 어려운 건 없고 그냥 보초만 서 주면 돼요. 그 있지요? 똑바로 거래해라. 안 그러면 죽는다. 뭐, 이 정도 위협?”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자, 이리 가까이.

재준은 딩쉐이와 숙덕거리며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딩쉐이의 동공은 무한 확장하듯 커졌다.

이 새끼 진짜 미친놈 아냐?

푸챠르를 뭔 동네 양아치 정도로 생각하는 거야?

***

프랑스 엘리제궁.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올랑도 대통령은 수에즈 대표 윌리에게 아주 희한한 이야기를 들었다.

“보스가 말한 내용입니다. 저희도 확인해 보니 꽤 신빙성이 있습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그러니까 우크라이나에서 곧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그 시위로 인해 정권이 바뀐다는 말입니까?”

“네, 정권이 바뀔 정도는 아닐 거라 예측했는데 보스가 대통령님에게 그렇게 전하라 했습니다.”

1년 후에 있을 시위는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꿀꺽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돈바스 전쟁으로 번져 8년을 끌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재준이 우크라이나를 구하겠다고 나선 건 아니지만 그런 꼴을 만들어야 했다.

러시아는 정신이 좀 없어야 하니까.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연합은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반감이 아주 거셌다.

당연히 친러 성향을 너무 진하게 풍기며 국정을 운영하니 국민도 국민이지만 유럽 질서가 자주 허물어졌다.

유럽연합에 붙었다 러시아에 붙었다 하니까.

“그게 언제라고요?”

“올해 11월쯤이라 했습니다.”

앞으로 8개월 남았는데.

진짜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시위로 정권이 바뀐다고?

정권이 바뀔 정도면 유혈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아니, 지금 내가 이 말을 믿어야 하는 건가?

“근데, 윌리, 당신은 이런 임재준의 말을 믿어요?”

“안 믿죠. 8개월 후의 미래를 어떻게 장담할 수 있습니까.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렇죠?”

“근데, 대비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음.

올랑도 대통령도 윌리의 말은 인정했다.

우크라이나는 대통령이 5년마다 친서방 세력과 친러 세력이 번갈아 해 먹고 있었다.

그때마다 혁명이라고 불리는 일들이 일어나 유럽을 위기에 빠뜨렸다.

준비해서 나쁠 건 없지.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금융위기로 경제 위기가 닥치자 친서방 세력을 몰아낸 친러 세력인데 시끌시끌하다.

러시아와 가스 협상을 잘못했다고 전 총리에게 7년 형을 구형했다.

전형적인 정적 탄압이었다.

그뿐 아니다. 지금 헌법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1996년 헌법으로 회귀했다.

이거 완전히 독재할 생각으로 가득 찬 또라이다.

부정부패는 말해 뭐하겠나.

혼자서 700억 달러를 해 먹었다는데.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윌리 대표.”

“네, 별말씀을.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윌리가 나가자 비서실장을 호출했다.

“네, 부르셨습니까?”

“비서실장, 우크라이나 어떻게 생각해요?”

“우크라이나라면…….”

비서실장은 별일 아니라는 듯,

“또 친서방 대통령으로 바뀔 겁니다. 지금 대통령은 그야말로 엉망이니까요.”

“임기가 얼마나 남았죠?”

“3년 남았습니다.”

“지금 얼마나 안 좋은가요?”

“2010년에 IMF에서 두 차례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이행조건을 어겨서 구제금융이 끊겼습니다. 외환고가 계속 떨어져서 위험한 상황이고요. 그래서 유럽연합이 200억 유로 구제금융을 제도 개혁과 함께 제시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러시아도 150억 달러의 차관을 요구할 것이란 정보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손을 잡을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반반입니다. 유럽연합과 손을 잡으면 강력한 경제 개혁을 해야 하고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 관세동맹에 편입되어 속국 아닌 속국이 됩니다. 둘 다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음.

“그럼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시위가 일어날까요?”

“둘 중 뭘 선택하든 일어날 겁니다.”

“그렇군요.”

임재준이 예측한 게 이거구나.

어느 쪽에 붙어도 시위는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정권을 바꿀 정도로 과격하게 진행할까요?”

“그건, 너무 과한 추측일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자체가 친서방과 친러 세력이 반반인 상황이니 과격하게 되면 거의 내전 수준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만큼은 정치인이라면 피하고 싶을 겁니다.”

“그렇겠죠.”

그래도 모르니 대비는 해야겠지.

“독일에 연락을 취해 주세요.”

“네.”

올랑도는 혹시나 하는 맘이었다.

***

일주일 후.

미국 재무부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현재 투마로우 자산 중 2,200억 달러 상당의 금이 중국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마로우와 협의하여 금을 중국에 보관할지 미국으로 이송할지 결정할 계획입니다]

***

러시아 크렘린궁.

이런 개새끼.

푸챠르가 신문을 사정없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분을 못 이겨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자 비서실장이 불을 붙여주었다.

“이거 어떻게 안 돼?”

“국제 분쟁 소지가 있습니다. 힘으로는 안 됩니다.”

푸후.

연기가 거칠게 뿜어져 나와 정면으로 뿜어져 갔다.

“미국에게 연락해서 우리 입장을 설명해. 저 금은 올리가르히 금이고 아직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가져가고 싶으면 미 정부라도 2,200억 달러를 내놓고 가져가라고.”

“근데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

거친 푸챠르의 말에 비서실장이 인상을 팍 썼다가 폈다.

“올리가르히가 미국 망명을 발표했잖습니까. 우리가 소유권을 주장하기에 명분이 약합니다.”

“그럼 다들 러시아로 복귀하라고 해.”

“그것도 어렵습니다. 그들이 거절할 겁니다.”

들어오면 죽는데 들어오겠습니까?

“그럼, 가족들……. 아니야. 그건 그만둬.”

망명 발표 이후 올리가르히 가족들 주변으로 언론과 세계 비영리 단체에서 사람들이 파견되어 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뭐, 방법 없어? 진짜 아무것도 못 하고 금을 빼앗기는 거냐고?”

하, 진짜 이렇게 몰리다니.

임재준, 그냥 마피아를 시켜서 죽여 버릴까?

아니야, 그놈 주변에 블랙워터가 있어.

자칫 실패하면 더 큰 위기를 맞이할지 몰라.

“임재준과 다시 협상을 해 보겠습니다.”

“하지 마, 그놈하고 말하면 성질만 버려. 다른 방법을.”

이때,

띠리리링.

핸드폰이 울렸다.

임재준?

이놈이 먼저 전화를? 왜?

“여보세요.”

-하하하, 속이 더부룩해서 식사나 제대로 하시나 모르겠네요.

“남 걱정 말고 몸조리나 잘하는 게 좋을 텐데.”

-맞아요. 중국 음식은 너무 기름기가 많아서 좀 걱정이 되긴 해요.

“왜 전화한 거지? 농담이나 하려고 한 건 아닐 텐데.”

-금과 맞교환하죠.

“뭐?”

이놈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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