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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12화 (212/477)

제212화 이게 금괴야. 난 이걸 쓰레기라고 부르지(13)

러시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생각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심각한데.

올리가르히가 전부 몰살당하는 건가?

다이돈의 말에 올리가르히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이미 이야기가 끝났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일어설 기미가 없었다.

다이돈은 침통해 있는 올리가르히를 애처롭게 봤다.

글렀어.

이미 어딘가로 영혼이 빠져나갔네, 나갔어.

저 사람들 지금까지 강적을 만난 적이 없었던 거야.

어떻게 2,200억 달러를 포기할 수 있지.

보스라면 지옥 끝까지 가서 돈은 돈대로 뺏고 영혼까지 탈탈 털어서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했을 텐데.

대통령이 뭐 별거라고.

돈이면 나라도 좌지우지하는 세상에.

정말 한심하네.

재준과 비교하니 지금 올리가르히는 재벌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만큼 초라했다.

이때, 미하일이 벌떡 일어났다.

“중국으로 갑시다.”

“미하일, 지금 제정신이야?”

“그럼, 여기 이렇게 죽을상만 하고 있으면 일이 해결되나? 난 당장 중국으로 가야겠어. 대통령이고 나발이고 이제 지긋지긋해.”

하긴. 우리가 뭔 잘못을 했다고.

“갑시다. 중국으로.”

올리가르히들이 드디어 제정신을 차렸다.

다이돈은 갑자기 성찰한 올리가르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또 뭐야?

보스, 이것도 예상한 거야?

‘다이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올리가르히가 중국으로 온다면 비행기 표는 마련해 줘요. 하얼빈 국제공항으로. 내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고. 큭큭큭.’

거참, 치밀한 사람이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거야?

암튼 여기는 정리 좀 하자.

“저기 여러분.”

서로 분기탱천해서 중국으로 가자고 의기를 다지는 이들을 향해 다이돈이 손을 내밀었다.

“근데 중국 어디로 가는지는 아시는 겁니까?”

“그야…….”

모르지.

아이고. 이 양반들아.

“중국으로 가신다면 은행 측에서 비행기 표를 끊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임재준을 만나려면 하얼빈으로 가야 하거든요.”

“임재준이 하얼빈에 있습니까?”

“네. 거기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우리를 기다린다니. 우리가 중국으로 갈 걸 알고 있었던 겁니까?”

“꼭 그런 건 아닌데. 제 보스가 그럴 경우도 대비했습니다.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어주라고요.”

“역시.”

이대로 죽으라는 법은 없는가 보다.

올리가르히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문제는 푸챠르가 허락하냐는 건데.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러시아에 정식으로 공문을 띄우겠습니다. 최소한 변명거리는 될 겁니다.”

다이돈이 또한 해답을 주었다.

“그런다고 대통령이 허락을 할까요?”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여러분이 중국으로 간다는 의지가 중요한 겁니다. 아니면 방법 있습니까?”

“러시아에 가족이 있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죄 없는 사람을 마구 죽입니까? 일단 중국으로 가서 보스와 상의해 보시죠. 방법이 있을 겁니다.”

음.

미하일이 다시 선동에 앞장섰다.

“뭘 망설이는 거야. 가지 않을 거면 그냥 여기서 기다려. 나 혼자라도 갈 테니까.”

“거, 사람, 성격 급하기는. 알았어. 나도 갈 거야.”

영향력이 가장 높은 빅토르가 가세하자 다들 마음을 다잡았다.

“가자고. 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보면 알겠지. 지금보다 더 암울하지는 않을 거 아냐?”

“그래, 우리도 할 만큼 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괜찮아.”

이로써 이들은 하얼빈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러시아 크렘린궁.

하하하.

푸챠르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모두 중국으로 갔다고?”

“네, 그리고 여기.”

투마로우클레이스에서 보낸 공문을 내밀었다.

“이런 거야 읽으나 마나 한 거 아냐? 중요한 건 과연 올리가르히들이 중국에서 돈을 받아 오느냐인데. 가능할까?”

“가족이 러시아에 있으니 딴생각은 하지 못할 겁니다.”

“확실하게 해. 해외에 나가 있는 가족들 전부 귀국시켜. 딴생각을 품었을 때 결과가 예상보다 크다는 걸 각인시키라고.”

“네. 알겠습니다.”

푸챠르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인중을 톡톡 두드렸다.

임재준, 과연 돈을 내줄 마음은 있을까?

근데 올리가르히가 중국에 도착하고 임재준이 돈을 준다?

이거 지금까지 임재준이 열심히 그린 그림이 너무 우스워지는 거 아닌가?

이건 쉬워도 너무 쉽잖아.

그리고 돈을 받았다고 쳐.

과연 이놈들이 과연 돈을 가지고 러시아로 돌아올까?

가족이 있으니 쉽게 생각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금액이 너무 커.

300억 달러면 가족도 버릴 수 있는 돈이야.

한 번쯤 의심해 볼 만했다.

한화로 36조가 넘는 돈이니까.

***

중난하이.

“올리가르히가 여덟 명이나 들어왔다고?”

“네. 항공권을 보니 모두 영국에서 동시에 출발했습니다.”

“거참, 돈 많은 사람들이 영국을 거쳐 중국에 관광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그렇게 보기에는 짐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임재준에게 향했습니다.”

흥!

“그렇겠지, 설마 관광하러 왔겠어. 분명 저놈의 금 때문이겠지. 이거 괜히 시끄러워지는 거 아냐?”

“저희도 충분한 인력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자칫 위험한 일은 발생하면 바로 제압하겠습니다.”

“러시아라고 어물쩍거리다 일 커지면 걷잡을 수 없어. 러시아고 나발이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체포해 버려. 저항하면 사살해도 좋아.”

“임재준은 어떻게 할까요?”

“그 자식은 알아서 하라 그래. 죽든 말든. 하지만 우리 손에 임재준 피가 묻으면 안 돼. 절대 안 돼.”

“알겠습니다.”

“나가 봐.”

비서실장이 절도있게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시앙핑은 부쩍 자란 수염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올리가르히가 떼로 몰려왔다는 건 뭔가 중요한 일이 분명한데.

저 금, 올리가르히 거 아냐?

예전부터 저놈들 루블을 금으로 바꾸고 금을 달러로 세탁한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만약, 올리가르히 거면 러시아 정부랑 상관없는 거잖아.

자기들이 왜 사유 재산에 대해 이래라저래라야?

저 금, 중국 것이 되지 못하더라도 중국에 있어야 해.

***

하얼빈시 러시아 레스토랑.

재준은 한 층을 전부 전세를 내서 올리가르히를 편하게 맞이했다.

미하일이 재준과 안면이 있어서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오랜만입니다.”

“미하일, 무사했네요. 지금쯤 지하감옥에서 이끼를 뜯어 먹고 있을 줄 알았는데.”

끙.

“그렇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게 다 당신 덕분입니다. 도대체 일 처리를…….”

미하일이 뒷말을 삼켰다.

지금 와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봐야 소용없었다.

되도록 재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일을 원만히 처리하고 싶었다.

그런 맘을 아는지 재준은 웃었다.

하하하하.

“일단 앉으세요. 그래도 오랜만에 걱정을 덜고 식사하라고 여기 한 층은 전세를 냈습니다. 다른 눈이 없으니 맘 편하게 즐기세요.”

“즐길 입장은 아니지만 앉읍시다.”

커다란 대형 원탁에 올리가르히가 전부 앉았다.

재준 옆으로 박민수와 강호석 그리고 엘리자베스와 마가리따는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마기리따는 미하일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하일이 보기에 뭔가 꼭 자신이 잘못한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뭘까 이 분위기는.

재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원하는 걸 말씀해 보세요.”

역시 이번에도 미하일이 나섰다.

“금에 대한 중국 국채를 받아가야 합니다.”

“러시아에 돌아가시게요? 여기도 나름 살 만한데. 아니면 조금만 더 가면 한국도 있고 안전을 원하면 미국의 비버리힐스도 괜찮은데.”

“가족이 있습니다. 돌아가야 합니다.”

“아, 가족. 그렇죠. 가족은 소중하죠. 그럼, 가족만 안전하면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까?”

뭐?

이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다, 당연합니다.”

미하일이 말을 하기 전에 빅토르가 재준을 보며 말했다.

말을 하고 나니 목이 타는지 그는 물 한 컵을 단번에 마셨다.

탁.

“가족을 구할 방법이 있습니까?”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지요. 본인들의 의지가 문제지.”

“어떤 방법입니까?”

“에이, 그걸 말하기에는 내가 아직 당신들에 대한 믿음이 없어요. 얘기했는데 홀라당 러시아에 흘리면 난 뭐 완전히 당할 텐데요?”

“좋습니다. 그럼 가족을 구하는 조건이 뭡니까?”

자, 이제 밀고 당겨 볼까요.

“그건 당연히 금이죠. 금을 포기하세요. 그럼 가족을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금을 포기하라고?

이, 이 나쁜 놈.

“결국, 처음부터 금을 노리고 우리한테 접근한 겁니까?”

“어, 아닌데. 아니잖아요. 그거. 잘 생각해 보세요. 난 여러분이 금을 중국으로 들여오는 데 협조했습니다. 그리고 국채로 말끔하게 조치도 취했고요. 근데 어디서 잘못됐는지 아세요?”

“그건…….”

“애초에 자금 세탁을 하려던 당신들이 잘못 아닌가? 맞잖아요. 사실 푸챠르를 욕할 수도 없는 거예요. 그는 자국의 자산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내가 그쪽 대통령에게 고자질한 것도 아니고.”

“그럼, 어디서 일이 이렇게 꼬였다는 겁니까?”

재준은 빙글 웃으며 자신 앞에 놓인 보드카를 들어 올렸다.

건배.

카.

“누가 여러분의 금이 중국으로 흘러들어 왔다고 얘기했을 거 같아요? 먼저 얘기했지만 나는 아니에요.”

너무나 뻔한 결과였다.

대량의 금이 들어오면 은행에 금이 쌓일 거고 한 달도 안 돼서 중앙에 보고가 들어갈 것이다.

“중국이군요.”

딱!

“맞습니다. 그런데 중국을 또 나쁘게 얘기할 수 없어요. 러시아에서 이만 한 금이 들어오면 당연히 러시아에 확인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걸 알고 중국으로 금을 보내라고 한 거 아닙니까?”

“빅토르라고 했나요?”

“그렇소.”

“바봅니까?”

“뭐요?”

“내가 분명히 말했는데, 영국에 가서 찾아가라고.”

“…….”

“안 찾아갔잖아요. 왜 자꾸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서 핑계를 찾으려고 할까요? 그거 사회주의 국가 특징이에요. 버리세요.”

“…….”

“국채 줄 테니 가지고 내일 당장 떠나세요. 러시아 가서 뒈지든 말든 난 상관 안 할 테니. 너무나 뻔한 결과를 알면서 사지로 뛰어들겠다는데 말리지 않아요. 지금까지 죽어 나간 올리가르히가 몇인데. 돈을 가지고 러시아로 들어간다고요? 돈을 가지고 들어가면 당신들은 가족의 죽음부터 보게 될 거야. 뭐 길게 얘기해 봐야 입만 아프지. 내일 봅시다.”

재준이 벌떡 일어서자 미하일이 같이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하죠.”

미하일도 대통령의 말을 믿고 국채를 가지고 들어가려 했다.

재준의 말에서 지금까지 사라진 올리가르히들 모두 푸챠르와 비슷한 약속을 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해외 자산을 매각해서 가져오면 러시아에서 지위를 약속하겠다.

하지만 해외 자산을 정리한 즉시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가족 또한 보이지 않았다.

“가족을 구해 주면 금을 드리겠소.”

미하일.

나머지 올리가르히가 미하일을 노려봤다.

“내 개인적인 결정이야. 자네들은 각자 알아서 결정하도록 해.”

미하일은 슬쩍 고개를 돌려 마가리따를 봤다.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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