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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10화 (210/477)

제210화 이게 금괴야. 난 이걸 쓰레기라고 부르지(11)

결국 재준의 말에 더는 들으면 안 되겠다는 듯 강호석이 나섰다.

“조금?”

“조금이 아니야. 금을 옮기려는 순간 러시아와 중국이 둘 다 움직일 거야. 거기다 임 대표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순간 미국도 끼어들겠지. 강대국이 끼어들면 주변국들도 움직일 거고.”

“그러니까, 해 볼 만한 거죠. 근데 이 중에 누가 가장 똥줄이 탈까요?”

“당연히 러시아겠지. 중국은 창고 역할이니 손해 볼 건 없지만, 러시아는 고스란히 금을 강탈당하는 거니까.”

“그렇겠죠. 그럼 러시아가 무력을 행사할까요?”

“뭐? 전쟁?”

또 시작이구나, 또 시작이야.

박민수가 이건 아니라는 듯 머리를 감사 쥐었고 강호석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한숨을 쉬었다.

마가리따는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전쟁이란 말에 다시 뒤로 쓰러졌고 이 모든 반응을 이해 못 한 엘리자베스는 강호석에게 물었다.

“다들 왜 그래요? 설마 아저씨가 진짜 전쟁을 일으킬 거라 생각하시는 거예요? 하하하.”

강호석은 안쓰러운 눈빛을 엘리자베스에게 보냈다.

엘리자베스, 너 아직 저 미친놈을 몰라.

“엘리자베스, 임 대표가 대단한 게 뭔지 알아?”

“뭔데요?”

“임 대표가 말하면 그게 현실이 되는 거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상상으로 그친 적이 없다고. 솔직히 이제 무섭다.”

거짓말.

엘리자베스는 이번에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동안 재준의 영웅담을 듣기는 했어도 조금 과장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가, 원래 이야기란 뼈대 위에 살이 붙고 치장도 덧씌워져 화려하게 탄생하는 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말해주었다.

이 사람은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사실이 축소되어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포악한 행위를 한다고?

“미쳤어? 전쟁이라니, 왜 전쟁을 일으켜요?”

재준은 너무도 황당한 반응에 반사적으로 흠칫 몸을 뒤로 기울였다.

“아니, 내가 물어본 거잖아. ‘러시아가 무력을 행사할까요?’라고. 그냥 물어보기만 한 거라고.”

“임 대표, 그거 물어보면 진짜 그렇게 되잖아.”

“아니,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왜 그게 현실이 됩니까?”

“임 대표만 모르는 거야. 지금까지 그렇게 됐어. 그러니까 물어보지도 마. 생각하지 마. 아니다. 지금부터 아무것도 하지 마.”

음.

재준은 늦었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지금쯤 푸챠르와 부주석이 통화 중일 텐데.”

“뭐? 그걸 어떻게 알아.”

“방금 내가 러시아 대통령을 몰아붙였으니 중국에 전화해서 내 처리에 대해 의논하지 않을까요? 나라면 그럴 텐데.”

아. 늦었구나. 이미 늦었어.

***

중난하이.

“지랄하고 있네. 자존심만 세 가지고 돈도 없는 거지새끼들이.”

부주석은 러시아와 핫라인 통화 후 심기가 불편한 듯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욕을 내뱉었다.

오랜 세월 중국과 러시아는 사회주의 대빵은 누구냐를 놓고 싸워 왔다.

지금은 중국은 경제력 면에서 우위를 점했고 러시아는 군사력 면에서 중국을 한참 앞서 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지만 하수의 세계에서는 돈이 많은 것보다는 싸움 좀 한다는 놈이 더 큰소리친다.

오늘도 그 법칙은 변함이 없이 러시아가 중국을 아래로 보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심한 말은 오가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속내는 ‘한 대 처맞기 전에 금을 넘기든 임재준을 처리해라’였다.

무식한 시베리안시키.

부주석이 손짓을 하자 딩쉐이가 물 한 잔을 내밀었다.

벌컥벌컥.

“딩쉐이, 러시아 갔을 때 분위기 어땠나?”

“나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임재준을 처리하고 금을 러시아에 보내 달라는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남의 자산을 멋대로 처분하는 게 말이나 되냐고?”

“저희에게 뭔가 떨어지는 게 있으면 가능한 일 아닙니까?”

“콩고물 주워 먹겠다고 미국과 척을 질 수 있어? 저 금 지금 중국에 있다고 중국 건가? 하지만 가만히 놔두면 아무 문제 없어. 러시아는 좀 억울할 것이고. 미국은 계속 침을 흘리겠지. 하지만 중국이 계속 가지고 있어야 아무 문제 없다고. 지금 그게 임재준 생각이야. 저 여우 같은 놈은 절대 금을 옮기지 않아. 러시아의 속을 바짝바짝 태우다가 큰돈 받고 팔 거야. 두고 보라고.”

“그럼 저희는 손해 아닙니까?”

“정확히 보관료를 받고 있으니까 손해는 아니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저 금이 중국에 남을 수도 있고.”

“손을 쓸까요?”

뭐?

부주석은 딩쉐이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손을 쓰긴 뭘 손을 써? 자네 눈엔 임재준이 지나가는 행인으로 보이나? 지난번에 헬기까지 동원하고 개망신당한 거 몰라? 임재준 곁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런 말을 지껄이는 거야?”

“죄송합니다.”

“지금 조용한 것 같아도 전 세계의 눈이 임재준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 제발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

“네.”

이때.

똑똑.

“들어와.”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뜬 비서실 직원이 문을 열었다.

“부주석님. 임재준이 테러당했습니다.”

“뭐?”

벌떡.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누가 임재준을 테러했다는 거야?”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저격을 당한 건 확실합니다.”

저격? 이 상황에 누가 저격을 한다고.

부주석의 머릿속에 한 마리의 붉은 곰이 호탕하게 웃는 그림이 그려졌다.

이런 미친 러시아 새끼들.

그렇게 안 된다고 했는데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마네.

아니, 그보다 나랑 대화하는 척하고 그사이에?

이것들을 정말 확 당겨 버려?

아니지, 흥분할 일이 아니야.

우선은 모든 상황을 점검하고.

“임재준 상태는.”

“다행히 총알이 빗나가서 생명엔 지장이 없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이송되어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당장 정치안보보위국에 연락해서 병원 근처 보안 담당하라 그래. 근처 10km, 아니, 20km 내에 수상한 놈들은 모두 잡아들여.”

“네.”

“잠깐.”

“네?”

“그리고 병원에 얘기해. 임재준 일주일 안에 퇴원 못 하도록 시간 끌라고. 기자들 철저히 차단하고. 단 한 줄이라도 기사 나면 그 신문사 문 닫을 줄 알라 그래.”

“네.”

부주석은 명령을 내리고 슬며시 딩쉐이를 노려봤다.

“아니지?”

“저희는 아닙니다. 제 허락 없이 움직일 공안은 없습니다.”

“그럼, 러시아란 소리잖아.”

“부주석님. 뻔히 러시아 소행을 의심할 텐데 그들이 무작정 나설 리는 없습니다. 어쩌면 정치적인 목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가령 돈을 노리고 저지른 우발적…….”

“지금 머리로 생각하고 말하는 거 맞아? 무슨 돈을 노리고 저격을 해? 러시아에 핫라인 다시 넣어.”

“네.”

잠시 후 핫라인이 연결되었다.

-부주석님. 아까 못다 한 이야기가 있었습니까?

“지금 못다 한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요?

“지금 임재준이 저격당했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임재준 총 맞아서 중태에 빠져 있다고요.”

-이런.

이런? 중태라는데 겨우 반응이 이거야?

아니지, 내 말을 믿지 않아.

지금 상황을 뻔히 알고 있다는 소린데.

“러시아입니까?”

-아닙니다. 저희는 관계없습니다.

“믿어도 됩니까?”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거 아닙니까? 그건 부주석님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하여튼 러시아는 아닙니다.

푸챠르의 성격은 남에게 변명을 늘어놓거나 굽신거리는 걸 병적으로 싫어한다.

지금도 변명을 하는 대신 두리뭉실하게 말을 뭉개는 중이었다.

“알겠습니다. 믿겠습니다.”

-그럼, 믿으셔야지요.

통화를 끝낸 부주석은 ‘픽’ 하고 싸늘하게 코웃음을 지었다.

아니라고?

어디까지 거짓말을 하는지 보면 알겠지.

***

백악관.

“지금 뭐라고 그랬습니까? 임재준이 저격당했다고요?”

대통령은 CIA 국장 말에 허리가 부러지도록 곧추세웠다.

하지만 보고를 하는 CIA 국장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안심하십시오. 아무런 이상 없습니다. 저격한 솜씨로 보면 상당한 프로인데 제 생각으로는 일부러 빗나가게 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임재준이 쇼를 하고 있습니다.”

“쇼요?”

“네, 임재준 주변엔 블랙워터가 있는데 지금 수법이 저희가 사용하는 수법과 거의 일치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파악했는지 못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알게 되어도 아마 어쩌지 못할 겁니다.”

“임재준이 왜 쇼를 한 겁니까?”

“거기까지는 저희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중국과 러시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CIA 국장은 피식 웃으며 대통령 집무실을 나갔다.

비서실장이 CIA 국장이 나가자 대통령에게 다가왔다.

“예전부터 CIA 국장은 임재준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을 100% 신뢰하진 마십시오.”

“그래요?”

“예전에 CIA와 불법 상장 카르텔이 상당히 밀접한 관계였는데 임재준이 불법 상장 카르텔을 붕괴시켰습니다. 그때 악감정이 아직도 남아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번 사건도 임재준의 자작극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까?”

“그건 아닐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저격이라는 무모한 일을 벌일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임재준이 놓은 덫에 걸린 건 사실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처지가 됐을 겁니다.”

“그럼, 임재준은 왜 이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합니까?”

음.

비서실장이 잠시 생각하다 말을 꺼냈다.

“미국의 도움을 요청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임재준 혼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할 수 없으니까요. 잠시 저격이라는 사건으로 시간을 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칫 중국와 러시아가 손을 잡고 임재준을 압박하면 그가 있는 곳에서는 온전한 힘을 발휘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때 저희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음, 그렇군요.”

임재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을 벌이는 건지 알려주면 좋을 텐데.

이때,

띠리리리링.

대통령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여보세요.”

-하하, 대통령님 임재준입니다.

“아, 임재준. 몸은 괜찮아요? 지금 우리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 줄 알고 있는 겁니까?”

-에이, 뭐 그렇게 긴장할 일은 아니에요.

“저, 이번 건 자작극입니까?”

-와, 역시 미국은 다르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후.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유가 뭡니까?”

-중국에 있는 금을 미국으로 옮길까 하는데 대통령님이 나서 줬으면 해서요.

“금을 미국으로 옮긴다고요?”

-네, 아니지. 정확히 옮기는 척하려고요.

“옮기는 척은 뭡니까?”

-말 그대로 미국 정부가 금에 대해 언급만 해주시면 됩니다. 러시아는 금 달라고 징징거리지 중국은 당분간 중국에 둬야 한다고 쫑알쫑알거립니다. 그래서 둘을 싸움 붙여서 누가 이기나 보려고요.

“중국과 러시아가 싸울까요?”

-2,200억 달러면 싸울 만하지 않을까요? 중국은 그렇다 쳐도 러시아는 1년 예산과 맞먹는 돈인데요. 아마 러시아가 먼저 움직일 겁니다.

정확히는 먼저 움직이게 할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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