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09화 (209/477)

제209화 이게 금괴야. 난 이걸 쓰레기라고 부르지(10)

러시아 크렘린궁.

“올리가르히 전부 감옥에 수감했습니다.”

그 오랜 시간 불법과 탈세로 부를 축적했던 올리가르히들은 최후를 맞았다.

하지만 이들이 사라진다고 러시아가 깨끗해질까?

천만에. 현 세력을 등에 업은 새로운 올리가르히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수고했어. 그래서 우리 애국자들께서 얼마나 중국으로 보냈대?”

“2,200억 달러입니다.”

후우우우읍.

대통령이 화를 참느라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멈췄다가 내뱉었다.

“러시아 1년 예산과 맞먹는 돈을……. 사업체는?”

“전부 국영기업으로 인수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조만간 마무리될 겁니다. 올리가르히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죽일 순 없잖아. 하지만 죽는 게 차라리 나은 곳으로 보내.”

“네. 알겠습니다.”

“금을 가져간 투마로우는 대금을 지불했나?”

“그 부분은 모두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후후.

곧 죽어도 버티겠다?

“혹시나 나중에 풀려나면 찾으러 가겠단 생각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입을 열지 않는 걸 보면 이미 돈을 받았다는 소린데. 어디다 숨겨 놨을까?”

“그전엔 당스케방크를 통해 금을 구입해서 도이치방크에 금을 전달하면 미국에 있는 지사에서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근데 왜 이번엔 투마로우야?”

“당스케방크와 도이치방크를 임재준이 박살 내 버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번 자금 세탁을 맡은 거 같습니다.”

“임재준이 도이치방크도 무너뜨릴 정도의 거물인가?”

“월가에서 제일 큰 은행을 소유한 인물입니다. 유럽에도 몇 개의 은행을 소유하고 있고요.”

“그래?”

비서실장은 남이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추었다.

“지난 모라토리엄 당시 저희 러시아 국채도 80억 달러가 그쪽에 넘어갔습니다.”

“우리도 그놈한테 채무자란 말야?”

“네. 매년 이자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음.

대통령의 미간이 격하게 찌그러졌다.

난감한데, 하필 채권자라니.

모른 척하고 러시아 금이니 돌려 달라고 하면 어떻게 나올까?

“비서실장, 임재준 핸드폰 번호 알아낼 수 있어?”

“여기.”

비서실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품속에서 핸드폰 한 개를 꺼냈다.

“미하일에게 얻은 것입니다. 여기 임재준의 번호가 있습니다.”

“전화 걸어 봐.”

“네.”

비서실장이 재준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띠리리리링.

-오호라, 이거 웃기네. 미하일은 아닐 테고, 누가 나한테 미하일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을까요?

“난 러시아 대통령 비서실장, 게오르기요.”

-아, 그럼, 옆에 대통령 있겠네.

“그렇소.”

-그럼 바꿔야지. 뭘 자기소개를 하고 있어요?

비서실장이 입술을 꽉 깨물며 핸드폰을 대통령에게 건넸다.

대통령은 스피커 폰으로 전환해 탁자에 올려놓았다.

비서실장도 들어야 나중에 일 처리를 할 수 있을 테니.

“나.”

-알아요. 대통령인 거 할 말만 짧게 하세요. 지금 무척 바쁘거든요.

뭐야, 이 예의 없는 놈은.

하지만 오랜만에 패기가 느껴지네.

“화끈하네. 좋아. 간단하게 말하지. 중국으로 가져간 러시아 금, 우리가 다시 돌려받아야겠는데.”

-아, 금. 금 갖고 싶으면 직접 와서 가져가세요.

“뭐?”

-여러 은행에 흩어져 있어서 관리하기도 불편한데. 직접 수거한다니 내 수고가 좀 덜겠네요. 돈은 준비되셨지요?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대금이 지불되지 않았어.

“우리가 직접 가고 싶지만, 중국에서 금을 가져오면 국제 문제가 생겨서 안 되고 직접 보내주면 돈은 금이 도착한 후에.”

-뭐요? 후불? 거기다 오지도 않고? 제정신이에요?

“제정신?”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말을 내뱉는 게 정상은 아니죠.

“이 사람. 당신 내가 러시아 대통령인 거 알고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거야?”

-돈도 없으면서 대통령 타령이에요? 그리고 돈이나 갚아요. 이 빚쟁이 아저씨야. 대통령이고 나발이고 80억 달러도 없는 주제에 무슨 금입니까? 그리고 국제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중국이랑 해결해야지. 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예요? 지금 내가 목이 마른 건가? 아닌 것 같은데.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지. 어디 인건비도 안 주면서 일을 시키려고. 그럼 안 돼요.

“그래서 금을 못 가져오겠단 말인가?”

-거, 말귀 더럽게 못 알아 처먹네. 돈, 돈, 돈. 이런 얘기를 하려면 먼저 돈을 보내고 ‘금을 가져다줄 수 있겠소?’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돈도 안 주고 왜 금부터 달라는 거예요?

“돈은…….”

전 세계에서 생떼 쓰기로 두 번째라면 서러운 푸챠르가 말문이 막혔다.

당연히, 지금 2,200억 달러나 되는 돈을 여유 자금으로 갖고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1년 예산을 싹 쓸어 주고 금을 가져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무개념의 인간과 계속 대화를 해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진짜 투마로우 임재준 맞아?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쳐다봤다.

비서실장도 딱히 다음 대책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더는 할 말이 없는데 재준의 화살이 날아왔다.

-돈 없지요?

후.

냉정하게 생각하자.

“근데 이상한 게. 그 금은 투마로우가 산 게 아닌 거로 알고 있는데. 여기 올리가르히들이 보낸 거 아닌가?”

-누가 그래요? 내가 산 게 아니라고. 누가? 이거 전부 내가 산 거예요. 난 내가 샀다는 증거가 있는데. 그쪽은 그냥 보냈다는 증거 있어요?

“보냈다는 증거?”

증거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샀다는 증거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돈 준비되면 전화하세요. 이만 끊어요.

후.

대통령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위험에 닥쳤을 때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겠다는 듯.

“당신 죽을 수도 있어.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와, 협박하네. 혹시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당신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

뭐? 이놈이 진짜.

-거, 피차 인간인 건 마찬가집니다. 총알이 비켜 가는 인간은 없어요. 내 머리에 총알이 박히기 전에 당신 머리에 먼저 총알이 박힐걸요. 그리고 내 뒤에 중국이 있어서 당신은 아무것도 못 해요. 그러니까 괜히 폼 잡지 말고 돈부터 구하세요.

“이 까래이스키.”

-아, 80억 달러도 준비해요. 이번엔 채권 만기 연장 안 됩니다.

대통령은 멍하게 핸드폰을 바라봤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나한테, 러시아 대통령인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

어떤 나라의 대통령도 나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진 않는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도.

대통령은 비서실장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네.”

“중국 부주석 핫라인 연결해.”

중국과 손을 잡든 총을 겨누든 이놈부터 죽인다.

***

중국 하얼빈.

통화를 마친 재준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돈도 없으면서 허세는.”

“아저씨.”

엘리자베스가 재준을 신기하다 못해 애처롭게 바라봤다.

“왜?”

“병 있어요?”

“병? 아니 난 건강한데. 이거 봐.”

재준은 자신의 가슴을 쾅쾅 두들기며 멀쩡하고 건강한 신체를 과시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켰다.

“거기 말고 여기. 아무래도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편도체가 손상을 입었거나 아니면 아예 없는 거 아니에요?”

“또 왜?”

“방금 통화한 사람 러시아 대통령 아니에요? 그 피도 눈물도 없다는 미친 곰.”

“피도 눈물도 없는 건 모르겠고 미친 곰탱이는 맞아. 근데 곰인 주제에 아무 때나 오리발을 내밀지. 돈만 갚으라면 나 몰라라 하거든.”

“그 사람이 러시아에서 숙청한 사람이 몇인 줄 알아요? 기록엔 수백 명이지만 수만 명도 넘어요. 정말 위험한 인간이란 말이에요.”

“근데?”

“근데라뇨.”

어휴.

재준과 엘리자베스의 아옹다옹 다투는 걸 보고 있는 박민수와 강호석의 한숨이 애절하게 들렸다.

한때나마 엘리자베스에게 희망을 걸었는데 역시 재준을 잡기에는 경험이 부족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막강한 전력이었지만 이제는 평범한 아줌마로 전락한 마가리따.

저기 봐라, 재준의 통화를 들은 마가리따는 거의 반쯤 정신을 놓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지 않은가.

참다못한 박민수가 재준에게 힘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이제 정말 평안이란 단어는 사전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도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미래를 본다더니 이제 자신이 죽을 때를 알게 된 겁니까?”

쯧.

재준이 혀를 차며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다들 뭘 모르고 있어. 이게 바로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전술의 한 부분이야.”

“전술?”

모두 재준을 향해 ‘그런 거였어?’라며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뻥치고 있네.”

엘리자베스는 절대 재준의 말빨에 넘어가지 않았다.

“뭐?”

“어디서 들은 건 있어 가지고. 아저씨는 전술이라지만 그냥 나오는 대로 내뱉은 거잖아요. 그게 어딜 봐서 전술이에요?”

어허.

“모르는 소리. 자, 내가 좀 과하게 푸틀러를 자극했단 말이야. 그럼 푸틀러는 어떻게 나올까?”

“아저씨를 죽이려 들겠죠. 그 사람 자존심 엄청 강해요.”

“좋아, 어떻게? 여긴 중국인데.”

음.

중국까지 들어와서 아저씨를 죽이는 건 러시아도 위험부담이 크겠네.

“그럼, 중국을 벗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피아를 보내는 건가?”

“야, 넌 왜 꼭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데? 그 사람들 다 정치인들이란 말이야, 정치인.”

“정치인이 뭐요?”

“정치인은 먼저 명분을 세우고 움직이는 거야. 맘에 안 든다고 바로 칼을 꺼내 찌르지 않는다고.”

“러시아 명분이 뭔데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모르면 어떻게 대비를 하는데요.”

“한 가진 확실하지. 중국에게 손을 내밀 거야.”

“그럼, 중국인이 와서 죽이는 건가요?”

“또 죽여? 그만 죽여. 자, 저 금이 들어온 경로가 불법이라면 어떨까?”

“불법 아닌데.”

“중국 공산당이 불법이라면 불법이 되는 거야. 그게 중국답잖아.”

“그럼, 금을 빼앗기는 거예요?”

“근데 우리한텐 중국 국채가 있어. 중국도 맘대로 하지 못할 거라고. 그럼 러시아도 답답하겠지. 중국도 답답할 거고. 근데 러시아가 계속 채근하면 어떻게 되겠어?”

“짜증 나겠죠.”

“맞아. 이때 사건이 하나 발생하는 거야. 누군가 우리를 테러하는 거지. 러시아에서 온 무시무시한 사람이.”

“러시아에서 사람이 와요?”

“그냥 그렇다는 거야. 중국을 자극하게 만들어야 하거든. 엄밀히 말하면 지금 저 금은 중국 거잖아. 내가 국채를 받고 팔았으니까.”

“판 게 아니잖아요. 국체를 담보 삼아 맡겨 놓은 거지.”

“그렇지. 근데 계약 내용을 모르는 외부에선 그렇게 안 보이거든. 자, 이때 우리가 금을 미국으로 옮기려고 하면?”

와, 진심 미쳤다.

엘리자베스는 재준의 말을 상상하며 긴장이 돼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계약 내용은 중국 당국도 모른다.

외부에서 봤을 땐 재준이 금을 중국 은행에 판 것 같은 모양새였다.

러시아는 아직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금이니 러시아에 속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중국은 당연히 지불이 끝난 금이니 중국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서로 탁자에 앉아 서로의 고충을 진중하게 얘기하면 다 해결될 일이지만 어디 중국과 러시아가 그런 나라인가.

지금도 사회주의 패권을 가져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는 나라인데.

“임 대표,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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