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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06화 (206/477)

제206화 이게 금괴야. 난 이걸 쓰레기라고 부르지(7)

하얼빈은행.

은행에 들어선 재준은 심드렁하게 쳐다보는 은행원과 눈이 마주치자 마주 노려봤다.

뭐야, 눈싸움이라도 해보자는 거야?

재준은 줄도 서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가 그의 앞에 앉았다.

“영어 할 줄 알아요?”

“네, 하지만 외국인은 저희 은행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은행원이 마가리따와 엘리자베스를 퉁명스러운 눈길로 힐끔대며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당신 위에 있는 사람 좀 데리고 올래요?”

“뭐요?”

“말귀를 못 알아먹네. 당신 윗사람 데리고 오라고. 내가 여기 1억 달러를 예치하려고 하는데 당신이 처리할 수 있어?”

“네? 1억 달러?”

“그래, 6억 6천만 위안.”

“6억 6천만 위안이요?”

6억 6천만 위안이란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재준에게 쏠렸다.

잠시, 잠시만요.

은행원은 벌떡 일어나더니 전속력으로 대리한테 달려가자 대리가 ‘난 안 돼. 행장실로 달려’라고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은행원은 대리의 지시를 받아 두 팔을 흔들며 2층 행장실로 방향을 바꾸어 뛰었다.

재준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돈 벌려면 뛰어야지. 그럼, 그럼.

잠시 후.

다다다다닥.

행장과 행원이 나란히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행장은 재준 앞에 서자마자 갑자기 꾸벅 허리를 숙였다.

“귀인을 몰라뵈었습니다. 행장실로 가시죠.”

“그럴까요?”

재준이 앞서가자 뒤에 엘리자베스와 마가리따가 따라붙었다.

또 무슨 엉뚱한 짓을 저지르냐는 듯한 얼굴로.

“아저씨, 중국 은행에 예치하려고요?”

“응, 한 2,200억 달러 정도.”

“뭐라고요?”

놀란 건 엘리자베스뿐이 아니었다.

행장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이건 무슨 개소리지?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황당한 말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례지만, 방금 뭐라 하신 겁니까? 제가 잘못 들은 거죠? 2,200억 달러라니요.”

“맞는데. 왜요? 안 되나요?”

“당연히 될 리가 없잖습니까?”

“왜 안 되는데요?”

“그 돈이면 헤이룽장성 일 년 예산보다 많은 돈입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은행 두세 군데 나누면 되잖아요.”

“그걸로도 모자랍니다.”

그럼 헤이룽장성 은행을 다 동원해야 하나?

“그럼, 성장 저우샹을 부르세요. 같이 얘기해 봅시다.”

“네? 성장님을요?”

“네. 투마로우 임재준이 왔다고 하면 바로 달려올 겁니다.”

“자, 자, 잠시만요.”

재준을 귀빈실에 모셔 놓고 행장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성장님!

그래도 행장인데 무슨 동네 아저씨처럼 이리저리 달려가는 행장을 보며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저었다.

불쌍하다.

임재준을 만나면 누구든 수명이 하루에 일 년씩 줄어들겠어.

나도 마찬가지고.

“아저씨. 2,200억 달러라뇨. 그 돈을 왜 중국에 예치를 해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재준이 속삭이듯 말했다.

“정확히 내 돈은 아니고 올리가르히 금이지.”

푸흡.

마가리따가 잘 마시던 차를 밖으로 뿜을 뻔했다.

임재준이란 사람은 도대체 정상적인 행동을 하면 어디가 병이 나는 인간이 틀림없었다.

“아니, 올리가르히 금을 왜 중국으로 가져와요?”

“전에 미하일하고 얘기하는 거 못 들었어요? 그때 다 얘기했는데.”

“그건 알아요. 근데 그게 금이었어요?”

“그럼 루블을 보내요?”

“그런 거 아니었어요?”

“아니 누가 루블을 기차에 실어 중국으로 보내요? 그냥 은행 가서 키보드 몇 개만 두드리면 되지.”

껌뻑 껌뻑 껌뻑.

마가리따의 눈꺼풀이 도저히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것처럼 쉬지 않고 움직였다.

재준의 말대로였다.

자신이 들은 건 그저 중국으로 보낸다는 거였다.

그걸 루블로 착각했는데 이제 와 생각하니 멍청했다.

‘내가 어디로 보내면 됩니까?’

‘중국.’

이게 미하일과 재준의 대화였는데 저 둘이 주고받는 게 금인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다다다다닥.

여러 명의 바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벌컥.

급하게 문이 열리고 헤이룽장성 성장 저우샹이 놀란 눈으로 재준을 바라보았다.

“아니, 여기 오신다면 오신다고 연락을 주시지, 이렇게 불쑥 찾아오시면 제가 뭐가 됩니까?”

하하하.

“아니 조용히 일만 처리하고 가려고 했죠.”

“그래도 그렇지. 우리 헤이룽장성의 은인을 이렇게 돌려보낼 수 있겠습니까. 어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시죠.”

“아니 됐습니다. 그보다 여긴 엘리자베스라고 카킬 가문의 후계자입니다.”

“네? 아니 이런 귀한 분을.”

저우샹이 정성스레 엘리자베스에게 인사를 했다.

“여긴 로이드레퓌스 전 회장님.”

“네? 존경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본 은행장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성장이 누군가. 헤이룽장성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웬만한 중국 주변국 나라의 시장보다 끗발이 있다고 여겼는데 재준을 비롯해 일행에게도 굽신거리기 바쁜 모습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얼른 행원들을 동원해 귀빈실 중 한 곳을 꽃이며 도자기로 장식하고 수십 종류의 다과와 간단한 음식 그리고 차를 내주었다.

엘리자베스와 마가리따는 앞에 놓인 음식을 보고 미간을 찡그렸다 폈다.

이거 골판지로 만든 과자 아냐?

아니면 찰흙이라든가.

행장과 성장이 나란히 앉고 그 앞에 재준과 일행이 앉았다.

너무 긴장한 행장은 연신 차를 홀짝였고 역시 성장은 여유롭게 대화를 시작했다.

“원하시는 걸 말씀해 보십시오. 무엇이든 해 드리겠습니다.”

“은행에 돈 좀 예치하려고요. 대략 2,200억 달러.”

꼴깍.

“네.”

저우샹은 행장에게 오면서 이야기를 들었지만, 본인에게 직접 듣는 저 금액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중국 1년 예산이 대략 10조 위안이니까 달러로 환산하면 1조 5천만 달러 정도 된다.

근데 2,200억 달러라면 중국 1년 예산의 칠 분의 일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헉, 그럼 13억 중국 인구 중 1억 8천 명을 위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돈?

인도네시아 정도 되는 나라를 1년 동안 운영할 수 있는 돈이라니.

이런 돈이 헤이룽장성에 들어온다고?

실제로 이 돈이 저우샹이 맘대로 쓸 수 있는 돈은 아니다.

하지만 은행에 예치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자는 물론이요, 외부에서 투자를 더 왕성하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재준은 자꾸 움찔움찔 얼굴 근육이 움직이는 저우샹을 보며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냥 웃게 해 줘야지.

저러다 얼굴에 경련 일어나겠네.

“근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요? 문제라뇨? 무슨 문제요?”

저우샹은 급한 나머지 같은 질문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과거 임재준의 행보를 보아 언제 말을 뒤집을지 모르는 인간이란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걱정할 건 아니고요. 그 큰돈을 하얼빈은행 혼자서 담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어, 그러네, 그러니까, 행장, 가능해요?”

아니요.

행장은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뭐? 불가능하다고? 이런 기회가 평생 몇 번이나, 아니 한 번 오기도 힘든데 무조건 되고 봐야지. 이 사람이 정말.”

어허.

이놈의 중국의 무대뽀 정신.

안 되는 걸 어떻게 된다고 그래.

재준이 손을 흔들어 저우샹을 진정시켰다.

“성장님, 좀 진정하세요. 저도 은행을 해 봐서 아는데, 한계를 넘어선 투자를 받으면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위험한 투자를 하게 돼요. 그러다 손실이라도 나면 바로 부도나는 겁니다.”

부도?

“아, 그렇군요.”

너무나 아쉬운 표정을 지은 저우샹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이런 기회를 또 얻기는 힘든데.

“그래서 저한테 묘안이 있는데.”

“그게 뭡니까?”

“헤이룽장성 산하 13개의 도시가 있고 각 도시에 지방 은행이 있잖아요.”

“그렇죠.”

“나한테 중국 국채를 가져오는 은행에게 그에 해당하는 금을 예치하겠습니다. 저한테 2,200억 달러 상당의 금이 있거든요.”

“금?”

금이면 달러보다 더 좋은 거 아닌가?

중국인 금에 대한 사랑은 달러 이상이었다.

이건 통장에 전산으로 찍히는 숫자가 아니다.

실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금이다.

근데 2,200억 달러 상당의 금이면 부피가 어마어마할 텐데.

저우샹은 순간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어디 금광이라도 발견하신 겁니까?”

“아니요? 금광은 무슨. 러시아에 곡물 팔았는데 달러가 없다잖아요. 그렇다고 루블을 받을 수도 없고요.”

“그렇죠. 그거 완전히 쓰레긴데. 위안화라면 모를까.”

“그래서 그때그때 금으로 받기로 했어요. 좀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근데 금을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려고 하니, 여간 절차가 까다로운 게 아니더라고요.”

“맞습니다. 그 유럽 애들은 좀 귀찮게 복잡하죠.”

“그런데 마침 저우샹 성장이 생각나지 뭡니까? 그리고 때마침 중국과 러시아 철도가 연결된 게 여기 헤이룽장성이잖아요.”

짝.

저우샹이 손뼉을 짝 쳤다.

“바로 이게 우리의 연이 하늘에 닿았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대표님이 헤이룽장성에 첫 투자를 하시고, 또 때마침 식용유가 100% 폭등하여 저희 성의 인민의 생활이 풍족해지고, 어쩌다 러시아에 곡물을 수출했는데 금으로밖에 받을 수 없고, 때마침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철도가 여기 헤이룽장성밖에 없다니. 이거야말로 하늘의 계시가 아니겠습니까.”

“아, 그렇게 되는 건가요?”

하하하하.

“이제 금값만 오르면 되는군요.”

“음, 그러네. 여기 헤이룽장성에 두고두고 있다가 금값이 오르면 다시 러시아에 팔아 버려야 하겠네요.”

“어, 대표님. 천재신데요?”

“장성님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하하하.

재준의 저 가식적이고 짜증나게 사기 치는 모습을 지켜보던 엘리자베스와 마가리따는 밖에 있는 행원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봐요, 여기 배갈(baigar) 없어요? 배갈. 내가 먹고 뻗어야지. 원.”

재준은 흠칫 놀라 엘리자베스를 쳐다봤다.

배갈은 또 어디서 주워들은 거야?

근데 어째 너 나를 닮아가는 것 같다.

하긴 내 밑에서 일하려면 나를 닮는 게 낫지.

재준은 핸드폰을 꺼내 박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형, 헤이룽장성 장성과 이야기 다 잘됐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가서 계약만 하면 다 끝나는 거죠?

“네? 그게 무슨 말이죠? 끝나다니. 이제 시작인데.”

-시작이라니? 끝나야죠.

“시작인데.”

-끝이 아니고?

“그렇죠. 이제 헤이룽장성 안에 있는 13개의 은행에서 연락이 오면 달려가서 금을 예치하고 담보로 중국 국채를 받아오면 됩니다.”

-네? 지금 뭐라 지껄인 거죠? 13개? 헤이룽장성? 그러니까 연락이 오면 대한민국 두 배가 넘는 헤이룽장성을 누비면서 그때그때 계약을 해야 한다 그 말이죠.

“제대로 알고 있네. 역시 박 형이에요.”

-야, 임재준. 너 당장 이리와. 당장 안 와?

“치치치치치, 어, 이, 이, 이거, 중국, 치치치치치, 신호, 가, 가. 치치치치. 안 들,들려, 치치치치, 요”

옆에서 엘리자베스가 풀린 눈으로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손을 들었다.

“아저씨, 배갈 한 잔?”

넌 또 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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