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05화 (205/477)

제205화 이게 금괴야. 난 이걸 쓰레기라고 부르지(6)

연쇄살인범이 있다.

하나하나가 잔인하고 잔혹한 사건들로 열 명이나 죽였다.

그럼 우리는 이 연쇄살인범의 어떤 범죄가 가장 잔인하다고 생각할까?

맞다.

제일 처음 사건과 제일 마지막 사건.

중간에 아무리 가장 잔인한 사건이 있어도 그건 기승전결의 승과 전에 해당한다.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리는 건 처음과 끝, 기와 결이다.

-제이크, 시장의 충격은 최소화하도록 도와줄게요. 근데 그 범죄를 저지른 범인은 변하지 않는 건 알죠?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역시 똑똑한 사람은 다르다니까.

너만큼 똑똑하겠냐.

도이치방크를 죽여달라.

-혹시나 해서 알려 주는 건데요. 도이치방크 죽이진 마세요. 부도라도 나면 끔찍하잖아요.

“그럼 어느 선에서 정리하는 게 좋겠습니까?”

-투자은행에서 손 떼는 정도. 도이치방크는 월가 토박이가 아니잖아요. 이제 본국으로 돌아갈 때가 된 거죠.

“그렇군요.”

그럼 임재준 넌 토박이냐?

“어느 선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그럼 믿고 전 다른 일을 보겠습니다.

“네.”

-아, 지금 독일에서 일어나는 일은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그건 독일이 알아서 할 거니까.

“네.”

알았어. 알았다고.

이 빌어먹을 놈아.

아니네, 빌어먹을 일이 없네.

이 먹고 뒈질 놈아.

“론, 어딨어?”

론이 컴퓨터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방금 뭐라 했지?

아, 지금 독일에서 일어나는 일.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네.

“TV 리모컨 어딨지? 뉴스 좀 틀어 봐. 독일에서 뭔 일이 일어났는지 보게.”

“네.”

론도 리모컨을 찾지 못하자 아예 TV로 달려가 수동으로 TV를 켜서 뉴스 전문 채널로 돌렸다.

TV를 본 두 사람은 방영되는 뉴스를 체감하지 못하는 듯 입을 떡 벌리고 다물질 못했다.

난리 난리, 아주 난리가 났다.

화면에서는 독일 연방 검찰 수사관 수십 명이 도이치방크 글로벌 본사로 쳐들어가는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게 뭐야?”

“도이치방크 완전 뭐 됐는데요?”

[오늘 오전 9시 검찰이 도이치방크 글로벌 본사를 상대로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갔습니다. 내부 정보통에 의하면 도이치방크 공동 CEO인 위르겐 포츠의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론, 저게 실제 일어나는 일 맞지? 독일 놈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신성불가침인 도이치방크를 검찰이 지금 털고 있는 게 맞는 거지?”

“그런 것 같은데요. 어, 저기 수갑 찬 놈도 보입니다.”

[새로운 소식이 전달되었습니다. 이번 압수수색 현장에서 임원 5명을 긴급체포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탄소배출권 유가증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10%의 부가가치세를 이용해 탈루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들이라 합니다.]

“아니, 6명의 임원 중 5명이 끌려가는 거야?”

“이거 은행 전체가 연루된 것 같은데요. 심각해요. 저러면 도이치방크의 도덕적인 명성에 주홍글씨가 제대로 새겨지는 건데.”

[12명의 트레이더 외에 IT 부서와 은행 내부 감찰 부서도 연관되어 은행 전체가 수익 창출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론, 지금 도이치방크는 레버리지드 슈퍼시니어 채권 소송에 리보금리 조작 그리고 탄소배출권 거래 세금 탈루까지 저지른 거지?”

“믿기지 않지만 그렇습니다.”

“도이치방크가 월가에 언제 들어왔지?”

“2002년이니까 이제 딱 10년 됐습니다. 2002년, 2003년, 2005년은 올해의 투자은행상을 받기도 했고요.”

“어쩐지 짧은 시간에 벌지 브래킷으로 올라섰다 했더니 아주 골고루 해 드셨네요. 지금 벌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감도 안 와.”

“회장님, 그래도 리보금리 조작에 비하면 저건 새 발의 피입니다.”

“그렇지. 저건 그냥 독일에 한정된 범죄고. 이건 세계를 상대로 사기 친 거니까.”

한동안 시끄럽겠는데.

아니, 임재준은 무슨 생각으로 왜 벌집은 들쑤셔 놔서.

아니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저건 범죄 행윈데.

“론, 펠그리니 좀 만나러 가자.”

“네, 준비하겠습니다.”

***

러시아, 올리가르히 모임.

현 대통령 오리발 푸틀러의 통치하에 살아남은 올리가르히 여덟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 정부에 머리를 조아렸으며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푸틀러에게 갖다 바치고 목숨을 부지했다.

더는 러시아에서 발 뻗고 살기가 두려워졌다.

언제 어떻게 숙청당하고 재산이 몰수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최근까지 작게 작게 자금 세탁을 하다 본격적으로 큰돈이 움직이려는 찰나 문제가 생겼다.

미하일 프로로프가 어두운 얼굴로 먼저 입을 열었다.

“모두 알겠지만, 해외로 우리 재산을 옮기는 일에 제동이 걸렸어. 에스파냐의 당스케방크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고. 그 병신같은 게르만 놈들이 아주 제대로 해 먹다 걸려서 이제 그쪽을 통해 자금을 옮기기는 틀려먹은 거 같아.”

블라디슬라프 도로, 러시아의 부동산 재벌.

세계적인 리조트 건설 업체인 파만의 CEO가 미하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봐, 미하일. 이번에 마가리따가 투마로우 임재준을 데리고 왔다던데. 사실인가?”

“사실인지 알면서 왜 물어봐? 꼬리는 시원찮게 붙여서는.”

“자네는 안 붙이나? 어쨌든 이번 도이치방크 사건은 투마로우가 터뜨리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어. 자네도 거기에 한몫한 거 아닌가?”

“투마로우가 도이치방크를 곤경에 빠뜨린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나선 적은 없어. 그리고 투마로우가 우리 자금을 세탁해 주겠다고 도이치방크를 엿 먹이는 게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닌가?”

“그게 왜 우리한테 좋은 거지?”

“독일 놈들 일 처리가 예전부터 맘에 안 들었어. 투자은행 흉내나 냈지 어디 제대로 처리하는 거 봤나? 지금 도대체 몇 건이 터진 줄 알아? 이건 투마로우가 아니라도 언젠간 들통이 났을 일이야. 그때 우리 자금이 묶였으면 어쩔 건데?”

“그렇다고 투마로우와 손을 잡아?”

“난 아니라고 했지. 도로, 한 번만 더 나를 그런 쪽으로 몰면 나도 가만히 안 있어.”

“뭐?”

그만해.

빅토르 셀베르크, 러시아 제일의 부자가 손을 내저으며 둘 사이에 대고 저었다.

“둘은 얼굴만 맞대면 으르렁인가? 지금이 예친 시대로 아니고. 그보다 투마로우가 정말 우리 자금을 확실히 해외로 빼내 주느냐가 문제 아닌가? 이봐, 미하일, 투마로우가 정말 믿을 만한가?”

“당연하지. 내가 나름 조사해 봤는데 임재준이란 놈은 돈이라면 뭐든 하는 놈이야. 오죽하면 악랄한 일본의 대부업체를 장악했을까. 투자은행을 전면에 내세워 뒤로는 돈을 받아내기 위해 사람 장기라도 팔아먹을걸.”

재준의 이미지가 악질 사채업자가 되었다.

“그 정도인가?”

“그리고 이번에 임재준이 누구와 같이 온 줄 알아? 카킬의 유일한 후계자인 엘리자베스와 동행을 했어.”

“걔가 왜?”

“왜긴 뭐가 왜야? 그 여린 소녀에게 말을 툭툭 내뱉는 걸 보아하니 그 아이를 벌써 어떻게 한 거 같았어. 카킬이 왜 투마로우에게 먹혔는지 제대로 보이더군.”

“나쁜 놈, 나이도 어린애를.”

이번에는 성추행범 이미지도 덧씌워졌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투마로우가 어떻게 우리 자금을 해외로 옮기겠다는 거지?”

“중국. 중국으로 이동된 후 영국은행으로 자금을 이체하겠다더군.”

“중국? 거기에도 투마로우의 은행이 있나?”

“투마로우 산하 은행은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건 아니지. 중국 대두는 이미 투마로우 손아귀에 있잖아. 수출 대금 명목으로 이체하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그렇군. 중국에서도 사업체를 운영한다…….”

“돈벌이가 되는 건 뭐든지 하겠다는 거야. 사람 한둘 없어져도 모르는 곳이 중국이니까.”

“대두 이외에 다른 것도 사고팔고 있다는 소린가?”

“말하면 입만 아프지. 사람 하나 죽여도 모르는 곳이 중국이니까. 임재준은 손 안 대는 게 없는 것 같아.”

큰일이다. 재준은 이제 사채업계의 대부에, 성추행뿐 아니라 인신매매, 청부살인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악질 중의 악질이 되고 있었다.

“중국이라면 큰돈이 오고 가도 정부에서 알 수 없는 곳이긴 해.”

“맞아. 애초에 우리도 중국을 생각했잖아. 중국 놈들을 믿을 수가 없어서 진행을 못 한 거지. 하지만 투마로우가 중국 루트를 이용한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야. 이번에 부주석이 된통 당해서 투마로우가 뭘 해도 당분간 상관 안 할 테니까.”

“과연 그럴까? 오히려 임재준이 하는 일에 방해를 놓진 않을까?”

“쯧쯧쯧, 그러다 곡물 수출 금지해 버리면 중국 인민들이 가만히 있을까? 제1, 제2 천안문 사태가 다 먹는 거에서 시작한 거 몰라?”

“음, 일리 있어. 그렇다면 괜찮아. 유럽보다 안전한 건 확실해.”

알리셰르 우스마프, 러시아 최대의 철광석 생산업체인 메타인베스트의 회장이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다들 현금을 금으로 바꾸어 약속된 장소에 쌓아 놔. 중국까지 운송은 내가 책임질 테니.”

“알겠어.”

***

하얼빈 리츠카르텐 호텔.

재준이 첫 계약을 했던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의 최고급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올리가르히가 금을 카바로브스크에서 하얼빈으로 옮기는 마지막 조율을 마치고 은행을 찾아 나섰다.

박민수와 강호석은 역시 재준이 지나간 은행에 2차로 들러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호텔에서 준비 중이었다.

재준은 어쩔 수 없이 엘리자베스와 마가리따를 데리고 하얼빈은행으로 향했다.

기웃기웃.

주위에 이상한 놈들이 기웃거리는 걸 보니 부주석도 재준이 중국에 입국하자 꼬리를 붙인 게 분명했다.

“도련님.”

“네.”

뭐야?

지나가는 행인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재준 옆으로 건장한 남자가 붙자 엘리자베스와 마가리따가 흠칫 뒤로 물러섰다.

“뒤에 몇 놈이 따라붙었습니다.”

“그렇겠죠. 적당히 떼어내 주세요.”

“네.”

천 실장이 다시 행인인 척 멀어지자 엘리자베스가 몸을 후드득 떨며 물었다.

“저 아저씬 뭐예요?”

“음,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실장님.”

“그게 뭐예요? 뭘 다해요?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언제부터 아저씨 옆에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쭉 같이 있었는데. 몰랐어?”

“뭐야, 난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런 멍충이. 너한테 들킬 정도면 실장님은 이 일 그만둬야지. 네가 모르는 게 당연한 거야.”

“와, 놀라운데요.”

“그렇지. 이 세상에 몇 없는 실력자지.”

“나도 한 명 구해줘요.”

뭐래?

“구하고 싶다고 구해지는 사람이 아니야.”

“그럼요. 어떻게 하면 저런 분을 모실 수 있는데요.”

음. 글쎄.

“네 할아버지한테 물어봐. 나도 할아버지에게 부탁한 거니까.”

“할아버지요?”

“재벌들은 궂은일 해주는 실력자 하나씩은 거느리고 있거든.”

“그래요?”

재준의 말에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의 마가리따가 말했다.

“근데 왜 난 없지? 나도 재벌인데.”

“없어요?”

“응, 없는데.”

“지킬 필요가 없는 건가?”

“뭐?”

“그렇잖아요. 존재 자체가 무기인 사람. 보기만 해도 가까이 다가서기 꺼려지는 뭐, 그런 사람?”

“뭐?”

마가리따가 쌍심지를 켜고 으르렁거리자 재준은 발걸음을 빨리했다.

눈앞에 보이는 하얼빈은행이 재준을 향해 여기가 피신처라고 두 팔을 벌리는 듯했다.

“자, 그럼 저 은행부터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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