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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200화 (200/477)

제200화 이게 금괴야. 난 이걸 쓰레기라고 부르지(1)

“아니 왜 그렇게 놀라세요?”

“한, 한, 한 주에 오십만 불이란 말이죠?”

“네.”

“너무 비싼 거 아닙니까? 무슨 주식 한 장이 수영장 딸린 집 한 채 값입니까?”

“글쎄요. 버피 해서웨이는 주당 25만 불 정도 하지 않나요? 근데 투마로우는 버피 해서웨이 자산의 두 배가 넘는데. 거기에 이번에 곡물 메이저도 한 개 생겼고. 50만 불도 싼 거죠.”

“그래도…….”

투마로우는 믿음이 가지만, 임재준, 너는 믿음이 안 가, 이 날도둑놈아.

하지만 속마음을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다시 웃을 뿐.

하하.

“예상치 못한 가격이라 재무부와 상의를 좀 해보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저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목이 타는지 앞에 놓인 물 한 병을 단숨에 들이켰다.

후.

이게 문제가 아니지.

“그보다 지금 경제가 너무 안 좋습니다.”

“무역 적자 폭이 늘어난 게 문제인 거죠? 적자로 인해 국가 부채도 늘어나고.”

“네. 맞습니다.”

부채 이거 정말 문제다.

지금 미국은 금융위기 여파가 아직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8,000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여해서 겨우 기업들을 살려 놨더니 미국이 살아났다며 달러가 강세로 전환했다.

달러가 강세이니 수출이 부진할 수밖에 없고, 나라를 꾸려 나가려니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고.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대로 가다간 2011년 미국 디폴트 위기를 다시 겪을 수도 있었다.

달러를 강제로 약세로 돌려야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달러를 시장에 마구 풀어서 금리를 인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

“그래서 다시 대규모 양적 완화를 생각하시는 거군요.”

“아, 네. 언제 시행하느냐 시기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임재준, 너라면 어떻게 할까?

“근데요. 뭐랄까……. 정부가 은행이 보유한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건 좋은데. 그렇게 하면 돈이 빨리 돌지 않을 겁니다. 거기에 더해 정부가 돈을 푼다는 소문이 도는 순간 기업이 제품 가격을 미리 올려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확산될 거고요.”

양적 완화는 물가 상승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닥친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금리를 또 올려야 하고 똑같은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렇습니까?”

“네, 뭐, 정확히 양적 완화는 국민을 위한다기보단 달러 약세 분위기를 만들어 무역 수지를 개선하고 국가 부채를 줄이는 게 목적 아닙니까?”

“맞습니다.”

분명 금융위기로 8,000억 달러를 풀었는데 돈이 돌지 않았다.

기업이고 개인이고 금융위기를 겪고 나더니 돈을 전부 금고에 쌓아 놓았다.

미국 디폴트니, 저성장이니, 제로금리니 하니 또다시 금융위기가 일어날까 봐 현금을 움켜쥐고 풀 생각을 안 했다.

도대체 이 많은 달러가 어디서 잠자고 있는 걸까?

불현듯 재준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거 러시아에서 받을 돈이 좀 있으니 협박으로 사용할 도구로 딱이네.

“그럼, 국민도 좋고 달러도 떨어뜨리는 방안이 있는데.”

“그래요? 그게 뭡니까?”

“그건.”

재준이 충격을 덜 주기 위해 한 박자 뜸을 들였다.

숨 좀 쉬세요.

“정부가 시장에서 금을 매입하시죠.”

금을 매입하라고?

“그, 그 뭐냐. 10년 전쯤 한국에서 했던 그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겁니까?”

“전혀 다릅니다. 한국은 달러가 필요해서 금을 매입한 거고 저흰 시중에 달러를 풀려고 금을 매입하는 겁니다. 은행에서 국채를 사는 것보다 훨씬 시장에 달러가 빨리 퍼질 겁니다.”

“그렇겠군요.”

혹시 달러를 풀어서 외환 보유고가 떨어지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말하는데.

미국은 외환 보유고가 필요 없다.

달러가 기축 통환데 비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찍어내면 되는데.

그리고 정부가 금을 매입한다는 건 금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재준은 원래 금은 그저 쓰레기 덩어리라고 생각했다.

이건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내년에 자그마치 2,200억 달러나 되는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의 대규모 자금 세탁 스캔들이 일어나는데 중간에서 홀라당 먹으려면 금이 필요했다.

아니, 정확히 금이 미국으로 모이는 게 중요했다.

“국채보다 금을 사들이라고요?”

“네, 일단 금을 국민에게서 사들이면 금 시세가 올라갈 겁니다. 그럼 달러 가치는 하락할 것이고 무역 수지는 개선될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양적 완화로 인한 재정 절벽은 피할 수 있습니다.”

“음. 재정 절벽이라면 피하고 싶기는 합니다.”

재정 절벽.

양적 완화 뒤에 필연적으로 오게 되는 현상이다.

재정적자 감축폭 그래프가 절벽처럼 떨어진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말도 어려운 재정적자 감축은 정부가 풀던 돈이 줄어든 것을 말한다.

이 줄어드는 모양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절벽이라 부른 거고.

양적 완화가 시작되면 세금도 감면해 주고 달러도 푼다.

감면해 주던 세금을 다시 받고 주던 돈도 갑자기 끊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빵 쪼가리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에게 어느 날 스테이크를 줬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을 이제 끊을 수 없는 지경이 됐는데 이제 스테이크는 그만 처먹고 다시 빵 먹으라는 것과 같다.

열 받는다.

다시 말하지만, 양적 완화는 국민을 위한 게 아니다.

오직 국가의 국가 부채를 위한 정책이다.

그러니 국민이 열 받든 말든 중지할 때는 과감하게 끊어 버린다.

재정 절벽은 양적 완화의 폐단이었다.

그러나 금을 사주는 건 다르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니 스테이크를 먹는 횟수를 자신이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금이 없으면 돈도 없으니까.

뭐 이것도 폐단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국채를 사들이는 것보다는 국민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확실히 적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그게 뭐죠?”

“대규모 금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한시적으로 출처를 묻지 않겠다고 하는 겁니다.”

“출처를 묻지 않는다고요? 왜 그렇게 해야 하죠?”

재준이 빙글 웃었다.

“자금 세탁하고 싶어 하는 놈들이 금을 들고 달러로 바꾸러 올 거니까요. 어떻게 하면 쌓아 놓은 금을 처리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경기 부양한다고 한시적으로 출처를 묻지 않고 금을 달러로 바꾸어 준다면 아마 러시아나 체첸, 베네수엘라 같은 곳에서 미국으로 몰래 금이 들어올 겁니다.”

“그러면 달러가 다시 해외로 나가는 거 아닙니까?”

“네? 대통령님은 그런 놈들한테 진짜로 금이랑 달러를 바꾸어 주시게요?”

“네?”

대통령이 재준의 얼굴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럼, 뭐야. 금만 탈취하고 달러는 안 줘?

당연하죠.

“그놈들 범죄자잖아요. 일반 사람에게 출처를 안 묻는다고 했지 범죄자를 돕는다고는 안 했어요. 그런 놈들이 들어오면 바로 체포해야죠. 금은 압수하고.”

이게 뭐야?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게 만드셔야죠. 대략 2,200억 달러인데.”

“네? 2,200억 달러요?”

진정해야 한다.

대화 도중 계속 놀라기만 했다.

아니, 도대체 2,200억 달러라는 금액은 어디서 나온 거며 그 많은 금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

재준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그럼, 제가 미국으로 금이 들어오게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아, 네. 그, 그렇습니까?”

“제 일은 알아서 할 테니. 정부는 금을 매입한다고 발표하십시오. 뭐, 대충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의 성과를 좀 나열하고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척하시면 될 겁니다.”

“아, 그렇군요.”

대통령은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마치 사기를 치는 것 같은데.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또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국민이 사기의 대상은 아니잖아.

자금 세탁을 하려는 놈들이지.

모른 척하고 진행하면 투마로우가 알아서 할 테고.

이거 점점 투마로우 없이는 국가 경제 운용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은데.

이러면 안 되는데.

알면서도 투마로우의 늪으로 끌려 들어가는 대통령이었다.

***

AAG 빌딩 66층.

아르헨티나 파업이 종결되고 다시 농장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수에즈가 벙기와 로이드레퓌스를 합병하면서 세계는 3대 곡물 메이저로 재편되었다.

카킬은 상장되었고 주관사로 선정된 스톡체인은 IPO 물량 50%를 전 세계 투마로우은행에 골고루 뿌리고 1%만 시장에 던졌다.

ADM은 중국 수출 물량을 카킬에 양보하고 브라질 농장을 선점하였다.

브라질은 대두 생산 1위로 ADM과 카킬을 서로 엮어 놓은 재준의 작품이었다.

ADM이 생산한 곡물을 카킬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이 속이 시커먼 중국 놈들이 수작을 부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오랜만에 모두 모여서 자신들이 겪은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아, 보스, 정말 죽다 살아났어요.”

아르헨티나에서 죽을 고비를 딱 한 번 넘기고 아직도 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페렐라가 너스레를 떨었다.

진짜.

워서스틴도 인정한다는 듯 추임새를 넣었고.

“수고했다. 수고했어. 크게 힘들어 보이지는 않지만.”

“허, 안 믿네. 진짜 죽을 뻔했어요. 시위대가 경찰, 와, 그놈들 진짜 총을 쏘려고 했다니까요.”

“알았다고.”

“진짜라니까요.”

“그래서 정부는 이제 어쩌기로 했어?”

“벙기가 아니라 수에즈로 바뀌었는데 자기들이 뭘 어째요. 손 떼고 물러났지요. 그 후 우린 임금 체계 좀 손봐서 이익이 노동자에게 똑바로 돌아가도록 조치를 취하고 왔습니다.”

“잘했네.”

“근데…….”

워서스틴이 재준 옆에서 모두를 노려보고 있는 20대 금발 소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넌 누구니?

네가 왜 보스 옆에 붙어 있는 거지?

나요?

“전 엘리자베스예요. 임재준의 수제자라고 할 수 있죠.”

보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우리 없는 사이에 무슨 사고를 치신 거예요?

재준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표정을 짓다가 포기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해. 신경 쓸 것 없어.”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그렇게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데.”

“그래도 신경 쓰지 마. 어떻게 해도 떨어지지 않는 껌딱지 하나가 붙었다고 생각하면 편해.”

엘리자베스가 투자은행을 운영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스스로 인정하기 전에는 임재준 옆에 붙어 있겠다는 조항을 가진 계약서를 썼으니 재준으로서도 떨구어 낼 방법이 없었다.

근데 자신은 천재라는데 어느 분야의 천재인지 잘 몰랐다.

며칠 두고 봤지만, 수학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언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서 이사장님처럼 촉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넌 어느 분야가 뛰어나니?’라고 물으니 잘 모른단다.

뭐, 언젠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날이 오겠지만 그때까지 데리고 있어야 하는 고난의 길이 예약되었다.

저 봐라, 재준이 자신을 무시했는데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팀원 하나하나를 살피고 있는 엘리자베스를.

그러거나 말거나, 재준은 팀원에게 새로운 폭탄을 안겨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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