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95화 (195/477)

제195화 그렇게 해서 밥은 먹을 수 있겠어?(11)

수에즈 중국 지사.

보스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

카킬을 뉴욕증시에 상장시키겠다고 들은 것 같은데.

설마 아니겠지.

재준과 윌켄의 통화를 들은 블록은 마지막에 나온 IPO란 단어를 듣고도 믿지 못했다.

기업이 상장을 왜 하는가?

사업을 확장하거나 연구 개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카킬이 돈이 필요한 기업인가?

이제 새로운 재배지를 확충할 곳도 없고 곡물 엘리베이터를 더 지을 필요도 없다.

심지어 인공위성도 띄웠다.

이제 지금처럼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돈만 벌어들이면 되는 기업인데.

또한 카킬 지분은 이미 카킬 가문에 나누어져 있는데 어떻게 뺏어서 상장시킨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통화를 마친 재준이 블록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보스, 카킬을 상장시키려는 게 맞아요?”

“응, 그래야 인수를 하든 합병을 하든 할 거 아냐?”

맞네. 맞아.

“그럼, 카킬 가문을 찾아다니며 설득하실 건가요?”

“딱히 그럴 필요는 없지. 찾아오면 만나 주기야 하겠지만 찾아가진 않을 거야.”

“주식이 없는데 어떻게 상장을 해요?”

“블록 왜 그래? 월가 뱅커 맞아? 신주를 발행하면 되지. 굳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뺏을 필요가 있나?”

아, 신주. 그래, 그러면 되는데.

문제가 있잖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기본 주주들이 신주 발행을 찬성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찾아가서 설득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찬성하겠지. 돈이 되는 일인데 반대하겠어?”

“카킬 가문에서 반대할 것 같은데요.”

“두고 보면 알겠지. 신경 쓰지 마. 일이 흘러가다 보면 상장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될까요?”

“당연하지. 그나저나 쿠프쿠는 어때?”

“동분서주로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대두를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지옥이라도 갈 기세예요. 하지만 거의 허탕 치고 있습니다. 자기 나라에 쓰기도 모자란 대두를 중국에게 팔 나라는 없으니까요.”

“시농그레이는?”

“거긴 더 가관입니다. 전국에 있는 옥수수와 밀 농장을 전부 국영화한다고 난리입니다. 심지어 시골 앞마당에 있는 작은 밭도 사들이고 있습니다.”

쯧쯧쯧.

재준이 블록의 말을 듣고는 혀를 찼다.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게 맞네. 아무리 한 번 당했다고는 하나, 이건 너무 무식하게 반응하는 것 같은데.”

“맞아요. 하지만 이게 중국식입니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씨를 말립니다.”

“뭐 돈 많다는데 어쩔 거야. 계속 낭비하라고 해야지.”

“아, 그리고 대두 비축분이 거의 바닥났다고 합니다. 카킬에서는 아직 물량을 보내지 않고 있고요.”

“그래.”

카킬, 고민이 많겠지.

지금도 어려워 죽겠는데 비축분까지 털어서 중국으로 보내야 하니.

내가 그 고민을 싹 해결해 줄게.

“블록, 여긴 대충 마무리됐으니까. 이제 미국으로 가자.”

“미국? 갑자기요?”

“가야지. 여기 계속 있다가는 진짜 칼 맞을지도 몰라. 이제부터 중국의 고난이 시작되거든.”

“칼? 당장 가죠.”

그간의 경험으로 중국에서 칼 맞는 건 일도 아니란 걸 아는 블록은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

쿠프쿠(중국 최대 국영 식품회사).

랴오닝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카킬은 왜 대두를 보내지 않는 거지? 지금쯤이면 비축분도 거의 다 떨어져 갈 텐데.”

수에즈에서는 가격만 올려놓고 식용유를 풀지 않았다.

급하게 시농그레이에서 비축분 20만 톤을 시중에 풀었지만 13억 중국인 4일 사용량에도 못 미쳤다.

옥수수로 식용유를 만들 수는 있지만, 옥수수기름은 가격이 비싸니 인민들의 원성이 날로 거세졌다.

그리고.

미친놈들. 먹는 거로 장난을 치다니.

대형 사고가 터졌다.

일명 ‘쓰레기 식용유 사건’.

인간과 가축의 분뇨를 수거해서 기름을 짜내 시중에 유통시킨 것이다.

더러워서 말하기도 망설여지네.

이런 짓을 저지른 곳이 한 곳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1,000명이 넘게 검거되었다.

연이어 터진 또 다른 사건.

일명 ‘하수도 식용유 사건’.

이번엔 하수도 오물을 퍼다 하루 동안 여과하여 추출한 기름을 식용유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시켰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하수도 식용유가 300만 톤가량 시중에 유통되었다는 사실.

중국 연간 식용유가 2250만 톤이니 1/10은 하수도 식용유였다.

간단히 말해 길거리 음식은 다 이런 식용유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중국 가면 절대 길거리 음식은 먹지 말자.

전부 식용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책임 소지를 따지자면 랴오닝에게도 불똥이 튈 게 뻔했다.

랴이닝은 이 사태를 무마하려면 당장 대두를 수입하는 수밖에 없는데 카킬이 보내준다는 대두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이때,

“랴오닝 사장.”

노크도 없이 시농그레인 사장 중허가 문을 벌컥 열고 들이닥쳤다.

이 인간은 또 왜?

랴오닝은 그저 중허 사장을 바라만 보았다.

대꾸할 힘도 없다.

“왔으면 앉아요.”

“그 미친 새끼들 뉴스 봤습니까? 어떻게 그런 짓을. 내가 지금까지 먹은 음식을 생각하면 구역질이 다 나요.”

“나도 봤습니다. 집에도 식용유는 비싸도 한국 제품만 사라고 지시 내렸고요.”

“그나저나 이거 우리한테도 불똥이 튀는 거 아닙니까? 이 사태의 원흉이 대두 수입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건데. 비축분도 바닥났습니다.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가짜 식용유가 더 안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요.”

“…….”

지난번엔 죽일 듯이 노려보던 사람이 급해지니까 말투부터가 다르네.

그도 그렇지. 이대로 가다간 부주석한테 또 불려가게 생겼는데.

“러시아에서 수입하면 안 되겠습니까?”

“그쪽은 이미 로이드레퓌스가 선점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유럽과 중동으로 수출하고 있어요.”

“그럼, 이대로 손을 놓고 기다려야 한단 말입니까?”

“카킬과 계약이 되어 있으니 곧 대두를 보내올 겁니다.”

으.

중허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대로 가만히 기다릴 수 없어.

“우리 수에즈에게 부탁을 해 봅시다.”

“이미 갔다 왔습니다.”

“그래요? 뭐라 그러던가요?”

“얘기도 못 나눠 봤습니다. 이미 중국을 떠났습니다. 문이 굳게 잠겨 있더군요.”

떠나? 일을 이렇게 벌여 놓고?

남겨져 있는 기업은 어떡하고.

“그럼, 수에즈가 인수한 기업들을 찾아가 봅시다.”

“거기도 이미 갔다 왔습니다. 본사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식용유를 풀 수가 없다고 아예 구경도 못 하게 하더군요.”

“이것들을 정말. 강제 집행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장님, 전에 임재준이 한 말 기억 안 나십니까? 강제 집행을 하는 날이면 미국에 있는 중국 자산이 압류됩니다. 식용유 좀 뺏으려다가 국제적으로 망신당하고 무역에도 크게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절대 그건 안됩니다.”

어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니.

“그럼, 임재준을 만나러 가면 어때요?”

“어디로요? 어디로 간 줄 알고 갑니까?”

“미국이나 프랑스 아니겠습니까? 깔린 게 정보원인데.”

그것도 방법이긴 한데.

이놈의 지긋지긋한 중국을 잠시 떠나 있는 것도 좋지.

핑계도 적당하고.

그래, 떠나자.

하지만 랴오닝의 생각을 읽은 건지.

벌컥.

문이 열리고 랴오닝은 봐서는 안 되는 사람을 본 듯 얼어붙었다.

부, 부주석님.

“두 분이 여기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얼른 일어나서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어, 어떻게 여기까지.”

“내가 얼마나 급하면 직접 왔겠어요.”

“부르시면 바로 달려갔을 건데…….”

흥!

부주석이 자리에 앉으며 와서 앉으라는 듯 손짓을 했다.

하지만 앉으라고 앉으면 안 될 분위기라는 걸 너무 잘 알았다.

“그냥 듣겠습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 주십시오.”

“그래요? 뭐, 그러세요. 곧 길거리에 나 앉을 사람들이니 서 있는 편이 나가기는 좋겠네요.”

네?

중허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

털썩.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직 방법이 남았습니다.”

부주석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래요? 그럼, 그 방법이라는 걸 들어 봅시다.”

“임재준을 만나겠습니다.”

“이미 만난 거로 아는데.”

“그, 그건. 그때, 제가…….”

부주석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중허를 떠나 랴오닝으로 향했다.

“랴오닝 사장님. 임재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지, 지금은 모릅니다. 하지만 조만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저희 정보원을 풀면.”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군요.”

부주석의 눈에 핏발이 섰다.

말은 차분하게 하고 있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이봐.”

부주석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옆에 있던 비서가 바짝 다가왔다.

“임재준 어디 있는지 알아봐.”

“지금 미국에 있습니다.”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비서는 재빠르게 문자 몇 개를 날렸고 1분도 안 돼 답신을 받았다.

저 빠른 대처가 랴오닝을 더 난처하게 만들었다.

저 새끼.

“내 비서도 아는 걸 국영 기업 사장이 모른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들으려고 온 거 아니니까, 하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거 참. 말 더럽게 안 듣네.”

벌떡.

부주석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봐.”

“네.”

이번에도 비서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미국 내가 갈 테니까. 준비해.”

“네.”

“그리고 저 두 사람. 털어. 나오는 대로 형 집행하고.”

“네.”

부주석이 걸어가자 중허가 부주석의 다리를 붙잡았다.

“주석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에도 비서가 재빠르게 중허의 손을 발로 짓밟았다.

아악!

부주석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랴오닝은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서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그래, 네가 가라 미국.

***

AAG 빌딩 66층.

재준은 미국에 와서 일주일 동안 모든 약속을 정지시킬 정도로 정신없이 바빴다.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파업 중이었고 프랑스는 창고가 모자란다고 아우성이었다.

로이드레퓌스의 마가리타가 프랑스 대통령 올랑도를 만나 곡물을 사겠다고 아양을 다 떨었다고 전해왔다.

하긴 그러니 남자 친구가 여기저기 많지.

이 아줌마 나이 50인 2016년에 딸도 낳는다.

물론 남편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고.

대단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무모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암튼 돈이 많으니까 자신감 쩐다.

블록은 펠그리니에게 중국에 있었던 일을 자랑삼아 떠들어 대고, 펠그리니도 그동안 대화할 상대가 없었는지 블록의 말에 장단을 맞추며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펠그리니, 서 이사장님은 어디 갔어? 왜 일주일 동안 안 보이지?”

“트롤링과 같이 공화당 대선 후보 선거에 쫓아다니고 있어요. 근데 트롤링 그 사람 대통령 까대는데 장난 아니에요.”

“그래?”

장난 아니지.

현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디스하는 인간은 없었으니까.

현 대통령이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공부를 잘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하버드 로스쿨에 갈 수 있었느냐며 대학 성적표 공개를 요구했다.

또 케냐에서 태어났다고 우기며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고 주장해 출생기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이걸 또 현 대통령이 출생기록을 보여주며 같은 또라이가 되었다.

만약 그때 빈라덴을 체포하지 못했다면 트롤링은 2012년에 정말로 공화당 후보로 당선될 뻔했다.

어쩌면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지 몰랐다.

근데 여길 서형길이 쫓아다니며 둘 사이가 막역해져 버렸다?

혹시 저 디스, 이사장님이 알려준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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