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90화 (190/477)

제190화 그렇게 해서 밥은 먹을 수 있겠어?(6)

“알고 있지. 눈 가리고 아웅 하지만 투마로우가 세운 자회사잖아. 이번에 프랑스에 100개의 곡물 엘리베이터를 지어 로이드레퓌스의 마가리타와 이야기를 좀 나누었어. 크게 걱정할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는데?”

-지금 수에즈가 중국에서 자주 보이고 있다는데. ADM과 손을 잡은 것 같아. 헤이룽장성 대두 생산, 저장 기업은 수에즈가 인수하고 가공 기업은 ADM가 인수했는데, 한 달도 안 돼서 세 개의 기업이 하나로 합병했거든.

“딱 봐도 손을 잡았네. 손을 잡았다기보다는 ADM이 수에즈를 도와주는 모양새 같은데. 수에즈 도와주고 투마로우가 채권 발행 도와주면 ADM도 남는 장사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해. 하지만 현재 후난성, 허난성, 허베이성, 산둥성, 랴오닝성, 장쑤성에도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야.

뭐?

“그럼 대충 봐도 중국 대두 생산의 80%를 장악한 거 아닌가?”

-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야. 그래 봐야 중국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물량이잖아. 그게 문제가 아니라 프랑스의 물량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게 문제지.

“가능성이 있나?”

-그래서 나름 프랑스에서 알아는 보고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는 것 같아. 수에즈가 건설한 곡물 창고에는 하역 시설이 없다는 거야. 정확히 건설 중이라고 해야겠지. 거기다 아직 곡물을 실어나를 선박도 준비 중이라고 하거든. 그리고 중국이 멍청하긴 해도 그 비싼 운송비를 주고 프랑스 대두를 받을 이유가 없잖아. 인도도 있고 우크라이나도 있는데.

“그렇지. 중국에서 대두를 프랑스에서 살 이유가 없다. 뭐 그게 맞겠네.”

-그래서 내린 결정은 중국 내 낙후된 시설을 통합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 이건 우리에게 아주 좋은 일이거든. 생산시설이 좋아지면 우리한테서 더 많은 대두를 수입할 거고. 아마, 오히려 식용유를 대량 생산해서 역으로 이웃 나라에 수출할 계획일지도 몰라.

아!

“그게 맞겠네. 그거야. 중국의 싼 인건비에 우리의 곡물로 수출을 하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거잖아. 역시 투마로우는 머리가 잘 돌아가.”

-그러니까 그래서 나는 약간 방관하기로 했네. 지금 수에즈가 잘하든 못하든 우리에겐 다 이익이거든.

“그래, 그거야. 하휴, 이제야 속이 좀 편해지네. 역시 자네에게 전화하길 잘했어. 고마워.”

-고맙긴. 나 다음 달에 들어가면 좋은 곳에서 술이나 사게.

“당연하지. 몸조리 잘하고 들어와.”

툭.

그래, 고민할 일은 아니네.

그렉 파이는 커피 보트의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물이 바글바글 끓기 시작했다.

***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전국노동자총연맹과 아르헨티나중앙노조 주도로 수도뿐 아니라 전국적인 총파업이 벌어졌다.

수출세를 인하하라.

수출세를 인하하라.

역시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페렐라가 알려준 대로 수출세를 진행했고 이에 반대하는 수출 기업 노동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일주일째 도로를 점거한 총파업은 조금도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페렐라와 워서스틴도 보야노와 키칠로를 따라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페렐라가 워서스틴의 복장을 보고 이 파업 참가자들과 어딘가 많이 다른 이질적인 자신을 발견했다.

“우리만 양복인데. 그것도 2만 불짜리.”

“음. 꼭 있으면 안 되는 곳에 서 있는 느낌이야.”

페렐라와 워서스틴은 피켓으로 자신들의 몸을 최대한 가린 채 파업 행진을 따라 움직였다.

“근데 무슨 나라가 이렇게 단순해.”

아르헨티나는 도로가 하나로 이루어져 있어 도로를 점거하면 모든 교통수단이 쓸모가 없게 되어있는 나라였다.

이쯤 되면 구경하던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 파업에 불만을 가질 만도 한데.

소득세를 감면하라.

소득세를 감면하라.

일반 시민들이 대거 시위에 참가했다.

페렐라가 워서스틴에게 바짝 다가왔다.

“월가 시위랑은 규모에서 다른데.”

“헉! 저기 봐. 또 다른 단체인데.”

농업단체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하려고 몰려들었다.

농지세 인상 폐지하라.

농지세 인상 폐지하라.

가뭄과 홍수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정부는 농지세를 인상했다.

불만 가득 품던 농업단체들이 노동자 파업에 동참했다.

농축산 물가 인상하라.

농축산 물가 인상하라.

인플레이션 때문에 치솟는 농축산 물가를 정부가 강제로 올리지 못하게 한 것도 한몫했다.

“근데 이번에도 보스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어.”

“그러게. 단지 노동자 파업으로 끝날 것 같더니 그동안 쌓인 불만이 터져 나오네.”

정말 이해하기 힘든 보스였다.

그런데.

페렐라의 눈빛이 무언가 희망을 본 듯이 빛났다.

“어! 뱅커다.”

전혀 예상 밖으로 은행원들이 대거 시위에 참여했다.

인플레율 똑바로 발표하라.

인플레율 똑바로 발표하라.

달러화 거래 규제 강화하라.

달러화 거래 규제 강화하라.

인플레이션 비율을 조작한 채로 공식 발표하니 아르헨티나 은행의 등급이 추락했다.

은행은 채권 발행이 안 되니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나았다.

문 닫고 파업 행렬에 동참했다.

이 정도면 국가 마비 아닌가?

워서스틴이 은행원의 복장을 유심히 살피더니,

“페렐라, 우리 저쪽으로 합류하는 게 어때?”

“그러네. 여긴 너무 작업복 위주야. 저쪽으로 가자.”

페렐라가 워서스틴과 은행 파업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끼이이이이익.

행렬 앞에 경찰 트럭 수십 대가 나타나더니 수백 명의 중무장한 경찰들이 차에서 뛰어내리며 시위대 앞에 총구를 겨누었다.

멈칫.

이게 뭐야?

파업 행렬이 일시에 정지했다.

아르헨티나 파업은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그 이유는 대규모 시위 때마다 경찰이 발포를 해 사망자가 항상 나왔기 때문이었다.

최근 2009년에도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건 아니지.

페렐라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위서스틴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뒤로. 뒤로. 천천히.”

“가고 있어. 잡아당기지 마.”

워서스틴은 약간의 희열을 느끼는지 정면의 무장한 경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보스도 시위할 때 이런 감정을 느꼈겠지?”

“지금 그런 말이 나와? 여긴 뉴욕이 아니야. 죽을지도 몰라. 무슨 총알이 사람 봐 가면서 날아오는 줄 알아?”

경찰 중 지휘관이 뒤에서 메가폰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해산하세요.

더 이상 행진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시위대는 해산하세요.

우우우우우.

오히려 파업에 참가한 사람들이 야유를 보내며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장전!

철컥.

경찰들이 일제히 장전을 했다.

뭐야? 또?

우린 폭력을 쓰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얼어붙듯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여러분!

보야노가 앞으로 나와 경찰을 등지고 돌아섰다.

“겁먹지 맙시다.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됩니다. 모두 알겠지만, 첫발은 공포탄입니다. 천천히 행진합시다. 우리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와아아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사람들은 서로서로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짜서 다시 행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이때,

발포!

탕탕탕탕탕.

공포탄이 터지면 천둥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아아아아악!

순식간에 파업 현장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아르헨티나 경찰도 파업을 밥 먹듯이 막아 왔으니 가장 쉽게 해산시키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시위대에게 죽음의 공포를 심는다.

다음으로 주동자를 체포하면 시위는 끝난다.

으아아아아아!

나약하고 나약한 존재로 변해버린 사람들이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서로를 굳게 믿은 믿음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페렐라와 워서스틴은 뒷걸음질치던 걸음을 멈췄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안절부절못하는 페렐라를 보고 워서스틴이 소리쳤다.

“페렐라, 차라리 가만히 있어.”

“나도 알아. 같이 휩쓸리진 않아.”

앞으로 달려오는 사람들을 피하는 게 뒤를 돌아 달아나는 것보다 부상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뒤를 돌아 달아나다 자칫 넘어지는 날에는 뒤쫓아 오는 사람들에게 밟혀 죽을 수도 있다.

으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이 거의 사라지자 보야노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페렐라와 워서스틴이 보야노와 눈이 마주쳤다.

이때, 보야노 뒤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단호하고 짧은 명령.

“주동자 잡아.”

보야고가 뒤를 돌아보자 경찰이 곤봉을 들고 달려오는 게 보였다.

페렐라가 보야노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보야노, 뛰어.”

이런 제길.

쌩.

보야노가 순식간에 페렐라의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뭐야? 단거리 선수야?

왜 이렇게 빨라.

페렐라와 워서스틴이 보야노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중무장한 경찰이 장비 때문에 달리기가 빠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경찰.

절대 포기를 모르고 달려들었다.

워서스틴의 폐가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올랐다.

운동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내가 이번에 미국으로 돌아가면 당장 러닝머신부터 산다.

평소에 운동을 게을리 한 후회가 밀려왔다.

근데 저놈들은 왜 끝까지 쫓아오는 거야?

워서스틴은 쫓아오는 경찰이 원망스러웠지만 자신 앞에서 달리는 보야노가 시위를 이끄는 원흉이란 걸 알자 눈앞이 노래졌다.

포기할 리가 없구나.

그렇게 5분을 뛰었을까.

전방에 사람들이 달리기를 멈추고 제자리에 굳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건 또 왜 그래?

어?

이런 빌어먹을.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 앞에 수백 명의 경찰관과 군인들이 사람들이 더는 달리지 못하게 포위하고 있었다.

앞뒤로 둘러싸였다.

사면초가, 진퇴양난.

아르헨티나 도로는 한 개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 상황은 파업 참가자들이 어디로든 달아나지 못하는 상황.

뒤에서 쫓아오던 수십 명의 경찰도 달려오는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걸어왔다.

워서스틴이 페렐라에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쑥덕였다.

“페렐라, 이거 우리 망한 것 같은데.”

“경찰이 달려들면 무조건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감싸서 보호해야 해.”

“우리 미국 시민이야. 설마 우리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못할걸.”

“그건 우리 생각이고 지금은 일단 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일단 접수.”

무장한 경찰이 보야노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달려드는 순간.

맞은편에 있던 경찰과 군인들이 일제히 머리 위로 곤봉을 들어 올렸다.

아, 이제 끝이다.

그런데.

임금 삭감 반대한다.

임금 삭감 반대한다.

곤봉을 들어 올린 경찰과 군인들이 구호를 외치더니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을 반으로 가르며 무장한 경찰들을 향해 단호하게 걸어갔다.

쿵 쿵 쿵 쿵.

임금 삭감. 치안 불안.

임금 삭감. 치안 불안.

워서스틴은 입을 턱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뭐야! 경찰과 군인이 파업에 동참한 거야?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순간 재준의 말이 떠올랐다.

‘모두 파업에 참여할 겁니다.’

그 모두에 경찰과 군인도 포함이었어?

경찰과 군인이 구호를 외치며 앞서가자 다시 사람들은 피켓을 들어 올리며 아까보다 더 크게 외쳤다.

수출세를 인하하라.

소득세를 감면하라.

농지세 인상 폐지하라.

농지세 인상 폐지하라.

농축산 물가 인상하라.

후.

워서스틴은 한숨을 내쉬며 페렐라를 보았다.

“이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봐.”

“그러게 심장이 오그라들어서 더는 못 걷겠다.”

“나도.”

워서스틴과 페렐라는 2만 불짜리 양복을 입은 채 그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 점점 힘들어지는 거 아냐?

보스, 우리 좀 쉽게 가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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