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86화 (186/477)

제186화 그렇게 해서 밥은 먹을 수 있겠어?(2)

“얘기하자면 복잡한데. 결론은 카킬을 인수하는 거야.”

페리노는 윌켄을 보며 투마로우를 떠올렸다.

최근에 읽은 기사가 뭐더라.

아, 블러드 페니의 장례식.

그때 임재준의 등장으로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임재준’을 떠들어대던 기억이 났다.

“투마로우 CEO가 임재준이지?”

“CEO? 암튼. 젊고 똑똑하지. 무식하리만치.”

“그런가? 요즘 자주 들은 것 같아. 상당히 젊던데. 자네가 많이 도와준 거지?”

허허.

윌켄은 그저 웃었다.

도움이라……. 그것도 도움이라면 도움이지.

말을 해도 안 믿을 거지만.

난 보스라는 놈의 뒤치다꺼리 하기 바쁘네.

윌켄의 웃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페리노가 주먹을 쥐었다.

“진짜 카킬을 인수한다면 내가 적극 돕겠네. 나도 카킬에게 받아야 할 빚이 있으니까.”

“그렇지. 빚이 있지.”

1995년 ADM와 카킬은 곡물 가격 담합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내부 고발로 인해 그 당시 사상 최고 벌금인 1억 달러를 물어야 했다.

그런데 카킬은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서 벌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내부 고발자는 카킬로 이적했다.

“빌어먹을 놈들. 17년이 다 되어가지만 잊히지가 않아. 그래, 어떻게 할 생각이야?”

“보스는 아마 유럽의 곡물을 동원할 생각인 것 같아. 특히 프랑스.”

“보스? 임재준을 그렇게 부르나?”

“하하하. 우린 그렇게 부르네. CEO 체제가 아니거든.”

“희한하네. 어쨌든 프랑스 곡물이라면 로이드레퓌스가 독점하고 있잖아. 그들의 허락해야 할 텐데.”

“하하, 페리노, 곡물 장사만 해서 월가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많은 게 바뀌었는데.”

“그런가? 사실 금융 관련이야 담당자가 알아서 할 일이니 내가 굳이 자세히 알지는 못해.”

“그렇겠지. 이미 프랑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금융은 투마로우가 장악했어.”

“뭐? 지금 뭐라고 했어? 장악이라고?”

“그래, 프랑스의 사라크방크, 영국의 클레이스은행, 스페인의 산타떼은행, 네덜란드의 ABC암로, 벨기에 포르티은행은 이미 투마로우란 이름을 달았어. 그리고 이탈리아와 브라질에도 그 나라 제일 은행은 투마로우가 최대 지분을 확보한 상태라 투마로우 은행이라고 할 수 있지.”

페리노는 윌켄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만 껌뻑였다.

이게 말이 되나?

이러면 얼반 그룹보다 더 큰 제국을 건설한 건데.

은행을 장악했다면 기업은 그들 손에 있다고 봐도 된다.

기업이 아무리 매출이 많고 이익이 사상 최대라고 해도 대출이 없는 기업은 없으니까.

기업이 어디서 돈을 빌리는지는 지나가는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아는 상식이다.

은행에게 큰소리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게 다 자네 보스와 자네 팀원들이 이룬 거라고?”

“그렇지. 사실 보스가 거의 혼자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 그는 그런 사람이야. 물론 나도 도움이 되었지만 다른 이가 그의 곁에 있어도 결과는 똑같았을 거야.”

“자네가 이렇게 말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이러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거 같은데.

카킬이 없어지면…….

ADM는 미국 곡물의 14%를 차지했지만, 카킬은 40%를 차지했다.

이게 다 17년 전의 사건으로 ADM이 주춤한 사이 카킬이 치고 나간 결과였다.

현 상태로는 역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오직 길이 있다면 카킬이 망하는 것밖에.

“윌켄, 나에게 떨어지는 것은 무언가?”

“ADM의 지분 10%와 카킬의 점유율 40% 교환. 어떤가?”

“카킬을 그냥 넘기겠다고?”

“우리 보스는 금융 아니면 크게 관심이 없거든.”

음.

페리노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건, 말은 관심이 없다지만 미국 곡물 유통을 전부 손에 넣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분 10%라지만 카킬과 다르게 ADM은 이미 상장되어있는 상태이고 언제든 맘만 먹으면 시장에서 지분을 매집해 아예 기업을 인수해 버릴 수 있다.

여기 앞에 있는 윌켄부터가 기업 인수 LBO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카킬 인수에 ADM 인수까지 성사되면 미국은 그의 손에 넘어간다.

미국 곡물 유통을 장악하면 이미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를 손에 넣었으니 전 세계를 장악한 거나 마찬가지.

만약 내가 반기를 들면 임시주총을 열어 CEO인 나를 교체해 버리는 건 일도 아니다.

손을 잡되 단단히 잡아야 한다.

“윌켄, 내가 살아남을 거란 보장은 있나?”

갑자기 페리노의 표정이 굳었다.

뭐?

너 겁먹었어?

하하하하.

“페리노,”

하하하하.

윌켄은 페리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내가 웃긴가?”

“아니, 아니. 자넬 비웃는 건 아니야. 다시 말하지만 보스는 곡물로 돈 벌 생각이 없어. 자네 살길은 알아서 찾아가. 보스는 거기에 신경 쓰지 않아.”

“그런가?”

“대신, 무엇이 됐든 투마로우와 발을 맞춰줘. 보스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야.”

“발이라면 정치를 말하는 거네.”

“뭐 때로는 정치도 이용하긴 해.”

“하하하. 걱정 마. 내가 대통령 출마한다면 모를까 확실하게 옆에 서 있을 테니.”

“그래. 하하하하.”

예상대로 수월하게 아처대니얼스마들랜드는 투마로우와 한배를 탔다.

하지만 윌켄과는 다르게 재준은 고난의 길이 예약되어 있었다.

***

프랑스 로이드레퓌스.

로이드레퓌스 회장 마가리타는 싸늘한 눈빛으로 재준을 맞았다.

2년 전 회장이던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고 얼떨결에 회장의 자리에 앉았다.

이제 사람 보는 눈이 조금 생겼지만, 지금까지 회사를 노리고 달려든 늑대만 한 트럭은 넘었다.

갑자기 찾아온 젊은 재벌인 재준을 좋은 눈으로 볼 리가 만무했다.

“어서 오세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투마로우라니, 우리가 찾아가야 할 분이 이렇게 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말을 공손한데 어투가 날카로웠다.

거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재준이지만.

“찾아오지 마세요. 저 바쁩니다. 돈 빌릴 일 있으면 사라크방크에 가시고.”

호호호호.

“역시 투마로우를 이끄는 분이라 다르긴 다르군요.”

“뭐 그런 말은 자주 들어요.”

쩝.

시간 좀 절약하자.

이런 이야기 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

“내가 여기 마가리타를 만나고 싶은 이유는 투마로우와 일을 하나 할까 해서입니다.”

“어떤 일?”

“프랑스에 남아도는 곡물. 전량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미국으로?”

이 여자가 왜 점점 말이 짧아지네.

내가 젊다 이건가?

좋게 봐야 하나?

“네. 미국으로.”

“왜?”

“필요하니까요.”

마가리타는 재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절합니다. 우리는 서로 선을 넘지 않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요. 로이드레퓌스는 미국으로 곡물을 보낼 수 없어요.”

“아, 곡물 카르텔이라 부르는 4대 메이저의 약속 뭐 그런 겁니까?”

“그건 알아서 생각하세요. 우리가 먼저 선을 넘을 일은 없습니다.”

어라. 이건 생각 못 했는데.

여기서 돈 이야기가 나와야 정상인데, 거절?

이러면 곤란하지.

재준이 굳이 로이드레퓌스를 이용하려는 이유는 한 가지.

유통 시설. 곡물 엘리베이터라 불리는 창고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에서 수출까지 곡물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곡물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곡물을 매수한다 해도 이동시키면서 다 썩어 버린다.

특히 프랑스는 생산량은 많지만, 미국과 아르헨티나처럼 대규모 경작이 아닌 소규모 농장이 중심이라 보관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완고하네.

“그럼, 곡물 엘리베이터를 임대하는 건 어때요?”

“그것도 거절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요.”

“그럼, 우리가 새로 짓고 차량만 빌리는 건 어떻습니까?”

“그것도 거절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도 모자란다고요.”

어라, 쉽지 않은데.

그럼, 내 장기를 살려서,

“투마로우 자금력으로 적대적 인수를 추진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세요. 우리도 자금은 적지 않으니까.”

망했다.

아주 깐깐한 아줌마를 만났다.

***

수에즈투자사.

미국 금융위기 때 재준이 프랑스에 세운 투자사로 프랑스 내에 있는 수백 개의 농장을 인수 관리하며 대부분의 농산물은 프랑스 정부에 팔고 있었다.

CEO 윌리는 재준의 갑작스런 방문에 깜짝 놀랐다.

“보스, 어쩐 일로 프랑스를 다 오신 겁니까?”

“골치 아픈 일이 생겨서.”

“무슨 일인데요?”

“로이드레퓌스를 어떻게 생각하지?”

“4대 곡물 메이저잖아요.”

“주요 시장은?”

“러시아에서 곡물을 들여와 아랍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습니다.”

“러시아? 아랍?”

뭐야?

프랑스 곡물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게 아니었어?

러시아 곡물을 아랍으로?

“왜요?”

“아니, 미국으로 프랑스 곡물을 좀 실어나르려고 하는데. 무조건 거절을 하네.”

“하하하, 곡물 카르텔은 생각보다 견고합니다. 오랜 약속이고 서로의 영역에 절대 침범하지 않습니다. 특히 로이드레퓌스는 제일 약한데, 카킬이 아랍에 곡물을 뿌리면 로이드레퓌스는 금방 무너집니다.”

“그래? 그래서 그렇게 거절했구나. 그럼 로이드레퓌스를 적대적 인수하는 방법은 괜찮을까?”

“보스, 마가리타 남자 친구가 아랍에 있습니다. 석유 재벌이에요.”

“애인이 석유 재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이 여자가 남편 죽은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벌써?

아닌가, 늦은 건가?

암튼,

로이드레퓌스가 2018년에 아랍에미리트에 지분 전체를 팔아 기업을 넘기는 거로 알고 있는데, 그게 애인한테 판 거였다.

그럼, 일이 더 복잡해지는데.

로이드레퓌스를 상대하려면 산유국 재벌이랑 맞짱을 떠야 하는 거잖아.

큰일이다.

제일 쉬울 것으로 생각한 프랑스가 제일 어려운 곳이었다니.

“윌리.”

“네.”

“우리가 곡물 엘리베이터를 세우고 미국으로 프랑스 곡물을 실어 나르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비용이 문젭니다.”

“왜?”

“미국처럼 대규모 농장이라면 수확한 곡물의 품질이 일정해서 창고 하나를 같은 품질로 채울 수 있는데 프랑스는 소규모 농장에서 나온 품질을 다 분류하고 따로 보관해야 합니다. 곡물 엘리베이터를 수십 개를 지어야 하고 다 채우지도 못합니다.”

진짜 망했다.

아, 머리가 어질어질하네.

이놈의 프랑스. 농사만 지을 줄 알았지 제반 시설이 되어 있질 않네.

“그럼, 품질을 고르게 하는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나?”

“불가능하죠. 뭐, 할 수는 있는데. 농가를 설득하고 같은 품종의 씨앗을 사서 뿌리고 수확해서 보관까지 최소한 몇 년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아, 다 때려치워.

뭐가 이리 힘들어.

역시 돈만 오고 가는 금융이 최고네.

역시 로이드레퓌스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게 맞아.

내가 가장 잘하는 거로 승부를 봐야지.

“윌리, 로이드레퓌스를 인수하면 네가 경영은 할 수 있겠어?”

“어렵습니다. 저들이 다루는 양이 보스가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어마어마합니다.”

이런 제기랄.

인수해도 문제네.

차라리 내가 경영을 할까?

그래, 내가 하고 만다. 내가 해.

얼마나 어려운지 내가 한번 겪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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